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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던전앤파이터가 노린 틈새는 네트워크 기술

네오플 허민 대표 AOGC 2006 강연

스내처 2006-10-20 20:12:47
“다른 사람이 ‘아니오’라고 말할 때 ‘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TV 광고 카피로 익숙한 문구입니다. 긍정적인 자세와 도전정신을 간단명료하게 설명한 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아시아온라인게임 컨퍼런스 2006’에서 네오플 허민 대표가 ‘<던전앤파이터>의 틈새시장 공략 성공사례’라는 주제를 통해 풀어놓은 <던전앤파이터> 개발 및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 말이 문득 뇌리를 스쳤습니다.


남들이 3D RPG를 개발하고 있을 때 과감하게 2D RPG <던전앤파이터>의 개발을 시작하고 이를 성공한 온라인게임의 반열에 올려놓았기 때문입니다. 3D 일색의 온라인게임시장에서 <던전앤파이터>는 ‘퍼플 카우’였다고 자신있게 이야기 했던 네오플 허민 대표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디스이즈게임


AOGC 2006에서 강연을 하고 있는 네오플 허민 대표.

 

 

◆ 틈새시장은 2D가 아닌 네트워크 기술이었다

 

대부분의 업계 관계자는 하드코어 3D MMORPG가 시장을 주도해나가는 기존 온라인게임시장에서 <던전앤파이터>가 노린 틈새시장은 ‘2D 그래픽을 사용한 캐주얼게임’이라고 이해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허민 대표가 생각한 틈새시장은 ‘2D 그래픽’이 아닌 ‘네트워크 기술’이었습니다. 주제 강연장을 찾은 업계관계자들도 ‘어떻게 2D 그래픽으로 온라인게임시장의 틈새를 공략했을까’에 대한 궁금증뿐이었기 때문에 허 대표의 이러한 설명은 꽤나 충격이었습니다.


허민 대표는 “그동안 액션장르를 온라인게임에 도입하고자 했던 게임업체는 많았지만 기술적인 문제, 또는 네트워크 문제로 인해 기피해온 것이 사실이다. 액션장르는 때리고 싶을 때 때리고 피하고 싶을 때 피해야 하는 실시간성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에 대한 기술력은 마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던전앤파이터>는 온라인 액션게임이다”고 설명했습니다.


허민 대표가 <던전앤파이터>를 온라인 액션게임이라고 힘주어 말하는 것은 기존 게임업체가 네트워크 기술력을 문제로 기피해 왔던 액션장르를 ‘온라인게임’으로 개발해 대전격투 게임에서나 느낄법한 순간순간의 긴장감을 전달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던전앤파이터>는 온라인게임시장의 틈새가 아닌 특정 장르에 대한 기술력 구현이란 틈새를 노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입니다. 허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던전앤파이터>의 이런 성공은 국내 뿐만아니라 바다 건너 일본에서도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는 “일본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던전앤파이터>에서 유저가 게임에 접속해 파티를 맺고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확률은 99.7%이다. 이는 안정적인 네트워크 기술력이 바탕이 되지 않았다면 얻을 수 없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며 일본시장에서의 사례도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온라인게임에서 ‘네트워크 기술력’은 필수요소이기 때문에 틈새가 될 수 없다”라고 말씀하시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이에 대해 허민 대표는 “온라인게임이기 때문에 결코 네트워크 기술력 자체만으로는 차이점이라고 말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보유하고 있는 네트워크 기술력의 완성도 차이는 틈새가 될 수 있다. 특히 극도의 실시간성이 요구되는 액션장르에서는 더욱 그렇다. <던전앤파이터>가 노린 틈새는 바로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자신있는 요소에 대한 적극성을 가져라

 

네오플이 <던전앤파이터>를 기획할 당시 허민 대표가 고민했던 것은 ‘<던전앤파이터>에 쏟아 부을 네오플의 강점은 무엇일까?’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고민 끝에 허민 대표가 꼽은 것은 ‘아이디어’, ‘기술적 우위’, ‘2D 그래픽’의 3가지입니다. 그리고 <던전앤파이터>가 성공한 데는 이런 자신있는 요소를 활용하며 망설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도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네오플의 첫 번째 강점 ‘아이디어’에 대해 허민 대표는 <캔디바>를 예로 들며 설명을 했습니다.


