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의 향후 10년을 이끌어간 신동력은 뭘까? 그동안 퍼블리셔로 착각될 만큼 인수합병과 퍼블리싱으로만 몸집을 키워온 넥슨. 하지만 NDC14를 통해 개발사로서의 DNA를 되살리겠다고 선언한 만큼 앞으로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조직개편이 있은 지 2개월, 여전히 넥슨의 변화는 진행 중이지만 커다란 변화의 기준은
잡혔다. 그리고 그 기준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넥슨의 박지원 대표,
정상원 신규개발총괄 부사장, 이정헌 사업본부장이 한자리에 모였다.
넥슨의 안인숙 본부장은 “대표 취임 이후 미디어들과의 만남을 생각하던 중 이번 기회가 좋다고 생각했다. NDC의 주제가 체크포인트인 만큼 경영진들에게 가장 적합한 주제가 아닌가 싶어 NDC 세션으로 준비했다. 뭔가 새로운 이야기가 나왔으면 좋겠다.”며 행사의 취지를 밝혔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왼쪽부터 정상원 신규개발총괄 부사장, 박지원 대표, 이정헌 사업본부장
박지원 대표: 일단 간담회를 시작하기 전에 말하자면, 지난 2월 경영진은 제가 신임 대표로 들어오고 정상원 부사장이 개발총괄을 맡는 등 조직의 변화가 있었다. 2개월간 우리의 고민은 하나였다. 넥슨은 게임회사로서 어떤 게임을 만들고 어떻게 서비스를 해야 할까?
예전에 우리가 가졌던 창의성을 되살릴 수 있는 방법. 규모가 커진 만큼 이를 어떻게 최적의 조직으로 세팅하고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을까의 고민이다. 그 고민에 대한 답을 말하고자 한다.
정상원 부사장: 넥슨에서 개발을 총괄하라고 맡긴지 4개월 정도 됐다. 와서 넥슨을 들여다보니 내부 개발팀은 여전히 잘 하고 있다. 다만 게임 개발이라는 건 전쟁과 같아서 뒤에서 잘 받쳐줘야 한다. 그래서 이런 부분에서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 어제(28일) 김정주 회장이 말한 것처럼 넥슨다운 게임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정헌 사업본부장: 현재 넥슨의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그동안 넥슨은 라이브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각 PM을 배치해 효율을 극대화했다. 이제는 모든 PM이 하나의 사업본부에 모여 재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들고 있다.
앞서 두 분이 말했듯 이번 미션은 넥슨다운 게임,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 내면 이를 더 많은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하고자 한다. 즉 많은 사람이 게임을 재미있는 여가생활로 여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지금 국내에서는 게임 규제 때문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그래서
다수의 게임업체들의 올해 키워드는 글로벌 진출이라고 한다. 넥슨은 해외에서 관심을 받는 게임업체 중
하나인데, 오해 글로벌 계획과 별도의 M&A를 통한
성장을 고민하는지 궁금하다.
박지원 대표: 넥슨은 지난 1990년에 해외 지사를 세운 이후 가장 빠르게 글로벌
진출을 하고 있다. 작년 지난해도 총 매출의 60%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글로벌 공략은 언제나 숙제다. 비판적으로
보면 해외매출이 60%나 되지만 대부분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에서 발생한다. 그래서 2년 전부터 글로벌 시장의 포커스를 북미와 유럽으로 잡았다.
2012년부터 유럽과
미국 회사에 투자하면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현지 제작 게임을 서비스할 것 같다. M&A는 지난 10년간 외형적인 성장, 내부적으로 만들지 못한 IP를 확보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현재 어떤 회사를 인수하겠다거나
관심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중국, 일본, 미국, 유럽 등에서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게임 중독법 등으로 매출의 영향이 있나. 정부 규제에 대한
입장을 말한다면?
정상원 부사장: 정부 규제가 있어서 게임업계가 힘들어하고 있다. 웹보드 게임은
매출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지만, 그 외 온라인과 모바일게임은 매출적으로 타격이 크다고 판단하지는 않는다. 다만 사회적 인식, 게임산업에 대한 평가가 박해지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게임업계에서 개발을
하려는 인재들이 줄어들고 있다. 돈은 벌지만 좋지 않은 산업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인재가 줄어들고
결국 산업 침체로 이어진다. 문화산업은 돈을 버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콘텐츠를 만든다는 꿈을 이루면서 상업적인 수익이 있어야 한다. 규제로
인한 이미지 문제가 심각하다. 매출보다 게임을 개발하는 환경이 힘들어지고 영향을 받고 있다.
온라인게임이 침체하고 있다는데, 넥슨은 앞으로의 성장
동력을 모바일에서 찾고 있나?
정상원 부사장: 전체적인 밸런스를 본다면 넥슨은 온라인 50% 모바일 50%를 생각한다. 모바일게임의 재미가 특정적이듯, 온라인게임도 마찬가지다. 서로 줄 수 있는 재미가 다르다. 결국, 디바이스의 문제로 나중에는 합쳐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지금은 고유의 영역을 가지고 있다.
