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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반페이와 도용? ‘팝픽’을 둘러싼 3가지 논란

전 직원들과 작가들, 팝픽의 처우에 문제 제기

남혁우(석모도) 2013-05-10 22:45:16

 

일러스트 전문 제작사 ‘팝픽’(POPPIC)이 부당한 처우를 제공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어났다.

 

팝픽은 일러스트 전문 외주제작사이자, 기성·아마추어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작품을 모아서 정기적으로 책을 펴내는 전문 출판사다. 이 밖에도 일러스트레이터 학원인 팝픽 아카데미, 모바일게임 개발 및 외주회사인 팝픽 소프트 등을 소유하고 있다.

 

또한 국내 최대 규모의 일러스트레이터 커뮤니티인 네이버 카페 방방곡곡, 창작을 배우는 사람들(이하 방사)’을 운영하고 있다.

 

논란은 과거 팝픽에서 일했던 일러스트레이터들이 팝픽의 고용 계약 및 학원 상황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팝픽의 작가 임금 지불이 불평등하고, 학생들에게 외주 업무를 과도하게 맡기며, 출간물에 대한 작가 고료를 지불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팝픽 관계자가 감정을 앞세워 대응하면서 논란에 불을 댕겼다. 이후 관련 제보가 방사 또는 블로그 등에 올라오면서 논란이 더 커졌다.

 

 

■ 논란 ① 반토막 나는 월급 ‘반페이’

 

팝픽 관련 논란의 중심에는 이른바 ‘반페이’가 있다.

 

팝픽에서 일하는 작가들은 대부분 교육을 받으며 실무 작업도 겸하는 데 합의한 계약직이다. 이 작가들 중에서 기본 월급 100만 원을 받기로 하고 입사했다가 실력이 부족하고 작업 속도가 느리다는 이유로 월급의 반만 받았다고 밝힌 이들이 있다.

 

본인이 가장 먼저 ‘반페이’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한 작가는 “아카데미를 다니고 있던 학생 시절 같이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휴를 받고 팝픽에 취직했다. 오전 9시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지는 업무가 매일 반복됐다. 월 100만 원을 약속받고 일을 시작했지만 그림이 형편없다는 이유로 다음 날 바로 50만 원으로 반토막이 났다고 방사에 글을 올렸다.

 

다른 한 작가는 계약서도 작성하지도 않았고 그런 와중에 작업 환경도 엉망이었다. 회사 내 환경 자체가 철저하게 서로 이야기할 수 없도록 막아버리는 방식이었다. 근처의 다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말을 붙이면 어김없이 자리가 바뀌어 있었다. 사내에 있는 CCTV 24간 내내 사무실을 감시했다개인책상에서 바퀴벌레가 나오고 근무 내내 망가진 의자에 앉아야 했다고 방사를 통해 밝혔다.

 

전 팝픽 직원은 창간호부터 월 50만 원을 받으며 작업하고 외주작업에 외부강사까지 무료로 하면서 작업량을 못 채우면 월급을 삭감당했다며 트위터를 통해 분통을 터트렸다.

 

한 팝픽 직원이 공개한 급여 내역. 약속된 100만 원에서 절반이 줄어든 50만 원만 받았다.

 

‘반페이’ 논란이 커지자 팝픽의 송현정 대표는 방사에 글을 올려 “팝픽 아카데미의 취지는 6개월은 교육생으로 실무교육을 받게 하고 6개월은 인턴 개념으로 바로 실무에 뛰어들게 해서 빠르게 자신의 능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학생들이 자신을 교육생이 아닌 실무자로 생각하면서 일이 틀어졌다. 그들이 작업한 만큼 페이를 받기를 원했고 그래서 학생들에게 페이를 지급하면서 문제가 된 것이다”고 밝혔다.

 

 

■ 논란 ② 무료 기고로 만든 유료 테마북

 

팝픽에서 발행한 출간물에 대한 작가 고료를 지불하지 않거나 작품에 작가의 이름을 명시하지 않는 부분도 논란의 대상이다. 이에 대한 팝픽과 참여 작가들의 입장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팝픽은 일러스트레이터를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테마북을 기획했고, 수요가 한정된 시장의 특성 때문에 적자가 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고료를 지불하기 힘들었다고 밝혔다. 고료를 받지 않는 데 동의하는 작가만 테마북에 참여하도록 유도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작가들은 무료 기고로 만들어진 책을 유료로 판매하는 점에 불만을 나타냈다. 또한 무료 기고한 작품을 책 광고에서 무단으로 활요하고 작품에 작가의 이름을 명시하지 않는 점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테마북이 아닌 팝픽의 유료 출간물에 대해서도 잡음이 일었다. 팝픽이 외주계약을 맺은 후 그 일에 참여한 작가에게 진행상황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확산성 밀리언아서>의 어우동 일러스트를 그린 ‘흑요석’ 작가는 팝픽 본지인 서커스’에 참가했었는데 이후 진행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흑요석 작가가 팝픽에게 유료출간물 판매 부수, 추가 인센티브에 대해 정확하게 알려달라고 방사를 통해 요구한 내용.

 

 

■ 논란 ③ “어시스트” VS “도용”

 

또 다른 논란은 팝픽 송현정 대표 또는 리드 디자이너가 그린 것으로 알려진 다수의 그림이 학생들의 작업물에 약간의 수정을 더한 도용이라는 것이다.

 

도용 문제가 언급되자 송 대표는 방사에 올린 글을 통해 “회사 운영과 작업을 동시에 소화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어시스트와 함께 작업한 것이다”고 밝혔다.

 

도용이라고 주장하는 작가들은 “자신은 어시스턴트가 아니라 작가로 팝픽에 입사한 만큼 자신이 그린 그림에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도용 논란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근거가 공개되고 있지 않으며 팝픽 송 대표와 작가들의 서로의 입장을 내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한 작가는 게임에 등장하는 월드맵을 팝픽의 다른 직원이 만들었음에도 팝픽 대표(활동명: 가야나나)와 리드 디자이너(활동명: 디젤)의 이름만 올라와 있다고 트위터를 통해 주장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팝픽 송 대표는 방사를 통해 음지에 숨어 있던 인재를 발굴해 출판의 기회를 제공하고, 학생들에게 실무에 가까운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틀을 구축해 작가들이 정당한 수익을 보장받고, 더 좋은 환경에서 창작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생태계를 구성하는 것이 팝픽의 목표였다하지만 미숙한 경영방식으로 힘들었을 학생들과 회사 직원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팝픽의 설립 의도 자체는 순수했다. 하지만 관리나 대응에서 미숙했다. 현재 팝픽의 문제고 극복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사과 드리고 싶다”며 방사의 운영진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