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R) 전용 FPS <월드워툰즈>로 잘 알려진 리로드 스튜디오의 오태훈 대표가 최근 한국을 찾았다. NDC 15에서 VR 관련 강연을 맡았기 때문이다. 오 대표는 강연을 통해 여전히 VR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한, 그리고 VR 게임을 개발 중인 이들에게 확신의 메시지를 던졌다.
이후 오 대표는 NDC 15 일정을 종료하고 KSCM 2015에 참석했다. KOTRA의 요청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불고 있는 VR 열풍을 돕기 위해, 개발자 및 회사에 많은 조언을 했다. 고민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콘텐츠를 가져오며 조언을 하는 곳도 있다고 답했다.
리로드 스튜디오의 <월드워툰즈>는 곧 열릴 E3 2015에 참석해 시연 버전을 공개한다. 가을쯤에는 알파 버전을 공개할 계획도 갖고 있다. VR 게임을 잘 만드는 회사로 자리잡기를 바란다며, 겸손하고 현명하게 가겠다고 답했다. 오태훈 대표와 인터뷰를 가졌다. / 디스이즈게임 정혁진 기자
■ VR, 확신 가질 필요 있어... NDC 15 강연도 이를 알리기 위한 것
KSCM 2015은 어떻게 오게 됐나?
오태훈 대표: 얼마 전 열린 NDC 15 강연자로 참석했는데, KOTRA에서 KSCM 2015에 참여 해달라는 요청이 와서 일정이 추가됐다. KOTRA와는 액티비전 재직 시절 <콜오브듀티>와 관련해 연이 있었다.
최근 한국에서 VR이 열풍이니 KSCM 2015에서 관련 상담을 해주면 좋겠다는 부탁이 왔다. VR 관련 개발사를 대표해 국내에서 개발을 꿈꾸는 이들에게 많은 조언을 해주기 위해 참석했다.
상담 내용은 어땠나? 혹은 국내 회사들의 개발 수준은 어떻다고 보나?
오태훈 대표: 규모를 떠나 많은 회사들이 자문을 요청했다. 차세대 디바이스로 자리매김할 것인지에 대해서 아직 확신이 서지 않은 이들도 있었고 직접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들고 와서 조언을 구하는 회사도 있었다. 또한 어지럽거나 점프 기능 등 지속적으로 개선되어 온 기능들에 대해 구현 노하우를 물어보기도 했다.
극히 일부분이기는 했지만, 선보인 콘텐츠를 보면 나쁘지는 않았다. 물론 그런 경우에는 해줄 얘기도 많다. 아무래도 확실하게 얘기해줄 거리가 많으니까. 다만 고민하는 회사들도 적지 않았다. 아무래도 VR로 점프하기 위해서는 좋은 샘플도 없고 정보가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 비해 국한되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미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VR에 대해서 국내 개발자들과 같은 반응일까?
오태훈 대표: 국내보다는 앞서 시작했기 때문에 매우 활성화되어 있다. 북미는 VR 관련 미팅, 행사가 1~2개월 마다 빈번하게 열린다. 부스도 3~40개 규모이며 참석 인원도 VR 관련 인원만 1,000명이 넘는다. 매우 활발하다. 만약 북미와 같은 분위기였다면 개발자들도 VR 개발에 대해 확신을 가졌을 것이다.
지난 주 NDC 15에서 강연을 했다. 소감이 어땠나?
오태훈 대표: 25분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 구체적인 정보들을 전달하기에는 조금 부족했다. 게임도 시연하면서 테크니컬한 점들을 많이 설명해드리고 싶었다. 그래야 VR에 대한 기술, 전망 등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있으니까. 리스트를 적어왔는데 아쉽게도 다 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눈높이는 160도 정도로 해야 하거나, UI 공간은 가운데 초점에서 15도 안으로, 텍스쳐가 수직으로 되면 너무 잔상이 많이 남는다는 등. 또 계단과 사다리는 되도록 피하고 점프하자마자 앞으로 가면 안되고 점프를 하게 되면 반자동을 두 번 넣어야 하며 물리엔진은 피하는등… 많은 노하우를 알려드리고 싶었다.
