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코어 추리 어드벤처를 표방하는 작품이 정식 발매를 앞두고 있다. 27일 체험판 론칭 후 7월 4일 정식 버전 공개를 앞둔 <탐정의 왕>이 그 주인공이다. 게임의 영상부터 감상하자.
<탐정의 왕> 오프닝 애니메이션
게임의 배경은 범죄가 넘쳐나는 가상의 한국이다. 경찰은 갑작스런 범죄 증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고, 범죄 해결을 돕는 사립탐정의 위상이 자연스럽게 올라간 시점이다.
정신을 잃고 깨어난 주인공은 자신이 기억상실증에 걸린 채 무인도의 한 고성에 갇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혼란에 빠진 주인공을 도와주려던 남자는 성의 기관장치에 휘말려 목숨을 잃고, 남자의 시신을 망연자실 쳐다보고 있는 주인공에게 자신과 같이 성에 갇힌 11인의 탐정이 나타난다.
그리고 이들 앞에 가면을 쓴 인물이 영상으로 나타나 ‘최고의 탐정’을 가리기 위한 게임을 시작하자고 제안하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탐정의 왕>은 탐정과 탐정, 그리고 탐정과 범죄자 사이의 추리 배틀을 그린 어드벤처 게임이다. 유저는 사건이 일어나면 맵 곳곳을 탐색하며 도움이 될만한 아이템(≒증거)을 찾고, 다른 인물들과 관계를 맺어가며 새로운 정보를 습득할(≒탐문) 수 있다.
유저는 이렇게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사건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다른 탐정과의 의견 충돌은 ‘추리배틀’이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서로의 논리를 자신이 얻은 정보와 증거를 바탕으로 논파하는 것이 기본이다. <역전재판> 시리즈의 재판 파트를 생각하면 편하다.
독특한 점이 있다면 게임의 난이도다. <탐정의 왕>은 ‘마니아를 위한 하드보일드 추리 배틀’을 표방한다. 정해진 순서대로 단서를 찾고 범인을 밝혀가는 심심한(?) 추리는 등장하지 않는다. 유저에게 ‘안내’되는 것은 게임 진행을 위한 최소한의 단서와 정보뿐.
사실상 추리를 하기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정보만 안내되는 셈이다. 때문에 유저는 게임이 보여주는 것 이상을 찾기 위해 맵을 뒤져야 하고 NPC들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쓸모없거나 진실을 흐리는 단서도 등장하고, 노골적인 거짓말이나 진실을 교묘하게 가린 정보도 제공된다. 때문에 유저는 실제 자신의 머리를 혹사시켜가며 진실에 도달해야 한다.
게임의 난이도가 높은 만큼 배드엔딩의 강도(?)도 쌔다. 추리의 실수가 죽음으로 이어지거나 밉상이었던 캐릭터가 날뛰는 것은 기본이다. 어떤 배드엔딩은 주인공이 눈뜨고 보기 힘든 비굴한 태도를 취하다가 비참하게 최후를 맞기도 하고, 주인공의 행동으로 인해 상황이 최악의 방향으로 치닫기도 한다. 어느 쪽이든 마음 편히 받아들일 만한 배드엔딩은 없다.
대신 <탐정의 왕>이 추구하는 것은 바르게 추리했을 때 진실이 밝혀지는 쾌감, 그리고 그 이후 유저에게 넘어오는 ‘선택지’다.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대부분 주인공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어떤 이는 주인공이 ‘이름만 기억하는 형편 좋은 기억상실증에 걸린 수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어떤 이는 주인공의 행실을 보고 ‘현실을 모르는 이상주의자’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런 주인공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앞서 설명했던 배드엔딩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된다.
하지만 성공적으로 추리를 끝마쳤을 경우, 이러한 NPC에 대한 처분권(?)은 주인공에게 넘어온다. 어떤 이는 자신이 저지른 죄값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하려 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타인의 악의를 사서 목숨이 노려질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이를 막거나 내버려 두는 것은 어디까지나 주인공의 자유다. 진실은 밝혀졌기 때문에 어떤 선택을 해도 배드엔딩이 나지는 않는다. 오히려 주인공이, 그리고 유저가 어떤 선택지를 골라왔느냐에 따라 그에 걸맞은 엔딩을 제공할 예정이다.
“끝없는 악의, 그리고 이를 이겨내는 ‘구원’의 힘을 그리고 싶었다”
왼쪽부터 디앤씨게임즈 이윤환 팀장, 신소음 작가
다음은 <탐정의 왕>을 개발한 디엔씨게임즈의 이윤환 팀장과 신민하(필명: 신소음) 작가와의 일문일답이다.
어드벤처라는 비주류 장르를 가지고 비주류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유료게임 시장에 도전했다.
이윤환 팀장: 나부터가 패키지게임을 즐겨왔기 때문에, 모바일게임 시대에서도 이런 느낌을 주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사실 최근에는 한번 구매하면 마음껏 씹고 맛보고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정말 적지 않은가?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그 안에 잘 짜인 이야기와 완결성을 찾기 힘들고. 그런 로망을 다시 한 번 되살리고 싶었다.
어드벤처, 나아가 이야기 있는 게임의 판을 키우고 싶었다. 마침 디앤씨게임즈는 장르문학에 일가견이 있는 출판사를 모회사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는 크게 걱정할 필요 없었다. <탐정의 왕>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그런 게임을 꾸준히 내려 한다.
