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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개척자들을 위한 ‘거친’ 판타지 라이프, 검은사막

1차 CBT 체험기, 게임 속 세계를 바꿔나가는 재미를 강조

전승목(아퀼리페르) 2013-11-01 07:36:50

지난 10월 17일부터 23일까지, 펄어비스가 개발하고 다음이 서비스하는 MMORPG <검은사막>의 첫 클로즈 베타테스트가 진행됐습니다. 7일 동안 기본적인 액션을 시작으로 무역과 생산, 지역 개발, 공성전 등 기자간담회와 공식 홈페이지에서 소개된 대부분의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돋보인 점은 ‘개척이었습니다. 단순히 전투와 퀘스트만 반복해서 캐릭터를 키우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캐릭터는 물론 그 주변 환경도 바꿔 나가고 발전시킬 수 있었거든요. 캐릭터와 마을을 동시에 육성하는 기분으로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첫 테스트였기에 단점도 많이 보였습니다. 퀘스트를 하든 전투를 하든 채집을 하든 너무 불편했고, 캐릭터와 마을을 동시에 육성해야 해서 신경 써야 하는 점도 많았습니다. 개척의 재미를 만끽하려면 지나치게 불편한 점은 개선돼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디스이즈게임 전승목 기자


 

■ 플레이어가 게임 속 세계를 개척할 수 있는 MMORPG

 

일반적인 MMORPG의 마을과 NPC는 플레이어에게 영향을 끼치는 존재입니다. 플레이어에게 퀘스트를 제시하고 보상을 지급하는 역할을 하니까요. 이 때 마을과 NPC가 어떤 퀘스트를 주는가에 따라 플레이어들의 행동 양상이 결정됩니다. 던전에 가라고 하면 몬스터와 치고받아야 하고 채집을 하라면 아이템을 캐야 하죠.

 

물론 플레이어 마음대로 행동할 수도 있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퀘스트 이외에 할 수 있는 일이 마땅하지 않거나, 퀘스트 보상이 쏠쏠해서 다른 일을 하기 망설여질 수 있거든요.

 

<검은사막>의 마을과 NPC도 플레이어에게 퀘스트라는 형태로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하지만, 다른 게임과는 조금 다릅니다. 거꾸로 플레이어의 행동에 영향을 받고 변화할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거든요.

 

가령 마을 주변의 광산, 벌목지, 농장과 같은 ‘노드’를 개발할 경우, 마을은 단순한 퀘스트 의뢰처가 아닌 판매할 상품과 제작용 재료를 쏟아내는 생산 거점으로 변모합니다. 여기에 공방을 개발하거나 내 집을 구매하면 몬스터에게서 얻을 수 없는 무기와 귀중한 교역품을 생산할 수 있기까지 하죠.

 

 막 시작했을 때는 화려한 그래픽이 눈에 들어오지만,


 하다 보면 마을 전체를 개발하고 게임 속 세상을 바꿔 가는 재미가 눈에 띕니다.


다른 마을까지 개발해서 본래 거주하는 마을과 연결하면 무역으로 큰 돈을 벌 수 있게 됩니다. 참고로 퀘스트와 사냥을 반복해도 돈을 벌 수 있기는 하지만, 퀘스트가 직접적으로 돈을 보상해 주지는 않기 때문에 마을을 개발하는 편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NPC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야기 교류’라는 대화로 친밀도를 높이면 이것저것 기능이 추가되거든요. 기본으로 제공하는 퀘스트가 아닌 특별한 퀘스트를 주거나, 비밀상점 기능이 추가되거나, 전투에 유용한 버프를 걸어주는 기능이 추가되는 식입니다. 

 

여담이지만 친밀도가 높은 NPC가 여럿 있으면 경험치 증가, 방어력 증가, 생명력 자동 회복 버프들을 종류 별로 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근처에 플레이어가 자주 찾아가는 사냥터가 있다면, 친밀도 높은 NPC들이 밀집된 마을을 ‘사냥 거점’으로도 응용할 수 있다는 뜻이죠.

 

 친밀도를 높이면 NPC의 기능도 추가할 수 있습니다.


 친밀도를 높인 NPC로부터 방어력 증가 버프를 받는 모습.


다시 말해 <검은사막>은 일반적인 MMORPG에서는 플레이어가 영향을 끼치기 어려운 대상들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단순히 주어진 퀘스트를 따라가기만 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마을과 NPC를 자기 입맛에 맞게 바꿔 나갈지 계획을 짜고 머리 쓰는 재미를 느낄 수 있어요.

