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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모바일·인디게임,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리니지 이터널’의 엔씨 박일 차장 강연

송예원(꼼신) 2013-07-04 23:30:00

엔씨소프트에서 <리니지 2> <리니지 이터널>의 개발에 참여한 박일 차장은 모바일게임과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부럽다고 말했다. 언제나 망하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에 빠져 있는 자신과 달리 그가 만난 모바일·인디게임 개발자들은 하나같이 만드는 것 자체가 즐겁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모바일게임과 인디게임은 만들기는 즐거울지 모르겠지만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 하루에도 수 십, 수 백 개의 게임들이 출시되는 가운데, 정작 유저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게임은 손에 꼽힐 정도로 적은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성공하는 게임들은 어떤 비결이 있을까? 책 <위대한 게임의 탄생 3>의 저자이기도 한 박일 차장은 지난 3게임테크 컨퍼런스 2013’에서 다양한 게임들의 포스트모템을 바탕으로 모바일·인디게임 개발 시 중요한 점을 이야기했다. /디스이즈게임 송예원 인턴기자


 

엔씨소프트 박일 차장

 

 

■ 독창성은 살리되 전문적인 보증이 필요

 

개발자에게 있어서 모바일·인디게임 개발의 가장 큰 장점을 꼽으라면 만들고 싶은 게임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마인크래프트>의 개발자 마르쿠스 알렉세이 페르손은 인터넷은 굉장히 크고 다양한 시장이기 때문에 충분한 잠재 고객이 항상 있다. 내가 만든 게임을 내가 좋아한다면 분명 이런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더 있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 때문인지 모바일게임과 인디게임을 살펴보면 유행에 따르지 않는 독특한 장르들이 많다. <월드 오브 탱크>가 영향을 받았다는 <네이비필드>가 출시됐던 2002년 당시에는 2차 세계대전, 특히 해전 게임은 흔치 않은 장르였다. 개발자들은 상업성은 뒤로한 채 기존에 없는 장르를 내가 다뤄 보자는 생각으로 개발을 시작했다.

 

 

<네이비필드>의 개발사 에스디엔터넷은 워낙 알려지지 않은 소규모 회사이기 때문에 애당초 팀 구성이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남들과 다른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았고, 덕분에 인력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하지만 좋아서 만든 게임이 꼭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개발자의 의도만큼 유저들이 게임을 제대로 이해하고 플레이하지 못할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박 차장은 FGT(Focus Group Test)QA(Quality Assurance)에 대해 강조했다.

 

 

잠입퍼즐게임 <쉐도우 진: 닌자보이> 개발자들은 자신들의 게임이 너무 쉽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게임을 출시하고 보니 일반 유저들이 초반 스테이지에서 대부분 포기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픽셀 RPG <머나먼 왕국>은 마케팅의 일환으로 게임 내 화폐인 다이아몬드의 가격 할인행사를 실시했지만 전부 환불해줘야 했다. 개발자 누구도 행사 관련 시스템을 테스트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 차장은 개발사들이 대부분 소규모다 보니 비용을 아끼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게임의 성공을 위해서는 충분한 피드백이 필요하다. 특히 QA의 경우 전문영역이기 때문에 개발자만으로는 세세한 문제를 미리 찾기 어렵다고 말하며 “FGT QA에는 아낌없이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사람은 없고 기간은 짧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라

 

소규모 개발사는 개발 인원이 적은 것도 난관이지만 모바일게임이나 인디게임은 분야의 특성상 짧은 시간 안에 프로젝트를 완성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100명이 넘는 인력과 길게는 5년 이상의 기간이 투입되는 대형 온라인게임과는 달리 모바일·인디게임은 평균 6.4명의 직원들이 1년 안팎의 시간 동안 개발한다. 그렇다면 보다 효율적인 운영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박 차장은 먼저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프로토타이핑’을 제시했다. 실제로 <머나먼왕국>두 번째 프로토타이핑에서 나온 결과물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본격적인 게임 제작에 앞서 간단하게 프로토타이핑을 시행했는데, 첫 번째 안이 재미없다는 이유로 퇴짜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게임잼(Game Jam: 정해진 시간과 주제 안에서 게임을 만드는 활동)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로켓레이싱>이라는 PSP용 하드코어 레이싱게임을 제작했다가 크게 실패한 하프브릭은 사내에서 게임잼을 열었다. ‘스크롤이 없는 게임이라는 주제로 하루에 하나씩 10개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직원들이 순위를 매겼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모바일게임으로도 사랑받은 <프루츠 닌자>.

