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 전성시대가 열리고, 속속 ‘대박’이 터지자 메신저 게임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인기를 얻는 게임 중에는 어딘가 아쉬운 경우도 있다. 게이머의 입장에서는 ‘이런 게임이 왜 요즘 인기일까?’ 같은 의문을 품기 쉽다.
‘별바람’이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청강대학교 김광삼 교수는 4일 ‘게임테크 컨퍼런스 2013’에서 최근 흥행하는 게임들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접근했다. 그는 게임을 바라보는 유저층을 두 가지로 나누고, 서로 다른 시각을 정리했다. 그리고 개발자로서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해 발표했다. /디스이즈게임 김진수 기자
청강문화산업대학교 김광삼 교수
■ “게임 하는 데 이유가 어디 있어?”
김 교수는 청중에게 ‘우리는 1990년대에 게임을 왜 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신기해서일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오락하는 데 이유가 어디 있어’라는 표현처럼 게임 자체가 게임을 하는 이유였다.
그런데 게임 자체가 목적이 아닌 유저들도 있다. 이른바 ‘라이트 유저’다. MMORPG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 싶어하는 ‘코어 유저’와 달리, 다른 사람들과 함께 무엇인가를 하며 놀기 원하는 사람을 ‘라이트 유저’라고 불렀다.
이들은 왜 게임을 하는 걸까? 바로 게임이 목적이 아니라 ‘도구’이기 때문이다. 오후 10시가 넘어 야간 자율학습을 마친 학생들이 친구들과 놀고는 싶은데 마땅한 수단이 없어서 함께 게임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게임을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놀이나 친목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우다.
이들은 일종의 심심풀이라는 관점으로 게임을 바라보기 때문에 접근 자체가 코어 유저들과는 다르다. 김 교수는 “그들에게 게임의 재미 자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 “요즘 인기 있는 게임들, 주말 예능과 비슷하다”
최근 1년 사이에 나온 히트작은 기존 게임들과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유저들은 고수의 경지를 딱히 동경하지 않는다. ‘옛날 게임은 캐릭터는 그대로인데 유저가 강해지는 반면, 요즘 게임은 유저는 그대로지만 캐릭터가 강해진다’는 말도 있을 정도.
김 교수는 “요즘 모바일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은 게임 자체가 목적이 아닌 경우가 많다.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아직도 <애니팡>을 즐기는 40~50대 유저들은 게임이 정말 재미있어서 하는 게 아니라 화제거리가 필요해서 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은 외로운 사람들이 소재를 찾는 것이고, 게임이 그 자리까지 올라왔다는 설명이다.
그는 최근에 나오는 모바일게임을 ‘주말 예능’에 비교했다. 주말 예능이 나름의 재미를 주지만, 그 속에 숨겨진 강력한 힘은 그 자체가 화제거리가 된다는 점이다. 따로 시간을 보내던 가족이 TV 앞에 모여 앉는 때가 주말 예능 방송시간일 정도로 말이다.
■ “라이트 유저와 코어 유저는 다른 사람”
김 교수는 “게이머가 보기에 ‘게임 같지 않은’ 게임들은 게임 자체로 수렴되는 목적성을 갖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런 게임들이 인기를 끄는 것은 의도했든 안 했든 이런 매개체의 역할을 하며 흥행했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이런 게임들은 대화의 시작이나 화제거리가 되면서 성공한 경우다. <리그 오브 레전드> 유저가 주변에서 관련 대화를 들었을 때 귀가 솔깃해지는 것과 비슷하다.
그는 “게임이 그 자체로 목적인지, 수단인지에 따라 접근 방향성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게임이 수단이 되는 게임을 만든다면 이 게임을 과연 대화용으로 쓸 수 있는지, 수익모델은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임이 목적인 코어 유저와 게임이 도구인 라이트 유저는 게임을 하는 이유 만큼이나 성향도 다르다. 코어 게이머는 까다롭지만, 게임을 좋아하게 되면 충성도가 높아진다. 이런 유저들은 게임 개발사들의 핵심 고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코어 유저들이 ‘돈을 쓰지 않고 이기는 것’을 자랑으로 여긴다는 점이 개발자들에게는 함정이 된다. 돈을 써서 다른 사람을 이긴다는 것을 수치로 여기는 사람들이기에 게임 밸런스에 돈이 영향을 미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반면 라이트 유저들은 다른 접근 방식을 보인다. 게임을 대하는 시각 자체가 코어 유저들과 다르기에 결제 패턴도 달라진다. 김 교수는 “코어 유저를 노리는 게임인지, 라이트 유저를 노리는 게임인지에 따라 수익모델도 달라져야 한다”고 요약했다.
■ “정말 라이트 유저가 코어 게임을 찾을까?”
김 교수는 라이트 유저를 노린 게임들이 확산되면서 앞으로 코어 게임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세간의 예측에 대해 반론을 제시했다.
그는 앞으로 코어 유저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새롭게 게임의 재미를 느끼고 더 코어한 게임을 찾는 유저가 생기는 반면, 기존 코어 유저 중 나이가 들며 게임을 전처럼 열심히 하지 못하게 되는 사람들도 생겨난다는 예상이다. 게임을 그만두지는 않더라도 예전처럼 게임을 하지 못하는 코어 유저도 생긴다며, 결혼 후 아내의 눈치 때문에 게임을 열심히 하지 못하게 된 자신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그는 “최소한 지금 <윈드러너>를 하는 50대 아저씨는 MMORPG를 찾지 않을 것이다”며 라이트 유저가 코어 유저가 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게임 자체를 목적으로 즐기는 사람들과 게임을 대화나 친목의 도구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으로 보인다. 두 집단은 게임에 접근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쉽게 섞이지 않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게임 안에서 목적을 찾는 코어 유저와 게임을 대화의 도구로 사용하는 라이트 유저를 동시에 잡겠다는 시도는 쉽지 않다. 자신이 만들고 있는 게임의 특성을 파악하고 목표로 잡은 유저에 집중하자”고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