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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인디의 희망 크라우드 펀딩, 이렇게 성공했다

NDC 2013 강연: ‘AnS’의 크라우드 펀딩 사례 분석

김승현(다미롱) 2013-04-29 20:00:53

지난해 가을만 하더라도 국내에서 크라우드 펀딩은 생소한 개념이었다. 외국에서는 쟁쟁한 개발자들이 억 단위 후원을 받는다곤 하지만, 국내에선 100만 원 단위의 성공사례도 찾기 힘들 지경이었다. 그런 가운데 지난 11, 펀딩 시작 2주 만에 모금액 1,000만 원을 달성한 인디게임이 나타났다. 턴 방식 시뮬레이션 <아미 앤 스트레테지: 십자군>(이하 아미 앤 스트레테지).

 

개발사인 파이드 파이퍼스 엔터테인먼트의 임현호 디자이너는 25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에서 크라우드 펀딩 사용설명서’라는 강연으로 <아미 앤 스트레테지>의 투자유치 성공사례를 분석했다. 개발을 시작하면서부터 크라우드 펀딩을 계획했던 파이드 파이퍼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파이드 파이퍼스 엔터테인먼트 임현호 게임 디자이너

 

 

■ 인디 개발자의 희망, 크라우드 펀딩

 

지난해 한국인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졌던 크라우드 펀딩 사례가 무엇일까요? 영화 <26>의 제작비 모금? 킥스타터 붐을 일으킨 더블파인의 사례? 정답은 지난해 말에 있었던 국가 단위 이벤트와 관련이 있습니다. 바로 대통령 후보들의 대선자금 모금이죠. 크라우드 펀딩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생활 깊숙한 곳까지 다가왔습니다.”

 

임현호 디자이너는 지난해 있었던 펀딩 사례를 바탕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설명했다. 크라우드 펀딩은 대중을 상대로 비즈니스 아이템이나 프로젝트에 쓰일 돈을 모금하는 행위를 뜻한다. 아이디어만 좋다면 대중에게 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고, 추가로 화제를 모을 수도 있기 때문에 최근 활동가나 인디게임 종사자 등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모델이기도 하다.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영화 <26> <또 하나의 가족> 제작비 모금 사례를 통해 소셜펀딩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게임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원숭이 섬의 비밀> 시리즈의 개발자가 있는 더블파인의 킥스타터 모금 사례가 유명하다. 현재 유명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로는 해외의 ‘킥스타터’와 ‘인디고고’, 그리고 국내의 ‘텀블벅’과 ‘굿펀딩’ 등이 있다.

 

 

해외에 킥스타터 열풍을 불게 한 더블파인의 신규 어드벤처 프로젝트 킥스타터.

 

크라우드 펀딩이라고 뭉뚱그려 말하긴 하지만, 펀딩의 종류는 무척 다양하다. 먼저 후원자에게 어떻게 보상하느냐에 따라 지분투자형, 대출형 펀딩, 기부보상 세 가지로 나눠진다.

 

지분투자형은 후원금에 대한 보상을 회사나 프로젝트에 대한 지분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고, 대출형 펀딩은 후원금의 보상으로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기부보상은 후원금의 액수에 따라 제품이나 특전 등의 보상을 주는데, 게임 관련 크라우드 펀딩에서는 가장 널리 활용되는 형태다.

 

게임업계에서 주로 쓰이는 기부보상형 크라우드 펀딩도 후원금 전달 방식에 따라 크게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특정 기간 안에 목표액을 달성해야만 후원금이 프로젝트 진행자에게 전달되는 All or Nothing 방식, 다른 하나는 후원자가 기부하는 금액 그대로 프로젝트 진행자에게 전달되는 Keep in All 방식이다. Keep in All 방식은 All or Nothig에 비해 수수료가 높다는 단점이 있지만, 후원금을 안정적으로 모을 수 있어 현재는 두 방식 모두 고루 쓰이는 추세다.