 

박 차장은 퍼블리셔를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10명이 채 안 되는 소규모 회사에서 적게는 수 십, 많게는 수 만에 이르는 고객을 전부 응대할 수 없다. 자본의 한계로 인해 마케팅도 어려울 것이며, 전문성이 필요한 QA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문명>을 개발한 파이락시스의 대표 시드 마이어는 2K게임즈(퍼블리셔)는 내가 하기 싫어하는 사업과 홍보를 다 해준다. 나는 게임을 만들고 출시하는 데 필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다. 훌륭한 퍼블리셔가 있다는 게 진정한 자산이다고 말했다.

 

박 차장은 효율적인 조직 운영을 위해 퍼블리셔뿐만 아니라 베타 서비스 산업을 지원하는 한국콘텐츠진흥원라든지 사무실을 임대해주는 넥슨의 NPC 등과 같은 외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권했다.

 

 

 

■ 고려할 것: 해외시장, 상표권, 표절문제

 

온라인게임도 아시아, 북미 등 해외 진출에 힘쓰고 있지만 최근 모바일게임과 인디게임은 다양한 오픈마켓을 활용하는 덕분의 국가 간에 시장의 벽이 더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따라서 해외시장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는 게 박 차장의 주장이다.

 

지난해 한국 앱스토어 어린이게임과 교육게임 카테고리에서 1위를 차지했던 <병원놀이>는 국내에서는 좋은 반응을 얻었던 반면, 해외 시장에서 예상치 못한 피드백을 받았다.

 

 

게임 속 캐릭터가 한 가지 인종으로 보이는 것에 해외 부모들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한국과 미국의 병원 시설 차이에 대해서는 미리 고민해 봤지만 인종 문제는 생각하지도 못한 변수였다. <병원놀이>의 개발사는 나중에서야 급하게 캐릭터의 인종을 다양화했다.

 

반면 <플랜츠 vs. 좀비>는 중국에 진출하기에 앞서 하드웨어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을 세웠다. 중국은 저사양의 저가형 스마트폰이 보급돼 있어서 게임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팝캡은 음악이나 사운드를 줄이고 그래픽 사양을 낮춰 용량을 현저하게 줄였다. 오리지널 버전과 큰 차이가 있었음에도 일단 제대로 구동된다는 점에서 중국 유저들의 큰 호응을 얻었고 지금의 성공까지 올 수 있었다.

 

박 차장은 해외에 진출할 때 특히 상표권과 표절 문제를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모바일게임 <쉐도우 진: 닌자보이>의 원래 이름은 <시노비 진>이었다. 이 게임은 출시 당시 외신에도 소개되면서 미국과 일본의 전략게임 장르 순위에서 각각 13, 14위까지 오를 만큼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시노비라는 상표권을 갖고 있었던 세가에서 애플에 이의를 제기했다. 개발사 디지트리는 결국 게임명을 바꿔야만 했고, 그 후 <쉐도우 진>은 순위권에서 벗어났다.

 

상표권도 문제지만 장르의 유행이 빠르게 바뀌는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는 하나의 히트작이 나오면 비슷한 클론 게임이 우후죽순으로 출시된다. 문제는 비슷하다표절의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많은 개발자들이 쉽게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박 차장은 표절 게임과 그렇지 않은 게임은 개발자가 자신 있게 참고 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게임과 아닌 게임으로 구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하고 싶은데 아직 세상에 나와 있지 않은 게임을 만들고 있다는 것, 다른 게임을 베끼지 않는다는 점이 개발 중인 게임에 대한 자부심으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