“네오플이 2003년 런칭한 <캔디바>는 미팅을 소재로 한 온라인게임입니다. 게임에서 미팅을 한다.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아이템이고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는 게임입니다. 하지만 게임을 성공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네오플은 <캔디바>를 국내 온라인게임시장에서의 성공반열에 올려놓는데 성공했으며 지난 5년간 개발한 20여가지의 게임에서도 그에 대한 가능성을 어느 정도 확인했습니다.”


두 번째 강점인 ‘기술적 우위’는 앞서 설명한 ‘네트워크 기술’입니다. 허민 대표는 이에 대해 기획, 개발력, 엔진기술 등 게임개발에 필요한 다른 핵심기술 부럽지 않은 자산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네오플은 ‘네트워크 기술’의 보완 및 발전을 위해 별도의 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강점인 ‘2D 그래픽’은 네오플이 지난 5년간 20여가지의 게임을 개발하면서 가장 많은 노하우를 쌓은 부분입니다. 일부는 <던전앤파이터>가 2D 그래픽을 선택한 것에 대해 ‘시대를 역행한 선택’이라고 혹평하기도 했었죠.

 


허민 대표는 “<던전앤파이터>를 3D로 보기 좋게 개발할 자신이 없었다. 시장은 이미 3D가 대세였지만 어설픈 3D보다는 자신있는 2D로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속편하다”며 당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던전앤파이터>는 2D 그래픽을 선택함으로써 '미려한 그래픽 완성도‘를 버린 대신 ’효과적인 해외시장 진출‘이란 보너스를 얻게 됐습니다.


허민 대표는 “전략적으로 볼 때 국내를 포함한 몇 몇 온라인게임 선진국을 제외하면 유저가 고사양 컴퓨터를 가지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라그나로크>가 해외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것은 게임성 외에 비교적 사양이 낮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던전앤파이터>도 그런 점에 착안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는 “2D 그래픽이기 때문에 게임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지 말아달라. 완성도를 떠나 3D 일색이었던 국내 온라인게임시장에서 2D는 차별점이 될 수 있다. <던전앤파이터>는 ‘퍼플카우(제품 자체만으로 시장으로부터 주목할 만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일컫는 말)’였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 개발 - 퍼블리싱 - 서비스의 삼권 분립

 

허민 대표는 <던전앤파이터>가 성공한 데는 앞서 설명한 요소 외에 개발, 퍼블리싱,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분리된 현재 네오플의 개발환경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게임성공에 대한 지표는 신규가입, 동시접속자, 매출 등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현재 <던전앤파이터>에서는 신규가입은 퍼블리셔인 삼성전자가, 동시접속자는 네오플 개발스튜디오가, 매출은 네오플 서비스팀이 각각 전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쉽게 말해 삼성전자는 신규가입자의 폭을 넓히는 일에만 몰두하며, 개발스튜디오와 서비스팀은 각각 유저가 오래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하는 방안과 그에 필요한 컨텐츠를 마련하는데 주력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개발, 퍼블리싱, 서비스의 삼권을 분리한 이유는 재미있게 컨텐츠를 개발하는 것과 컨텐츠를 판매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결국 이를 통해 <던전앤파이터>는 컨텐츠 소모가 비교적 빠른 ‘액션장르’의 단점을 극복하고 기록적인 동시접속자 수와 매출을 기록하며 효과적으로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는 결실을 맺게 되었습니다.


허민 대표는 강연 마지막에 “개발사는 공장이 아니다. 게임개발은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상업적인 부분과 재미를 추구하는 부분은 반드시 분리되야 한다. 게임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이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던전앤파이터>의 성공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