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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왜 게임 개발의 지루한 부분에만 집착하나?”

배틀필드 시리즈 개발총괄의 GDC 유럽 2012 강연

안정빈(한낮) 2012-08-13 23:06:08

왜 다들 게임 개발의 지루한 부분에만 집착하는가?” <배틀필드 3>의 개발사 디지털일루젼(DICE)의 총괄 개발자 칼 매그너스 트로드손(Karl Magnus Troedsson) 13일 GDC 유럽의 강연장에서 이렇게 되물었다. 게임 개발이 점점 더 게임 이외의 부분들을 고려해서 이뤄지는 것에 대한 비판이다.

 

그는 차라리 그 시간을 게임의 품질을 높이고, 혁신적인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쓸 것을 주문했다. 특히 재미있는 개발을 넘어서 개발자 스스로가 열정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 칼의 주장이다. <배틀필드> 시리즈의 개발을 총괄하는 칼 매그너스 트로드손의 강연을 정리했다/쾰른(독일)=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DICE의 총괄 개발자인 칼 매그너스 트로드손.

 

 

■ “지루한 부분들에 너무 집중하지 말라

 

최근 게임 개발은 많은 점들을 고려해서 이뤄진다. 유저들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게임에 사용할까? 유저들이 지겨운 부분은 없을까? 유저의 플레이 패턴은 어떻게 될까? 어떤 것들을 어떻게 판매해야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을까?

 

칼은 이 모든 것들을 (게임 개발의) 지루한 부분이라 지칭했다. 그리고 개발에 있어서 이 같은 지루한 부분에 너무 집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비즈니스 모델은 매번 새롭게 생겨났다 사라진다. 유저들의 연령, 시간, 패턴도 시시각각 달라지고 있다.

 

물론 재미 이외의 부분들을 무시하는 게 언제나 좋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게임의 흥행을 좌우하는 건 비즈니스 모델도, 유저의 패턴분석도 아닌 게임의 재미다. 게다가 지금의 게임시장은 여러 특징들을 골고루 소화할 수 있도록 다양하게 나뉘어 있다. 결국 훌륭한 게임을 만든다면 어떤 상황에서라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게 그와 DICE의 방법이다.


<배틀필드> 시리즈는 총 사용자 5,000만 명을 넘겼다.

 

 

게임 개발에 중요한 3가지는 품질·혁신·열정

 

그렇다면 재미난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게임 개발에서 DICE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품질과 혁신, 그리고 재미다.

 

품질은 게임의 기본이다. DICE는 경쟁을 좋아한다. 언제나 자기자신과 경쟁하고, 언제나 이기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이는 게임의 뛰어난 품질로 이어진다.

 

하지만 품질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건 오히려 무리수가 될 수도 있다. DICE는 <배틀필드 1942>를 개발하면서 품질에 지나치게 매달렸고 무리한 시도를 했다. 당시 DICE는 가능한 많은 탈것과 기능을 넣기 위해 노력했다. 64인 멀티플레이라는 당시로는 무리한 시도도 했다.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핵심적인 재미에 집중한 품질이다. 칼은 콜라 캔의 예를 들었다. “콜라 캔을 다이아몬드로 만든다고 해서 콜라가 더 잘 팔리거나 더 좋은 콜라가 되는 것은 아니다.결국 자신의 게임에 어떤 것이 중요한지 알고 그 부분에서 품질을 집중적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품질에 대한 과욕을 부린 <배틀필드 1942>.

 

두 번째는 혁신이다. 게임 개발에서 혁신은 유행어중 하나다. 많은 개발자들이 혁신을 외치고 혁신에 대한 다양한 논리를 내세운다. 그중에는 <배틀필드> 같은 시리즈물이 진정한 혁신을 방해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칼은 혁신을 위해 모든 것이 바뀔 필요는 없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배틀필드: 배드컴퍼니>에서 도입한 환경파괴는 좋은 혁신이다. 부숴지는 건물들은 정적인 FPS게임을 동적으로 바꿨다. <미러스 엣지>를 보고 1인칭 시점의 매력을 깨달은 후 <배틀필드 3>에서 낙하산을 탈 때 자신의 다리가 보이도록 한 점, 지형에 따라 엎드리거나 쪼그린 자세로 사격이 가능케 한 점도 모두 혁신이다.

 

칼은 “DICE에서는 혁신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다. 한 게임에 너무 많은 혁신을 담는다면 오히려 품질을 만족시키지 못할 수도 있다고 충고했다.

 

왼쪽 위가 <미러스 엣지>의 화면. 오른쪽 위가 <배틀필드 3>의 화면이다.

 

<배틀필드: 배드컴퍼니>의 환경파괴는 게임을 바꿨다.


칼이 말하는 세 번째로 중요한 점은 재미와 열정이다. 여기서 재미란 게임의 재미가 아닌 개발과정의 재미를 뜻한다. 재미있는 게임 개발은 재미있는 게임을 만든다. DICE는 지금 재미있게 게임을 만드는 단계다.

 

하지만 게임 개발이 언제나 재미있을 수는 없다. 그래서 그들에는 열정이 필요하다. 칼은 “DICE 20년 동안 엄청나게 커졌지만 우리는 여전히 너드(NERD: PC 등에 몰두하는 괴짜)다. 인생은 짧은 만큼 어떤 일에 대해 열정적이 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