 

나중에는 자신의 필요에 맞게 업그레이드된 마을을 이용해 실질적인 이득을 만들어내고 뿌듯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캐릭터를 키우는 육성의 재미뿐만 아니라 마을을 개발하는 ‘개척’의 재미를 더한 MMORPG죠.

 

개발을 하기 전에는 몬스터만 보이는 동굴이었지만, 개발 후에는 플레이어 대신 자원을 캐는 일꾼들로 넘쳐났습니다. 플레이어의 행동에 따라 게임 속 풍경도 달라지는 셈이죠.

 

■ 퀘스트 강박감 없이 게임 속 생활을 즐기는 것도 가능

 

마을과 NPC를 커스터마이징하는 과정도 흥미롭습니다. 획일적이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마을을 개발할 수 있거든요. 일단 노드를 개발하고 교역로를 만들려면 ‘지역 공헌도’라는 포인트를 벌어야 하는데, 별의별 방법으로 벌 수 있습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한 행동으로도 지역 공헌도를 벌 정도로요.

 

새로운 지역을 탐험해도 지역 공헌도를 벌 수 있고 낚시, 갈매기 사냥, 길 잃은 고양이 잡기, 도망쳐 나온 닭 잡기로도 지역 공헌도를 얻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피리 연주로 쥐를 유인해 강물에 빠뜨려 죽이기(!)와 같은 행동으로도 지역 공헌도를 얻고 마을을 발전시킬 수 있더군요.

 

 이 정도로 쥐를 몰아 퇴치할 수 있으면 퀘스트를 안 해도 지역 공헌도를 충분히 모읍니다.


물론 지역 공헌도를 가장 쉽게 많이 얻는 방법은 퀘스트지만,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있듯 퀘스트 이외의 활동으로 버는 지역 공헌도 역시 무시 못할 정도로 많습니다. 덕분에 즐기고 싶은 콘텐츠를 포기하고 퀘스트에만 매달릴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만큼 하고 싶은 일을 비교적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매력적이었습니다.

 

전투 외의 소소한 즐거움을 찾는 플레이어라면 지역 공헌도를 올리는 과정을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고요. 낚시, 새 잡기, 피리 불기와 같은 생활형 미니게임도 준비돼 있고, 은근히 지붕 위의 고양이를 잡으면서 스크린샷 찍기 좋은 장소를 찾는 경우도 많거든요.

 


 

 위쪽부터 미니게임 낚시와 갈매기 사냥. 영상은 다음 기사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기사 보러 가기

 

길 잃은 고양이를 잡으러 지붕 위를 돌아다니다 보면 멋진 경치를 포착할 수도 있습니다.

NPC와의 친밀도를 올리는 과정도 나름 신선합니다. 친밀도를 높이려면 플레이어가 탐험으로 알게 된 다른 NPC, 새로운 지역, 몬스터와 관련된 ‘지식’을 NPC에게 제시하고 흥미를 이끌어야 하거든요. 왠지 플레이어가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NPC에게 들려주는 기분이 들어 대화하는 맛이 납니다.

 

게다가 지식에 따라 NPC가 흥미를 보일 확률이 다르고, 어떤 지식은 다른 지식보다 NPC의 친밀도를 더 높여주는 효과를 보입니다. 어떤 지식은 이어서 제시할 지식들의 흥미 유발 확률을 높여주는 버프 효과를 갖추고 있습니다.

 

 다른 지식의 효과를 높여주는 특정 지식을 조합하면 NPC 친밀도를 더 쉽게 올릴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제시하는 지식의 종류와 순서에 따라 NPC 친밀도를 더 높일 수 있습니다. 어째 카드게임을 하는 것 같은 시스템이라 흥미로웠어요. ‘지식’이라는 카드로 덱을 조합해서 NPC에게 최대한 많은 점수를 따는 듯한 느낌이 들었으니까요. 생활형 미니게임과 NPC 대화를 체험하면서 생각보다 기획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인상을 안 받을 수가 없더군요.

 


 

 NPC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지식 조합을 모으는 재미 덕택에 탐험하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 까다롭지만 타격감과 박력만큼은 발군인 전투 

 

메인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전투도 괜찮습니다. 액션과 타격감이 역대 MMORPG 중에서도 발군이라 할 수 있거든요. 특히 근접전 캐릭터의 타격감이 빼어납니다. 베어넘길 때마다 시원한 액션이 작렬하고 흙먼지가 일고 몬스터의 선혈이 수풀과 돌바닥을 적십니다. 잡아 던지는 기술을 사용하면 몬스터를 번쩍 들어서 찍어주기까지 하죠.

