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열린 국회 여성가족부 국정감사에서는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를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라이엇게임즈 코리아의 오진호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해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국정감사를 게이머들은 어떻게 봤을까요?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SNS 등을 통해 “한 편의 코미디가 따로 없었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팬픽과 게임 이미지도 구별 못하나?
질의에 나선 민주당 백재현 의원은 <LOL>이 12세 이용가임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이 즐기기에는 선정성과 폭력성이 너무 심하다며 자료 화면을 공개했습니다. 공개된 자료는 다름이 아닌 ‘팬픽’이라 불리는 2차 창작물이었는데요, 백 의원은 “이런 것들을 만 12세. 초등학교 6학년이 봐도 되느냐”고
질타했습니다. 자료 화면에는 큼지막한 글자로 ‘LOL인가, 에로L인가?’라는 문구까지
적혀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게이머들은 “실제로 게임 화면에 사용되는 것도 아니고, 유저들이 만든 2차 창작물인 팬픽을 가지고 선정성을 논하다니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한 게이머는 트위터를 통해 “이제는 유저들의 2차 창작물까지 선정성과 폭력성을 논하며 규제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말했고, 또 다른 유저는 한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성경의 등장인물들 갖고 2차 창작을 하면 성경의 선정성을 논할 기세네”라고
비꼬았습니다. 또 다른 유저는 “국회의원이 게임을 해보지도
않고 보좌관이 만들어온 자료를 그냥 읽은 게 너무 티가 난다”고 지적했습니다.
한 유저는 “자료 화면에 사용된 이미지들은 모두 그림을 그린 저작권자들의 허락을 받지 않고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고의로 저작권자의 서명을 지운 흔적까지 보인다”며 비판했습니다.
5:5 게임 시스템이 문제? 이제 게임 기획도 직접 하시려나?
이 밖에도 백 의원은 유저들의 과몰입이 문제가 되니 <LOL>에
‘쿨링오프제’를 도입할 것을 요구했습니다.(Cooling-off, 일정 시간 게임을 플레이하면 강제로 휴식시간을 주는 시스템) 또 5:5로 진행되는 규칙 때문에 지금은 유저가 게임을 중단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며(한 사람이라도 빠져 나가면 게임이 일방적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이러한 시스템에 대한 조치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게이머들은 “이제는 하다 하다 게임 기획까지 직접 하려는 것인가”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 유저는 SNS를 통해 “의원님께서
게임 중간에 자유롭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라고 하시니, 이제 게임에 트롤러(Troller, 고의로 악의적인 행동을 하는 유저)가 넘쳐나겠구나”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유저는 “셧다운
제도를 도입했어도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것이 이미 증명되었는데, 또 다시 쿨링오프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나선 민주당 백재현 의원(왼쪽)과 증인으로 출석한 라이엇게임즈 코리아 오진호 대표(오른쪽).
오진호 대표의 대응은 옳았는가?
유저들은 증인으로 나선 라이엇게임즈 코리아 오진호 대표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나타냈는데요, 오 대표는 백 의원이 발언하면 일체의 반박도 하지 않고 “맞다”, “검토하겠다”를 반복해 유저들은 이에 대해서 ‘아쉽다’, ‘어쩔 수 없었다’는 반응을 보이며 갑론을박을 주고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한 게이머는 “백재현 의원이 팬픽을 마치 게임 이미지인 것처럼 자료 화면으로 꺼내고 다그치는데, 오진호 대표는 이런 것에 대해 한마디도 못 하고 그저 ‘의원님이 맞습니다’ 식으로 발언했다.
왜 저런 것에 대해 아무런 말도 못하는 것인가?”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유저는 “전체적으로 오진호 대표는 ‘이
자리만 넘기면 된다’는 전략으로 증인석에 오른 것이 눈에 보였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쿨링오프제를 요구하는데 이를 긍정한 것은 너무 무책임한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유저는 “방송을 보는 우리도 백재현 의원의 질의를 보고 답답했는데, 현장에 있는 대표의 마음은 오죽했겠는가? 아쉬움이 있지만 이런 국정감사에서는 저와 같은 대응이 정답인 것 같다”고 말하며, 이어서 “결국 오늘 국정감사는 별다른 의미도 없는 한 편의 코미디였다”며 소감을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