 

 

1년 넘게 구상한 크라우드 펀딩

 

<아미 앤 스트레테지> 이전 한국 게임의 크라우드 펀딩 성공사례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국의 유명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종합해도 등록된 프로젝트는 21개에 불과했고, 그중 성공작은 12개가 전부였다. 성공작들의 최고 모금액도 300만 원 정도가 한계였다.

 

이런 한국 크라우드 펀딩 시장에 파이드 파이퍼스 엔터테인먼트가 도전한 까닭은 개발비 확충이나 다음 개발사를 위한 교두보 마련의 이유도 컸지만, 무엇보다 팀과 게임을 알리고 싶어서였다. 크라우드 펀딩은 사람들의 참여와 후원에 의해 이뤄지는 축제와 같다. 때문에 펀딩 과정에서 전파되는 후원자들의 입소문, 그리고 만약 후원금 모집을 성공하면 발생하는 이슈 2인 개발사인 파이드 파이퍼스 엔터테인먼트에게 매력적이었다.

 

 

 

이러한 구상은 파이드 파이퍼스 엔터테인먼트가 설립된 2011년부터 시작됐다. 그들은 한국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성공시키기 위해 처음 1년을 펀딩보다는 팀과 프로젝트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 팀 공식 블로그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파이드 파이퍼스 엔터테인먼트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게임이나 게임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포스팅했고, 그 결과 펀딩 시작 전까지 약 8,000 명의 순방문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들은 이후 <아미 앤 스트레테지>의 펀딩이 시작됐을 때 입소문을 내주는 좋은 창구가 되었다.

 

본격적인 펀딩은 <아미 앤 스트레테지>가 지난해 국제 인디게임 페스티벌인 IGF China 2012’ 본선에 진출하면서 시작됐다. 파이드 파이퍼스 엔터테인먼트는 그동안의 활동과 더불어IGF China 진출로 팀과 프로젝트에 대한 인지도를 넓혔다고 생각해 본격적인 크라우드 펀딩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첫 고민은 어떤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이용하느냐였다. 당시 한국에서는 2개의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가 널리 알려져 있었다. 하나는 영화 <26>의 제작비 모금으로 유명해진 굿펀딩이고, 다른 하나는마사토끼’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양찬호 작가가 40회 이상의 펀딩 성공을 기록한 텀블벅이었다. 유저의 수나 모금 규모는 굿펀딩이 우세했으나, 영화보다는 웹툰을 선호하는 이가 게임에도 더 호의적일 것이라고 판단해 텀블벅에서 모금하기로 결정했다.

 

다음 고민은 목표액이었다. 목표액은 펀딩의 성공과 (만약 성공한다면) 이후 이슈의 파괴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너무 많아도 곤란하고, 너무 적어도 곤란했다.

 

문제는 시장이었다. <아미 앤 스트레테지>는 한국 게임시장의 주류에서 멀어진 PC 스탠드얼론 게임이다. 해외 유명 게임이 나와도 1만 장 이상을 팔기 힘든 시장에서 인디게임의 목표액은 얼마를 잡아야 했을까? 고심 끝에 500만 원으로 목표액을 결정했다. 이전 게임 관련 크라우드 펀딩 최고 기록이 300만 원 정도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빠듯한 목표액이었다. 때문에 원활한 목표 달성을 위해 캠페인 기간은 텀블벅의 최고한도였던 90일로 결정했다.

 

 

 

마지막 고민은 후원자들에게 어필하고 또 그들의 성원에 보답할 수 있는 보상이었다. 크라우드 펀딩은 후원의 성격을 띠고 있긴 하지만, 본질은 마음에 드는 게임을 구매하는 것에 가까웠다. 때문에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보상에 게임을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초기에는 CD-Key나 디지털 다운로드 코드도 고려했지만, 후원자의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 게임 패키지로 방향을 바꿨다. 다만 개발사의 자금 사정상 금액에 따른 차등 보상안은 어쩔 수 없이 디지털 재화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

 

 

■ 크라우드 펀딩은 ‘영업’, 제품과 홍보 모두 중요

 

201211 22, 파이드 파이퍼스 엔터테인먼트는 약 1의 준비를 마치고 <아미 앤 스트레테지>의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지인과 블로그 방문자 중심으로 바이럴 마케팅을 시작했는데 하루 만에 목표액인 500만 원이 달성되자, 후원자들이 자발적으로 입소문을 내기 시작했다.

