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녀 게임 시장은 일반적인 모바일게임과는 타겟이 다르며, 유저들의 결제력이나 충성도가 매우 높아 매력적이다. 게다가 지금도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NHN NEXT 게임 프로그래밍 박민근 교수는 4일 서울 교통회관에서 열린 게임테크 2013 ‘블루오션! 미소녀 게임의 비전과 개발 기술 소개’ 강연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그는 ‘미소녀 게임’의 정의와 함께 미소녀 게임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매력적인 이유를 설명하고, 최근 미소녀 게임에서 사용되고 있는 각종 기술을 소개했다.
NHN NEXT 박민근 교수
■ 미소녀 게임, ‘미연시’만을 뜻하는 단어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게이머들은 ‘미소녀 게임’이라고 하면, 엘프의 <동급생> 같은 성인용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이른바 ‘미연시’)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박 교수는 “미소녀 게임이란 미연시뿐만 아니라, ‘미소녀’를 핵심 세일즈 포인트로 내세운 모든 게임을 말한다”면서, 의외로 광범위한 장르에서 미소녀 게임을 찾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액토즈소프트가 서비스하는 <확산성 밀리언아서>나 팜플이 서비스하는 <데빌메이커: 도쿄>는 기본적으로 ‘카드배틀’ 장르의 게임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결국 ‘미소녀’ 카드를 주요 세일즈 포인트로 내세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국산 인디 모바일게임 <틱택토>(Tic Tac Toe)의 경우 장르는 비주얼 노블이지만, 결국 미소녀 캐릭터와 원화 등을 세일즈 포인트로 내세운다. 이 밖에도 퍼즐, 스포츠, 액션 등 굉장히 광범위한 장르에서 미소녀 게임을 찾아볼 수 있다.
박 교수는 “만약 이런 게임들에서 미소녀 캐릭터가 사라지고 ‘근육질 남성’ 같은 다른 캐릭터로 대체된다면 재미가 반감할 것이다. 그만큼 미소녀는 ‘미소녀’ 그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이런 미소녀 게임을 소비하는 수요층이 분명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 우리나라에서도 미소녀 게임은 통한다
박 교수는 “미소녀 게임은 국내에서도 충분히 시장성이 있다”고 주장하며 몇 가지 사례를 들었다.
지난해 12월 iOS용으로 발매된 일본 5pb의 <슈타인즈 게이트>는 한글판이 국내 앱스토어에 등록된 직후 ‘매출순위’에서 당시 부동의 1위를 달리던 <드래곤 플라이트>를 제치는 데 성공했다. 이 게임은 34.99 달러(약 4만 원)라는 고가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성적을 거둬 주목을 받았다.
박 교수는 “일반적으로 국내 게이머들은 높은 가격의 게임은 잘 구매하지 않기 때문에, 이 같은 가격은 국산 모바일게임사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꿈도 꿀 수 없다. 하지만 <슈타인즈 게이트>는 4만 원이 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매출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그만큼 미소녀 게임의 소비층의 구매력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슈타인즈 게이트>는 34.99 달러라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드래곤 플라이트>를 제치고 국내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액토즈소프트를 통해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모바일 카드배틀 게임 <확산성 밀리언아서>는 한국 출시 이후 오랫동안 구글 플레이 스토어 매출 상위권을 기록했다. 당시 이 게임의 경쟁상대는 <다함께 차차차 for Kakao> <활 for Kakao> <애니팡 for Kakao> 같이 ‘카카오톡’의 힘을 이용한 게임들이었다. 카카오 게임들이 독주할 때 <밀리언아서>가 이들에 뒤지지 않는 매출을 기록했다는 점은 여로모로 눈에 띄는 성과다.
박 교수는 “일반적으로 <애니팡> 같은 게임을 즐기는 대다수의 일반인은 ‘게임을 하는 데 돈을 왜 쓰냐’ 같은 생각을 하며, 100 원을 결제하는 것도 꺼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밀리언아서>를 즐기는 게이머들을 보면 원하는 카드를 얻기 위해 300만 원을 망설임 없이 결제하는 유저가 있을 정도로, 게임에 투자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밀리언아서>는 카카오 게임들과 경쟁하며 높은 매출 순위를 기록했다.
박 교수는 “이렇게 미소녀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은 일반적인 게이머에 비해 결제력이 굉장히 높고, 게임에 대한 충성도도 높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은 고객들이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내에서는 미소녀 게임이 적극적으로 개발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이 지속되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이 익숙한 것만 개발하려 하고, 잘 모르는 미소녀 게임에 도전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일반인들은 무형의 가치인 게임에 돈을 투자하는 것에 거부감을 일으키지만, 미소녀 게임을 즐기는 주요 소비층은 자신이 즐기는 게임에 얼마든지 투자할 수 있는 자세가 되어 있다.
실제로 <밀리언아서>는 원하는 카드를 얻기 위해 수 백만 원을 투자했다는 무용담(?)이 인터넷 곳곳에서 퍼져 있다.
국내 개발사들은 미소녀 게임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그동안 이에 대한 도전이 적었다고 박 교수는 주장했다.
■ 새로운 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미소녀 게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미소녀 게임이라고 하면 1990년대에 나온 <동급생> 같은, 기술적으로 봤을 때 특별한 점이 없는 게임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요즘 나오는 미소녀 게임은 각종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으며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예를 들어 휴대용 기기의 각종 센서를 활용하는 ‘증강현실’ 기술은 일반적인 모바일게임에서는 자주 활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코나미의 <러브플러스> 같은 게임에서는 게임 속 미소녀 캐릭터와 플레이어의 리액션을 표현하는 데 있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플레이어의 실제 머리 방향과 움직임에 따라 게임 속 캐릭터들이 반응하는 ‘헤드 트래킹’ 기술은 PC온라인게임 등에서는 거의 활용되지 않지만, 일본에서는 이미 2009년에 이를 활용한 상용게임이 나왔다.
AR 마커를 이용한 증강현실 기능을 선보인 <러브플러스>. AR 마커가 있는 부분에서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으면, 게임 캐릭터가 함께 찍힌다.
이외에도 플레이어의 액션에 따라 2D 캐릭터의 눈동자나 입술이 반응하는 모션 포트레이트 기술 등 미소녀 게임에서는 각종 첨단 기술이 적극적으로 사용된다.
박 교수는 “이와 같이 미소녀 게임은 PC온라인게임이나 콘솔게임에서 자주 쓰이지 않는 각종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으며, 그 결과 독특하고 재미있는 경험을 플레이어에게 선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미소녀 게임 시장은 분명 편견이 많고, 대다수의 국내 개발사들 입장에서는 미지의 분야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미소녀 게임은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고, 이를 소비하는 유저들 또한 시장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미소녀 게임을 개발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며 강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