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직원에게 술자리 강요는 불법행위.”특별한 이유 없이 근무시간 이후 회식자리를 마련해 강제 참여를 유도하거나 강요하는 것은 개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일반 회사 내 술자리 강요나 성희롱 관련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가끔씩 있어왔지만, 이번 사건은 특정 게임회사와 관련돼 있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서울 고등법원 민사26부는 지난 6일 모 게임업체의 전 직원 김모 씨(여)가 상사 최모 씨(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700만원 지급을 판결한 1심을 깨고 “최 씨는 원고 진 씨에게 3,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소주를 전혀 못 마신다고 분명히 밝혔음에도 1주일에 2회 이상 마련된 새벽까지 이어지는 술자리에서 술을 강요함으로써 심한 정신적 고통을 느끼게 하고 건강까지 해치게 한 것은 원고에 대한 인격권 침해와 신체에 대한 상해를 가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이어서 재판부는 "회사원도 근로관계 법령 및 고용관계에서 정한 근무시간 이외에는 여가를 자유롭게 사용해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는데도 원고가 새벽까지 귀가하지 못한 것은 피고의 평소 언행에 의한 강요된 결과로 원고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침해 당한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 1주일에 2회 이상 술자리 강요, 성희롱도 밝혀져
재판부의 발표 내용에 따르면 2004년 4월 모 게임업체에 입사한 김 씨는 주량이 맥주 2잔으로 소주는 전혀 마시지 못했지만 회사 관례상 ‘술 면접’을 치러야 한다는 간부들의 말에 따라 새벽까지 술을 마셔야만 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입사 후 개인 의사와는 상관없이 1주일에 2회 이상 회식참여를 강요당했으며, 직원들과 함께 새벽 3~4시까지 술을 마셨다. 2년 전 위염을 앓았던 진 씨는 위 보호약을 복용해가며 술을 마셨고 술자리 중 토한 것은 물론 위염 치료약을 다시 복용하기에 이르렀다.
김 씨의 상사 최 씨는 술자리 강요뿐만 아니라 성희롱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 씨는 술자리에서 신체접촉 및 성희롱 발언과 담배강요는 물론, 일과업무 중에 김 씨를 끌어 안기도 했다. 또 워크샵에서는 여직원들이 자는 방에 와서 같이 자는 일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참다 못한 김 씨는 입사 2개월 만에 장출혈을 이유로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사직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회사에서 최 씨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또, 최 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최 씨는 2004년 6월 회사로부터 징계를 받아 권고사직을 당했으며,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고소를 당해 2005년 6월 벌금 200만원을 선고 받은 바 있다.
한편, 이와 유사한 사건은 지난해 9월, 일본 게임업계에서도 일어난 바 있다.
일본 유력매체가 지난해 11월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테크모에서 <DOA> 시리즈를 총괄하고 있는 이타가키 토모노부 씨가 같은 회사에서 홍보업무를 담당했던 여사원을 성희롱한 혐의로 지난해 9월 10일 도쿄 지방법원을 통해 1,000만엔(약 8,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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