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세에 애니메이션을 처음 시작한 청강산업대학교 김상중 교수는 처음 취업을 준비하던 당시 60개의 회사에 이력서를 제출했지만 모두 떨어졌다. 유학까지 마친 김 교수는 당시 본인의 취업 실패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몇 년 후 엑틱스소프트와 엔씨소프트, SK를 거쳐 지금의 교수직에 앉아 보니 합격할 수 있는 이력서와 포트폴리오가 눈에 들어왔다.
기업이 만족하는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는 철저한 분석을 통해 전략을 세워야지만 비로소 완성된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지난 10년 동안 관리자로서 셀 수 없는 이력서를 통해 직원을 뽑아 보고, 또 교수로서 학생들을 취업시킨 김 교수가 게임회사 취업 준비생을 위해 26일 KGC 2013 강단에 섰다. 그가 말하는 전략적인 이력서 작성 비법을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송예원 기자
청강문화산업대학교 김상중 교수
“게임회사가 원하는 것은? 정보가 생명이다”
김 교수는 본격적인 포트폴리오 작성에 앞서 각 게임회사에 대한 탐색을 강조했다. 회사가 원하는 것을 알고 그에 맞게 준비한 포트폴리오만이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회사는 사과를 원하는데, 맛있는 바나나를 내미는 건 소용 없는 일이다”며 회사와의 궁합을 언급했다.
정보 탐색은 간단하다. 먼저 구인 광고를 하는 취업 정보 사이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취업 정보 사이트에는 어떤 회사가, 어느 직군에서, 무슨 기술이 필요한지 한눈에 볼 수 있다. 김 교수는 “주식을 하는 사람처럼 하루도 빠짐없이 사이트를 방문해야 한다. 취업 시장의 흐름을 아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각 회사의 직무, 업무내용, 필요 자격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탐색의 다른 방법은 각 게임회사가 제공하는 동영상을 보는 것이다. 직접 플레이하지 않아도 무슨 장르의 게임인지, 어떤 기술을 사용했는지, 어디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지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또 게임웹진을 통해 최신 뉴스를 체크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 교수는 “타자기 회사가 PC가 등장했을 당시 콧방귀를 뀌었다. 그런데 단 한 달 만에 전 세계 흐름이 바뀌었다. 지금 게임업계에서 모바일도 마찬가지다”고 설명했다.
“인사 서식 제1호는 절대 사용하지 마세요”
“인터넷에 ‘이력서’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인사 서식 제1호’는 절대 사용하지 마세요. 이걸 사용한다는 건 고지식한 사람이거나 게으른 사람이라는 소리입니다. 게임을 만들겠다는 사람들이 이렇게 창의력에서 벗어나도 될까요?”
김 교수는 실제로 대형 게임회사에 들어간 학생들의 이력서와 자기소개를 통해 구체적인 팁을 제시했다.
이력서는 꼭 빈칸 없이 작성해야 한다. 꽉 찬 문서는 작성한 사람까지 꽉 차 보이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다. 김 교수가 공개한 이력서를 살펴보면 ‘프로젝트 진행 경험’이라는 칸이 보인다. 원래 이 부분은 ‘경험’이 아닌 ‘경력’이었다. 신입사원 지원자로서 경력이 없으므로 작성할 수 있는 내용으로 직접 수정한 것이다. 김 교수는 여성의 경우 병역란을 채울 수 없다면 비우지 말고 아예 삭제하는 것이 낫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모든 항목을 채워 나가다 보면 자신만이 가진 특별한 부분이 드러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특별한 기술력이 부족했던 한 구직자는 자신이 다룰 수 있는 모든 프로그램을 전부 써 넣었다. 그 프로그램을 전부 다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게임 개발에 필요한 능력을 뽑아서 적어낸 것이다.
포트폴리오를 작성할 때는 이력서와 다르다. 포트폴리오는 자신이 정말 무엇을 잘하는지 차별적인 능력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는 한 직원에게 모든 것을 잘하기 바라지 않는다. 예를 들어 대형 온라인게임의 경우 그래픽팀만 100 명에 육박하기도 하는데, 모든 인력이 똑같은 역량이라면 효율적이지 못하다.
회사는 개개인이 잘하는 일을 분업하여 최고의 효율을 만들어내는 것을 원한다. 김 교수는 “하나의 주무기를 갖고 여러 보조무기를 보여줘야 하는데, 주무기는 없고 보조무기만 잔뜩 있는 건 실속이 없다”고 덧붙였다.
자기소개서는 자신의 기술이력서가 돼야 한다. 예를 들어 자신을 ‘끝없이 배우고 도전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할 때는 흔히 쓰는 국토대장정에 도전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고등학교 때부터 혼자서 간단한 2D 게임을 제작해 봤다든지 프로젝트팀을 진행하면서 특정 성과를 냈다든지 하는 실무적인 내용으로 어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