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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확률형 아이템 개정안 VS 자율규제, 차이는 무엇?

규제 적용 대상 게임·콘텐츠 및 목적까지 다르다

송예원(꼼신) 2015-03-19 14:18:01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두고 정치권과 게임 업계의 충돌이 시작됐다. 

 

지난 9일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은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를 골자로 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대해 게임 업계는 지나친 간섭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자성의 목소리를 반영한 ‘자율규제’ 시행을 앞두고 있던 상황이기에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정우택 의원의 개정안과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이하 K-IDEA)가 선언한 자율규제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각각 내세우고 있는 핵심 내용은 무엇이며, 도입 후 어떤 부작용이 있을까? 디스이즈게임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싼 두 규제안을 살펴봤다.  /디스이즈게임 송예원 기자.

 


 

 

정우택 개정안: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까지! 모든 아이템의 ‘확률’ 공개하라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의 핵심은 ‘확률’ 공개에 있다. 해당 법안은 게임사는 유저가 게임 이용을 통해 획득할 수 있는 유·무형의 결과물의 종류·구성 비율·획득 확률 등에 대한 정보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목할 점은 개정안에서 언급된 ‘결과물’이란 확률형 아이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게임산업진흥법에 따르면 유·무형의 결과물은 점수, 경품, 게임 내에서 사용되는 가상의 화폐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게임 머니 및 이와 유사한 것을 의미한다. 게임머니 뿐만 아니라, 게임머니로 구매한 아이템은 물론, 드롭된 아이템과 캐시 아이템을 아우르고 있다. 

 

확대 해석하면 정우택 의원의 개정안은 게임사가 게임 안에서 이용자가 보유하는 모든 콘텐츠에 대한 획득 확률을 사전에 공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법이 적용되는 게임의 범위도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았다. 개정의 대상이 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는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전체이용가 게임은 물론 청소년 이용 불가 게임까지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게임산업진흥법에 명시된 게임머니 및 이와 유사한 것에 대한 범위

 

정 의원은 이번 개정안 발의의 이유로 확률형 아이템으로 인한 과소비를 꼽았다. 우연적 요소가 강한 확률 아이템이 이용자로 하여금 지나친 과소비를 유도하므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게 정 의원의 주장이다. 

 

보도자료에서는 해당 개정안을 두고 “게임업체가 게임 이용자에게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 할 때에는 획득 확률 및 아이템 구성을 공시하도록 하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도 했다. 특히 확률형 아이템이 미성년자에게까지 판매되는 부분도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다만 현재 발의된 개정안은 대상이 되는 게임 및 콘텐츠의 범위가 ‘확률형 아이템 규제’라는 목적에서 벗어나 과도하게 포괄적이라는 약점이 있다. 따라서 향후 개정안을 수정하거나 상세 시행령 추가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 (출처: 공식 블로그)

  

 

K-IDEA의 자율규제: 전체이용가 게임 한정! 확률형 아이템의 ‘결과물 범위’ 공개한다

 

게임 업계가 내놓은 자율규제안은 얼핏 보면 정 의원의 개정안과 흡사하다. 

 

자율규제는 결과물의 범위를 공개하도록 했으며, 최소 구매 가격과 유사한 수준으로 금액을 책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확률형 아이템에는 캐시 아이템을 제외하며, ‘인챈트’는 예측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과 경고 문구를 게시하도록 하는 등 행동 지침이 구체적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적용 대상 게임과 콘텐츠 범위가 명확하다는 점이다. 자율규제의 대상 게임은 전체이용가에 국한돼 있으며, 확률형 아이템(캡슐형 유료 아이템)을 주 대상 콘텐츠로 꼽았다. 자율규제의 허점은 여기부터 시작한다. 

 

대상 게임이 전체이용가에 국한된다는 것은 다시 말해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이 공개되는 게임에서 청소년 이용 불가 게임은 물론, 12세·15세 게임은 제외된다는 말이다. 특히 오픈마켓을 통해 유통되는 모바일게임의 경우 게임사가 자율적으로 등급을 분류하고 있어 의도적으로 전체이용가를 피할 수 있다.

 

K-IDEA는 대상 게임의 등급 범위를 점진적으로 늘려 간다는 입장이다. K-IDEA 김성곤 사무국장은 디스이즈게임과의 통화에서 “K-IDEA에서 자율규제를 시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단계적인 적용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며, 시행 후 결과에 따라 점차 대상 게임 등급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K-IDEA가 선언한 자율규제 윤리강령 

 

일각에서는 K-IDEA가 발표한 자율규제 윤리강령에서 일부 표현의 모호함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자율규제가 공개하겠다고 발표한 내용은 확률형 아이템의 ‘결과물 범위’다. 해석에 따라 결과물의 ‘내용’이 또는 ‘확률’이 될 수 있다. 

 

현재 대부분 게임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의 내용을 자발적으로 밝히고 있어 이번 자율규제가 확률 공개를 포함하고 있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확률’이라는 명확한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우회적 표현을 사용한 것이 ‘빠져 나갈 구멍’을 미리 만들어 놓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K-IDEA는 상반기 도입을 목표로 회원사를 대상으로 자율규제에 대한 교육을 시행할 예정이다. K-IDEA 관계자는 “자율규제 정비는 모두 마쳤다. 그러나 아이템의 종류가 다양하고 각 게임사 별 운영 상황도 달라 조만간 교육을 시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