게임설명만 들어보면 패키지게임의 로망이 아니라, <다크소울> 시리즈와 같은 로망을 추구한 것 같은 난이도다.
이윤환 팀장: ‘퍼즐 같지도 않은 퍼즐에 익숙한 사람들아, 한번 이 문제를 풀어봐라!’같은 마음은…, 솔직히 아주 없진 않았다. 개발팀 모두 ‘하드보일드’한(?) 성향이라. (웃음) 사실 그보다는 게임의 콘셉트적인 면이 컸다. <탐정의 왕>의 주된 테마는 ‘자유’와 ‘악의’다.
자유라는 테마는 게임의 기획과 닿아 있다. 우리는 특정 단서를 의무적으로 찾아야 하는 추리가 싫었다. 그래서 최소한의 단서만 찾으면 (원한다면) 바로 추리하고 배틀할 수 있게 했다. 물론 이것에 대한 선택은 유저 몫이다. 자신 있는 사람은 ‘반짝이는’ 최소한의 단서만 가지고 추리해도 된다. 대신 그것에서 오는 결과는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악의는 게임의 메시지와 닿아 있는 테마다. 쟁쟁한 탐정들 속에서 기억을 잃은 주인공이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만의 정의는 있지만 실천할 수단은 미약하다. 그 과정을 난이도 높은 추리와 배드엔딩으로 그리고 싶었다.
추리 과정에서의 탐문, 그리고 좋지 않은 선택의 결과인 배드엔딩 모두 등장인물들의 악의를 표현하는 장치다. 유저는 주인공처럼 현장이 있지 않다. 대신 더 많은 반복으로 인해 이런 악의를 맞닥뜨리면 주인공의 심정을 더 쉽게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그것 만으론 이해하기 힘들다. 그렇게 악의를 표현해가며 이야기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가?
신소음 작가: 정확히는 인간의 악의와 이에 대한 구원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악의’는 사람의 가장 원초적인 모습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악의를 극복하고 초월하며 다른 이들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일까?
이야기가 시작되면 주인공은 무인도라는 폐쇄 공간 속에서 수많은 악의와 맞닥뜨리게 된다. 탐정들은 기억이 없는 주인공을 의심스러워 하고, 범인으로 추정되는 가면 쓴 사람은 사람들 사이에 수시로 분란의 씨앗을 심어 놓는다. 주인공은 자신, 혹은 다른 이를 향하는 악의 속에서 많은 유혹에 빠지게 될 것이다. 특히 배드엔딩을 많이 본 유저일수록 그 가혹함 때문에 더더욱. (웃음)
물론 여기서 어떤 선택을 해서 어떤 엔딩을 맞이하건 큰 상관 없다. 그것은 유저가 내린 답이니까. 하지만 나 스스로는 모든 악의를 극복하고 모두를 구원한 주인공의 모습을 그리며 시나리오를 썼다. 만약 여력이 남는다면 이 엔딩을 꼭 한번 봐달라.
그러한 선택이 가치가 있으려면 모든 캐릭터가 하나의 인격체처럼 다가와야 한다.
신소음 작가: 캐릭터 하나하나마다 관계치(가칭)라는 보이지 않는 값이 있다. 이것은 주인공이 특정 행동을 하거나 특정 선택지를 고를 때마다 관계된 캐릭터의 관계치가 변화하게 된다. 단순히 특정 선택지를 골랐다고 해서 캐릭터의 반응이 달라진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수 시간 동안 진득이 보인 주인공의 행실에 반응하는 것으로 알아 달라. 어찌 보면 그동안의 행동이 반영되는 <탐정의 왕>의 엔딩 시스템과 일맥 상통한다고 보아달라.
그렇다면 캐릭터와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죽을 사람이 죽지 않거나,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것과 같은 시나리오 상의 변화도 가능한가?
신소음 작가: 그런 기획도 했었지만, 아직 우리 팀 규모로는 그 정도 시스템을 구현하기는 역부족이더라. 기본적으로 시나리오 자체는 크게 변화가 없다. 다만 유저의 선택에 따라 범인의 생사가 결정될 수도 있고, 만약 범인이 죽지 않을 경우 추후 다른 사건을 해결하는데 힌트를 주는 등의 변화는 있다.
정식 엔딩의 수가 궁금하다.
이윤환 팀장: 추리를 틀려서 맞이하는 배드엔딩을 제외하고, 약 40여 개의 엔딩이 준비되어 있다. 이 엔딩은 유저의 행동이 누적된 결과와, 다른 캐릭터와의 관계가 모두 조합돼서 나타난다. 참고로 한 엔딩까지의 플레이 타임은 약 30시간, 라이트노벨로 환산하면 5~6권 분량이다. 이외에 모든 엔딩을 달성할 경우 총 100여 시간의 플레이 타임과 라이트노벨 11권 분량의 텍스트가 될 예정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한가?
이윤환 팀장: 지난 27일 출시된 체험판에 이어, 4일에는 게임의 정식 버전이 구글플레이와 티스토어에 풀리게 된다. 정확히 말하면 출시라기보다는 후속 시나리오를 구매하고 플레이할 수 있는 기능이 해금되는 셈이지만. 아직 후속 시나리오 가격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예약판이 9,900원인 만큼 모든 시나리오 가격을 합해도 15,000원은 넘지 않을 예정이다.
신소음 작가: 참고로 iOS는 4일 모든 시나리오 출시 후 한꺼번에 검수받아 출시할 예정이다. 그러니 추리소설 마니아, 그리고 어드벤처 마니아 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