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독일 게임스컴 현장에서 만난 <킹덤 컴 2> 개발사 워호스 스튜디오 토비 스톨스-즈빌린크 PR 매니저의 말이다. 고백하자면, 당시 기자는 이것이 신규 유저 유입을 위한 과장된 발언이라고 거의 확신했다(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용서를 구한다).
변명해본다면 이건 전작 <킹덤 컴 딜리버런스>(이하 ‘킹덤 컴’)의 '명성' 때문에 찾아왔던 생각이다. RPG 팬들 사이에서 <킹덤 컴>은 높은 수준의 시대 고증으로 정평이 나 있는 작품이다. 이것이 게임의 최대 장점인 동시에, 진입장벽이라는 게 세간의 평가였다.
수십 시간의 플레이 끝에 스톨스-즈빌린크 매니저의 말에 한치의 과장도 없었음을 확인하게 되어 기쁘다. 중세 유럽사에 대해서 도통 아는 게 없는 기자에게도 <킹덤 컴 2>의 세계는 일상이 망가질 정도로 중독적이다. <스카이림>, <폴아웃 뉴 베가스> 등 액션을 가미한 정통 RPG를 사랑하는 유저라면, 똑같은 지경에 빠질 확률이 매우 높다.
킹덤 컴 딜리버런스 2
출시일: 2025-02-05
개발사: 워호스 스튜디오
유통사: 플레이온
플랫폼: PC, PS5, Xbox 시리즈 X/S
가격: 60,800원
장르명: RPG, 액션
리뷰 버전: PC
리뷰 빌드: 풀 버전(사전 제공 빌드)
시대적 배경이나 전편의 스토리가 이번 게임을 즐기는 데 있어 꼭 필요한 지식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플레이를 더 즐겁게 해줄 ‘권장 사항’임에는 틀림없다. 전편의 드라마틱한 사건이나 중요한 사건들이 언급될 때, 몇 배의 감흥을 느낄 수 있다.
게임의 배경이 되는 가장 중요한 역사는 중세 보헤미아 왕국을 혼란에 빠뜨렸던 ‘벤체슬라스 4세 납치’ 사건이다. 나라를 훌륭히 다스렸던 선대 왕 카를 4세와 달리 벤체슬라스 4세는 전형적인 암군이었다. 국정 운영을 팽개친 벤체슬라스 4세의 폭거에 질린 귀족들은, 왕의 이복형제이자 헝가리 왕 지기스문트에게 도움을 요청하기에 이른다.
문제는 지기스문트가 이 상황을 악용했다는 점이다. 상황을 절호의 기회로 본 지기스문트는 벤체슬라스 4세를 납치하는 극단적 ‘해법’을 강행한 뒤, 권력 공백으로 혼란에 빠진 보헤미아를 침공해 대대적 약탈을 시작한다.
1편은 이 시점에서 시작된다. 서기 1403년, 지기스문트 휘하의 쿠만인 군대는 주인공 헨리가 살고 있던 변방의 영지 스칼리츠를 휩쓸고, 헨리의 부모와 지인은 모두 살해당한다. 삽시간에 혼자가 된 헨리가 스칼리츠 영주 라드직 경 아래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고향을 되찾는 것이 1편 전반의 줄거리다.
<킹덤 컴 2>의 이야기는 1편의 끝에서 바로 이어진다. 라드직 경과 헨리 일행은 어렵사리 스칼리츠를 수복했지만, 아직 지기스문트가 촉발한 환란은 끝나지 않은 상황이다. 전쟁을 끝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 라드직 경과 그의 친우 라이파 경은 지기스문트를 지지하는 귀족연맹의 구성원들을 전향시켜, 적의 기반을 무너뜨리기로 한다.
그 첫 단계로서 이들은 이웃의 ‘지기스문트파’ 영주 오토 폰 베르코프 경에게 접촉해 보고자 주인공 헨리와 라이파 경의 피후견인 한스 케이폰을 사절로 파견한다. 회견 요청 서신을 전달하면 끝이었을 간단한 임무는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꼬인다. 도적들의 습격으로 두 사람은 신분을 증명할 수단을 모두 잃은 채 베르코프 경의 트로스키 성에 도달하게 된다.
