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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송재경이 말하는 게임과 UCC의 ‘결합’

가상현실 비즈니스와 차세대 UCC 전략포럼 지상중계

이터비아 2007-06-01 14:20:48

XL게임즈의 송재경 대표는 우리에게 <리니지>와 <바람의 나라>의 개발자로 알려져 있죠. 최근에는 MMORPG 개발에 컴백해서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지난 5월 31일에 열린 ‘가상현실 비즈니스와 차세대 UCC 전략’ 포럼에 발표자로 나와서 개발자의 시선에서 본 <세컨드 라이프>, 그리고 UCC와 게임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의 설명을 가감 없이 지면으로 옮겼습니다. / 디스이즈게임


 

안녕하세요. XL게임즈의 송재경입니다. 저는 오늘 <세컨드 라이프>의 게임시스템을 다른 온라인게임에 적용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찾아보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저는 두 세달 전에 <세컨드 라이프>에 대한 기사를 보고 처음 접했습니다. 아바타를 만들고 여기저기 공간을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경험을 해봤는데요, 잘 만든 플랫폼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저도 이런 세계관을 만들고 싶었는데 기회를 놓친 것 같습니다. 한국에 맞게 제작해서 서비스하면 잘 될 것 같은데 말이죠.

 

<세컨드 라이프>가 3D로 표현됐다는 것을 빼면 게임과의 공통점이 하나도 없다는 린든랩 윤진수 부사장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세컨드 라이프>는 플랫폼이지 게임이 아닙니다.

 

<세컨드라이프>가 게임이 되기 위해선 규칙이 있어야 하고 목표가 있어야 합니다. 또 남들과 비교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어야 하죠. 하지만 <세컨드 라이프>는 목표가 없어요. 말 그대로 두 번째 인생을 사는 것이죠. 이름 참 잘 지었어요.(웃음)

 


 게임과 UCC를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까?

 

요즘 한창 화두가 된 UCC는 유저가 게임 안에서 무엇인가를 수정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당장 온라인게임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리니지>의 예를 들면 혈맹 마크를 업로드해서 기존의 마크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3D 게임의 경우 길드의 휘장을 업로드해서 방패나 갑옷에 표시하고 다닐 수 있죠. 이 부분 역시 간단하게 구현할 수 있습니다. 단지 문제가 있다면 상대방에게 혐오감을 줄 수 있는 표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겠죠. 사실 이런 수위 조절의 어려움은 모든 UCC가 갖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 다음 적용할 수 있는 UCC는 퀘스트입니다. 유저가 스토리텔링을 만들 수 있게 하는 것인데요, 예를 들어 유저가 밭이나 농장을 소유하고 있다고 해보죠. 그런데 농장 주변에 멧돼지가 나타나서 농작물을 훔쳐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그러면 유저가 멧돼지 10마리를 잡아오는 유저에게 일정량의 골드를 보상으로 주는 퀘스트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것을 다른 유저가 받아서 멧돼지를 잡아 퀘스트를 수행하고, 퀘스트를 준 유저는 수확물이 늘어나는 등의 기초적인 것부터 장편의 고차원적인 퀘스트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 부분은 모든 사용자가 사용하길 바라는 건 아닙니다. 소설이나 판타지를 써서 자신의 재능을 드러내는 재주 있는 몇 분이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 다음은 하우징입니다. 현재 <세컨드 라이프>의 오쏘링 툴(저작 도구)을 보면 ‘3D 맥스’나 ‘마야’처럼 굉장히 기초적인 부분부터 복잡한 부분까지 전부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유저에게 이런 식으로 집을 꾸미라고 하는 것은 사실 무리입니다.

 

그래서 <세컨드 라이프> 안에서는 유저가 직접 집이나 옷, 가발 등을 만들어 파는데요. 일반 유저는 만들 재주가 없지만 그걸 만들 재주가 있는 사람은 꾸준히 이를 만들고 있으며 아주 잘 팔리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3D 디자인이나 회화적 감각을 타고나는 건 아니기 때문이죠.