강연하면서 VR 기기를 접해보고 착용한 사람이 있다면 손을 들어달라고 했더니 70% 이상이 반응을 보였다. 개발자들의 인식이 확실히 빨라졌고 긍정적이다. 기능도 대폭 개선됐기에 어지럽고 만들기 어렵다는 인식도 대폭 줄었다. 한 번도 VR을 접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좋게 작용한 것 같다.
프로그래밍, 전문적인 기술 단계의 강의도 하고 싶었지만 현재 국내는 VR의 역사, 전망 등을 논하는 단계여서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기회가 되면 어떻게, 무엇을 만들어야 하고 시장을 위해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등도 얘기해보고 싶다.
■ 오큘러스의 가장 큰 라이벌은 바이브... 내년 VR 시장 급속도로 발전할 것
잠시 VR 시장에 대해 얘기해 보자. VR 게임 시장은 아직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어떤 상태라고 보나?
오태훈 대표: 아무래도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아닐 것이다. 모든 개발사들이 크레센트 베이 수준의 기기를 갖고 있지도 않고. 보유 기기도 각각이기 때문에 현재는 개발 단계라고 본다.
가능성을 점쳐보면서 이것저것 개발하려 하니 어렵고 투자도 어려운 단계지만 내년쯤 시판되고 출시되면 급격하게 활성화되지 않을까 한다. HTC도 바이브를 지급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때가 매우 기대된다.
당장 E3 2015가 기대된다. 오큘러스나 소니 모두 내년 1/4분기에 VR 기기를 출시한다. 듣기로는 E3 2015 때 큰 이슈들도 공개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게임스컴이나 TGS에서도 VR에 대한 소식은 계속될 것이므로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VR 전용 게임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오태훈 대표: 흔히 이런 질문에는 ‘재미’라고 대답하겠지만, VR은 그 보다 얼마나 어지럽게 만들지 않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콘텐츠의 호응 여부는 그 다음에 판단해야 한다. 그 점이 극복되고 나서 3~4분 동안 즐겁게 경험했다고 판단된다면 재미있는 게임이라고 생각될 것이다.
재미를 구상하기 전에 VR 성능에 대해 잘 이해하고 관련 노하우를 습득한 다음 이를 구체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많은 게임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1인칭 시점의 게임이 많이 개발되는 분위기다.
오태훈 대표: 아무래도 VR의 현실감을 가장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것은 1인칭 시점이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다.
얼마 전 ‘더 보이드’라는 VR 테마파크가 공개됐다. 어떻게 생각하나?
오태훈 대표: 물론 봤다. 정말 놀라웠으며 개발을 잘 했다고 생각한다. 바이브와 비슷한 것 같다.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MD)를 쓰고 벽에 가면 사이버 상에서도 벽이 생기더라. 매우 혁신적인 기술을 선보인 것 같다. NDC 15 강연에서도 예시로 들기도 했다.
다만 아직 많은 부분이 공개되지 않았다. 뛰어다니거나 지연 현상 등에 대해서는 조금 더 지켜봐야 알겠다. 가능성을 타진하기에는 아직 많은 부분을 고려해야 할 듯 하다.
‘더 보이드’를 보면 미래에는 VR 기기도 투박하거나 선도 없는 매우 최적화된 기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동공으로 프로젝트를 투시해서 하는 등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 월드워툰즈, E3 2015서 선보인다... 기본적인 개발은 모두 완료된 상태
VR 산업에 대한 얘기가 길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월드워툰즈> 얘기를 해보자. 현재 상황은 어떤가?
오태훈 대표: 순조롭게 개발 중이다. E3 2015에 참가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곧 공개하겠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
이제 와서 하는 얘기지만, 왜 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사용했나?