성문 앞에서 베르코프 친견을 요청했으나, 흔해 빠진 귀족 사칭범 취급을 받아 성 출입을 거부당한 두 사람. 최우선 과제는 주변 마을의 주민들과 부대끼며 일단 살아남는 것이다. 동시에 베르고프 경이 참석하기로 되어 있는 지역 유지의 결혼식에 어떻게든 초대 받아 본래 목적을 달성하는 게 게임 초반부의 핵심 줄거리다.
<킹덤 컴 2>는 ‘시대극’으로서의 매력을 십분 발휘하는 게임이다. 중세의 시대 설정이 게임에 구체적으로 어떤 작용을 하는지 살피지 않는다면, 게임의 근본적 장점과 매력도 제대로 간파할 수 없다.
많은 판타지 창작물이 설득력 있는 세계를 만들고, 이것을 청중에게 설명하는 데 막대한 노력을 쏟는다. 개연성 있는 세계를 만드는 것부터가 이미 지난한 일이지만, 이걸 청중에게 자연스럽고 흥미롭게 학습시키는 건 더 어렵다. 70년도 더 된 톨킨의 저작이 아직도 판타지 계 바이블로 통하는 배경에는 그런 사정이 있다.
이와 비교해 시대극은 (당연하게도) ‘세계’의 완성도 측면에서 비교 불가한 유리함을 가지며, 이런 장점은 <킹덤 컴 2>에서도 마찬가지로 작용해 핵심적 매력이 된다.
게임에 등장하는 동네 대장장이부터 고위 귀족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의 인물, 그리고 이들이 벌이는 교류와 반목은 모두 역사를 반영하고 있으며, 그만큼 남다른 입체감을 선사한다. 그 뿌리에 얽혀 있는 중세의 개신교적 신념 체계, 봉건적 계급 의식, 전근대적 인프라의 문제가 다른 게임에서 만나보기 힘든 질감을 내러티브 위에 아로새긴다.
두 마을의 오랜 토지 분쟁이 주먹다짐으로 해결되고, 위중한 산모를 살리고자 최선을 다한 산파가 마녀 누명을 써 추방되고, 지방 귀족이 신분 증명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교수형에 몰리기도 하는 중세 보헤미아의 세계는 자주 당혹스럽지만, 그래서 현실적이고 몰임감 있다. “소설은 개연성의 제약을 받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서 더 기묘하다”던 마크 트웨인의 말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정형화된 상상력에서 벗어난 ‘날것’의 이야기들을 유저의 발치에 마음껏 던져대는 것이 <킹덤 컴 2>의 매력이며, 더 나아가서는 시대극 전반의 매력이기도 하다. 이를 구현하는 데에는 개발진의 특별한 노력이 뒷받침됐다. 본지와 인터뷰에서 개발진은 체코 지역의 역사 자료를 연구해 게임에 등장하는 다양한 퀘스트를 구성해 냈다고 밝힌 바 있다.
게임의 이러한 기본 방향성을 이해하고 나면, 다소 불합리하게 보이는 게임의 편의성 디자인도 납득하게 된다.
<킹덤 컴 2>는 현대 게이밍의 관점에서 보면 다소 지나친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편이다. 현장만 들키지 않으면 얼마든지 범죄를 저질러도 되는 대다수 액션 RPG와 달리, <킹덤 컴 2>의 경비병들은 심증만으로 소지품 검사를 요구해 올 수 있다. 대다수 오픈월드에선 수백 명을 학살해도 체포 후 석방되면 바로 혐의가 풀리지만, <킹덤 컴 2>에서는 중범죄를 반복하다가는 문자 그대로 낙인을 찍힌 후 결국 처형당해 게임오버 행이다.
물약, 무기 제작 과정은 유저가 손수 진행해야 하며 빨리 넘기는 것이 불가능하다. 책을 읽거나 기술을 배우려 해도 시간이나 비용이 꼬박꼬박 든다. 게임 저장은 본인 소유의 침대에서 자거나 아이템을 소모해야만 가능하다. 전투 후에는 매번 피를 닦아 내야 NPC로부터 문명인 대접을 받을 수 있다.
