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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모두의마블의 성공 비결? “너무 앞서가도 망한다”

CJ 넷마블 이종호 사업본부장이 밝히는 넷마블의 흥망

송예원(꼼신) 2013-08-29 21:05:03

성공하는 게임의 비결은 무엇일까?’ 하루에도 수 십 개의 모바일게임이 쏟아지는 요즘, 개발자들의 고민은 비슷하다. 생각하지도 못한 게임이 일 매출 10억 원을 넘기기도 하고, 수 십 억이 투자된 게임이 쥐도 새도 모르게 순위를 벗어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도 줄줄이 대박을 터트리는 경우도 있다. <다함께 차차차 for Kakao>부터 <마구마구 2013 for Kakao> <모두의마블 for Kakao> 그리고 최신작 <몬스터 길들이기 for Kakao>까지 CJ E&M 넷마블(이하 넷마블)이 출시하는 모바일게임이 잇따라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넷마블의 이런 성공 뒤에는 400억 원을 투자하고 1억 원을 남긴 엄청난 쪽박이 숨겨져 있다.

 

넷마블은 어떻게 춘추전국시대와 같은 지금의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대박 행진을 이어갈 수 있었을까? 넷마블의 이정호 사업본부장은 29일 경기콘텐츠진흥원과 경기콘텐츠기업협의회가 개최한 ‘<모두의마블> 성공전략 공개’ 기획세미나에서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얻은 그 비결을 공개했다반 보빠른 절묘한 타이밍과 유저들의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 그 해답이었다. 이 본부장이 전하는 넷마블의 흥망을 살펴보자/디스이즈게임 송예원 기자

 

CJ E&M 넷마블 이정호 사업본부장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반 보’ 앞서라


대외적으로 넷마블 모바일게임 사업을 본격화한 것은 ‘CJ E&M 넷마블 모바일사업팀이 구성되고 모바일게임 퍼블리싱 인프라를 구축했던 2011년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실 10년 전에도 CJ에는 모바일 사업팀이 존재했다. 이정호 본부장은 지금의 성공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지난 10년 동안의 경험을 통해 나온 것이라는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했다.

 

이 본부장은 모바일게임 사업의 성공 비결로 먼저 딱 반 보 앞선 선점을 꼽았다. 시장의 진입이 늦어서도 안 되지만 너무 빨라도 실패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지팡의 핵심 기기 게임폰’.

2004년 당시 모바일 사업팀은 지팡(G-Pang)이라는 일명 게임폰프로젝트를 시행했다. KT가 통신을 서비스하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게임용 단말기를 제작하며, CJ가 게임 콘텐츠를 수급하는 프로젝트였다. 당시 KT는 마케팅비만 104억 원을 투자했고, CJ는 게임 콘텐츠 제작에 405억 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지팡은 그야말로 대실패였다. 최소 80만 대로 예상했던 게임폰의 보급은 4만 대에 그쳤고, 40개의 게임이 거둔 총 매출은 1억 원이었다. <모두의마블>이 시간당 매출 1억 원도 기록했던 것을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처참한 결과였다.

 

이정호 본부장은 반 보 앞선 선점을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지팡의 실패 이유에 대해 너무 빨랐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요즘에야 휴대폰의 선정 기준에서  방대한 콘텐츠를 원만하게 실행할 수 있는 기능성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2004년 당시에는 휴대폰의 경량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특별한 기능보다는 가볍고 작은 휴대폰이 인기를 끌고 있었고 따라서 미니게임 모음집 같은 캐주얼게임이 흥행하고 있었다. 지팡은 화면도 크고 사이즈를 키웠기 때문에 결국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야만 했다.

 

이 본부장은 흥행사업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절묘한 타이밍이다. 막대한 인력과 금액을 투자한 지팡이 실패던 이유는 고용량 게임사업이라는 게 당시 시장환경보다 너무 앞서 나갔기 때문이다. 선점은 무조건 빠른 게 전부가 아니다. 딱 반 보 정도만 앞서가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넷마블의 모바일게임 성공작 <다함께 차차차>와 <모두의마블>.

이미 <애니팡> <드래곤 플라이트>가 모바일 캐주얼게임을 선점한 상황에서 넷마블은 두 게임의 성공 원인을 쉬운 조작성과 더불어 하트와 날개를 활용한 확산성에서 찾았다. 두 게임의 아성을 뛰어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했다.

 

넷마블은 <다함께 차차차>를 통해 친구 초대 보상(리워드) 모델을 구축했다. 게임 초대 메시지를 주고받는 데 그치지 않고 10개를 보내면 아이템을 제공하고, 100개를 보내면 상점에서 구매할 수 없는 차를 지급했다. 그 결과 타이어 발송 건수만 2조 건을 넘기며 <다함께 차차차>의 입지를 다졌다. <다함께 차차차> 출시 17일 만에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일일 최고 매출 16억 원을 달성했다.

 

  

 유저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아 처절하게’ 망했다

 

그렇다면 시장만 선점한다고 해서 성공할 확률이 높아질까? 이 본부장은 선점 만큼 중요한 것이 유저의 상황(Context)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자들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고 무엇이 필요한지 모른 채, 새롭고 기술력이 좋은 게임을 내놓는다고 성공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정호 본부장은 유저가 처한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넷마블은 과거 온라인 맞고게임의 인기에 힘입어 <모바일 대박맞고>를 출시했다. 이 게임을 통해 넷마블은 업계 최초로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이 실시간으로 연동되는 기술을 선보였다. 하지만 <모바일 대박맞고> 역시 이 본부장의 표현을 빌려서 처절하게망했다. 지금도 구현하기 어려운 이 기술이 무려 10년 전에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을까?
 

이 본부장은 그 이유를 유저의 환경은 분석하지 않고, 우리의 기술을 자랑하려고만 했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넷마블은 PC 유저와 모바일 유저가 동시에 이 게임을 즐길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게임을 플레이하는 PC 유저와는 달리, 이동하며 플레이하는 모바일 유저들은 도중에 게임을 종료해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 결과 PC 유저는 한 판이 끝날 때까지 3분 이상 기다려야만 했고, 결국에는 모바일 유저가 입장하면 강제퇴장을 시키는 경우가 다반사가 된 것이다. 결국 양쪽 플랫폼의 유저 모두 게임을 떠나고 말았다.

 

<대박맞고>의 온라인과 모바일 실시간 대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실시간 대전보드게임 <모두의마블>은 온라인게임을 모바일로 이식한 결과물이다. 넷마블은 모바일로의 이식에 앞서 모바일게임 유저들은 언제나 게임을 끌 준비가 된 사람이라는 점을 상기했다. 따라서 플레이타임으로 인해 게임을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개발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0X10의 맵을 8X8로 줄이고, 평균 플레이시간도 7분으로 단축했다.

 

모바일 <모두의마블>은 서버 장비도 확충했다. 사실 출시 전에는 온라인 버전에 맞춰 3만 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분량이었다. 그러나 이 본부장은 모바일 유저는 언제 어디서든지 게임을 플레이하기 때문에 최소 10배는 접속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넷마블은 30만 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서버를 확충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모두의마블>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준비한 서버 장비가 가득 찼다. 나중에는 최고 동시접속자 수 50만 명을 기록했고, 한동안 다운로드와 매출 순위 상위권에 머무를 수 있었다. 이 본부장은 “만약 모바일게임 유저들의 환경과 특색을 고려하지 않았다면 접속장애로 인해 유저들이 상당히 떨어져 나갔을 것이다언제나 유저들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013 경기콘텐츠기업협의회 기획세미나 넷마블 이종호 사업본부장의 강연 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