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온라인 MMORPG 개발자들은 일종의 편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복잡한 정보를 보여주는 퀘스트 창이 그 예죠. 하지만 테스트를 통해 그 편견은 무너졌습니다”
<영웅의 군단>을 개발한 엔도어즈 김태곤 상무이사의 말이다. MMORPG만 5개를 개발했던 김태곤 상무의 모바일 도전은 순탄하지 않았다. 당연히 시행착오를 겪었고, 그때마다 불확실성을 검증해 준건 반복적인 테스트였다.
28일,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 14에서 엔도어즈 김태곤 상무이사는 ‘<영웅의 군단> 사례를 통해 본 모바일 MMORPG 만들기’ 강연을 통해 모바일 MMORPG를 개발하며 겪었던 시행착오와 단계별 테스트의 노하우와 교훈들을 공유했다. /디스이즈게임 김진수 기자
엔도어즈 김태곤 상무이사.
게임 시작한지 5분 이내에 유저를 사로잡아라! 초반 FGT 검증
김태곤 상무는 <영웅의 군단>을 개발하면서 가장 먼저 PC MMORPG 유저와 모바일게임 유저를 비교했다. 그가 PC MMORPG만 5개를 개발한 만큼, 모바일 유저를 알아야 성공적으로 게임을 개발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PC MMORPG 유저는 클라이언트 용량도 크고, 방법도 복잡한 게임을 설치하고 인내심 있게 기다려준다. 당연히 충성도도 높은 편이고, 오랜 시간 접속해 게임을 즐기는 편이다. 그에 비해 모바일게임 유저들은 적은 용량의 게임을 쉽게 설치하고 쉽게 지우는, 충성도를 기대하기 힘든 유저다.
여기서 개발 목표 3가지가 나왔다. 게임을 시작한 지 5분 이내, 1개월 내, 3개월 내 유저를 붙잡을 수 있도록 게임을 만들자는 목표였다.
먼저 게임을 시작한 지 5분 이내의 유저를 잡기 위해 기대감을 심어줄 수 있는 그래픽, 사운드에 집중했다. 또 일반적인 모바일게임에서 시도하지 않는 필드 구현을 통해 이후의 플레이와 게임 콘텐츠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줬다.
개발자의 생각대로 구현만 하면 끝일까? 아니다. 검증작업이 필요하다. 김 상무는 “모바일 시장은 PC MMORPG와 너무 다르더라. 플레이하는 유저도 그냥 일반인이다. 그럼 전문가 대신 일반인을 대상으로 테스트하고, 의견을 경청했다”며 FGT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영웅의 군단> 개발진은 완전히 관계없는 유저를 초빙해 1시간 정도 플레이를 시키고, 모니터링 및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첫 1시간의 경험이 중요하기에 매번 대상 유저를 바꿔가며 플레이시켰다.
이 때 심층 인터뷰의 사소한 답변 하나 보다는 모니터링에 집중해야 한다. 유저는 불만사항이 왜 그런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가령 타격감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경우, 애니메이션이나 사운드가 문제인 경우도 있지만, 로그인부터 누적된 경험이 영향을 미치기도 하기 때문이다.
김 상무는 유저가 어떻게 플레이하는지 모니터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개발진이 생각했던 의도대로 잘 플레이하는지, 어려워하는 점은 없는지 지켜보며 리포트를 남겨야 한다. 개발팀이 ‘이 정도면 쉽게 플레이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유저들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영웅의 군단>은 FGT를 거치며 초기 플레이의 불편사항을 개선하기도 했다. 전투 후 새로운 장비를 얻으면 장착하겠냐고 물어보는 NPC를 추가했다. 새로운 것을 배우기 귀찮은 사람들은 그저 ‘예’ 버튼만 누르면 장비가 바뀌고, 인벤토리를 열어 보고 싶은 유저들은 인벤토리를 열어 보게끔 했다.
또 퀘스트 창도 완전히 바꿀 수 있었다. PC MMORPG 개발자들은 퀘스트 조건과 대화 지문, 어디로 가야 하는지 등을 모두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바일에서는 모두 보여주기 힘들었고, 과감하게 정보 대부분을 생략하고 레벨 조건과 NPC만 넣었더니 유저들은 더 편리하게 게임을 즐겼다. FGT를 통해 개발자들의 편견이 무너진 셈이다.
실제 개발진이 테스터의 플레이를 지켜보며 작성한 레포트. 개발팀이 놓친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PC MMORPG의 편견을 버리고 퀘스트 창 등을 바꿀 수 있던 것도 FGT 덕분이다.
1개월 플레이 한 유저를 붙잡자, 자신의 성장을 확인시켜라
<영웅의 군단>의 두 번째 목표는 1개월 정도 게임을 즐긴 유저가 게임을 계속 플레이하게 하는 것이다. 이때의 유저들은 자신의 캐릭터와 장비를 성장시키기 위해 플레이하는데, 이 유저들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영웅대전, 콜로세움 같은 PvP 콘텐츠로 자신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영웅의 군단> 개발진은 이 단계에서도 테스트를 거쳤다. 이른바 ‘장기 테스트’였다. 개발사와 완전히 관계없는 유저를 채용해 1~2개월동안 하루 4시간 정도 게임을 플레이하고 리뷰를 작성하게 했다. 2개월 이상 된 테스터는 교체했는데, 이 이상 플레이하게 되면 테스터가 개발진을 이해하면서 문제점을 지적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었다.
김태곤 상무는 “개발 도중이라도 누군가는 지속적으로 테스트를 하면서 게임 내 밸런스를 확인해 줘야 한다. 하지만 개발진이 하기보다는 외부인의 테스트를 통해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 좋다”며 외부인의 테스트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테스트를 하면 게임에 대한 통찰력이 깊은 사람을 발굴해 채용하기도 좋다. 실제로 <영웅의 군단> 개발진 중에는 이렇게 채용된 사람이 많다”고 덧붙였다.
한 테스터가 작성한 문서. 밸런스를 체크하기 위해 레벨 별 플레이 시간을 체크했다.
“게시판 동향 파악보다 지표를 분석하고 믿어라”
마지막으로 3개월 이상 플레이 한 유저의 플레이 동기는 커뮤니티와 반복적인 일과가 되는 콘텐츠다. <영웅의 군단>역시 커뮤니티를 강화하기 위해 길드 단위의 협력 PvP 콘텐츠나 매일 던전이 바뀌는 ‘차원의 틈’ 콘텐츠를 넣어서 매일 접속할 이유를 만들었다.
이 단계에서 엔도어즈는 장기 플레이 검증을 위해 5개월간 5번에 걸친 비공개 테스트를 했다. 1차 테스트를 할 때는 PC MMORPG를 좋아하는 유저로 시작해 점차 일반 유저로 범위를 확대해갔다. <영웅의 군단> 개발진은 CBT를 하며 유저의 잔존율과 평균 플레이 시간, 레벨 업에 걸리는 평균 시간 등을 지표로 분석했다.
이런 지표는 개발진에게 자동으로 알려주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자동화 작업을 거쳐 개발진이 누구나 볼 수 있게 했다. 김 상무는 “이렇게 5차 CBT를 거치고 지표들을 분석하니 오픈할 때는 어떤 지표가 나올지 예상이 될 정도였다”며 지표 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온라인 게임은 게시판 동향을 중요시하는데, 모바일 유저는 조용히 떠난다. 게시판만 보고 있으면 게임 유저 나가는 걸 모르게 된다. 대신 지표를 분석하고 지표를 믿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