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 수많은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불려 온 넥슨이 10년 전, ‘개발사’ 시절의 DNA를 살리겠다고 선언했다.
넥슨은 27일 경기도 판교에서 열린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 2014’에서 넥슨의 김정주 창업주와 박지원 대표, 그리고 넥슨 재팬의 오웬 마호니 대표의 대담을 진행했다. 이날 자리에서는 3인의 대표가 넥슨의 과거와 미래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10년 간 자체 흥행작 없던 넥슨, ‘안정’과 ‘성공’이 발목 잡았다
대담은 김정주 창업주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그는 “넥슨은 참 대단한 기업이다. 개발사로 시작한 회사가 10년간 이렇다할 신작 없이 성장한 곳은 넥슨밖에 없을 것이다”라는 뼈있는 농담을 던지며 대담을 시작했다.
그의 질문에 넥슨 박지원 대표는 자체적인 신작의 흥행보다는, 다른 개발사와의 협업이나 우량 회사의 인수 합병 등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실제로 넥슨은 몇 년 간 자체 개발 신작의 성공보다는 <던전앤파이터>와 같은 기존 작품의 라이브 서비스나, 네오플·게임하이 등과의 인수 합병으로 몸집을 불렸다.
그리고 이런 외형적 성장과 달리, 넥슨의 자체 개발 작품은 공개되는 것도 뜸했고 흥행을 이끈 작품은 더 뜸했다.
물론 유저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벨브와 공동으로 개발했던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은 ‘좀비 모드’ 열풍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고, 데브켓의 <마비노기 영웅전>은 아직도 적지 않은 마니아 유저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넥슨 내부에서 신작을 적게 내고 덜 밀었던 것에 박지원 대표는 <던전앤파이터>와 <메이플스토리>의 큰 성공이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고 평했다. 기존의 흥행작이 너무 큰 성과를 거뒀기 때문에, 새로운 작품을 밀어주기보다는, 안정적인 성공 가능성을 가진 기존 작품의 라이브 서비스에 집중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넥슨이 일본에서 회사를 상장한 이후에는 이러한 숫자에 대한 부담이 더 커졌다. 그리고 이러한 회사의 방향은 2012년 모바일게임 열풍이 불면서 약점으로 드러났다. 신작 개발 경험이 적고, 흐름을 주도한 지 오래되다 보니 변화가 빠른 모바일게임 시장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다.
2012년 이후 넥슨의 모바일게임 개발은 박 대표의 표현을 빌리자면 “6개월마다 벤치마킹하고 엎어지고를 반복”했다. 시장 흐름만 무작정 따라가다 보니 변화하는 시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프로젝트만 잔뜩 엎은 셈이다.
재미만 보고 만들었던 ‘개발사 DNA’를 살리겠다
그렇다면 10년 전의 넥슨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김정주 창업주는 당시의 넥슨을 일컬어 ‘황금기’라고 평했다. 자체 개발한 작품도 많이 공개되었고, 작품들의 성적도 좋았다. 산업이 성장기였다는 것도 감안해야 하지만, 지난 10년간의 넥슨과는 거리가 있었다는 평이다.
넥슨 재팬의 오웬 마호니 대표는 당시 넥슨의 비결에 대해 물불 가리지 않던 당시 내부 분위기를 꼽았다. 그가 넥슨과 만났던 것은 2,000년이었다. 김정주 창업주(당시 넥슨 대표)의 초대로 한국에 방문한 그는 당시 넥슨에 대해 “수많은 창의적인 게임이 개발되고 있었고, 이 중 태반이 개발 취소되더라도 새로운 시도를 늦추지 않았다. 당시 서구 대형 게임사와 달리, 직원 모두 재미 하나에만 집중하고 있었다”고 평했다.
마호니 대표가 바라보는 넥슨, 그리고 세계 게임계는 침체되어 있는 상태다. 서구의 많은 콘솔 게임 개발사는 독창적인 시스템보다는 보기 좋은 그래픽으로 자신의 게임을 차별화(?)하려고 하고, 페이스북이나 모바일에서는 기존의 히트작을 본뜬 게임이 끊임없이 출시되고 있다. 그가 예를 든 <마인크래프트>나 <이브 온라인>같이 게임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참신한 게임은 손에 꼽을 정도다.
때문에 넥슨과 넥슨 재팬의 두 대표가 뽑은 앞으로의 목표도 과거 10년 전 넥슨의 DNA를 살리는 것이다. 넥슨의 박지원 대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람의 나라>와 <택티컬 커맨더스>를 개발한 정상원 부사장을 비롯해 많은 개발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넥슨에는 한국에만 1,500명, 일본 500명 도합 2,000여 명의 개발자가 있다. 다들 공감하고 있다면 재미만을 추구하던 10년 전 자유로운 개발 분위기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라며 넥슨의 체질 개선을 강조했다.
자체 개발 온라인 타이틀만 6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겠다
현재 넥슨과 그 자회사가 자체 개발 중인 작품은 모두 30여 개. 신규 온라인게임 타이틀이 6개 개발 중이며, 모바일에서도 20개 이상의 작품을 준비 중이다.
넥슨의 개발 조직을 총괄하고 있는 정상원 부사장은 신작 모두 기존 게임의 흐름을 쫓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부사장은 김정주 창업주의 깜짝 부름에 무대 위에 오르며 “<메이플스토리 2>와 <야생의 땅: 듀랑고>를 보면 넥슨의 신작 개발 기조를 확인할 수 있다.
<메이플스토리 2>는 원작이 있는 작품임에도 다양한 시도를 했고, <야생의 땅: 듀랑고>도 공룡, 그리고 서바이벌 RPG라는 독특한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쉽지 않은 시도인 만큼 개발조직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부진했던 모바일 게임 분야에서도 올해부터 공세를 강화한다. 넥슨의 모바일 게임 전략은 간단하다. 하나는 ‘기존에 시장에 존재하지 않거나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게임일 것’. 다른 하나는 ‘만약 유사 게임이 존재한다면 그 게임 이상의 콘텐츠와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온라인게임보다 개발 시간이 짧은 편인 모바일 게임의 특성을 이용해, 그동안 미진했던 도전을 계속하겠다는 의미다.
박지원 대표는 자사의 모바일게임 전략을 밝히며 “2가지 모바일 게임 기준을 바탕으로 정상원 부사장과 함께 정예 타이틀만 남겨놨다. 그동안 넥슨은 큰 사이즈에 어울리지 않게 모바일 게임 분야에서 너무 많은 실수가 있었다. 앞으로는 남들이 만든 흐름을 쫓아가기보다는, 우리가 잘하는 것으로 흐름을 이끌도록 하겠다. 이를 위해 20여 종의 자체 개발 모바일은 물론, 소재만 괜찮다면 외부 개발사와의 협업도 적극적으로 실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