 

그러나 온라인 게임은 <세컨드 라이프>와는 다른, 목적과 개발사만의 규칙이 있습니다. 그래서 개발사가 만든 템플릿으로 유저가 적절히 레이아웃이나 일부분을 바꿔서 변경한다거나 색을 바꾸거나, 또는 집의 장식물을 바꾸는 부분까지는 가능할 것입니다.

 

이 부분은 이미 2D 게임인 <울티마 온라인>에서도 했었기 때문에 다른 게임도 충분히 가능한 부분이라고 봅니다. 음악 연주같은 것도 있지만 <마비노기>같은 게임에서는 이미 시도하고 있죠?

 

그리고 <세컨드 라이프>에서는 자신이 조작하는 아바타의 동작이 마음에 안 들면 ‘린든 스크립트’로 아바타의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업로드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을 게임에 적용시키기에는 다소 위험한 면이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게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의 감정 표현으로 제한할 경우 애니메이션을 업로드하게 해주는 것도 가능할 듯 싶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세컨드 라이프>는 아바타가 별로 매력적이지 않아요. 제가 3일간 예쁘게 만들어보려고 해도 결국 실패했습니다. 이는 문화적 차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WOW>도 유저들이 블리자드의 네임 밸류가 있기 때문에 해보고 재미있다고 하는 거지 중소 개발사가 만들어 한국에 내놨으면 캐릭터의 이질감 때문에 아무도 게임을 안 해서 성공을 못했지도 모릅니다.

 

<세컨드 라이프>는 아바타든 뭐든 다 바꿀 수 있는 기술 자체는 훌륭하지만, 파라메터의 세트가 다분히 서구 취향입니다. 한·중·일 3개국의 아바타를 조사해보면 우락부락한 근육질은 절대 안 팔리고 예쁘고 귀여운 게 잘 팔리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세컨드 라이프>의 캐릭터 시스템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그런 캐릭터를 못 만들죠. 한국에서 성공하려면 그 부분부터 바꿔야 합니다.

 

<세컨드 라이프>의 아바타. 그나마 예뻐보이는(…) 사진이다.
 

 

 양질의 UCC는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모든 UCC가 다 훌륭한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 쓰레기고 일부만 명작인데 그 쓰레기를 골라내기 위해 업체에서 일일이 모니터링 한다는 건 무리죠. 따라서 많은 쓰레기가 있는 상황에서 좋은 콘텐츠의 양을 늘리는 것이 관건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콘텐츠의 제작과 업로드가 쉬워야 하는 부분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유저가 그림을 그릴 줄 알아도 현재 상황에서는 포토샵을 배워서 그림을 그리고 저장해서 클라이언트에 올리는 복잡한 과정으로 되어 있죠. 그러다보면 그림의 퀄리티가 떨어지는데요, 바로 이 부분이 해결돼야 합니다.

 

그림을 그리기 쉬운 자체 솔루션을 도입하거나, 이미 있는 그림을 드래그 앤 드롭으로 업로드하게 하면 편할 것 같아요. 물론 이 부분은 개발사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겠죠.

 

또, 다른 방법은 유저들로 하여금 UCC에 점수를 매기게 하는 겁니다. 그 점수를 리스트업시켜서 좋은 콘텐츠의 순서로 찾아보게 하는 등 검색을 쉽게 해주면 유저나 개발사의 입장에서도 좋은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세컨드 라이프>에서 현재 잘 하고 있는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부분인데요, <세컨드 라이프>에서는 콘텐츠를 업로드하려면 10 린넨 달러를 내야합니다. 우리나라 돈으로는 약 40원 정도의 가격이죠.

 

쓰레기 콘텐츠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콘텐츠를 업로드를 할 때 약간의 부담을 주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40원도 아까운 사람은 올리지 말라는 의미죠. 40원도 아까운 콘텐츠는 쓰레기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 부분은 실질적으로 유저에게 부담을 주고 업체가 돈을 벌자는 것이 아니라, 약간의 장벽을 만들어 자기가 만든 것에 애정이 있는 사용자만 올릴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겁니다. 이것은 양질의 UCC를 확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