이런 모든 요소는 일차적으로는 불편함을 유발하지만, 결국 ‘중세답지 못한’ 개념들을 배제해 유저의 몰입을 돕는 장치다. 그러면서도 개발진은 게임플레이를 심각하게 저해할 만한 문제(특히 인벤토리 관리)에서는 유연성을 발휘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보여주고 있다.
자주 목욕이 필요하다
중세 역사극의 틀을 거의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정통 RPG’에 기대되는 대부분의 장르적 요건을 대부분 깊이 있게 담아낸 데서 <킹덤 컴 2>의 매력은 특히 빛난다. 다채로운 캐릭터 육성, 비선형적 퀘스트, 유기적 상호작용, 역사와 스토리를 반영한 디테일 요소와 히든 콘텐츠가 중세 테마와 면밀하게 어우러진다.
가령 육성 측면을 보면 헨리는 힘, 민첩성, 활력, 화술 등 기본 능력에 더불어 연금술, 제작, 승마, 은신, 생존 등 생활 기술, 검, 폴암, 활 등 전투 기술을 분야별로 익혀 나갈 수 있다. 각 항목은 관련 활동을 할 때마다 자동으로 레벨이 올라가며, 레벨이 특정 수치에 도달할 때마다 기술 포인트를 얻어 강력한 퍽 획득에 투자할 수도 있는 구조다.
퍽 중에는 과장된 것이 꽤 많지만, 그럼에도 대부분 중세의 낭만을 깨지 않으며 오히려 강화하는 것들이다. 유저는 손수 벼린 명검을 휘두르는 대장장이, 기척을 숨기고 사냥꾼을 쫓는 암살자, 갑옷을 두르고 적을 제압하는 기사, 신학·약학·법학 지식으로 세파를 헤치는 모략가와 같이 중세에 어울리는 여러 콘셉트를 추구할 수 있다.
정통 RPG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퀘스트 디자인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다른 RPG와 비교해서 특히 두드러지는 매력은 다양한 퀘스트 수행 방식, 시대상을 자주 드러내는 독창적인 전개, 두툼한 분량, 좌충우돌 해결 과정,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다양한 연출과 텍스트다.
양손검을 한손검처럼 휘두르게 해주는 퍽, 과장이 있지만 (아마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타국에서 흘러들어온 유목민 대장의 딸을 추적하는 초반의 보조 임무를 통해 <킹덤 컴 2> 퀘스트 라인의 특성을 압축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단순하게 설명하면, 이 퀘스트는 관련 활동만 나열해 보더라도 조사·추적·설득·협상·전투·장례·대결·내기 등으로 다채롭게 구성되어 있다.
퀘스트의 한 분절이 다음 분절로 연결될 때마다, 인물들 저마다의 동기와 의견, 갈등이 사건을 예상 못한 방향으로 이끈다. 모두 시대적, 문화적 배경과도 밀접히 관련되어 있어, 앞서 설명한 '중세 게임'만의 독특한 입지와 장점을 강화한다.
이렇듯 퀘스트가 다양한 분절과 층위로 이뤄져 있는 만큼 헨리가 능동적으로 개입할 여지가 많으며 이 는 정통 RPG로서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면모다. 헨리가 갖춘 능력과 자원, 전후의 행동에 따라 이야기는 다양한 양상으로 흐를 수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플레이어에게 세계와 능동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감각을 부여해 준다.
전편에 비해 월등히 강화된 연출력은 이러한 몰입적 재미를 극대화한다. 이전보다 품질이 크게 향상된 목소리 연기와 풍성해진 컷씬, 그리고 월드 곳곳에 배치된 퀘스트 관련 오브젝트, 건축물, 캐릭터, NPC들이 무대장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전편에서는 훨씬 제한된 형태로 구현됐던 것들이다.