오태훈 대표: <콜 오브 듀티> 개발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노하우도 쌓았기 때문에 관련 테마로 게임을 개발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회사 아이덴티티 차원에서 고려한 것도 있다. <콜 오브 듀티>를 개발한 이가 나와서 다시 밀리터리를 소재로 한 게임을 만들었다는 것이 유저들에게 확실하게 각인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디스이즈게임과 진행한 인터뷰 이후 티저 영상을 공개했다. 그리고 약 4개월 후 <월드워툰즈>를 공개했다. 첫 느낌은 조금 의외라는 생각이다. 현실감 있는 FPS를 개발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랐기 때문이다. 인터뷰 직후 공개된 티저 영상을 본 다음이어서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태훈 대표: 그런 반응이 많았다(웃음). 하지만 알게 모르게 티저 영상에 메시지를 조금씩 심어 놓았다. 영상에서 잘 보면 동상이 나오는데 이는 닭 모양의 동상이다. 재미있는 콘셉트의 게임을 만들 것이라는 메시지다. 앞 부분의 신은 일종의 연막(?) 이다.
<월드워툰즈>의 시스템에 대해 대략적으로 말해줄 수 있는 점이 있다면?
오태훈 대표: 현재 <월드워툰즈>는 기본적인 개발은 모두 된 상태다. 레벨링, 폴리싱 등이 모두 완료됐다. 남은 것은 숫자싸움이다. 개발 단계부터 VR 전용으로 설계했기 때문에 난항을 겪는 일은 없었다.
게임 모든 요소에 호기심을 갖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개발했다. 디즈니에서 애니메이터 경력을 쌓은 이들과 함께 이를 구현했다.
예를 들어 튜토리얼도 애니메이션를 보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화풍, 분위기 등 전반적인 부분들이 그렇다. 길거리에 닭을 쏘면 닭고기가 나온다거나 하는 직관적인 설명도 붙여 시각적인 전달력을 높였다.
위에서 말한 어지럼증 외에 점프도 어지럼증을 감안해 다소 천천히 하도록 설계했다. 총알도 피하는 액션도 구사할 수 있다. <마리오카트>처럼 게임 내 등장하는 랜덤 박스에서 아이템을 획득하는 구성도 넣었다.
<월드워툰즈>의 후속편도 염두에 두고 있나? 육군 다음에 해군이나 공군이 등장한다거나…
오태훈 대표: 할 수 있다면 하고 싶다. 이외의 내용에 대해서는 노코멘트.
향후 서비스 시기는 어떻게 될까?
오태훈 대표: 지금 프리알파 단계이며, 알파 테스트는 가을 정도가 될 듯 하다. 출시 일정은 아직 모르겠다. VR 기기도 상용화 되지 않았으니. 어떤 VR기기로 출시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 밖에 다양한 회사들과도 라이센싱 협약 단계에 있다. 잘됐으면 좋겠다.
<월드워툰즈>는 정확히 어떤 플랫폼들에 출시되나?
오태훈 대표: VR 버전은 현재 오큘러스, 프로젝트 모피어스, 바이브 등 메인 VR 기기에 모두 출시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또한 VR 버전 외에 Non-VR 버전인 PC, Xbox One, PS4, 모바일로도 출시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마지막으로 독자들과 VR 개발자들에게 한 마디.
오태훈 대표: 먼저 개발자들에게 얘기하자면, NDC 15 강연에서도 말씀 드렸지만 확실한 것은 지금은 VR 게임 개발에 대해 머뭇거리기 보다는 VR에 대해 더 연구해서 어지럽지 않은 게임은 무엇이 있을까 답을 찾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재미에 앞서 어지럼증을 개선하면 답도 보이고 관련 게임이 보이지 않을까.
다행히도 국내에는 오큘러스 코리아도 있고 삼성과 같은 곳도 있다. 게임 이외에도 VR에 대해 연구하면 영상, 시뮬레이션, 교육 등 다양한 방면으로도 진출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유저들에게는, <월드워툰즈>를 잘 봐주셨으면 너무 좋겠다. VR을 위해 설립하고 관련 노하우를 쌓았다. VR의 경험을 잘 전달하는데 포커스를 둔 게임이다. <월드워툰즈>를 통해 VR 게임을 잘 만드는 회사로 인식되는 것이 우선이다. 겸손하고 현명하게 가겠다. E3 2015에서 모습을 기대해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