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게임매체에서 많이 나오는 기사지.
넥슨이 박용현 사단과 만난다. 그리고 모바일게임을 만든다.
...
그래서 어쩌라고?
아마 이게 일반적인 유저의 반응일거야.
그럼 말을 조금 바꿔볼게.
넥슨이 <리니지2>와 <테라>의 총괄개발자와 함께 모바일게임을 만든다.
그것도 온라인게임 스케일로!
어때. 이야기가 좀 달라 보여?
넥슨이 박용현 사단의 모바일게임 <HIT>를 11월 18일 출시한대.
현재 개발인력만 65명. 언리얼 엔진4를 썼고,
초대형 마케팅사인 이노션과 계약도 체결했어.
말 그대로 '작정'을 한 건데, 박용현과 넥슨은 어떻게 이런 협업이 가능했을까?
지금부터 이야기를 좀 풀어보려 해.
<리니지2> 이후 <테라>까지 개발을 마친 박용현 PD는
그 직후 블루홀을 떠나 라다스튜디오라는 개발사를 만들어.
라다스튜디오는 넷마블(당시 CJ게임즈)에서 투자를 받았고
자연스럽게 넷마블 계열사로 편입됐지.
이때만 해도 박용현 대표의 차기작은 당연히 MMORPG(당연히 PC온라인으로)였어.
하지만 넷마블과 박용현 대표의 동맹은 오래가질 못해.
<다함께 차차차>를 시작으로 모바일게임에서 한창 재미를 본 넷마블은
박용현 대표도 MMORPG 대신 모바일게임을 개발해주길 원했고
박용현 대표는 MMORPG를 고집하며 결국 라다스튜디오를 나와.
지금 보면 좀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말야.
그렇게 2013년 라다스튜디오(와 넷마블)를 떠난 박용현 대표는
바른손 계열사에서 투자를 받고
넷게임즈를 설립하며 다시 MMORPG 개발에 박차를 가해.
하지만 이듬해 난데없이 모바일게임 개발로 선회하게 되지.
MMORPG를 개발하기 위해 그렇게 노력했던 사람이 모바일게임을?
당황스럽겠지만 시장을 보면 이해가 돼.
그가 넷마블에 있던 2012년 유행하던 모바일게임은
<다함께 차차차>와 <드래곤플라이트>, <애니팡> 등 캐주얼게임이야.
하지만 2014년의 모바일게임 시장은 <세븐나이츠>, <블레이드>처럼
액션과 RPG 위주의 미드코어 게임이 흥행하지.
액션. 그리고 RPG
"어? 둘 다 내가 잘하는 거네?"
반면 온라인게임 시장은 매년 줄어들어 '설 곳이 없다'는 표현까지 쓰게 돼
신작 MMORPG가 나오려면 앞으로도 최소 5년은 더 걸리는 상황.
일단 모바일게임을 한 번 해보는 게 당연한 게 아닐까?
문제는 퍼블리셔인데, 일단 넷마블은... 어렵겠지?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말야.
그렇다고 지금처럼 험난한 모바일판에 혼자서 뛰어들 수도 없지.
투자자인 바른손도 모바일게임에 딱히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지는 않고.
반대로 넥슨은 각양각색의 모바일게임을 출시했지만
결정적인 한 방이 아쉽던 시기였지
그때 박용현이라는 이름과 개발력만큼 탐나는 것도 없었을 거야.
마침 그가 만들던 게임은 요즘 한창 잘나가는 <레이븐> 방식
그렇게 넥슨은 박용현이라는 이름을 밀어 붙이기로 결정하지.
넥슨 X 박용현 협력 확정.
그래서 어떤 게임이 나온 거냐고?
넥슨에서 작정하고 밀어 붙이는 이상 스케일(과 마케팅)은 확실해
박용현 대표의 성향상 MMORPG 노하우도 아름답게 묻어있어.
모바일게임으로는 심할 만큼 스토리에 많이 신경을 썼어.
시영준을 비롯해 성우도 30명이나 썼고,
주요 스테이지마다 큼직한 인물들의 일러스트가 나와 이야기가 진행되지
유저가 스토리만 나오면 의무적으로 스킵을 누르지 않게 만든다는 목표야.
<마비노기 영웅전> 엔딩도 스킵하는 유저가 더 많은 세상에서
아무리 잘 만든 모바일게임 스토리라도 일단 유저가 읽을 지 의문이지만
노력 자체는 대단하다 생각해. 이건 진심이야.
언리얼엔진4로 나온 '첫 모바일게임'이라는 영광스러운 타이틀도 거머쥐었지.
대신 CBT에서는 손가락 끝이 타오르는 발열을 보여줬어.
고사양게임의 숙명인 발열이라 해결이 쉽지 않을 것 같지만
기자간담회 발표로는 적절한 수준까지 잡았다고 하니 발표를 존중해줘야지.
※위 이미지는 본문과 관련이 없습니다.
박용현 대표가 개인적으로 밀고 있는 콘텐츠는 실시간 레이드와 PVP야.
실시간 레이드는 말 그대로 온라인 레이드를 5인 단위로 옮긴 콘텐츠이고
실시간 PVP는, 겉보기에는 다른 게임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박용현 대표의 이야기로는 완전히 다른 흐름을 느낄 수 있다나?
'필수다', '꼭 해봐라' 라고 수 차례 강조했을 정도면 이유가 있겠지.
<HIT>는 요즘 모바일게임의 대세에 따라 자동전투로 시작하되
반격기와 연계기를 위해 직접 조작으로 유저를 유도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어.
직접조작을 감안해서 스테이지별 플레이시간은 최소한으로 줄였지.
모습은 모바일게임에 맞췄지만,
결국은 자신이 잘하던 온라인게임의 액션과 RPG를 보여주겠다는 게
박용현 대표의 목표야.
MMORPG를 완전 버린 게 아니라는 거지.
마케팅을 담당하는 곳은 무려 이노션.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형 마케팅 대행사인데,
예상과 달리 연예인에 의존한 마케팅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어.
게임이 좋아야 하고 마케팅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넥슨다우면서도 어떻게 보면 넥슨답지 않은 발언도 나왔지.
참고로 <HIT>의 출시는 지스타가 끝나는 11월 18일이야.
사전등록유저는 2일 먼저 접속할 수 있는 독특한 사전등록 이벤트도 진행 중인데
그만큼 넥슨은 이번 지스타 역시 <HIT>를 메인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아.
물론 게임이 많은 돈과 노력, 시간을 들였다고 성공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모바일에서 오랜 시간 칼을 갈은 넥슨과
온라인게임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박용현 대표의 조합은
어느 쪽이든 확실히 관심이 가는 일이긴 해.
조금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블레이드>의 아성을 무너트린 <레이븐>처럼
<HIT>가 <레이븐>의 아성을 어디까지 넘볼 수 있을까가 가장 궁금한 거지만 말야.
이게 사람들이 넥슨과 박용현의 만남, 그리고 <HIT>에 주목하는 이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