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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GC결산] ‘게임’을 위한 축제의 장. 게임스컴 2013

게임스컴 2013, 게임만을 위한 게임쇼로 거듭나다

현남일(깨쓰통) 2013-08-27 03:08:09
유럽 최대의 게임 축제로 불리는 ‘게임스컴’(Gamescom)이 25일, 5일간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그 막을 내렸다. 올해 게임스컴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 닌텐도를 필두로 EA, 액티비전블리자드, 유비소프트 같은 대형 게임사들이 모두 참여하고, 차세대 콘솔 게임기인 Xbox One과 PS4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실제로 게임스컴 2013 조직 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행사장 관람객 총 수는 34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역대 최고의 기록을 달성한 지난해 약 27만 5천 명에서 약 23% 증가한 결과다. 그만큼 올해 게임스컴은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풍부했던 행사로 평가받고 있다.




일반인 입장이 허용된 22일부터 행사장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역습의 MS와 반전의 Xbox One 


지난 E3 2013에서 경쟁상대라고 할 수 있는 소니(SCE)의 PS4보다 약 100 달러 비싼 본체 가격, 그리고 중고거래 금지 등의 정책 발표로 수많은 유저들의 비난에 시달려야 했던 Xbox One은 이번 게임스컴 2013을 통해 어느 정도 ‘분위기 반전’에는 성공한 모습이다. 

‘가격인하’ 내지는 그와 유사한 파급력을 가진 새로운 정책 발표 같은 ‘충격요법’은 등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MS는 <데드라이징 3> <피파 14> <라이즈: 선 오브 로마> <포르자 모터스포츠 5> 같은 기대작들을 모두 행사장 현장에서 체험케하는 정공법으로 철저하게 게임 마니아들을 공략하면서 눈길을 끄는 데 성공했다. 

이는 다양한 홈 엔터테인먼트 기능의 홍보에 열을 올렸던 지난 E3 2013과는 명백하게 차별화되는 행보였다. 그 결과 이번 게임스컴에서는 ‘Xbox One = 신형 TV 셋탑박스’라는 식의 조롱이나 비판이 들리지 않았다. MS의 게임 중심의 체험 전략이 나름 유저들에게 받아들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행사 기간 내내 수많은 관람객들로 성황을 이루었던 MS부스. <타이탄폴> <데드라이징 3>등 플랫폼 독점 타이틀에 있어서도 Xbox One은 SCE보다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SCE의 PS4는 게임스컴에서 만큼은 ‘조용한’ 행보를 이어갔다. 발매일 정보를 제외하면 특별한 발표도 없었고, 눈에 띄는 플랫폼 독점 타이틀이나 신작의 발표도 적었다. 전시장에서는 PS4보다는 PS Vita 및 PS3용 ‘패밀리 게임’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게임스컴은 가족단위 관람객이 많은 행사인 만큼 SCE의 행보가 무조건 나쁘기만 하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마니아용 게임이 적었던 탓에 게임스컴에서의 이슈몰이는 실패했다. 실제 수많은 관람객으로 인해 가만히 서있기 조차 힘든 주말에도 SCE 부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PS Vita 및 PS3 체험대는 곳곳에서 빈자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SCE 부스는 PS4 체험대를 제외하면 주말에도 빈자리가 보일 정도였다.


차세대 게임기? 그보다는 ‘게임’이 우선!


Xbox One과 PS4에 대한 관람객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하지만 사실 게임스컴 2013에서는 ‘차세대 게임기’보다는 주요 게임사들이 선보인 ‘기대작’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았다. 실제로 관람객들은 행사장 입장이 시작되면 제일 먼저 Xbox One이나 PS4 체험대보다는 EA, 유비소프트, 액티비전블리자드, 베데스다 부스 쪽으로 더 많이 ‘뛰어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EA의 <배틀필드 4> 체험부스. 행사 시작 20분만에 대기열은 ‘여기서부터 3시간 기다려야 합니다’ 팻말이 적힌곳까지 꽉 들어찼다.

올해 게임스컴에서 관람객의 주목을 받은 작품들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주목을 받은 작품을 꼽자면 EA의 <배틀필드 4>와 <타이탄폴>, 유비소프트의 <와치독> 액티비전블리자드의 <디아블로 3: 영혼을 거두는자> <데스티니>, 베데스다의 <엘더스크롤 온라인> 등이 손꼽힌다. 

특히 <타이탄폴>은 주요 미디어로부터 게임스컴 2013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히며, ‘게임스컴 2013 어워드’의 ‘베스트 차세대 콘솔게임상’ 수상작으로도 선정될 정도로 큰 인기와 주목을 받는 데 성공했다. 


 게임스컴 2013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힌 EA의 <타이탄폴>. 사진은 <타이탄폴> 부스 앞에 있던 대형 ‘타이탄’ 조형물이다.


오직 게임을 위한 게임쇼


게임스컴은 다른 세계적인 게임쇼들과 비교하자면 출전하는 게임사는 물론이고, 관람객들까지 모두 철저하게 ‘게임’에 집중하는 게임쇼라고 할 수 있다. 

행사장 내에는 게임과 별 관련이 없는 무분별한 노출을 앞세우는 부스모델도 거의 없으며, 게임은 뒷전이고 이런 모델들 촬영에 바쁜 관람객(이른바 ‘DSLR족’)도 없다. 게임사들은 이벤트보다는 신작의 시연이나 체험에 더 집중하고, 관람객들 역시 ‘체험’ 외에는 얻는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좋아하는(혹은 기대하는) 작품을 즐길 수 있다면 3시간이고 4시간이고 끈기 있게 기다린다. 



이렇게 의자까지 동원해서 3시간, 4시간 기다려봐야 게임을 체험하는 것 외에는 어떠한 것도 얻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게임스컴이다.
 
한편 이런 게임스컴의 광경은 똑같이 게임을 주제로 하며, 관람객들을 위한 행사를 표방하는 우리나라의 ‘지스타’와 비교하면 여러 면에서 부러움을 산다. 물론 지스타와 게임스컴은 출전하는 게임 타이틀의 플랫폼도 다르고, 환경적인 면에서도 다른 점이 많기에 1대1로 비교하면서 어느 쪽이 좋다 나쁘다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지스타에 출전하는 게임사들은 홍보를 이유로 여전히 ‘게임’ 그 자체보다는 경품이나 인기 가수의 공연, 또한(많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부스 모델을 활용한 이슈 메이킹 등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해 지스타에서는 정작 중요한 ‘게임’이 이슈의 뒷순위로 밀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물론 지스타에 출전하는 게임사들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슈 메이킹이 쉽지 않다’고 항변할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올해 게임스컴은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순수하게 ‘게임’ 관련 이슈 만으로도 지난해보다 23% 이상 더 많은 관람객들을 불러오는 데 성공했다. 



게임스컴은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들의 분장을 하고 와서(이른바 ‘코스프레’) 다른 사람들과 즐겁게 놀다가는 관람문화가 정착되어있다. 게임사들과 주최측 역시 다양한 코스프레 행사를 진행하면서 이와 같은 문화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 지스타는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게임을 주제로 어울리는 것’에 대한 지원이나 이벤트 등이 거의 없다. 때문에 위와 같은 모습을 전혀 발견할 수 없다. ‘게임쇼’를 표방하는 이상, 국내 게임사들도 이와 같은 부분에서 많은 고민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쾰른(=독일)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