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 2>(이하 스타2) e스포츠의 도약을 위한 청사진을 공개했다.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이하 WCS)를 중심으로 전 세계 스타2 리그들이 통일화된 시스템과 체계적인 일정을 내세웠다. 한국, 북미, 유럽으로 구역을 나눠 지역 대회를 치른 뒤 시즌 파이널, 글로벌 파이널이 열린다. 블리자드는 WCS 글로벌 파이널을 한 해의 스타2 최강자를 가리는 최고 권위의 대회로 만들 생각이다.
지역 대회는 예선-하부 리그(챌린저 리그)-상부 리그(프리미어 리그)로 구성되고 이는 한국 외에 북미·유럽 지역 대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북미에서는 MLG, 유럽에서는 ESL이 파트너로 선정됐다. 또한 시즌 파이널 및 글로벌 파이널 진출자를 가리기 위해 포인트 시스템이 도입됐고, 선수들은 포인트를 확보할 지역을 선택해야 한다.
사실상 전 세계 주요 스타2 대회들을 블리자드가 주최하는 ‘대격변’인 셈이다. 아직 북미·유럽 WCS를 어떻게 치를지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현재까지 발표된 내용을 토대로 기대되는 점, 우려되는 점, 보완하면 좋을 점을 살펴봤다. /디스이즈게임 김경현 기자
■ 기대되는 점: 스타2 글로벌 흥행을 노릴 수 있다
① 블리즈컨 2013에 스타2 팬 이목 집중
지난 2012년 전 세계를 강타한 e스포츠 이벤트로는 단연 ‘롤드컵(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시즌2)’를 들 수 있다. 마치 축구의 월드컵과 같은 느낌을 줬다. WCS도 이 같은 효과를 노린다. 글로벌 파이널을 향한 한국, 북미, 유럽 출전자들의 경쟁, 시즌 파이널 때마다 탄생하는 우승 후보 등 스토리라인을 바탕으로 진정한 한 해의 최강자가 탄생하게 된다. 전 세계 스타2 팬들의 이목이 WCS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② 롤드컵 10억, 도타2 인터네셔널 10억, WCS는?
지난해 롤드컵과 도타2 인터네셔널 우승 팀은 ‘최강팀’이라는 명예와 함께 10억 원에 가까운 상금을 벌었다. 선수들에게는 부와 명예를 한 번에 차지할 수 있는 최고의 동기부여다. WCS 역시 이 같은 형태를 표방하고 있다. 글로벌 파이널 우승자는 진정한 월드스타로 거듭날 가능성이 있다.
③ 1년 내내 스타2 대회, 플랫폼도 다양하다.
국내의 경우 스타2 개인리그인 GSL과 스타리그가 WCS 산하로 재편됐다. 물론 과거 MSL-스타리그 양대 리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팬들에게는 아쉬운 소식이다. 하지만 1년 내내 꾸준히 스타2 대회가 열리고, 온게임넷과 곰TV라는 다양한 플랫폼, 중계진으로 경기를 볼 수 있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북미와 유럽 WCS 역시 1년 동안 꾸준히 WCS 산하 스타2 대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 우려되는 점: 형평성 문제, 지역 선택제, 지속 가능성
① 포인트 시스템, 선수들의 동기 하락 요소 될 수도
우리나라에만 300여 명의 스타2 프로게이머들이 활동하고 있다. 전 세계를 놓고 보면 더 많은 선수들이 경쟁하는 중이다. 포인트 시스템이 지나치게 상위권 선수들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진다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선수들의 동기 하락 요인이 될 수도 있다.
② 지역 선택제를 둘러싼 한국 선수들의 고민
스타2 e스포츠는 한국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하고, 한국 선수들의 유무에 따라 해외 대회의 흥행 여부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이 선택한 지역에서만 포인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전처럼 일정만 맞으면 최대한 많은 해외 대회에 출전하던 선수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프통령’ 장민철(SK게이밍)은 본인의 SNS를 통해 “WCS는 한국 선수가 불리한 조건으로밖에 안 보인다. 특히 현재 예선에 있는 한국 선수들은 할 맛이 안 날 것 같다. 유럽이나 미국으로 가서 쉽게 올라가고 싶어 할 선수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게다가 WCS 북미·유럽의 진행 방식(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이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 프로게임단들의 고민과 궁금증은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③ 블리자드의 대규모 투자, 지속 가능성은?
블리자드가 글로벌 스타2 e스포츠를 구조조정하면서 각 단체에게 적지 않은 지원금을 썼다는 것은 공공연한 이야기다. 분명히 적지 않은 금액이다. 일단 2014년 계획까지 공개돼 있기는 하지만 2013년에 지출한 금액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중장기적인 계획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④ ‘양대 리그’를 바라던 국내 팬들의 아쉬움
국내의 경우 과거 MSL-스타리그 양대 리그 구도가 스타2 e스포츠에서도 재현되기를 바라는 팬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계획에 따라 GSL과 스타리그는 동시에 열리지 못한다. 최대한 많은 개인리그를 바라던 팬들에게는 아쉬운 점이다.
WCS의 리그 개요.(클릭하면 크게 보입니다)
■ 보완하면 좋을 점은?
① 보다 더 동기가 부여되는 포인트 시스템
지난 3일 행사는 국내 개인리그에 대한 통합에 대한 내용이 핵심이었다. 해외 대회나 포인트 랭킹 시스템 등에 대한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다. 블리자드는 WCS의 포인트 랭킹 시스템을 완성도 높게 만들어 발표해야 한다. 대회의 권위를 강화하는 동시에 도전자들의 동기 하락을 최소화할 수 있는 효율적인 포인트 시스템이 필요하다.
② 시즌 파이널 16강은 너무 적다?
시즌 파이널의 출전 선수를 조정하는 것은 선수들의 활발한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 현재 발표된 내용 대로면 시즌 파이널에는 16명의 선수가 출전하게 된다. 이에 대해 한 국내 프로게임단 감독은 “한국은 300여 명의 수준 높은 스타2 프로 선수들이 존재한다. 이를 고려해 시즌 파이널, 글로벌 파이널을 32강으로 늘리고 월드컵처럼 한국 지역에 더 많은 출전권을 부여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현재 시스템상 포인트 상위권 고착화 현상이 우려되기 때문에 시즌 파이널 때 ‘오픈 브라켓’을 도입해 깜짝 스타가 탄생하거나, 부진했던 스타 플레이어가 부활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주자는 의견도 있다.
③ WCS, 팀 단위 리그도 고려해야
WCS가 개인리그에만 치중된 부분도 보완해야 할 점이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스타2가 개인종목이기는 하지만 이미 전 세계에 많은 스타2 프로게임단이 활동하고 있다. 팀 단위 리그 역시 활발하다. 게임단과 선수의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은 스타2 e스포츠 생태계를 안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팀리그도 WCS 시스템으로 발전시키는 것도 고려할 만한 부분이다.
이에 대해 블리자드는 지난 3일 행사 FAQ 자료를 통해 “2013년은 개인리그에 집중된 계획을 세웠지만, 2014년에는 프로게임단을 위한 팀 단위 리그의 구축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팀 단위 리그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빠르게 계획을 세워 발표하는 것이 프로게임단들의 아쉬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