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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NDC 15] 엎고 또 엎고! 그럼에도, 광개토태왕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광개토태왕, 그가 지나온 가시밭길

송예원(꼼신) 2015-05-20 21:05:33

김태곤 사단의 신작 모바일게임으로 관심을 모았던 <광개토태왕>. 2013년 개발을 시작해 2014년 출시를 예고했지만, 2015년 5월이 된 지금도 출시되지 못했다. 전작 <영웅의 군단>이 개발만 4년이 걸렸던 것을 감안하면 다행스러워 보일 정도지만, 어쨌든 최근 모바일게임 개발 트렌드와는 다르다. 

 

그간 진행한 CBT와 게릴라테스트도 수 차례. 도대체 엔도어즈는 무엇을 만들고 싶었던 걸까? 또 왜 그토록 오랜 시간이 필요했던 걸까? 출시 2개월을 앞두고 막바지 작업에 착수한 <광개토태왕>의 엔도어즈 오용대PD가 지난 2년 반동안의 고충을 털어놨다. /디스이즈게임 송예원 기자

 

엔도어즈 오용대 디렉터
 

■ 가시밭길의 시작은 <클래시 오브 클랜>

 

“솔직히 <광개토태왕>은 <클래시 오브 클랜>보고 시작했어요”

 

엔도어즈 오용대 PD는 <광개토태왕>의 탄생비화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2013년 1월 당시 북미 모바일게임 시장을 뒤흔들었던 게임이 있었으니, 이름하여 슈퍼셀의 <클래시 오브 클랜>. 비동기 방식이면서도 마치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듯한 전투를 보여주는 이 게임은 수 주간 북미 매출 순위 1위를 놓치지 않았다. 

 

당시 엔도어즈는 <삼국지를 품다>에 이어 <영웅의 군단>을 개발하고 있었다.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에 도전했음에도 “왜 엔도어즈는 턴제 RPG만 만드냐”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클래시 오브 클랜>의 빅히트를 지켜본 엔도어즈는 <클래시 오브 클랜>과 같은 장르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특정게임을 모티브로 개발을 시작할 때는 두 가지 길이 있다. 첫 번째 방법은 겉모습만 변경하는 것이다.  즉, 스킨만 바꾸고 해당 게임에서 내세울 수 있는 특징 한 개만 드러내는 전략이다. 개발 기간이 짧고 성공이 보장된 게임을 선보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원작을 따라잡거니 뛰어넘기는 힘들다.

 

또 다른 길은 토대만 남긴 채 겉과 안을 모두 변경하는 방법이다. 당연히 소요되는 시간도 길고, 노력도 만만치 않게 필요하다. 당연하게도 엔도어즈는 후자인 가시밭길을 걷기로 결정했다. 

 

시작은 순탄했다. 먼저 친숙함을 제공하기 위해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택했다. <클래시 오브 클랜>과 같은 판타지 설정은 거부감을 느끼는 유저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더불어 역사를 다루는 퀘스트도 넣었다. 스토리는 몰입감을 높일 수 있는 좋은 재료다.

 

전투 시스템에서도 <클래시 오브 클랜>과 차별점을 뒀다. 방어건물에 화각을 설정해 공격 방향을 활용한 전략성을 더했다. 또한 성벽을 타고 내부에 침투할 수 있는 운지, 성문을 부수는 충차, 멀리서 외곽 방어 건물을 부수는 발석거 등 설정에 따라 고대 공성전을 재현할 수 있는 공성병기도 도입했다. 사람VS건물이 아닌 사람VS사람의 전투를 강조하는 것도 <광개토태왕>이 내세우는 특징이다. 

 


 

■ 개발 기간 2배된 사연은? 개발자는 유저가 될 수 없더라, 

 

“개발자는 절대 유저가 될 수 없더라고요” 1년을 투자해 개발한 <광개토태왕>은 출시도 전에 ‘실패’를 맛봤다. 엔도어즈는 2주에 한 번 게임 정보를 아예 모르는 이들을 초청해 FGT를 실시하는데, 여기서 얻은 피드백은 생각하지도 못한 부분이었다. 

