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탐방은?] 최근 ‘스마트한’ 모바일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사가 늘어나고 있는데요, 디스이즈게임은 스마트게임 개발사를 찾아가 그들의 비전과 주요 신작을 살펴보는 연재물을 준비했습니다.
오늘 소개할 회사는 인디 개발사 슬러시(Xlush)입니다. 남자 네 명이 모인 인디 개발사라는 말에 ‘깊은 우정’의 스토리가 있을 것 같았던 예상과는 달리, 생면부지 네 남자가 모인 팀이었습니다.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지만 ‘유머감각은 제로’라서 귀여운 게임이 나오기는 힘들 것 같다던 슬러시를 만나봤습니다. 최근 유료 앱스토어 1위를 차지했던 <닌자래쓰>의 플레이 영상부터 감상하시죠. /디스이즈게임 송예원 기자
‘가챠’는 없다. 속 시원한 액션 게임 <닌자래쓰>
<닌자래쓰> 스테이지 2 플레이 영상
앱스토어 유료부문 1위까지 차지했던 슬러시의 최신작 <닌자래쓰>는 버추얼 패드를 활용한 횡스크롤 액션 게임입니다. 비교적 단조로운 캐릭터와 몇 안 되는 조작 버튼 때문에 게임도 단순할 것 같지만, 캐릭터마다 다양한 스킬과 콤보를 구사하는 것은 물론, 제법 높은 난이도를 가지고 있는 게임이죠.
공격방법도 조금 독특해요. 빨간 공격버튼을 터치를 하면 기본 공격이 나가고, 스와이프를 하면 대시 공격을 합니다. 레벨에 따라 스킬을 배우면 대시 공격은 좌우뿐만 아니라 상하로도 가능하기 때문에, 보다 다양한 콤보 액션을 구사할 수 있습니다.
<닌자래쓰>는 총 네 개의 챕터로 나뉘며, 각 챕터마다 14개의 스테이지가 있습니다. 또 스테이지마다 ‘스테이지 클리어’, ‘제한 시간 내에 클리어’, ‘데미지 3회 이내 클리어’와 같은 미션으로 나뉘어 있고요. 14개의 스테이지를 모두 클리어해야 다음 챕터로 넘어갈 수 있지만, 미션은 하나만 성공하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성향과 실력에 따라서 선택적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현재까지 공개된 캐릭터는 3개 입니다. 각 캐릭터마다 고유의 무기도 3개씩 존재하는데, 한 개는 기본으로 주어지며 두 개는 결제를 통해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무기의 강화나 체력회복 아이템은 부분유료화 돼있지만 ‘가챠 시스템’은 없답니다.
운명의(?) 네 남자가 모인 인디 개발사 슬러시(Xlush)
왼쪽부터 슬러시 이진호 대표, 장화랑 기획 팀장
팀원 네 분이 전부 남자네요. 네 명의 남자, 어떻게 만나셨나요?
이진호 대표: 삭막할 것 같죠? 굉장히 삭막합니다(웃음). 보통 인디 개발팀은 어려서부터 알고 지낸 친구라든지, 각자 흩어졌다가 꿈을 위해 의기투합해서 만났다든지, 대부분 히스토리가 대단한데 슬러시는 재미없게도(?) 그렇지는 않아요.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재미있는 모바일게임을 만들자!’라는 목표로 만났거든요.
장화랑 팀장: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입장에서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없어서 아쉽긴해요. 그런데 진짜 특별한 인연이라기보다 게임 만들자고 만났어요. 대표님이 ‘게임을 만들어야겠어!’라고 생각하면서 필요한 맴버를 하나둘씩 모아서 지금의 슬러시가 됐습니다.
대표님과 저처럼 각자 앱 개발 등 IT업계에서 일하다가 우연히 만나기도 했고, 다른 분들은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소개로 만났어요.
