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 취직을 희망하는 이들을 위한 ‘종합선물세트’, 넥슨 커리어 클럽 행사가 22일 서울 논현동 플래툰 쿤스트할레에서 개최됐다. 이날 행사는 취업상담과 포트폴리오 상담, 릴레이 직무강연, 그리고 파티까지 함께하는 이색 채용 설명회였다.
여러 프로그램 중 지난 4월에 열렸던 NDC(넥슨개발자컨퍼런스) 2012 인기 세션을 다시 들을 수 있는 릴레이 강연은 많은 참가자들의 시선을 끈 코너였다. 그중에서 NDC에서는 공개되지 않았던 넥슨 인재개발팀 권도영 팀장의 강연을 소개한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 “진정 원하는 것을 찾아라”
“제 학점과 영어점수는 이 정도인데 어떤 직무가 적합한가요?”, “이 직무의 경쟁률은 얼마나 되고 연봉이나 복지는 어떤가요?”
권 팀장은 채용상담에서 자주 듣는 몇 가지 질문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이런 질문들이 숨기고 있는 ‘무기력’은 개인이나 회사 모두에게 좋지 않다며, 직무에 지원하기 전에 스스로 진정 원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가 강조한 것은 자신의 인생 속에 숨겨져 있는 재능과 열정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아무리 특출 난 것 없이 살아온 사람이라도 그의 인생에는 하나의 경향이 있다. 바로 이것이 그의 무의식 속에서 그를 움직이게 하고 뛰어나게 하는 열정과 재능이다.
권 팀장은 자신의 과거를 예로 들었다. 경영학을 전공한 그가 처음 눈길을 준 직무는 마케팅이었다. 하지만 경영학이라는 방대한 너비의 전공, 학회 시절 인사관리 전공, 다년 간의 기숙사 경험 등은 그를 인사담당자로 이끌었고 오늘날의 그를 만들었다.
그는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며 “자신의 인생 속에 숨어 있는 재능과 열정을 찾아 결합하는 것이 구직의 첫 걸음”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 인사팀장이 말하는 구직 팁
“오지랖, 생각전환, 일단 해보기.” 권 팀장은 이 3개의 단어를 구직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먼저 ‘오지랖’은 관심이다. 게임이라는 분야는 어떤 업종보다도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다. 그런 만큼 자신의 직무는 물론 다른 분야까지의 폭넓은 관심이 생존에 필수적인 덕목이다.
‘생각전환’은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찾아내는 방법이다. 두서없이 살아온 인생이라도 그 속을 잘 들여다보면 관통하는 경향을 찾을 수 있다. 바로 그 사람의 무의식 속에 숨어 있던 재능과 열정이다. 물론 한 가지 목표만 바라보고 일직선으로 살아온 이들에 비하면 그 선이 효율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비뚤어진 선은 그 분야에서 그만큼 더 경험을 쌓았다는 표시이기도 하다.
‘일단 해보기’는 멈춰 있는 것에 대한 경계다. 권 팀장은 “마음만 먹는 것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며 구직자들에게 무엇이든 지금 당장 움직일 것을 주문했다. 이렇게 얻은 경험들은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재능과 열정을 찾아내는 열쇠이기에 ‘행동’은 그가 가장 강조한 항목이었다.
권 팀장은 넥슨에 지원하며 참조할 만한 팁도 함께 소개했다. 예컨대 게임회사는 각각의 직무나 그 직무가 맡은 업무가 다른 경우가 많다. 때문에 지원하는 회사에 어떤 직무가 있고 어떤 일을 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류심사와 자기소개는 ‘필요한 것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만약 자신의 장점을 빼놓는다면 면접관은 당연히 이를 알 수 없고, 장점을 두서없이 설명한다면 시간이 부족한 면접관은 이를 놓치기 십상이다.
프로그래머나 아티스트의 경우 자신의 성과물을 어떻게 어필하느냐가 중요하다. 만약 아티스트라면 작품의 베스트샷과 그 구조를 보여주는 샷을 같이 첨부하면 좋고, 작품에 대한 설명이나 코멘트가 함께 있다면 더욱 좋다. 프로그래머라면 자신이 작성한 코드의 일부를 넣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프로그래밍은 논리와 규칙의 싸움이기에 문장의 논리력과 문법도 중요한 판단기준이 된다.
권 팀장은 마지막으로 구직자들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그의 동료 중에는 9번의 시도 끝에 넥슨에 입사한 사람이 있다. 그는 구직에 실패할 때마다 큰 아픔을 겪었지만, 이를 포기하지 않고 점점 나아져 마침내 그가 진정 원하는 회사, 진정 원하는 직무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권 팀장은 “포기하지 않는 사람만이 진정 바라는 것을 얻을 수 있다”며 자신이 원하는 것과, 이를 갈구하는 마음을 강조하며 강연을 끝맺었다.
■ “자신을 알고 직무를 알아라”
다음은 권도영 팀장과 현장에서 진행한 미니 인터뷰 내용이다.
TIG> 재작년은 극장, 작년에는 민들레영토, 올해는 클럽이다. 매번 이색적인 채용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권도영: 이런 설명회 말고도 대학교를 중심으로 한 설명회도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자리는 아무래도 딱딱해지기 쉽고 더 많은 사람들과 접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이런 형식의 자리를 마련했다. 또 이 편이 회사의 분위기도 더 잘 전달할 수 있는 것 같다.