 

 강한 스킬을 사용하면 몬스터가 휘청거리고 땅바닥에서 흙먼지가 일어날 정도입니다.


타격 판정도 정교합니다. 워리어로 적과 맞설 때 뒤로 살짝 물러섰다 올려베는 기술을 사용했는데, 뒤로 물러서는 순간 적이 날린 공격이 발등 바로 앞에 찍히며 아슬아슬하게 빗나가더군요. 몬스터나 캐릭터나 공격 범위가 넓은 편이라 모든 공격을 다 피하면서 싸울 수는 없지만, 결정적인 일격만 슬쩍 피하고 반격하는 묘미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략성도 어느 정도 갖췄습니다. 몬스터의 등을 때리면 백어택 판정이 나와서 더 큰 대미지를 주는 식으로요. 상대를 기절시키는 기술, 넘어뜨리는 기술이 있고, 이동기를 조합해 강한 몬스터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것도 가능합니다.

 

 워리어로 입구를 봉쇄하고 다른 플레이어들이 공격을 맡는 장면.


아쉬운 점을 꼽자면 첫인상이 나쁘다는 겁니다. 화려하고 전략적인 스킬을 배우려면 레벨을 어느 정도 올려야 합니다. 그전까지는 제자리에 서서 몬스터와 공격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전투를 경험합니다. 소위 ‘말뚝딜’이라고 부르는 상황이죠.

 

화려하고 전략적인 스킬을 배운 뒤에도 문제는 많습니다. 스킬들을 어떻게 활용할지 감이 안 잡혀서 가장 편한 ‘말뚝딜’을 또 하게 되거든요. 특히 연속기를 짤 때가 고역입니다. 특정 스킬들을 순서대로 사용하면 동작이 끊기지 않고 기술이 나가긴 하는데 규칙을 도무지 파악하기 힘듭니다.

 

그나마 상체와 하체 움직임을 보고 자연스럽게 동작이 이어질 것 같은 기술들을 함께 쓰면 연속기가 나가기는 하는데, 솔직히 그렇게 신경 써 가며 연속기를 연구하기 힘들더군요. 할 수 있더라도 재미를 못 느낍니다. 어렵고 귀찮게만 다가오죠.

 

이런 이유 때문에 물약을 마시며 제자리에서 적을 공격하는 단조로운 플레이 패턴이 자연스럽게 나타났습니다. 논타겟팅 게임인데도 오래된 타겟팅 게임을 플레이하듯 싸우기 십상이었죠. 덕분에 <검은사막>만의 액션을 제대로 느끼기가 어려웠습니다.

 

 연속기를 어떻게 쓸지 감이 잡히지 않아 단조로운 패턴으로 싸우기 일쑤입니다.


아쉬운 점은 또 있습니다. 눈이 아플 정도로 지나친 이펙트입니다. 어떤 스킬 이펙트는 1인칭 슈팅게임에서 섬광탄이 터졌을 때처럼 강렬한 빛을 뿜어내고, 어떤 스킬은 순간적으로 온 화면이 뿌옇게 보일 정도로 모션 블로우 효과를 강조하더군요.

 

덕분에 게임을 하는 내내 이펙트를 과도하게 집어넣을 필요가 있나 의문이었습니다. 역경직과 혈흔, 궤적만으로도 충분히 타격감을 살렸는데 말이죠. 오히려 과도한 이펙트  때문에 장시간 몰입해서 즐기기 어려웠습니다.

 

 스킬 발동 직후 생겨나는 이펙트. "으악 내 눈!"이라는 비명이 터질 정도로 눈 아픕니다.



■ 기초적인 전략성은 보여준 공성전, 하지만 너무 하드코어하다

 

액션과 마찬가지로 공성전 콘텐츠도 장단점이 각각 나타났습니다. 비록 1차 테스트라서 대포를 제외한 본격적인 공성병기가 등장하지 않았고, 플레이어들이 <검은사막>의 공성전에 익숙하지 않아 체계적인 전투를 하지는 못했지만, 기초적인 전략성은 나타났으니까요.

 

예를 들어 성벽 위에 자리 잡은 레인저들이 화살비를 퍼부어 적의 진군을 늦춘다든지, 방패를 든 워리어들이 좁은 통로를 가로막고 방어하는 전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성벽 위에서 적을 막는 모습.