슬러시의 첫 작품 <워치타워> 트레일러
그럼 각자 다른 분야에 계셨던 건데, 게임 개발은 어떻게 결심하신 건가요?
이진호: 뻔한 이야기이고 당연한 대답인데 그냥 게임을 좋아해요. 특히 콘솔 액션 게임을 좋아합니다. 콘솔형 액션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계속 해왔었어요. 게임을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기도 했고, 그래서 돈도 잘 벌 수 있을 것만 같았죠.(웃음)
장화랑: 전 그냥 어려서부터 게임 개발이 꿈이었어요. 그래서 계속 게임 기획 쪽 공부를 했죠. 군대 다녀온 이후에 본격적으로 개발자로서 창업을 준비하다가 어떤 팀을 만났죠. 게임 개발에는 복합적인 기술이 많이 필요한데 그 팀은 사실 기술력이 많이 부족했어요. 그래서 게임까지는 못 만들고 이런저런 앱을 만들다가 그 팀이 있던 IT센터에서 이진호 대표님을 만났습니다.
‘운명’일까요?
장화랑: 운명…이라고 할 수 있겠죠?(웃음) 제 마음속에서 게임에 대한 열망은 커지고 있던 와중에 슬러시의 전작 <워치타워>의 후반 작업이 한창이었어요. 처음엔 QA쪽 일손이 부족하다고 해서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조금씩 도와드리다가 전작은 시원하게 망하고(웃음) <닌자래쓰>부터 정식으로 입사해서 공격적으로 붙었습니다.
“오락실 추억을 살리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어요”
<닌자래쓰>는 지금 네 분이 함께하는 ‘처녀작’이나 다름없네요. 탄생 배경이 궁금해지는데요?
이진호: 요즘 모바일 액션 게임들은 터치 스크린을 활용하다 보니까 간편한 조작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어요. 혹은 액션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경우도 있죠. 어떻게 보면 그게 맞는 걸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희는 그런 새로운 것보다 ‘옛날 게임’을 만들고 싶었어요. 어릴 때 오락실에서 즐겼던, 조금 촌스러울 수 있는 느낌 있잖아요. 직접 조작해서 점프하고, 때리는 일명 ‘손맛이 살아있는 게임’말이죠. 그래서 ‘오락실에서 즐기던 추억의 게임’이라는 추상적인 콘셉트에 맞춰서 조작방법만 엄청 고민했습니다.
장화랑: 요즘 모바일게임 개발 기간이 보통 6개월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조작방법만 두 달을 고민했다니까요. 별 생각을 다 해봤어요. 아예 공격버튼을 두 번 누르면 연속 스킬이 나간다든지 이런 것도 생각해봤는데 조작이 너무 어려워지더라고요.
이진호: 이것저것 다해보다가 마침내 나온 게 지금의 한 손은 움직이는 조작을, 다른 한 손은 스와이프하는 방식입니다. 척척 감기는 맛이 있어서 내부적으로도 만족스러워했습니다. 이런 조작감과 액션으로 해외에서는 스마트폰용 <닌자 가이덴>이라는 평가도 들었어요.
<닌자래쓰>는 버추얼 패드를 활용하며, 스와핑으로 대시와 다양한 스킬을 구사할 수 있다.
그러고보니까 한국이 아니라 북미에서 먼저 출시가 됐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이진호: 이유는 단순해요. 북미시장이 앱스토어 시장 중 가장 크기 때문이죠. 한국도 ‘카카오 게임’ 때문에 모바일게임 시장이 많이 활성화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 규모 측면에서 북미가 훨씬 크거든요. 북미에서 아주 크~게 성공하고 금의환향해서 후광효과를 좀 노려보고 싶었는데 잘 안 됐어요.(웃음)
장화랑: 토탈 유료 앱 79위. 딱 거기까지더라고요. 아주 나쁜 성적은 아닌데, 회사도 작고 마케팅 쪽은 아예 몰라서 그냥 손 놓고 있었더니 유지는 못 하고 금방 내려왔어요. 많이 아쉬웠죠.
