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이어져온 GDC ‘고함치기’ 세션(Rant Session)에서 올해도 다양한 불만들이 울려 퍼졌다.
이 세션의 주최자인 Execution Labs의 제이슨 델라 로카(Jason Della Rocca)와 인디 개발자 에릭 짐머맨(Eric Zimmerman)은 10주년을 맞아 지난 10년 동안의 불만이 과연 지금도 유효한지 물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 결과 대표적인 불만으로 뽑힌 10개 중 4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찍혔다. 미해결 불만사항으로는 ▶백인 남자만 나오는 게임 ▶더 훌륭한 게임 스토리가 필요 ▶게임 업계의 성차별 문제 ▶수준 이하의 게임들이 꼽혔다.
우린 돈보다 게임이 좋다!
Loot Drop의 선임 게임 디자이너 그렉 코스티키안(Greg Costikyan)은 그동안 인디게임 개발자는 게임을 만들고 판매할 수 있는 기회와 성공을 누렸지만 ‘벽이 다시 한번 다가오고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애플, 구글, 페이스북 모두 게임에 관심이 없다. 밸브는 게임에 관심은 있는데, 돈 버는 거에 더 관심이 많다”며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Xbox), 소니(플레이스테이션) 같은 플랫폼 제공사들은 게임보다는 사업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그는 “여러분 중 매일 출근하면서 ‘회사 지분을 최대한 갖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나요?”라고 물으며 게임 개발자는 모두 ‘최고의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일을 한다고 설명했다.
게임 데이터 공유해 서로에게 도움이 되자!
인디게임 개발자 저스틴 홀(Justin Hall)은 “온라인 및 디지털 배포 게임의 성격상 서버를 내리거나 서비스 종료를 하면 그 게임의 생명은 다한다. 이는 단순히 게임 자체만 사라지는 게 아니라 끝내 사라지게 된 게임을 만든 개발자에게서 배울 수 있는 교훈과 작업물 역시 사라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사라져가는 게임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개발자에게 게임에 사용된 소스코드, 유저 데이터, 비용 등을 가지고만 있지 말고 트위터 해시태그 #OGDY(Open Game Data Yes)로 서로 공유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이 해시태그가 ‘Oh Goody’라고 읽힌다며 “여러분은 오랫동안 회자될 수 있고, 본보기가 될 수 있고, 롤모델이 될 수도 있다. 여러분의 게임에는 유통 기한이 사라질 것이다”고 참여를 호소했다.
게임=돈으로 전락한 디스토피아 시대
작가이자 비평가, 게임 디자이너, 조지아 공대 교수인 이안 보고스트(Ian Bogost)는 <멸종된 지구 종족의 분류>라는 제목으로 단편소설처럼 만들어진 재미있는 발표를 했다. 발표 내용인 즉, 한 연구 집단이 멸종된 종족을 조사한다는 내용인데 멸종된 종족 중 하나로 개발자가 나온다. 이야기 속의 디스토피아 시대에서 게임은 오락과 예술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돈 버는 수단으로 발전했다.
이야기 중에는 “역사학자는 <문명>이나 <체스> 같은 고대 작품이 여전히 영감을 준다는 데 동의하지만 게임 자체는 돈 버는 거에 특화됐다”는 문구로 오늘날의 게임사업을 비판했다.
과도한 결제 유도는 사업적으로도 좋지 않다
뉴 스쿨(The New School)의 저널리즘&디자인 프로그램의 설립자 헤더 채플린(Heather Chaplin)은 미리 녹화된 영상을 통해 강연에 참여했다. 그는 스키너 상자(Skinner Box) 식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를 강하게 비난했다. 스키너 상자는 동물의 문제 해결 학습에 관한 실험에 쓰이는 상자 모양의 장치를 일컫는다. 즉, 결제하면 보상을 주는 게임을 비유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는 “슬롯머신을 착안할 때는 이게 과연 도덕적으로 괜찮은지 자문해봐야 한다. 사실 이런 (스키너 상자 식 게임) 문제는 도덕적인 문제보다는, 중독적으로만 만들면 사업에도 좋지 않다는 걸 알아야 한다”며 무분별하게 결제를 유도하는 게임을 비난했다.
또한 그는 부분유료게임 시장에서 결제를 많이 하는 유저를 ‘고래’로 불렀는데, ‘고래’는 카지노에서 돈을 많이 쓰는 고객을 부를 때 쓰는 은어다.
게임에서도 실제 사람을 만나듯 대하라
타이니스트 샤크(The Tiniest Shark)의 창업자 미투 칸다커-코코리스(Mitu Khandaker-Kokoris)는 자사의 우주를 배경으로 한 소셜게임 <레드셔츠(Redshirt)>에서 겪은 일을 발표했다.
한 여성 유저가 남성 유저들에게 성희롱에 가까운 메시지를 계속 받았지만 이를 시스템으로 막을 수도, 거부할 수도 없어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자 게임에 ‘경고 문구’(trigger warning)를 업데이트한 것이다.
칸타커-코코리스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으면 단순히 화나거나 슬플 뿐만 아니라 실제로 신체적 고통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경고 문구를 넣으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게임으로 유저가 피해를 입는 일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며 경고 문구를 넣기로 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경고 문구를 추가한 것이 게임성을 해치거나 정치적인 일은 아니라고 밝히며 “경고 문구는 포용성이다. 게임 개발자이자 한 사람으로서 사람들에게 조금 더 신경을 쓰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성추행의 희생자를 비난하지 마!
캘리포니아 산타 크루즈 대학의 게임 디자이너 브렌다 로미로(Brenda Romero)는 게임업계에서 행해지는 성추행에 대해 큰 목소리를 냈다.
‘성추행의 희생자를 비난하지 말라’는 그는 지난 1월에 있었던 한 게임 기자의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했다. 기자는 퇴사한 여성 개발자를 상대로 개발 중인 게임의 정보를 얻기 위해 페이스북에서 채팅하면서 중간중간 노골적인 성희롱성 글을 보냈다.
로미로는 ‘그만두라’ 등 여성 개발자가 처신을 잘했어야 했다고 오히려 책임을 묻는 사람들을 비난하며 “희생자 좀 괴롭히지 마!”라고 외쳤다.
로미로는 또 다른 예로 그녀가 실제로 겪은 일을 밝혔다. GDC 기간 중 호텔 로비에서 지인과 대화를 나누는 도중 상대방이 무릎 위에 놓여 있던 자켓을 치우며 발기된 모습을 일부러 보여줬다는 것이다. 로미로는 당시 상황에 대해 “너무 놀라 꼼짝할 수가 없었다”며 고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