길드 마스터를 중심으로 똘똘 뭉치는 전략을 유도하는 시스템도 인상 깊었습니다. 성을 점령하려면 1차 관문과 2차 관문을 뚫고 성 안에 있는 ‘수호석’이란 오브젝트를 파괴해야 하는데, 일반 길드원은 오브젝트의 체력을 깎을 수 있는 반면 마무리 일격을 날려 파괴할 수는 없습니다. 수호석 파괴는 오로지 길드 마스터만 할 수 있으니까요.

 

참고로 아군 길드 마스터가 수호석 파괴에 성공하면 성을 점령하는 동시에 성 안에 있는 모든 적군을 바깥으로 강제 워프시킬 수 있습니다. 길드 마스터의 마무리 일격이 성공하냐 실패하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만큼, 길드 마스터를 따라다니며 공성전을 진행하니 나름대로의 스릴을 만끽할 수 있더군요.

 

 적절한 순간에 수호석을 파괴하면 전황이 뒤바뀝니다.


단, 모든 플레이어가 공성전의 스릴을 느낄 수는 없더군요. 성이 넓다 보니 어떤 플레이어는 승부가 엇갈리는 전장에서 짜릿한 싸움을 경험하는 반면, 어떤 플레이어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전장에서 짜증을 참아가며 싸워야 할 수도 있거든요.

 

결과적으로 같은 공성전을 경험한 플레이어라도 박진감을 느끼고 못 느끼고의 차이가 나타나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플레이어들이 재미를 느낄 만한 격전지로 모이게 만드는 장치가 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격전지가 아닌 곳에서 싸우면 공성전의 재미를 느끼기 힘듭니다.


공성전에 참여하는 플레이어가 엄청나게 손해를 본다는 점도 아쉬웠습니다. 일단 공성전에서 싸우다 죽은 플레이어는 몬스터에게 죽었을 때와 똑같은 페널티를 받습니다. 경험치가 깎이고 장비하고 있는 아이템을 제외한 소지품을 바닥에 떨어뜨리게 되죠.

 

돈도 많이 듭니다. 공성전 때문에 내구도가 깎인 장비를 수리하는 비용, 싸우면서 마신 물약을 보충하는 비용을 자비로 내야 하니까요. 2시간 동안 공성전이 진행되다 보니 나중에는 돈이 없어서 전장에서 이탈하는 플레이어가 속출할 정도였죠.

 

나중에 공성전 참여자에게 큰 보상을 주는 시스템이 생긴다면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해도 공성전을 준비하는 비용을 사전에 부담할 만한 능력이 없다면, 공성전은 특정 소수의 플레이어들만을 위한 콘텐츠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가 되더군요.

 

 수리비와 물약값 때문에 누구나 부담 없이 공성전을 즐기기는 어렵습니다.



■ 호불호가 갈리는 게임이 불편하기까지?

 

액션과 공성전의 단점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마을 개발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점입니다.

 

전투 이외의 콘텐츠도 자유롭게 즐기고 싶은 플레이어에게 <검은사막>은 이상적인 게임입니다. 전투를 하지 않아도 마을을 성장시켜 혜택을 얻고, 더 좋은 조건으로 캐릭터를 육성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플레이어가 전투를 집중적으로 체험하고 싶어한다면 이야기가 살짝 다릅니다. 몬스터와의 전투로 지역 공헌도를 보상받을 수 있는 퀘스트는 한정돼 있거든요. NPC 친밀도도 못 올리고요. 생활형 콘텐츠를 즐기지 않으면 마을 개발을 하는 데 한계를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채집과 무역도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냐 없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립니다. 어떤 아이템을 채집해야 필요한 물건을 만들 수 있는지 연구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기는 사람, 전투를 피하며 마을 사이를 왔다갔다 해야 하는 무역을 따분하게 여기는 사람이라면 <검은사막>은 귀찮은 게임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역과 채집을 완전히 무시하고 전투만 하기에는 돈을 버는 스트레스가 상당히 크고요.

 

 무역을 하려면 시세를 항상 염두에 둬야 합니다. 사람에 따라 골치 아파 보일 수 있죠.


플레이어의 성향에 따라 게임을 계속 할지 말지를 고민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쉬운데, 설상가상으로 게임을 그만두는 쪽으로 결정을 내리게 쐐기를 박아버리는 문제점도 나타나더군요. <검은사막>은 취향이 맞지 않는 사람을 붙잡아두기에는 너무 불편한 게임이거든요. 1차 테스트라는 점을 감안해도 전투, 채집, 퀘스트 동선 등 모든 면이 다 불편할 정도로요.

