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 서부, 화성 서부, 화성 동부 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다른 사람들을 약탈해서 경찰 홍보 간판을 세우고 있습니다. 아니 법치국가인 한국에서 이게 무슨 이야기냐고요? 이 믿기지 않는 이야기는 경찰을 홍보하기 위한 이색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사연입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경기서부경찰서에서 홍보를 맡고 있는 조성신 경장은 ‘경찰 홍보를 위해 어떤 걸 하면 좋을까’라는 고민 끝에 게임을 이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바로 <클래시 오브 클랜>이 그 소재입니다.
<클래시 오브 클랜>는 내 마을을 육성하며 병사를 키우고, 병사들로 다른 유저를 약탈해 자원을 벌어오는 모바일 전략게임인데요. 조 경장은 자신의 마을에 성벽과 장식물을 동원해 마음대로 꾸밀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습니다. 성벽과 각종 장식물로 경찰을 홍보하는 문구를 써 넣기로 한 거죠. 그럼 해당 경찰관이 꾸며놓은 마을로 약탈하러 들어 온 유저들이 ‘학교폭력 신고전화 117’ 같은 홍보 문구를 보게 되는 겁니다.
하지만, <클래시 오브 클랜>은 성벽이나 건물의 배치가 매우 중요한 게임입니다. 상대가 쉽게 약탈할 수 없도록 성벽 및 방어타워의 위치를 전략적으로 고려해야 제대로 게임을 즐길 수 있죠. 그래서 마을을 이용해 경찰 홍보문구를 만들 경우, 사실상 방어를 포기해야 하는 건데요.
조 경장은 홍보문구를 만들기 위해 주변 경찰관 동료들 중 <클래시 오브 클랜>을 즐기다 그만 둔 사람들을 수소문했습니다. 해당 경찰관들은 흔쾌히 자신의 마을을 경찰 홍보문구를 만드는 데 동의해줬고, 약 20개 정도의 계정을 이렇게 모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캠페인에 동참한 현직 경찰관들은 ‘사실상 게임 계정을 포기’해야 하는데도 동참해주기로 했다고 하네요.
심지어 <클래시 오브 클랜>에는 약탈당한 뒤 일정 시간 ‘보호’ 상태가 되면서 다른 유저의 침략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해주는 기능이 있는데요. 더 많은 유저에게 약탈당해 홍보 문구를 노출할 수 있도록 각 경찰관들이 남는 시간에 직접 보호 상태를 풀어놓는다고 합니다.
아, 물론 이런 모든 활동은 남는 시간에 한다고 합니다. 업무시간에는 평소 업무를 하고, 여가 시간에 게임 속에서 홍보 활동을 펼치는 셈이죠.
여기서 한발 더 나가, 지금은 경찰 홍보문구를 넣은 마을을 늘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마을이 많으면 많을수록 노출 효과는 더 늘어날 테니까요. 하지만, <클래시 오브 클랜>을 아는 유저라면 짐작했겠지만, 저런 홍보문구를 써 넣기 위해 계정을 육성하는 시간이 꽤 길 수 밖에 없는데요.
그래서 이 캠페인에 동참하기로 한 경찰관 약 20여명 이 십시일반 해서 게임 계정을 키우고 있다고 합니다. 오랜 시간 정성 들여 마을을 키우고, 경찰을 알리는 활동을 게임 속에서 꾸준히 펼쳐나갈 계획입니다.
혹시 모르죠. 내 마을에서 골드를 약탈해 간 사람이 ‘앵그리 니슨 52’는 아니더라도, 경찰 홍보문구를 작성하기 위해 십시일반으로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경찰관일지도요.
아, 그리고 이 경찰관들은 모두 ‘경기경찰4대악근절’이라는 클랜에 가입되어 있습니다. 앞으로는 클랜전을 이용한 홍보 활동도 한다고 하는데요. 이른바 ‘비폭력 무저항’ 클랜전입니다.
<클래시 오브 클랜>의 클랜전은 클랜전이 벌어지는 2일 동안 정해진 횟수 안에 상대를 더 많이 약탈해야 이기는 룰인데, 아예 공격을 하지 않을 계획입니다. 이른바 ‘홀 빼기’로 상대에게 승리를 주되, 2일 동안 클랜명인 ‘4대악근절’이라는 문구를 노출하기 위해서입니다. 비폭력 퍼포먼스를 통해 학교 폭력을 근절하자는 메시지도 전달할 수 있겠죠.
<클래시 오브 클랜>을 즐기는 유저라면, 약탈을 하다 이런 마을을 발견할 수 있겟죠? 유저에게는 소소한 재미이자, 경찰은 ‘재미있게 활동을 알린’ 좋은 사례로 남을 것 같습니다. 좀 더 친근하게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