박지원 대표: 지난해 9월부터 넥슨M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하고 북미와 유럽 시장을 타깃으로 한 모바일게임을 지속적으로 서비스할 계획이다. 올해는 8~10개 정도를 준비하고 있다. 과거 인수한 일본의 글룹스라는 지사에서
개발한 게임이 주였다면 이제는 넥슨M에 있는 징가 출신 개발자들이 만든 자체 개발 게임을 3분기부터 서비스할 것 같다.
앞서 넥슨다운 게임을 만든다고 했는데 넥슨다운 게임이란 무엇인지 궁금하다
정상원 부사장: ‘넥슨’다운 게임이라는 것이 애매하긴 하다. (웃음) 다른 것보다 게임을 처음 만들 때 접근하는 방향성이 다르다는
것을 말한다. 잘 되는 형태의 게임이 있다면 이를 벤치마킹해 플러스 알파해 내놓는데, 넥슨은 이렇게 해서 잘된 케이스가 없다.
넥슨은 잘 되는 것을
발굴해 더 잘되게 하는 부분이 약한 것 같다. 넥슨의 강점은 희한한 것을 만들어 내는 것에 있다. 내부에서 이를 강화시키기 위해서 이전에 ‘이런 거 만들면 어때’라는 것을 재미가 있다면 개발 프로세스에 넣고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바꾸고 있다. 이런 것이 넥슨의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박지원: 김정주 회장과 말한 것처럼 넥슨이 잘하는 게 무엇일까 고민한다. 남들이 잘 하지 않았던 시도를 하고 상업적 성공을 예상하기보다 게임의 즐거움에서 개발을 시작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시장에서
이런 장르가 통용되고, 이 정도 개발로 시장에 나왔을 때 성공할 것인가 보다, 이 장르가 시장에 존재하는지, 비슷하다면 우리는 어떤 차별화를 할
수 있을지를 보는 것이 넥슨의 기준이다. 이런 기준이 넥슨만의 게임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자체 개발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하고 있는데 실제로 시장에 나온 게임은 적다.
정상원 부사장: 오랫동안 만들었지만, 출시가 안 된 이유라… 당시 넥슨에 몸담고 있지
않아서 3자의 입장에서 파악하자면 개발이 급하지 않았다. 기존
서비스 중인 게임이 돈을 잘 벌고 있었다. 어찌 보면 ‘돈슨’이라는 말을 쓰고 있는데, 라이브 중인 게임을 더 강화하는 게 회사의
성장과 매출을 해결하기 좋은 방법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신규개발은 리딩이 적었고 결국 잘 안됐다.
기존 개발팀을 작은 팀으로 쪼개고 있다고 들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정상원 부사장: 넥슨에 다시 와서 제일 먼저 한 게 있다. 온라인게임도, 모바일게임도 개발자라면 생각을 해야 한다. 이런 걸 만들어야지 하는
생각, 시장에 나오지 않은 새로운 걸 만들려면 재충전이 필요하다. 그래서
인큐베이션 조직을 만들었다.
이 조직은 각 개발팀에서
다양한 사람이 모여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새로운 걸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도록 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렇게 만든 프로토타입을 리뷰하고 권고사직을 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있었다. (웃음)
그런 건 아니다. 개발자들에게 창의적인 것을 위해 잉여를 인정하는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위한 시간을 주고 있다.
방금 정상원 부사장이 말한 ‘돈슨’의 이미지. 앞으로 어떻게 이미지 제고를 하고자 하는가?
박지원 대표: 사실 우리에게 남겨진 거대한 숙제다. 넥슨이 새로운 비즈니스, 예를 들어 랜덤박스, 경매장 등을 도입할 때마다 강화되면서 쌓은 이미지다. 그것도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쌓인 이미지로 우리가 반성할 부분이다.
라이브 게임 조직 정비를 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성장에
맞추기보다는 다양한 실험을 하고자 한다. 당장 말하기는 힘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패치와 콘텐츠의 흐름을
파악하면 어떻게 ‘돈슨’의 벗어날지 파악할 수 있을 듯싶다.
넥슨의 몸집이 커지면서 큰 프로젝트만 하는 것으로 보인다. 소규모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는가?
정상원 부사장: 넥슨이 대형 게임만 개발하느냐? 아니다. 넥슨은 큰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자금과 인력이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리고 IP(지적재산권)도 확보하고 있다.
과거에는 이 정도 매출만
나와도 좋다고 생각하고 개별적인 집중을 할 수 있었다. 한단 만에
100억 원을 벌 수 있다고 시작하지도 않았고 작게 시작해서 성공했다. 그런데 이제는 매출을
예상하고 시도를 하지 않는 경우가 생겼다. 그 과정에서 굳어버렸다.