 

일단 공성전의 단점을 설명할 때도 언급했지만 죽으면 큰 페널티를 안게 됩니다. 몬스터에게 죽임을 당하든 다른 플레이어에게 살해당하든 착용한 장비를 제외한 아이템을 떨어뜨리고 적지 않은 경험치를 잃으니까요.

 

떨어뜨린 아이템은 가까운 부활 장소에서 되살아나 재빨리 뛰어가면 건질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이 주워가거나 아이템이 사라지면 영원히 찾을 길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죽었을 때의 스트레스가 굉장히 큽니다. 특히 PK가 가능한 지역에서 악의적인 플레이어에게 연속으로 당하면 게임을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죽어서 귀한 아이템을 떨어뜨렸을 때의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닌 수준.


말을 타고 다니며 이동하다 사망했다면 피해액은 기하급수로 커집니다. 당나귀를 사려 해도 3만 골드가 들어갑니다. 1차 테스트에서 집을 장만하는 데 1만 골드에서 3만 골드 사이의 돈이 들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집값만큼 비싼 탈것을 한 순간의 실수로 날려버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채집도 쉽지 않습니다. 나무나 광석은 생산 거점을 개척한 뒤 일꾼에게 시켜서 쉽게 캘 수 있지만, 동물의 가죽과 고기처럼 생산 거점에서 못 얻고 직접 채집해야 하는 아이템도 있거든요.

 

문제는 가죽과 고기를 얻으려면 40초 동안 시체를 도려내고 있어야 하는데 재수 없게 선제공격형 몬스터에게 공격을 당하면 채집이 취소된다는 점입니다. 덤으로 몬스터를 잡고 돌아오면 시체는 사라져 있고요. 동물과 몬스터의 시체는 죽은지 약 1분 이상이 지나면 없어집니다.

 

 기본적인 채집 도구로 가죽을 채집하려면 40초를 기다려야 합니다.


퀘스트 동선은 아직 정리가 안 된 상태입니다. 가끔은 NPC가 “A 지역에서 몬스터를 몇 마리 잡아와”, “이제 A 지역 몬스터의 거주지를 부숴”, “마지막으로 몬스터에게 어떤 아이템들을 얻어와”라는 퀘스트를 따로 줘서 같은 사냥터를 뻔질나게 가게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취향이 맞지 않는 플레이어들이 잠깐이라도 더 플레이하기는커녕 <검은사막>을 기대했던 사람들까지 답답해서 게임을 그만두는 사례가 일부 나타나더군요. 게임의 장점을 가리는 불편한 요소는 피드백을 통해 수정됐으면 합니다.

 

 

■ 개척의 묘미는 확실히 어필, 이제는 불편한 점을 고쳐 나갈 때

 

1차 테스트의 소감을 한 줄로 표현한다면 ‘개척차들을 위한 판타지 라이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동적으로 퀘스트를 받기만 하지 않고 게임 속 세계를 개척하고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게임이니까요. 물론 게임 속 세계에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어느 정도 수고를 들여야 하지만, 수고를 들이는 만큼 넉넉한 보상을 주는데다 마을을 개발하는 과정 자체에도 재미가 있어 할 만했습니다.

 

겸사겸사 전투 이외 생활형 콘텐츠도 다양하게 준비돼 있습니다. 생활형 콘텐츠를 먼저 천천히 즐기며 지역 공헌도를 쌓고, 나중에 마을을 개발하고 얻은 혜택으로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선택권이 주어져 있으니까요. 단순히 전투만을 반복하지 않고 플레이어만의 방식으로 게임 속 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보였습니다.

 

 넓은 세상을 탐험하고 바꿔 나가는 재미만큼은 확실히 보여줬습니다.


반대로, 생활형 콘텐츠를 비롯해 다양한 활동을 부담스럽게 여기는 플레이어에게는 지나치게 복잡해 보이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덤으로 자기 취향이 아닌 콘텐츠도 감수하며 플레이하기에는 아직 불편한 점이 많고요. 자칫하면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는 일부 플레이어들만이 살아남는 게임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사고 있습니다.

 

사실상 아직 가공되지 않은 원석과 같은 상태죠. 다만 1차 테스트를 이제 막 마친 게임인만큼 개선될 여지가 충분히 있고, 개발사인 펄어비스도 피드백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했으니 현재의 모습을 <검은사막>의 전부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앞으로 수정과 보완을 거쳐 개척하는 재미를 극대화하고 불편한 점은 최대한 줄인 게임으로 거듭나길 바라며 체험기를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