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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영등위 심의중단, 초유의 심의공백 사태발생

PC·콘솔게임 30여개, 온라인게임 13개 심의 반려

이재진(다크지니) 2006-10-25 20:36:24

게임물 등급심의가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게임물등급위원회로 이관되는 과정에서 업무 공백이 발생, 게임 유통사들이 일대 혼란에 빠졌다.

 

29일부터 발효되는 게임산업진흥법에 맞춰 게임물 등급심의는 기존의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게임물등급위원회로 이관된다. 문제는 등급심의 이관 과정에서 업무 공백이 발생해 한동안 정상적인 게임 등급심의가 불가능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주요 게임 유통사들이 겨울 게임시장 성수기에 맞춰 신작을 출시하는데 큰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온라인게임 업체들도 겨울 시즌 게임 런칭을 앞두고 999명 이상의 대규모 테스트를 해야 하는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되었다.

 

 

■ 영등위 29일부로 심의 중단, 미심사 게임 40여개

 

게임산업진흥법에 따라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의 게임물 등급분류 업무는 29일부로 중단된다. 문제는 영등위가 29일까지 접수된 게임의 등급심사를 완벽하게 끝마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영등위 심의 담당자는 "게임 내용이 많은 PC, 비디오게임의 경우 예심 위원들이 게임내용을 파악해서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요소된다. 때문에 업무는 29일까지 하더라도 접수받은 게임의 등급심사를 모두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미 영등위 홈페이지에는 10월 17일 이후에 접수된 게임에 대한 등급지정이 모두 이루어질 수 없으며, 등급 미심사 게임은 신청 업체에게 그대로 반려될 것이라는 공지문이 올라와 있는 상태다.

 

영등의 심의 담당자는 "10월 17일 이후에 접수된 온라인게임들은 대부분 등급심의를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내용이 방대한 PC, 비디오게임은 최선을 다했지만 30여개 게임의 등급심의가 미결된 채 업무를 종료하게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영등위는 지난 25일 온라인게임에 대한 마지막 심의를 진행했으며, 26일에는 PC·비디오게임에 대한 마지막 심의를 진행한다. 최종 심의에서도 처리되지 못한 게임들은 접수 당시 업체가 제출한 심사 수수료와 자료들이 그대로 업체에게 되돌아 간다.

 

10월 29일부터 게임물 심의를 하지 않게 된다는 영등위의 공지. 아래에는 17일까지 접수된 게임의 심의만 진행되며 미처리 게임은 신청사에 반려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 게등위 30일 업무시작, 그러나 정상 심의는 불가능

 

게임 등급심의 정상화의 열쇠는 새롭게 발족하는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등위)에게 넘어간 상황이다. 게등위는 25일 문화관광부를 통해 9명의 심의 위원을 위촉했으며, 오는 30일 사무실 현판식을 갖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간다.

 

하지만 게등위가 바로 등급심의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제 심의 위원 15명 중 10명을 위촉했을 뿐, 사무국 직원, 예심 위원 등 실질적인 등급심사에 필요한 인력은 한 명도 내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문화관광부 게임산업팀 관계자는 "사무국 직원들은 우리가 내정하는 것이 아니다. 심의 위원들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상 등급심의가 30일부터 진행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 일단 영등위로부터 인수인계부터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게등위 실무 직원 선발 일정과 업무 정상화 시기를 묻는 질문에 문화관광부 게임산업팀 관계자는 "위원들이 알아서 할 것이다. 우리는 그냥 최대한 빨리 등급심의를 시작하라고 재촉하는 것밖에 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 영등위, "인수인계 할 실무 직원이 없다"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게임물 등급분류 업무를 담당했던 직원들은 10월 30일부터 직재 개편에 따라 완전히 다른 업무에 배치될 예정이다. 하지만 영등위 실무자들은 아직 게등위에게 인수인계조차 시작하지 못한 상황이다. 인수인계할 대상 실무자가 없기 때문이다.