퀘스트 간의 유기적 연결도 주목할 만하다. 상당수 퀘스트의 결과는 추후 다른 퀘스트에서 다시 언급되며, 때로는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로 인해 후속 퀘스트가 쉬워지거나, 원래라면 접할 수 없었을 숨겨진 이야기가 드러나기도 한다. 이는 직접적인 재화 및 경험치 보상만큼이나 퀘스트 수행 만족감을 키워주는 요소로 볼 수 있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진탕 취해서 사건을 겪는 내용의 퀘스트도 있다.
다만 위에 설명된 요소들만 놓고 본다면 <킹덤 컴 2>는 서문에서의 설명과는 달리 여전히 ‘마니악한 중세 게임’으로만 느껴질 수 있다. <킹덤 컴 2>는 그러나 의외성과 보상감이라는 두 가지 진한 매력으로 대중성 또한 챙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도파민’ 관련 뇌과학 이론들에 따르면, 인간은 노력에 대한 보상에서 쾌감을 얻으며, 특히 보상이 랜덤할 때 쾌감이 더욱 커진다. <킹덤 컴 2>의 콘텐츠 디자인은 흥미롭게도 이러한 요건을 잘 충족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강력한 중독을 유발한다.
우선 바로 앞에서 알아본 것처럼, <킹덤 컴 2>의 퀘스트는 자주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러면서도 매번 새로운 궁금증과 다양한 정서적 반응을 끌어내는 데 성공한다. 매 에피소드마다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가 이뤄지는 드라마에 비유할 수 있는데, 청중이 직접 개입해 이후의 전개를 바꿔 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제공되는 정신적 자극의 수준은 더욱 높은 셈이다.
다른 한 편으로는 맵상에서 발견되는 정체 미상의 오브젝트, 연출, 인물 등이 새로운 경험의 단초가 되기도 한다. 무작위로 맵을 탐험하던 중 불시에 이러한 요소를 만나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이야기로 인도당한다. 주로 <레드 데드 리뎀션 2>와 같은 오픈월드 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는 디자인으로, 세계에 입체성을 부여해주고, 모험 콘텐츠의 흥미를 배가해주는 일종의 '깜짝 선물'으로 기능한다.
퀘스트가 시작되는 경로는 여러 가지다
대부분의 콘텐츠에 어떤 형태로든 매력적 보상이 뒤따른다는 점 역시 특기할 만하다. 수행하기 어려운 과제일수록, 보상도 함께 커진다. 주로 갑옷이나 무기, 새로운 기술 등을 습득하는데 대부분 확실한 효능감을 안겨준다. 값비싼 갑옷, 전에 못 본 신규 재료, 고성능 무기, 대량의 재화 등이 주어질 때마다 헨리의 삶도 눈에 띄게 윤택해진다.
한편 스킬 레벨업으로 얻는 ‘퍽’들은 메카닉적 보상으로 바라볼 만하다. 게임플레이를 뚜렷하게 개선해 주거나, 재미있는 게임 플레이 메카닉을 더해주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개 조련’ 스킬의 퍽들을 예시로 들 수 있다. 충성스러운 사냥개 ‘머트’의 도움으로 대상을 추적하거나, 적을 교란하거나, 매력도에서 버프를 얻는 등, 정성/정량적 측면 모두에서 매력을 갖춘 퍽들이 준비되어 있다. 다른 대다수 퍽들 역시 헨리를 눈에 띄게 강화해 주거나 새로운 재미를 제공하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퍽을 해금하면 추적 명령을 내리거나, 사냥감을 쫓게 할 수 있다
헨리의 핵심 활동(?)이라고 할 수 있는 전투에서도 만족감이 두드러진다. 헨리는 마스터들의 도움을 받아 각각의 무기 스킬을 올릴 수도 있고, 레벨과는 무관한 전투 기술을 별도로 습득할 수도 있다.
전투 기술은 전투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전투를 더 재미있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이중 보상'이 된다. 그만큼 게임의 전투 시스템이 깊이 있으면서도 즐길 만하게 설계되어 있는 덕분이다.
