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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19년 블빠의 블리즈컨 첫 경험, "성지순례 왔습니다"

홍민(아둥) 2015-11-10 14:36:54

19년 블빠(블리자드 빠돌이) 인생에 언제 올까 싶었던 '블리즈컨' 방문 기회가 왔다. 19년이란 숫자는 96년 미국 유학 중 구입한 <디아블로> 패키지때부터 계산했다. 물론 그 전에 <블랙쏜>, <길 잃은 바이킹>, <워크래프트1, 2>를 접해보긴 했으나, 본격 빠돌이 인생 시작은 배틀넷이 첫 등장한 <디아블로>부터다. 

 

꽉 짜인 취재 일정으로 제대로(?) 즐기진 못했지만, 최대한 짬을 내어 블빠의 신분으로 즐겨본 '블리즈컨' 경험을 정리했다./애너하임(미국)=디스이즈게임 홍민 기자


 

'블리즈컨' 일반 입장은 9시 30분부터. 개막식은 11시지만, 7시도 안 됐는데 이미 400명 이상이 대기 중. 이곳까지 왔으면 블빠란건 의심의 여지도 없고, 어떤(?) 블빠들인지 궁금했습니다. 


​ <와우>의, <와우>에 의한, <와우>를 위한

11살 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 의 위력은 이곳에서 생각 이상으로 막강했죠. 최근 전 세계 유저수가 550만 명 수준으로 줄었다고 들었지만, <와우>는 잠시 쉴 뿐, 접는다곤 안 한다죠? 한때 1천만 명 이상이 플레이했던 전 세계 유례없는 MMORPG란 걸 잠시 망각했네요.



블빠라면 한 번쯤 가봤다는 블리즈컨,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그래서 가봤습니다!

무작위로 말 걸어 본 유저의 7~80%가 <와우> 유저였습니다. 특히 5~7년 이상 플레이한 진상(?)이 많았네요. 패기롭게 '<와우>가 요즘 좀 주춤하는데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어봤습니다. <판다리아의 안개> 이후 콘텐츠가 좀 실망이란 의견이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 ‘난 개의치 않아. <군단>에서 부족한 부분이 채워질 거라 믿어’라 답했습니다. 역시 진상 블빠였습니다. 내가 질문을 잘 못 골랐다는걸 깨닫는 데는 그 이후 10분도 안 걸렸죠.

 



블리즈컨 방문팬들 대부분은 <와우> 진상들.

 

<와우>와 동시에 즐기는 게임으로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 많았죠. <와우> 세계관의 친숙한 영웅이 많기 때문이랍니다. <하스스톤>을 더 즐길 줄 알았는데 의외였습니다. <와우>빠 보다 더 진상은 <스타크래프트2> 같습니다. e스포츠의 왕권을 AOS장르에 뺏겨서일까요?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도 플레이하지 않는다는 답변도 꽤 있었고. 운이 없었는지 <스타크래프트2> 유저는 대기 줄에서 만나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WCS가 열리는 e스포츠 경기장을 찾아 대화를 나눠보니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죠. 직접 플레이하기 보다는 경기를 관람하는 유저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유는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기엔 너무 어렵다고 하네요.

 

 <와우> 5년차 유저라는 이 커플은 너무 다정해 보여서 샘났어! 흥~ 


다들 입장 대기 줄에 서느라 분주한데, 머리에 페페 인형을 얹고 한가하게 앉아있는 커플이 눈에 들어옵니다. 물어보니 역시 <와우> 5년 차 유저. 남자가 전사, 여성이 딜러고 호드 유저라네요. '난 시간 부족으로 <와우> 접었어'했더니, 본인들도 자주 플레이는 못 한다고 합니다. 


다만 할 때마다 콘텐츠 하나하나를 너무 재밌게 즐기고 있다고 하네요. (커플이면 무슨 게임인들 재미없겠어 ㅠ.ㅠ) 이들 커플을 비롯 대부분은 콘텐츠 불만, 종족-직업-영웅간 밸런스 등은 잘 알지도 못했고, 개의치도 않는 것 같았죠. 말로만 듣던 진심으로 즐기는 유저, 그런 문화였던 것임을 느낍니다. 



​ '블리즈컨'의 꽃 '개막식'


웅장한 블리즈컨 메인 무대에 눈길을 뺏긴 것도 잠시, 현실로 돌아왔습니다. 가운데 잘 보이는 자리에 앉고자 기자들끼리도 자리싸움이 치열합니다. 좋은 자리에 앉자 안도감이 밀려옵니다. 그러나 잠시 후 엄청난 인파가 몰려 들어옵니다. 일반인 입장이 시작된 것이죠. 아... 기자여서 다행입니다. 먼저 들어갈 수 있거든요. 유일한 기자의 특권중 하나입니다.