 

영등위 심의 담당자는 "인수인계 할 대상이 없다. 수 년간 누적된 자료나 심의 실무 과정에 대해 설명을 하려도 해도 담당자가 없이 때문이다. 우리는 다음 주부터 다른 부서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된다"고 말했다.

 

영등위 담당자의 설명에 따르면 여태까지 쌓인 심의 자료는 게등위에 전달되겠지만, 세부적인 실무 노하우나 논쟁거리가 될 만한 게임의 등급분류관련 정보와 지식은 전달이 힘든 상황이다. 29일 이후로 영등위에서 게임물 등급분류를 담당하던 분과는 사라지기 때문이다.

 

모든 패키지게임은 '등급분류번호'를 받아야만 정상적인 유통이 가능하다.

 

 

■ 등급심의, 11월 둘째주 이후나 재개 전망

 

이런 상황에서 게등위가 업무를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정상적인 게임 등급심의는 11월 둘째주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심의 위원들만으로는 아무런 실무 진행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임을 심의하기 위해서는 먼저 예심 위원들이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거나 동영상 및 자료를 참고해 '보고서'를 작성하게 된다. 그 후 심의 위원들이 모여 보고서와 자료를 참고해 해당 게임의 적정 이용 등급을 매기게 된다.

 

게등위는 아직 사무국 직원을 뽑은 상태도 아니고, 영등위로부터 인수인계를 받은 것도 아니다. 여기에 예심 위원들이 보고서를 작성하고 그것을 토대로 새로운 심의 위원들이 등급을 부여하기 까지는 또 한참의 절차가 남아 있다.

 

문화관광부는 25일 게등위 심의 위원 위촉을 알리는 보도문을 통해 "영등위로부터 등급분류 대기중인 게임물의 심의 및 현안 과제 게임물의 등급분류 문제를 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이미 영등위 실무자는 등급 미분류 게임을 해당 업체에 반려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 초유의 심의공백 사태에 유통사들 망연자실

 

영등위에서 게등위로의 등급심의 업무 이관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하면서 발생한 심의 공백 사태에 게임 유통사들은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영등위에서 접수는 받았지만 29일까지 처리하지 못해 업체에 반려되는 게임 중에는 <위닝 일레븐 10 유비쿼터스 에볼루션> <메탈기어솔리드 포터블 옵스> <WWE 스맥다운 VS 로우 2007> <네버윈터 나이츠 2> <포르자 모터스포츠 2> 등의 기대작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해당 유통사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대부분의 비디오 게임들은 디스크의 프레싱을 해외에서 직접 해서 들어오고 있기 때문에 등급이 나오지 않으면 패키지 제작일정부터 모두 꼬여 버린다. 현행법에 의하면 게임등급 표시를 게임 디스크 표면에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대형 유통사의 관계자는 "이용 등급이 나오면 디스크 레이블을 디자인 해서 해외로 보내 게임 디스크 프레싱을 하게 된다. 때문에 등급 분류 이후 최소 한 달 반 이상이 지나야 등급 레이블이 표시된 디스크를 받게 된다. 주요 기대작의 연말 출시는 사실상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영등위에 10월 중순에 심의를 신청했다가 미분류되어 반려된 게임들은 게등위의 업무가 정상화 되어도 11월 중순에나 등급을 부여 받을 수 있게 된다. 대부분 유통사들이 10월 말에 등급을 받고 12월 말 성수기에 신작을 출시하려고 세워뒀던 계획이 내년 1월 이후로 밀리게 되는 것이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게임관련 법규로 정비되는 것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게임 심의기관들의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심의 공백이 생긴 것은 어처구니가 없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고 하는 정부기관의 태도가 더욱 당황스럽다.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심의가 정상화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국내에 출시되는 모든 패키지게임의 디스크 표면에 등급 표시를 해야한다. 이 때문에 프레싱 전에 등급을 먼저 받아야 한다. 심의 공백이 2주 이상 지속되기만 해도 대형 유통사들은 연말 대작 출시 일정에 직격탄을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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