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게임사의 심의 의무를 강조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장병완 의원 외 9명은 지난 29일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법안의 내용은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개발사나 유통사는 한국에 게임을 제공하려면 심의기관에서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 다만 개정안은 이 조항에 “대한민국에 게임물을 유통시키거나 이용에 제공하게 할 목적으로 게임물을 제작 또는 배급하고자 하는 외국인 또는 외국법인을 포함한다”라는 문구를 더했다. 해외 게임사의 심의 의무를 한층 더 강조한 셈이다.
장병완 의원은 개정안 발의 의도에 대해 해외 법인의 등급분류를 의무화 해 건전한 게임문화를 확립하고자 함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에 첨부된 제안이유에는 “해외 마켓은 자율등급분류를 시행하고 있어 국내 정서와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게임이 국내에 유통될 경우 청소년이 유해물이나 사행성 콘텐츠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해외 법인도 등급분류를 의무화 해 건전한 게임문화를 확립하고자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러한 의도와 달리 법안 자체는 기존과 달라진 점 없이 해외 게임사의 의무만 강조해 논란이 되고 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한국에서 유통되는 게임은 청소년 이용가 모바일게임을 제외하면 모두 국가기관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이는 해외 게임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나 <문명: 비욘드 어스>가 대표적인 예다. 장 의원은 이런 법률이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게임사의 등급 분류 의무를 강조한 문구만 추가한 법안을 발의한 셈이다.
이에 일부 게이머는 장 의원의 법안이 지난해 하반기 이슈가 되었던 ‘스팀’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하고 있다. 스팀은 지난해 가을, 한국에서 등급분류 받지 않은 게임의 한국어화 이슈 때문에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심의 권고 공문을 받았다. 이 때문에 일부 스팀 게임은 한국어 지원을 중단하거나 한국 지역에서 구매를 제한하기도 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장병완 의원실은 한 매체를 통해 해당 법안은 오히려 해외 플랫폼을 심의 논란으로부터 자유롭게 하기 위함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법안에 “대한민국에 게임물을 유통시키거나 이용에 제공하게 할 목적”이라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스팀과 같은 해외 플랫폼은 심의 문제에서 자유로워 진다는 것이 장 의원실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러한 장 의원실의 주장과 달리, 법안에는 “대한민국에 게임물을 유통시키거나 이용에 제공하게 할 목적”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내려져 있지 않아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 보인다.
“대한민국에 게임물을 유통시키거나 이용에 제공하게 할 목적”이라는 조건은 그동안 법안에 명시만 되어 있지 않았을 뿐, 심의기관에서 등급을 분류하는 실질적인 기준이었다. 하지만 정작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페이스북 게임이나 스팀 게임 등 해외 플랫폼의 심의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항상 논란이 되어왔다.
그리고 이러한 기준은 장 의원의 법안에도 여전히 존재하지 않고 있다. 즉, “대한민국에 게임물을 유통시키거나 이용에 제공하게 할 목적”라는 문구만으로는 기존 법안과 비교했을 때 하나도 나아간 점이 없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