사실 전편의 전투는 너무 어려워 게임의 큰 단점으로 꼽혔다. 개발진 설명에 따르면 단 한 명의 실제 검술 사범을 초빙해 그의 조언에만 의지하여 전투 시스템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개발진은 원래 다섯 방향의 베기와 찌르기가 가능했던 기존 검술 시스템을 세 개 방향의 베기와 찌르기로 새롭게 구성해 난도를 낮췄다. 또한 다양한 전문가 자문을 통해 검 이외 메이스, 폴암 등 무기들의 경우 검보다 쉽게 사용 하도록 구현하면서, 검이 어려운 유저에게 더 편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
이제는 네 방향 중 하나만 선택하면 된다
그러나 '간소화'된 전투 시스템 안에서도 여전히 완벽 방어, 완벽 회피, 연속기 공격 등 다양한 선택지가 마련되어 있어 전투 시나리오는 충분히 다채롭다. 전투를 벌여 보면 적과 여러 차례 합을 주고받으면서도 서로 유효타를 먹이지 못하는, 스릴 넘치는 상황이 펼쳐지고는 한다.
덕분에 공격을 막는 즉시 반격하는 ‘달인의 일격’과 같은 ‘필살기’ 습득이 큰 의미와 만족감으로 다가온다. '달인의 일격'은 적의 공격 반대 방향으로 검을 위치시킨 뒤 ‘완벽 방어’ 타이밍에 공격 버튼을 누르면 구사할 수 있는 공방 일체의 기술로서, 적은 이를 아예 막을 수 없다. '달인의 일격'은 시각적으로 만족스럽고 멋질 뿐만 아니라, 발동 조건이 까다롭다는 점에서 이른바 ‘손맛’을 느끼기에도 적절하다.
게임의 또 다른 장점 중 하나인 사운드 디자인도 전투 만족감에 큰 역할을 한다. 인물 무장 상태와 무기의 종류에 따라 명확히 다른 소리가 나도록 디자인해 타격의 감각적 리얼리티를 살렸다. 이렇듯 다양한 만족감을 안기는 전투 시스템이지만, 게임 3분의 1지점가량을 지나면서 지나치게 쉬워지는 단점이 있다. 향후 해당 밸런스에 수정이 이뤄질지 주목할 만하다.
상대 무기를 막으면서 머리를 공격하는 달인의 일격 동작
NPC들이 플레이어를 적대하다가도 다음 대화에서 즉시 환대하거나, 이전의 대화 내용을 무시하는 등의 대화 스크립트 디테일 문제, 그리고 앞서 언급한 전투 난이도의 완급 조절 문제는 게임의 몇 안 되는 단점으로 꼽을 만하다.
그러나 ‘중세 시대극’과 ‘정통 RPG’라는 두 가지 핵심 정체성은 전반적으로 상호 시너지를 내며 탄탄하게 맞물려 돌아간다. 다채롭고 독창적인 퀘스트, 위트와 울림을 지닌 내러티브, 유저 만족감을 기술적으로 고려한 캐릭터 육성 페이스, 풍성하고 충실한 콘텐츠, 탁월한 시청각 퀄리티, 이를 쾌적하게 뒷받침하는 퍼포먼스 등, 게임은 여러 장점을 뽐낸다.
서문에 언급된 스톨스-즈빌린크 매니저는 헨리가 ‘전사’일뿐 ‘영웅’은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헨리는 충분히 ‘로컬 히어로’(지역구 영웅)으로 자리매김할 정도의 행보를 밟을 수 있다(국운을 건 모험에 나선 것에서부터 이미 범부는 아니다). 진짜 중세를 누비며 현실적 영웅 ‘헨리’로 분하는 <킹덤 컴 2>의 모험은 중세 마니아뿐만 아니라 RPG 팬들에게 폭넓게 통할 만하다.
킹덤 컴 딜리버런스 2
9
점
한줄평
취향에 맞는다면 수백 시간도 태울 만한
장점
+ 잘 만든 시대극이자 정통 RPG, 두 면모의 조화
+ 풍성하고 다채롭고 흥미로운 퀘스트
+ 확실한 성장 체감
+ 빠져드는 이야기
+ 풍성하고 다채롭고 흥미로운 퀘스트
+ 확실한 성장 체감
+ 빠져드는 이야기
단점
- 후반으로 가면 맥 빠지는 전투
- 어색한 NPC들의 행동
- 어색한 NPC들의 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