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이하 여성부)가 지난 11일 발표한 ‘강제 셧다운제 대상 게임물 평가계획 세부안’(이하 평가안)에 대해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문화연대와 민주통합당 전병헌 의원실은 27일 서울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청소년 게임 이용 평가계획 관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여성부의 평가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며 더욱 발전된 정책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참석자 대부분은 게임의 역기능과 정부 규제의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했지만, 현 정부의 정책 기조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온도 차이를 보였다.
■ “게임에 대한 몰이해” VS “셧다운제 적용평가에 적합”
토론의 발제를 맡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는 ‘청소년 인터넷게임 건전이용 평가 계획 고시안의 문제점과 대안’이라는 발표를 통해 여성부가 게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로 평가안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평가기준인 상호작용, 보상구조, 경쟁심 등은 게임을 구성하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요소들로 게임을 평가한다는 것은 게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게임을 부정적인 콘텐츠로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외에도 평가안 곳곳에 쓰인 ‘강박적’과 같은 모호한 기준, 주무기관인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의 독립성 부족 등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여성부의 평가안 개발에 참여한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유홍식 교수는 평가안은 유해성이 아니라 단순히 게임을 오래 하게 만드는 요소를 찾기 위한 지표라고 설명했다. 그는 “평가안은 재미있는 게임을 찾기 위한 기준이다. 너무 재미있어 심야에도 게임을 끄지 못하는 아이를 위한 셧다운제 적용평가 기준으로 이는 당연하다”는 논리를 폈다.
유 교수는 게임의 유해성은 평가안이 아니라 셧다운제 법안이 판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규제는 적을수록 좋지만, 그럼에도 셧다운제가 필요한 것은 실제로 게임으로 인한 부작용이 행정안전부 통계에서 심각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 “모바일게임 셧다운은 자라나는 새싹을 짓밟는 행동”
평가안과 셧다운제에 대한 유 교수의 발언은 토론의 주제를 셧다운제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인기 모바일 퍼즐게임 <애니팡>을 만든 선데이토즈의 이정웅 대표는 정부의 규제가 중소기업이 많은 국내 모바일게임 업계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셧다운제 적용 장치 마련만 하더라도 중소업체는 회사의 사활을 걸어야 한다”며 과도한 규제는 제 2의 <애니팡>을 없애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 게임콘텐츠산업과 이수명 과장은 향후 평가계획과 절차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 과장은 “여성부의 평가안은 평가절차나 평가기구 선정과정, 향후 적용방식에 대해 알려진 바가 적다”며 이런 폐쇄성이 향후 정책의 신뢰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문화부는 여성부의 평가안에 대해 재검토 의견을 전달해 놓은 상태다.
여성부 청소년매체환경과 김성벽 과장은 “게임은 좋은 면과 나쁜 면이 공존하지만, 청소년 보호의 역할을 맡은 여성부로서는 부작용을 막는 데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그는 토론의 주제인 평가안에 대해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보다 나은 정책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문제”
정부 정책에 대한 논의 외에 게임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을 지적하는 내용도 있었다.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윤태진 교수는 정부의 게임정책에는 사회가 게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들이 내포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알콜중독자가 사고를 일으키면 중독자에게 벌을 주지 술을 규제하진 않는다. 게임 규제는 사회가 게임을 어떻게 보는지를 잘 알려주는 결과물이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보다는 청소년과 게임을 이해하려는 노력부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의 ‘검은빛’은 게임 과몰입의 원인을 게임이 아니라 사회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게임에 대한 청소년들의 몰입이 각박한 교육환경과 게임 외에 다른 놀이를 찾을 수 없는 사회환경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셧다운제 적용 1년이 다 된 지금, 줄어든 게임 이용시간은 3%인데 반해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이나 기타 청소년 사고는 줄지 않았다”며 잘못된 문제진단에 대해 고민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