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개 문화예술 및 게임 관련 단체가 참여하는 ‘게임규제개혁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30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서 송년 후원의 밤을 개최했다.
‘해피해피 중독파티’라는 명칭으로 개최된 이번 행사는 ‘야마가타 트윅스터’, ‘김목인’ 같은 뮤지션의 축하공연과 문화계 인사들이 참석한 토크 콘서트 등으로 구성됐다.
‘중독이 대체 뭐가 나쁜가요?’라는 주제로 진행된 토크 콘서트에는 이동연 한국 예술종합학교 교수, 장현영 엔씨소프트 차장, 강신규 서강대 언론문화연구소 연구원 등이 참석해 ‘중독’에 대해 유쾌한 경험담을 나누고,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이 발의한 이른바 ‘게임 중독법’에 대한 의견을 폭넓게 나눴다.
왼쪽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 엔씨소프트 장현영 차장, 공현 인권운동가, 서강대학교 강신규 연구원.
사회를 맡은 이동연 교수는 규제개혁공대위 박제동 위원장의 말을 빌려 “중독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어떠한 대상을 사랑할 수 없다. 가수가 되었든 콘서트가 되었든 만화가 되었든 해당 문화 콘텐츠에 몰입하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 게임도 마찬가지인데, 그런 사람들이 모두 잘못 됐다고 몰아가는 것이 정당할까?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며 토크 콘서트를 시작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세계 50위권에 들 정도로 게임에 빠졌다는 서강대 강신규 연구원은 “거의 2년 동안 총 플레이 타임이 190일을 넘겼을 정도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즐겼다. 중독법을 찬성하는 입장에서 보면 나는 현실과 가상세계도 구별하지 못해야 하지만, 나는 지금도 현실과 게임 속을 잘 구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과거에는 사람이 게임에 빠지면 근거 없이 막연하게 게임이 나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게임을 해보니 이 문제는 그런 식으로 단순하게 생각할 게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렇게 막연하기만 했던 것을 이유로 진짜 규제한다는 중독법을 보니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서강대학교 강신규 연구원
청소년인권행동단체 아수나로에서 활동하는 공현 인권운동가는 “과거 학생 시절에 친구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마비노기>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을 많이 즐겼다. 최근 들어 주변을 봐도 청소년 단체 활동가들은 다양한 모바일게임을 즐기면서 서로 소통하고 있다. 이는 현재 게임을 즐기는 학생들 역시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게임 속 세상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말하지만, 게임은 엄연히 현실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 장현영 차장은 “게임회사에서 일하는 입장에서 최근 회사 분위기를 보면, 실제로 중독법 등의 이슈로 직원들이 많이 위축된 것이 사실이다. 다른 대기업들에 비해 자유로운 게임회사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분위기가 분명 존재한다. 그래도 최근 게임업계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계 인사들, 일반 국민들도 많이 응원해주고 있어서 힘이 된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 장현영 차장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 김성곤 본부장은 “게임은 엄연한 ‘도구’이기 때문에 활용하는 사람과 그 방법에 따라서 얼마든지 양면성이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한쪽만 보고 비난이 많은 것 같아 아쉬움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개인적으로 우리 게임업계는 모두 일중독인 것 같다. 다들 밤늦게까지 너무 열심히 일하기 때문에 집에서 싫어한다. 올 한 해 업계인들 모두 열심히 일했는데, 2014년에는 다들 좀 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K-IDEA 김성곤 본부장
끝으로 이동연 교수는 “게임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 게임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과연 ‘게임중독’을 논할 수 있을까? 과연 그들이 게임을 즐기는 당사자들을 이해할수 있을까 생각한다. 신의진 의원이 게임을 얼마나 즐겼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분 스스로가 게임을 즐기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 봤는지 궁금하며,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게임중독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실제로 신의진 의원은 과거만 해도 게임중독에 대해 단순히 규제하는 게 아니라, 종합적인 면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중독법을 발의한 것은 결국 ‘이권’이 개입돼 있기 때문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중독되는 상황 자체를 죄악시하는 것이 결코 올바른 해결 방안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종합적으로 돌볼 수 있는 해법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며 토크 콘서트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