올해 채용설명회가 열린 서울 논현동 플래툰 쿤스트할레 모습.
TIG> 발표 중 넥슨의 인재상을 “함께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는데 두루뭉술하다. 더 구체적인, 아니면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인재상이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겁이 없지만 예의 바른 사람과 함께했으면 좋겠다. 모순되는 말 같지만 사실은 도전과 열정, 소통에 관한 이야기다. 도전과 열정이야 IT기업 전반에서 중시하는 덕목이고 개인적으론 소통에도 중점을 둔다.
사실 게임만큼 소통이 중시되는 산업은 없다. 개발만 하더라도 기획과 프로그래밍, 아트 등 각기 다른 분야의 의견들을 조율해야 하고, 이를 회사로 넓히면 개발과 운영, 홍보라는 각각의 영역들이 끊임없이 의견을 나눈다. 업무 환경이 이런 만큼 사람을 대하는 태도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TIG> 선호하는 자기소개서 스타일이 있다면?
‘어려서부터 엄하신 아버지와…’나 ‘넥슨의 미래는 앞으로…’와 같은 틀에 박힌 스타일은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왜 이 직무에 지원했고, 어떤 점이 강점이고, 무슨 꿈이 있는지’와 같은 구체적이고 주관이 있는 자기소개서를 선호한다. 요즘 많은 구직자들이 스펙이나 전공에 ‘맞춰’ 지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주변 환경에 떠밀리기보단 자신이 진정 원하고 잘하는 것에 지원했으면 좋겠다.
TIG> 고등학교는 수능, 대학은 영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점수를 맞추는 데 익숙해져 있다. 점수만 맞추느라 자신의 꿈을 모르는 이들에게 조언을 하자면?
올해 상반기에 게임 기획 분야에 합격한 직원이 있다. 그는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게임 경험이 전무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넥슨인 기자단’을 통해 게임을 알게 되었고 어느새 게임 기획자를 지망하게 되었다. 비록 사내 인턴 모집에는 떨어졌지만, 밤을 새우며 게임을 하고 관련 책도 사고 학원도 다니면서 부족했던 점을 채워 올해 상반기 기획자가 되었다.
만약 그가 기자단을 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지 않았다면, 그 짧은 시간 동안에 열정을 다할 수 있었을까? 중요한 것은 일단 부딪혀서 알아내는 것이다. 점수라는 틀에 갇혀 있지 말고, 다양한 경험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는다면 부족한 것은 언제든지 채울 수 있다.
TIG> 강연이 대부분 호평이다. 혹시 오늘 강연을 인터넷 등을 통해 공개할 생각이 있는가?
NDC에서 했던 강연들은 NDC 공식 블로그(//ndc.nexon.com/)를 통해 볼 수 있다. 내가 오늘 발표했던 내용도 조만간 인터넷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TIG> 내년 행사에서 더 보강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흔치 않은 형식의 행사인 만큼 매번 아쉬움이 남는다. 올해는 신설된 포트폴리오 상담이 예상보다 인기가 좋았다. 내년에는 포트폴리오 상담 코너를 보강해 보다 많은 분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조율해야겠다.
작년에는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참석해 올해는 더 큰 장소로 정했는데도 아직 부족하더라. 작년에 이틀 동안 있었던 행사 참석자보다 많은 분들이 오늘 행사를 찾으셨다. 내년엔 더 넓은 자리를 물색해야 할 것 같다.
22일 오전 10시부터 저녁 10시 30분까지 이어진 커리어 클럽에 1,000 명 가까이 참석했다.
TIG> 하반기에 넥슨과 자회사에서 150명의 신입사원을 모집한다. 혹시 회사별 배정인원을 알 수 있는가?
넥슨 본사가 50% 정도, 그 뒤로 네오플, JCE, 게임하이, 네스토릭 순으로 인원을 모집한다. 중복신청이 가능하고 회사별 3지망까지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구직자들에게 주어진 경우의 수는 많다. 채용 과정에서 구직자들의 의향을 최대한 반영할 생각이다.
TIG> 넥슨 혹은 게임업계에 취직을 희망하는 지원자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게임이라는 업종 자체가 최근에 부각된 업종이다 보니 직무에 대한 이해가 가장 중요하다. 개발이나 사업 분야를 희망하는 구직자라면 NDC 블로그(//ndc.nexon.com/)에 있는 강연 자료들이 직무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음은 지원하는 회사의 채용 프로세스를 아는 것이다. 채용 프로세스를 알면 그에 맞춘 준비가 가능하다. 요즘은 회사마다 홈페이지에 채용 프로세스를 설명해 놓는 경우가 많으니 목표만 확실하면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그동안 어떤 경험을 했고 이를 통해 내가 가장 원하는 것, 잘하는 것을 알아내는 것이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5년 후 첫 직장에 남아 있는 사람은 30%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를 거꾸로 말하면 70% 이상이 스스로 진정 원하는 것을 몰라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다. 무작정 학과나 스펙에 맞춰 직무를 지원하지 말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을 찾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