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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게임도 표현물. 인터넷 실명제가 위헌이면 강제적 셧다운제도 위헌이다”

박경신 교수, ‘강제적 게임셧다운제 위헌보고서 발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

김승현(다미롱) 2014-04-08 16:01:34
“헌법재판소가 인터넷 실명제를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그렇다면 본인 확인을 필요로 하는 셧다운제도 위헌이다.”

고려대학교 박경신 교수가 여성가족부의 강제적 셧다운제의 위헌 요소에 대해 설명했다. 박 교수는 8일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센터에서 열린 ‘강제적 게임셧다운제 위헌보고서 발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자신이 집필한 내용을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 강제적 셧다운제의 위헌적 요소를 지적했던 다른 주장과 달리, 헌법재판소의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이하 인터넷 실명제) 위헌 판례를 들어 강제적 셧다운제의 위헌적 요소를 지적했다.


인터넷 실명제, 명백한 ‘공익’ 없이 민주적 요소를 제한해 위헌



고려대학교 박경신 교수

박 교수의 주장을 이해하려면 먼저 2012년 헌법재판소의 인터넷 실명제 위헌 판결을 알아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인터넷 실명제를 위헌으로 판단한 이유는 4가지였다. 첫째는 인터넷 공간에서 ‘익명성’이 가지는 민주주의적 가치다. 인터넷 공간에서의 익명성은 현실의 직업이나 소득 등 어떤 위계질서와도 상관없이 자유롭게 누리꾼이 이야기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한다. 때문에 명백한 공익적 요소가 있지 않는 한, 이 익명성을 침해할 수 없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의견이다.

둘째는 앞서 이야기했던 ‘공익’에 대한 이유다. 인터넷 상의 익명성은 중요한 민주적 요소기 때문에 이를 제한하려면 명백한 ‘공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지만 국내법으로는 한국에 적을 둔 인터넷 서비스만 규제할 수밖에 없고, 누리꾼은 얼마든지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으로 ‘망명’할 수 있다. 명확한 대체 수단이 있는 만큼 제도 시행으로 인한 공익성이 의심된다는 이유였다.

셋째는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로 인해 오히려 공익이 저해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는 인터넷 상에 떠도는 ‘유언비어’나 ‘명예훼손’ 등을 막기 위해 계획된 제도였다. 하지만 이를 막기 위해 모든 이들에게 ‘실명 공개’를 강제한다는 것은, 곧 모든 국민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한다는 것이며, 역으로 실명 공개로 인해 공익적인 제보 등을 막을 위험도 크다.

마지막은 사생활 침해 문제다.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가 시행되려면 필연적으로 모든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는 누리꾼의 개인정보를 보관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그동안 발생한 수차례의 개인정보 유출사건 때문에 그 위험성이 증명되었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공익’ 없이 표현의 자유를 저해하는 법”


박경신 교수는 인터넷 실명제의 위헌 이유 모두가 강제적 셧다운제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제적 셧다운제 실시를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유저들의 개인정보를 필요로 하며, 인터넷게임은 게시판처럼 ‘자기실현의 매개가 되는 합법적인 정보 또는 표현물’, 즉 민주주의의 주된 가치 중 하나인 ‘표현의 자유’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따르면, 인터넷 게임물 제공자가 사용자의 정보를 수집하려면 인터넷 실명제와 마찬가지로 명백한 공익적 효과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2012년 여성가족부 용역연구에 따르면 강제적 셧다운제 시행 이후 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이용 사례는 기존 0.5%에서 0.2%로 0.3%만 줄었다. 또한 조사 대상의 40%가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심야시간에 계속 게임을 즐긴다고 답했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처음부터 전체 0.5%라는 소수의 청소년을 위해 모든 청소년들의 게임정보를 게임사가 보관하도록 요구했고, 그나마도 명의도용 때문에 효용이 있다고 장담할 수도 없는 셈이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이 있는 정책이면서도 그 공익이 명확하지 않다는 게 박 교수의 지적이다.

2012년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강제적 셧다운제 시행 현황.

오히려 강제적 셧다운제는 모든 청소년을 잠재적인 게임 과몰입 위험군으로 취급하고, 청소년들의 행복추구권과 자아실현권, 평등권 등을 침해함으로써 공익을 저해한다.

마지막으로 게임사들이 사용자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게 함으로써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을 더 키웠다. 실제로 2011년 발생한 넥슨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피해자의 수가 총 1,300만 명으로, 이는 2014년까지 발생한 단일 회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례 중 3번째로 큰 규모다.

박경신 교수는 이러한 근거들을 제시하며 인터넷 실명제가 위헌이라면 강제적 셧다운제 또한 위헌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개인적으로 인터넷 게시물이 게임보다 더 파급효과가 크다고 생각한다. 게임은 혼자 즐기는 것이지만, 인터넷 게시물은 타인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위험한 글쓰기에 대한 실명제 적용이 위헌이라면, 덜 위험한 인터넷 게임물의 실명 요구 또한 위헌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으며 발표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