<닌자래쓰> 스테이지 4 플레이 영상. 보다 많은 적이 등장해 난이도가 높다.
반면 한국에서는 광고 하나 없었어도 반응이 뜨겁습니다. 유료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어때요? 실감하세요? (☞관련기사: 닌자 래쓰, 앱스토어 유료인기앱 1위)
이진호: 가깝게는 주위 업체 관계자들이 재미있게 즐겨주고 계셔서 뿌듯합니다. 모 회사의 대표님께서는 7시간 만에 클리어하셨다는 데, 저희가 염두했던 플레이 시간이 나와서 만족했어요. 게임 실력이 좋으면 전부 클리어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거든요.
유저들의 반응도 다 찾아보고 있습니다. 금의환향을 꿈꿨지만, 대부분의 반응은 ‘이런 새로운 게임이!’더라고요.(웃음) 다른 게임에 비해 인 앱 결제에 대한 스트레스가 덜한 편이라는 평가도 있었어요. 간혹 과금 유도가 심하다는 말씀들도 해주지시지만, 일단 확률게임이 없거든요.
<닌자래쓰>는 게임 특성상 ‘가챠 시스템’을 넣을 수 없는 아이템 구조에요. 희귀한 아이템 같은 게 따로 없으니까요. 이것도 좀 옛날 게임 스타일이죠?(웃음)
“남자들의 액션을 만들고 싶다”
슬러시는 앞으로 어떤 게임이 나올까요?
이진호: 당연히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야겠죠?(웃음) 전작 <워치타워>도 비슷했지만 <닌자래쓰>의 경우 팀원들의 니즈를 많이 반영했어요. 결과적으로 볼 때 향수가 느껴지는 게임이 나왔죠.
20대 중후반 대부분의 남성이 어릴 적 오락실에서 보냈던 추억들이 있잖아요. 앞으로도 게임을 즐기는 환경은 계속 변하겠지만 이렇게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장화랑: 그런데 문제는 그런 게임들을 만들다 보니까 죄다 액션 위주의 남자들이 좋아하는 게임이라는 거에요! <닌자래쓰>의 경우 아기자기한 캐릭터만 보면 캐주얼 게임으로 보이지만, 피 튀기는 액션게임이거든요. 귀엽고 깜찍한 캐주얼 게임도 만들어보고 싶은데 이 팀에서 나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이진호: 사실 캐주얼 게임 프로토타입까지는 만들어 봤었는데 영 재미가 없더라고요. 캐주얼 게임에 대한 욕심은 계속 마음속에 담아 놓을 거에요. 하지만 슬러시에서 나오는 게임들은 전작과 비슷한 느낌으로 남자들이 좋아하는, 향수가 느껴지는 그리고 피 튀기는 액션 게임이 주를 이룰 듯싶네요.
조금 더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요?
장화랑: 일단 <닌자래쓰>의 이야기를 하자면 제대로 된 광고 하나 없이 국내에서 이만큼 성적을 냈다는 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앞으로 갈 길이 멀었습니다. 국내 앱스토어, 특히 유료 부분의 경우는 그 규모가 아주 작은 축에 속하거든요. 그래서 조만간 국내에서 시장 점유율이 높은 안드로이드 버전을 출시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다시 북미시장에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이진호: <닌자래쓰>는 <워치타워>를 만들면서 아이디어가 나왔고, <워치타워>제작 후반부에는 거의 동시에 작업했다고 할 수도 있어요. 아직 구체적인 차기작이 결정된 건 없지만, 내부적으로 계속 회의는 하고 있어요. <닌자래쓰> 안드로이드 버전이 출시되고, 업데이트가되면 조만간 차기작 준비도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슬러시의 자랑을 한다면?
이진호: 음... 야근이 없다?(웃음) 대표인 제가 야근을 싫어해서 슬러시에는 야근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이 정도면 큰 장점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