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빌이 컴투스의 지분 21.37%(215만 5,815주)를 약 700억 원에 인수하면서 경영권을 확보했다. 국내 모바일게임 업계에서 10년 넘게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온 두 회사가 한 가족이 된, 국내 모바일게임 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빅딜’이다. 이번 인수의 배경에는 어떤 의미가 깔려 있는지 짚어 봤다.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 스마트폰과 카카오의 시대, 달라진 두 회사의 입지
게임빌과 컴투스는 국내에 피처폰 모바일게임 시장이 태동하던 2000년대 초반부터 10년 넘게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 왔다. 양사는 이 기간 동안 모바일게임 업계 1, 2위를 다투던, 말 그대로 ‘대한민국 모바일게임의 양대산맥’이었다.
하지만 2011년 오픈마켓 자율심의와 함께 스마트폰 모바일게임 시장이 열리고, 2012년 하반기에 ‘카카오 게임하기’가 서비스를 시작하자 두 회사의 입지는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대형 게임사, 소규모 개발사 할 것 없이 대거 모바일게임 업계에 유입되면서 이른바 ‘무한 경쟁의 시대’가 열렸고, 두 회사는 더 이상 예전처럼 시장을 이끄는 1, 2위 자리를 유지하지 못하게 됐다.
가장 최근인 2013년 2분기(4월~6월) 매출 실적을 보면 CJ E&M 넷마블 600억 원(모바일), 위메이드 439억 원(모바일), 게임빌 205억 원, 컴투스 203억 원이다. 규모에서 알 수 있듯, 게임빌과 컴투스의 게임은 국내 오픈마켓 매출순위 10위권에서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예전부터 두 회사가 주목했던 해외에서의 성과는 나오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로 치열한 경쟁에서 계속 생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달리는 상황. 과거 양사를 대표했던 <놈> <게임빌프로야구> <미니게임천국> 같은 프랜차이즈는 예전 같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 등에서 매출순위를 살펴보면 컴투스와 게임빌 게임들은 최근 안정적으로 10위권에 드는 경우를 찾아볼 수 없다.
■ 해외 공략과 유저풀 등에서 시너지 효과 기대
이런 상황에서 두 회사는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한 선택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로의 장단점이 명확하기 때문에 힘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
게임빌과 컴투스는 국내 시장에서 그동안 다른 전략으로 발전해 왔다. 컴투스는 한때 300명이 넘는 개발자들을 확보할 정도로 자체개발 역량을 키워왔고, 실제로 자체 개발의 비중이 게임빌보다 높다. 반면 게임빌은 인기 있는 주요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자체개발을 유지했지만, 그보다는 퍼블리싱에 많은 힘을 쏟아서 다양한 라인업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왔다.
두 회사의 모바일게임 플랫폼도 주목할 부분이다. 게임빌이 운영하는 ‘게임빌 서클’이나 컴투스가 서비스 중인 ‘컴투스 허브’는 단일 게임사의 플랫폼으로는 눈에 띄는 유저풀을 확보하고 있다. 컴투스 허브는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전 세계 3,000만 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했으며, 게임빌 서클은 누적 다운로드 횟수 3억 건을 돌파했다.
특히 게임빌과 컴투스는 피처폰 시절부터 글로벌 시장 공략에 적극적이었다. 그동안 쌓아온 글로벌 시장 인지도와 유저풀, 마케팅 노하우 등에 있어서는 국내 어떤 게임사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두 회사가 유저풀과 해외 역량을 합칠 경우 글로벌 공략을 원하는 개발사에게는 매력적인 퍼블리셔가 될 수 있다.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 역시 두 회사가 힘을 합침으로써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분위기다. 단, 실질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게임빌은 상대적으로 개발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에 컴투스 인수를 통해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게 되었다. 또 두 게임사가 운영 중인 플랫폼이 모두 막대한 가입자 기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공유하면 마케팅 효과가 배가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게임빌의 컴투스 인수가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선택’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게임빌의 컴투스 인수는 외형 성장 측면에 포커스를 맞추어서 진행된 선택으로 보인다. 하지만 두 회사는 같은 업종인데다가 서로 비슷한 사업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려워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편
게임빌의 컴투스 경영권 인수는, 당장 합병 같은 급격한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보다는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관계와 비슷한 ‘연합’의 형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게임빌이 확보한 21.37%의 지분은 컴투스의 경영권을 행사하는 데는 충분하지만, 합병이나
기업결합을 시도하기에는 다소 애매한 수치다.
확실한 것은 지난 1998년 이후로 15년 동안 컴투스를 이끌어온 박지영 대표의 시대가 끝났으며, 앞으로 컴투스와 게임빌의 관계는 게임빌이 주도권을 쥐고 이끌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두 회사가 앞으로 국내외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어떠한 결과를 보여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