 

펀딩 결과 <아미 앤 스트레테지>는 2012년 11월부터 3개월 동안 참가자 205, 후원액 1,925만 원을 달성했다. 이 과정에서 모금 하루 만에 목표액 500만 원 달성, 모금 2주 만에 1,000만 원 돌파라는 성과를 거뒀다. 펀딩 금액의 50% 이상이 캠페인 초기에 모인 셈이다. 이러한 결과는 열성적인 고액 후원자들 덕분이었다. 10만 원 이상의 고액 후원자는 전체의 20%에 불과했지만, 후원금액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열성적인 성원을 보내줬다.

 

임현호 디자이너는 이러한 결과에 대해 크라우드 펀딩 전부터 팀과 프로젝트의 인지도를 충분히 끌어올린 덕분이라고 스스로 평가했다. IGF China 본선 진출로 게임에 대한 믿음을 끌어올린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덕분에 캠페인 초기에 목표액을 달성할 수 있었고, 이는 또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 캠페인의 성장세에 큰 도움이 되었다.

 

 

 

물론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니었다. 먼저 캠페인 기간이 지날수록 후원자들이 느끼는 피로가 커지는 것이 문제였다. 처음에는 가파른 상승세 덕에 많은 이가 펀딩에 동참했지만, 캠페인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탈자가 늘어났다. 이는 게임이 완성되지 않은 탓에 공개할 수 있는 정보가 한정됐던 탓도 컸다.

 

예상치 못한 후원자들의 열광적인 성원도 문제(?)였다. 기대 이상으로 고액후원이 많아 선착순으로 설정한 고액후원 보상이 일찍 소진된 것도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개발자들이 느끼는 부담감이었다. 성공조차 회의적이었던 크라우드 펀딩이 목표의 4배에 달하는 성과를 거두자 개발자들은 과연 이토록 큰 관심에 보답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결국 후원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전투 시스템 개편에 착수했지만, 그로 인한 출시일 연기를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

 

 

 

임현호 디자이너는 이러한 사례를 말하며 청중에게 먼저 개발자 자신이 만족할 수 있도록 게임을 개발할 것을 권했다. 제품의 질이 펀딩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물론이고, 설사 제품의 품질 이상의 펀딩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결국 개발자, 크게는 크라우드 펀딩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제품의 질 못지않게 홍보도 중요한 요소다. <아미 앤 스트레테지>의 초기 성공에는 이전에 게임을 알고 있었던 팬들의 입소문이 큰 도움이 되었다. 때문에 임현호 디자이너는 캠페인 이전부터 꾸준히 팀과 프로젝트에 대한 인지도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캠페인을 시작했다면, 펀딩 초기에 홍보 역량을 최대한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크라우드 펀딩은 시작 1~2주 사이에 모금액의 과반이 모이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할 때는 최대한 초기에 많은 양의 후원자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이를 통해 목표액을 조기에 달성했다면, 이러한 이슈를 통해 펀딩의 상승세를 보다 오래 유지할 수도 있다.

 

 

 

임현호 디자이너는 마지막으로 현재 2,500만 원 달성을 눈앞에 둔 <던전월드>처럼 크라우드 펀딩의 성공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성공적인 프로젝트가 늘어난다면 한국에서도 언젠가 외국처럼 억 단위 성공사례도 나올 것이다. 오늘 발표한 <아미 앤 스트레테지> 사례를 바탕으로 앞으로 더 성공적인 펀딩 사례가 등장하길 바란다”며 강연을 끝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