최근 3,000 삼진을 돌파한 미국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 구단의 에이스 커트 실링(오른쪽 사진)이 게임개발사를 설립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사실은 지난 4일 해외 게임매체들이 신생 게임개발사 '그린 몬스터 게임즈'(Green Monster Games, 대표 커트 실링)의 설립을 보도하면서 확인됐다. 그린 몬스터 게임즈는 야구, 코믹, 판타지 분야의 유명 인사들이 의기투합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그린 몬스터 게임즈는 현역 야구선수인 커트 실링이 대표를, <스폰>(Spawn) 캐릭터의 원작자로 유명한 코믹북 제작자 토드 맥팔렌(Todd McFarlane)이 수석 아티스트를, 판타지 소설가 R.A. 살바토레(Salvatore)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아서 설립된 회사다.
그린 몬스터 게임즈는 "(게임)업계를 바꿀 게임"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프로그래머 구인광고를 내는 등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구인광고에는 "여태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게임으로 업계를 변화시키자"라는 문구가 들어 있다.
그린 몬스터 게임즈는 아직 첫 게임의 제목과 장르, 기종도 발표하지 않았으며, 회사의 공식 홈페이지도 개설하지 않은 초기 상태다. 북미 게입업계에 따르면 그린 몬스터의 첫 게임에 '게임브리오'(Gamebryo) 엔진이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커트 실링의 게임개발사 설립은 놀라운 뉴스로 들릴 수도 있지만, 그의 취미생활에 관심이 있었던 팬에게는 전혀 이상하지 않은 소식이다. 커트 실링은 MMORPG <에버퀘스트> <에버퀘스트 II>의 열혈 유저로도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선행을 많이 하기로도 유명한 커트 실링은 지난 6월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에버퀘스트 II>의 몬스터로 깜짝 등장해 게임 유저들과 자선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벤트는 참가한 유저가 "Curt Schilling"이라는 이름의 몬스터에 도전해 한번씩 이길 때마다 <에버퀘스트 II>를 서비스하는 소니온라인엔터테인먼트(SOE)가 ALS 협회에 자선기금을 5달러씩 기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기부금 누적 한도는 10,000달러) ALS 협회는 루게릭병을 앓는 환자들을 돕는 자선단체이다.
게임업계 종사자가 아닌 인물이 개발사를 설립하거나 개발에 참여하는 것은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한 예로 <트리플 엑스>로 유명세를 탄 영화배우 '빈 디젤'은 게임개발사 'Tigon Studios'를 설립하고 X박스용 액션게임 <크로니클 오브 리딕>를 개발하기도 했다.
지난 4일 '가마수트라'(Gamasutra)에 올라온 그린 몬스터 게임즈의 구인광고.
커트 실링은 SOE의 MMORPG <에버퀘스트> 시리즈의 열혈 유저이기도 하다.
◆ 그린 몬스터 게임즈라는 이름은 야구장에서 비롯됐다? 커트 실링이 설립한 '그린 몬스터 게임즈'의 이름은 현재 그가 뛰고 있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홈구장 '펜웨이 파크'의 왼쪽 담장에서 유래된 것이다. '그린 몬스터'는 바로 펜웨이 파크의 왼쪽 담장을 부르는 '애칭'이다. 펜웨이 파크의 왼쪽 담장은 녹색으로 칠해져 있는데다 담장이 워낙 높아 라인 드라이브성 홈런 타구를 모두 튕겨내기로 악명 높다. 그래서 '그린 몬스터'라는 이름이 붙은 것. 그린 몬스터에는 2003년부터 관중석도 마련되기 시작했는데 이 자리에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팬들만이 앉을 수 있다. 관중석의 애칭도 보스턴 레드삭스의 팬을 뜻하는 'Red Sox Nation' 별명을 활용해 'The Nation's Nest'라고 지어졌다. 정면으로 보이는 것이 바로 펜웨이파크의 명물 '그린 몬스터' 담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