(소규모 프로젝트) 개발이 어려웠다. 이제는 축구와 비교하면 벌떼축구, 닥치고 공격하는 스타일이다. 우르르 몰려가서 개발을 한다.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다수가 개인의 아이디어와 재미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넥슨이 해야 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는 대형 개발팀이 투입된다. 두 방향 모두 가고 있다.
넥슨의 모바일게임, 즉
<던전앤파이터>와 <메이플스토리> 모바일 버전은 외주를 통해 선보였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 그리고 해당 게임은 콘솔로도 나왔었는데 콜솔 플랫폼에 대한 생각도 듣고 싶다.
박지원 대표: <던전앤파이터>와
<메이플스토리>는 외주를 통해 일종의 시리즈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피처폰 시절부터 모바일 사업을 하다 보니 시기가 되면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 소모하고 또 내놓는 전략이었다. 일종의 양날의 검이었다.
결국, 지금까지 피처폰의
기억으로 시기가 되면 시리즈를 내놓는 게 공식처럼 됐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IP를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과거와 같은 공식은 지양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모바일에 맞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중이다.
정상원 부사장: 콘솔에 대해서는 여러 생각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하고 싶기도 하다. 문제는 개발자 수급과 내가 만든 게임을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즐겼으면 하는 방향성이다. 닌텐도DS는 물론 다른 콘솔 게임기도 (국내에서) 보급이 잘 안 되고 있다.
지금 상황을 보면 일단 온라인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 향후에 콘솔 프로젝트는 R&D 할 생각은 있다.
엔씨소프트와의 협업이 중단됐다. 앞으로 어떻게 하고자 하나?
박지원 대표: 엔씨소프트와는 장기적인 협업을 하고자 한다. 일단 <마비노기 2> 등은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있다. 어떤 것을 같이 할지는 장기적인 시각으로 검토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구체적으로 결정한 건 없다.
일부에서는 넥슨이 플랫폼 사업을 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박지원: 사실 런치패드의 경우는 <피파 온라인> 모바일을 위한 테스트 플랫폼이다. 기본적으로 넥슨이 잘하는
게 무엇일까? 우리가 네이버나 카카오처럼 플랫폼 사업을 하면 최선을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현시점에서 플랫폼 사업에 넥슨의 역량을 투입할 시기는 아니라고 판단한다.
‘넥슨’다운 게임을 통해 창의력을 통한 시도를 강조하지만, 실적 등의 리스크 부담도 있을 텐데.
박지원 대표: 넥슨의 규모와 경제를 통해 우리만의 창의적인 게임을 만들자는 목표가 있다. 그렇다고
기존 라이브 게임에 대한 관심을 버리는 건 아니다. 무게중심을 잡아가고 있다. 기존 게임의 매출을 키우는 작업도 같이 한다. 지금까지의 한쪽으로
치우쳐진 추를 균형을 맞추고자 한다.
정상원 부사장: 게임을 만드는 게 재미있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잘될지 안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잘 만들 수는 있지만, 돈을 벌
수 있을지는 하늘만이 안다.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건 회사의 의지고 철학이다. 넥슨은 게임회사이기에 게임에 돈을 쓸 것이고 될 때까지 한다는 생각이다. 그
과정에서 여러 괴로움도 잇겠지만, 다른 길이 없다고 판단하면 갈 수밖에 없는 길이다.
밖에서 보면 넥슨은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하는 회사라는 이미지가 있다.
앞으로 어떤 기업문화를 만들어 가고 자 하는가?
정상원 부사장: 넥슨에 다시 복귀한 지 얼마 안 돼서… (웃음). 내가 넥슨에 재직하던 시절에는 구조조정이 없었다. 2009년인가? 구조조정을 할 때는 밖에서 구경하던 처지였다. 게임회사는 이직률이
높다. 이것이 나쁜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나도 넥슨에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왔다. (웃음)
다만 구조적으로 사람을
내보내야 할 때는 회사가 게임을 만들 능력이 없을 때와 그 사람이 개발의 의지가 없거나 필요 없을 때 나가게 된다. 지금의 방향은 정리가 아닌 미래에 대한 투자다. 잉여을 인정하고자
한다. 누군가는 이를 악용할 수도 있지만, 이는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우리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고, 퍼포먼스를 유지해야 한다. 사람을
쳐내기보다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 준비하고 있다. 다만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언제나 뭔가를 만들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자극은 필요하다.
박지원 대표: 실패를 어느 정도까지 용인할 수 있을까. 하나의 프로젝트가 있고 성과가 안 좋았다. 그래서 필요 없다는 결론이 나면 구조조정의 이슈가 있다. 하지만 넥슨의 방향은 다음의 시도를 하는 기조이다. 성공을 할지 실패할지는 예측할 수 없다.
시장에서 독특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안 된다면 시간을 들여 새로운 시도를
다시 하는 것으로 가고 있다. 인위적인 조정은 앞으로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