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타리 쇼크’(1983년 북미 비디오게임업계 도산사태)의 주범으로 꼽히는 게임 <E.T>의 일반인 구매가 가능해졌다.
지난 9일 미국 뉴맥시코주 앨러머고도 시의회 의원들은 지난 4월 발굴한 <E.T> 카트리지 1,300개 중 800개를 일반인에게 경매하기로 만장일치 결정했다. 경매는 이베이와 앨러머고도 시의회 웹사이트에서 2주 안에 시작되며, 올해 크리스마스 전에 완료될 예정이다.
나머지 500여 개의 <E.T> 카트리지는 일부가 앨러머고도 시에 기념품으로 보관되며, 그 외 수량은 전 세계 박물관에 기증된다. 그동안 도시 전설처럼 여겨졌던 게임업계의 역사를 보여주는 산물인 만큼 경매를 통한 구매 경쟁은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발굴의 총책임자인 조 레반도프스키(Joe Lewandowski)는 “(절반 이상을 경매에 부치기로 한 시의회의 결정은) 사막에서 불사조가 떠오르는 것을 보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이 게임(E.T.)을 발견했을 때, 비디오 게임 산업의 시작과 끝, 그리고 새로운 시작처럼 느껴졌다"고 발굴 당시 소감을 전했다.
<E.T>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를 게임화한 타이틀로, 1982년 7월 아타리가 라이선스를 획득하며 개발에 착수했다. 문제는 흥행성만 바라본 아타리의 졸속 개발이었다. 아타리는 같은 해 크리스마스 시즌에 게임을 출시하는 비현실적인 판단을 내렸고, 5주일 만에 게임을 개발해 수정 작업 없이 발매했다.
게임의 완성도는 형편없었다. 당연히 유저들은 <E.T>를 신랄하게 비판했으며, 게임을 반품해달라는 항의가 거세게 일어났다. 아타리는 <E.T>의 재고품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수많은 재고를 뉴멕시코 사막 매립지에 묻어버렸다. 이는 아타리의 위기와 함께 소비자가 미국 게임을 외면하는 사회현상까지 낳았다.
아타리 도산 이후 <E.T>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진 듯 했다. 그러나 30여 년이 흐른 올해 4월 뉴멕시코 환경 보호부 ‘고체 쓰레기 처리과’와 마이크로소프트가 뉴멕시코 사막 매립지에 묻힌 게임 타이틀 <E.T>를 발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다시 한 번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4월 26일날 착수한 발굴 작업에서 약 1,300개의 게임 카트리지가 수거됐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는 <E.T>와 아타리의 몰락을 다룬 다큐멘터리 <아타리: 게임 오버>를 올해 Xbox 360과 Xbox One을 통해 방영할 예정이다.
<아타리: 게임 오버> 트레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