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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종합] 게임위, 번갯불에 콩볶듯 출범

심의 접수는 개시, 심의 일정은 아직 미정

이재진(다크지니) 2006-10-30 15:22:11

 

심의공백 사태가 게임업계의 논란거리로 떠오른 가운데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가 30일 오전 10시 서울 충정로 골든브릿지 빌딩에서 현판식을 갖고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문화부 김명곤 장관과 지난 25일 위촉된 게임위 위원들, 게임위 직원들이 참석해 현판식과 기자간담회를 가졌습니다. 현판식 후에는 게임위 1층 로비에서 김기만 위원장의 취임사와 김명곤 장관의 축사가 있었습니다.

 

현판식에 참석한 기자들은 간담회 내내 우려섞인 질문 공세를 펼쳤지만, 지난 25일 위촉된 게임위 김기만 위원장은 저간의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관계로 "열심히 하겠다. 게임업계의 피해를 최소화 하겠다"라는 말과 향후 계획에 대한 윤곽만 답변했습니다.

 

지난 디스이즈게임의 칼럼에서도 밝혔듯 게임위 출범 지연의 책임은 분명 문화부 실무자들에게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기자간담회 자리에 없었습니다. 그저 김기만 위원장과 심의 위원들만이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가운데 "잘해 보겠다"는 출사표를 던졌을 뿐입니다.

 

현판식을 마친 김명곤 장관과 김기만 위원장 및 심의 위원들.

 

 

■ 김기만 위원장, "게등위 말고, 게임위라고 불러달라"

 


게임위 김기만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번갯불에 콩 볶는다는 말이 실감나는 지난 며칠이었다"라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간곡한 어조로 "게등위라고 줄여 부르면 어감이 안 좋지 않나. 앞으로는 게임위라고 불러달라"고 참석한 기자들에게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25일 위촉장을 받은 다음날인 26일부터 28일까지 3일간 300여명을 면접해 일요일인 29일 30여명의 합격자를 발표했고, 일요일 오후 5시에 합격자들이 3시간 동안 벼락치기 오리엔테이션을 마쳤다고 설명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는 것에 뿌듯해한 눈치였습니다.

 

이어서 김 위원장은 "게임과 게임이 아닌 것의 구분을 명확히 해 사행성 도박게임을 뿌리뽑고, 건전한 게임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강조해 지난 여름 바다이야기 파문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사실 바다이야기의 파장이 너무나 컸기 때문에 게임위 출범식의 주요 주제는 '정상 심의 재개'와 더불어 '사행성 도박게임에 대한 처리'였습니다. 연말 출시가 불투명해진 비디오·PC게임 기대작들과 18세 이상 이용가를 받았던 온라인게임의 재심의 문제는 제대로 언급될 틈도 없었습니다.

 

 

■ 김명곤 장관, "바다에 빠졌던 국민들 구하겠다"

 


김기만 위원장의 취임사에 이어 연단에 선 김명곤 문화부 장관 역시 바다이야기 이야기로 시작해 사행성 도박게임 근절을 강조했습니다.

 

김명곤 장관은 "지난 여름 바다에 빠져 온 국민이 허우적 댔다. 불법 성인게임, 사행성 도박게임을 뿌리뽑는게 우리가 할 일이다"라며 국민들을 위해 '제 2의 바다이야기' 사태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이어서 김 장관은 "원칙과 방향성을 점검하고 공정성과 투명성을 기준으로 철저히 심의하겠다. 문화부는 게임위가 정상업무를 할 때까지 행정, 인력 부분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게임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사실 김명곤 장관에게 묻고 싶었던 건 딱 한가지였죠. "왜 이렇게 게임위의 출범이 늦어졌는가? 게임업계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됐던 것인가?" 하지만 장관의 행사참석이 늘 그렇듯 현판식 이후에 게임위 사무실을 한 번 둘러보고는 바로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게임위 사무실 1층 로비에서 진행된 김명곤 장관의 축사. 맞은편에는 심의 위원들과 직원들, 그리고 취재진들이 모여 있다.

 

축사 이후에 게임위 사무실 안내를 받고 있는 김명곤 장관.

 

 

■ 게임위 사무실, '외상으로 산 집기만 덩그러니~'

 

김 장관은 축사 이후 게임위 사무국장의 안내에 따라 사무실을 둘러봤습니다. 사무실은 깨끗하다 못해 썰렁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사무 가구와 컴퓨터, 그리고 부서별 표지판만 달려 있었습니다.

 

게임위는 사후지원팀, 정책심의지원팀, 불법게임물감시단, PC온라인 전문위원실(심의실)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바로 어제 오리엔테이션을 마친 직원들은 자리만 지키고 있는 수준이었죠.

 

김기만 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전산 시스템도, 홈페이지도 없고 집기와 비품도 외상으로 사왔다. 늦었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솔직한 상황을 털어놨습니다.

 

김 위원장은 "일단 기존 영등위의 홈페이지와 전산시스템을 빌려서 사용하고 홈페이지는 12월 말까지, 전산시스템은 내년 3월까지 구축하겠다"고 일정을 밝혔습니다. 안정적인 게임 등급심의가 언제부터 이루어질지 확신할 수 없지만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PC·온라인 전문위원실을 둘러보는 김명곤 장관.

 

어제(29일) 합격통보를 받고 오리엔테이션을 받은 게임위 직원들이 책상에 앉아 있다.

 

취재를 마치고 게임위 건물을 빠져나오는 데 이미 1층 안내 데스크의 전화기에는 불이 났더군요. 영등위 홈페이지에 띄워진 임시 심의절차 안내에 따라 발등이 불이 떨어진 유통사들이 "오늘이라도 당장 게임을 들고 찾아오겠다"라며 담당자에게 하소연을 하고 있었습니다.

 

안내 데스크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심의 접수는 지금도 오프라인이나 온라인(기존 영등위 시스템)으로 받겠지만, 실질적인 등급은 다음주 후반이나 돼야 나갈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토요일, 일요일도 교대로 근무하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게임업계의 피해를 최소화 하겠다"는 김기만 위원장의 애처로운 다짐이 부디 현실화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