 

제일 먼저 <클래시 오브 클랜>과 느낌이 비슷하다 의견이 나왔다. 개발 1년 동안 이미 유사게임이 쏟아져 <광개토태왕>이 내세운 차별점이 유저들에게는 와닿지 않았다. 심지어 ‘차이를 모르겠다’라는 의견도 있었다. 더 큰 문제는 그로 인해 후반부가 기대되지 않는다는 피드백이다. 게임을 계속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엔도어즈는 결국 ‘더 새로운’ 도전을 해야 했다. 그렇게 내린 결론은 <클래시 오브 클랜>과 같은 비동기 방식 전투에서 나아가, 실제 게임을 하고 있는 유저와 겨루는 실시간 전투를 도입하자는 것.

 

결정도 쉽지 않았지만 개발과정은 더 난관이었다. 2014년 당시만 해도 모바일 시장에는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 없었다. 즉, 롤모델이 없어 모든 과정에서 맨땅에 헤딩이 필요했다. 수 없이 시행착오가 나왔다. 당연한 일이었다. 

 


 

2014년 4월, 엔도어즈는 기존 영지를 이용한 PVP 시스템을 구현했다. 공공의 적을 두고 두 개의 팀이 동시에 공격해 파괴율이 높은 쪽이 승리하는 방식이다. 두 유저가 똑같은 화면을 보며 플레이하는 게 목표였다. 결과는 실패. 오용대 PD 표현에 따라 ‘최악’으로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2014년 6월, <워크래프트>나 <스타크래프트> 등 PC 게임을 통해 익숙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전투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맵 끝과 끝에 서로의 본거지가 존재하고 적 궁궐을 파괴하면 승리한다. 적을 찾기 위해 맵에 놓인 유닛과 나무를 제거하며 길도 개척해 나가야 한다. 

 

또 다시 문제가 발생했다. 모바일에서는 빠른 이동과 전개가 필요한데, 맵에 놓인 유닛이나 나무때문에 플레이 환경이 쾌적하지 못했다. 심지어 플레이어가 움직이기조차 어려워지는 상황도 발생했다. 

 




  

2014년 7월, 문제를 보완했다. 나무를 줄이고 지형지물을 설치, 본거지를 여러개 준비했다. 기본적인 건물도 미리 제공했다. 드디어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전략시뮬레이션의 기본요소들을 추가해 나갔다. 건물을 짓기 위해 특정 건물을 짓게하는 테크트리라든지, 적진의 현황을 볼 수 있는 미니맵을 넣었다. 

 

2014년 8월, 본격적으로 게임의 퀄리티를 높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시각적으로 답답해 보이는 성벽을 제거한다든지, 다양한 조작 방법을 시도해봤다. 첫 번째 지스타를 앞둔 11월에 들어서는 지형, 건물, 오브젝트를 비로해 캐릭터나 UI를 손봤다. 지난 3월 3차 CBT에서 보여진 ‘전략모드’는 이렇게 가다듬어 졌다. 

 


 

“지난 2년 반 동안 수많은 결정의 순간이 있었어요. 먼저 쉬운길을 갈 것인지, 어려울 길을 갈 것인지 결정해야 했고, 두 번째 그저 그런 게임으로 마무리를 지어야 할지 새로운 도전을 해야할 지 선택해야 했죠. 중요한 건 결정을 미뤄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그리고 빠르게 실행에 옮겨야 하죠. 모바일 시장은 스피드가 생명입니다” 

 

2년 반.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수 차례 벽에 부딪쳐야 했던 <광개토태왕>에게는 하루하루가 긴급한 상황이었다는 게 오용대 PD의 설명이다. 

 

<광개토태왕>은 오는 7월 정식 론칭을 앞두고 있다. 전세게 글로벌 론칭이라는 장벽이 남아있다. 해외에서는 새로운 스킨을 적용하는 독특한 방법을 택했다. 2015년 5월, 아직 <광개토태왕>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