올해 블리즈컨 개막식은 딱 요 3장면! 팬들의 함성이 컨벤션센터 D홀을 뒤 흔들었다. 1) 하쿤 델라르! (창의 끝이 되리라!) 외칠 때 2) <워크래프트> 트레일러가 끝나고 로고 나타날 때 3) <군단> 트레일러 중 연기 속에 실바나스 실루엣이 등장했을 때. 


개막식 개막식은 각종 새 소식이 발표되므로 이목이 집중됩니다. 하지만 블빠라면 이보다 더 중요한 의식이 있죠. 바로 ‘포 더 호드/얼라이언스(For the Horde/Alliance)’를 목청껏 외쳐볼 수 있는 순간. 올해는 2개 더 추가됐습니다. 


<스타크래프트2>의 ‘포 아이어!’와 는 ‘포 아제로스’가 그것! 두 타이틀의 소개 영상이 끝나고 ‘포~’ 시리즈가 울려 퍼졌을 때 흥분이 손끝까지 전해집니다. 마치 칼라로 연결된 아이어 프로토스의 광전사가 된 느낌이랄까? 


‘하쿤 델라르!’ (아둔의 창끝이 되리라!)를 외치며 전장의 맨 앞에 설 수 있을 것 같은 딱 그런 느낌. 이어 크리스 멧잰의 오리지널 ‘포~’ 시리즈를 따라 하니 20년 가까운 블빠인생의 작은 보답을 받은 느낌을 줍니다. 


유머 넘쳤던 에릭 도즈, 제프 카플란


신규 소식이 공개된 후 궁금한 것은 항상 ‘그래서 언제?’입니다. <하스스톤>의 신규 모험모드 ‘탐험가 연맹‘ 소개가 끝나고도 그랬고요. 발표자 ‘에릭 도즈‘는 블리자드 표 ‘곧’ (Soon)’이란 표현을 써서 ‘에이~ 역시나’ 하는데... 

 

이어서 그는 이 점을 역으로 노려 연계기(?)를 씁니다. 곧이어 ‘아마도 년 내?’ 다음은 ‘요번 달?’이러면서 살살 긁습니다. ‘장난하나?’ 싶을 무렵 ‘13일부터 플레이 가능해!’ 이 한마디에 멍~ 해집니다. ‘다음 주잖아? 블리자드가 이럴 리 없어 (ㅠ.ㅠ)’

 


구수한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듯 <하스스톤> 신규모드 <탐험가연맹>을 소개했던 에릭 도즈.

 

<오버워치>의 새소식을 공개했던 제프 카플란 부사장도 유머를 잊지 않았죠. 공개에 앞서 ‘내가 오늘 비밀을 알려주고 싶은데, 스마트폰 안 가져 온 사람?’ 했을 때 내 앞에 기자가 움찔하자 바로 지목! ‘너니?’ 그래 그럼 니한테만 이야기해줄게. (스마트폰 때문에) 요즘은 인터넷에 다 퍼지거든.’ 했을 때 기자 표정 ㅎㅎ



​ 행사장 이모저모


행사장은 당초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습니다. 기존 3대 IP에 <하스스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오버워치>까지 더 해져 규모가 상상을 초월했죠. <워크래프트 4>는 없었지만 뭐 상관 없었습니다. 전 블빠니까요. 지금 이대로를 즐기면 됩니다. 


개막식이 진행된 메인 무대와 개발자 포럼, E스포츠 경기장과 같이 라이브 방송되는 공간이 다가 아닙니다.  각 타이틀별로 토너먼트, 체험, 체험 후 피드백, 개발자 사인 공간이 기본 메뉴였죠. 여기에 타번(?)과 같이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며 즐기는 공간 등이 알차게 꾸며져 있었고요. 대부분 대기 줄이 기본 1시간은 기다려야 하는 게 문제였지만...(물론 PRESS 패스를 달고 있으면 좀 앞으로 빼주긴 합니다. :)



<오버워치> 체험 대기줄 스케일 좀 보소! 앞에 보이는 기둥까지 줄이 10겹 이상 ㅎㄷㄷ.

필자가 본 가장 길었던 줄은 단연코 <오버워치> 체험 대기 줄. 기자들 전용으로 마련된 2층 <오버워치> 체험공간 역시 15~30분 대기는 기본일 만큼 <오버워치>는일반 게이머와 기자들 모두에게 가장 HOT했습니다. <하스스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스타크래프트2> 월드챔피언십 현장도 인파로 가득가득` 무대를 보기 힘들정도로요. 

<스타크래프트2> 8강전 신동원 선수와 이병렬 선수 저그vs저그 전의 열기.

 한국팀 '팀DK'와 미국팀 '클라우드9'과의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관중 대박!

  


신동원(Hydra)선수 팬이었느나 8강에서 떨어지자 김유진(sOs)선수 팬으로~!
한국교포였는데,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스펠링을 찾아 '화팅!'을 정성스레 적고 있었다.

 


이승현(Life) 선수와 김유진(sOs) 결승전 앞두고 치어풀을 작성한 e스포츠 커플.

 

​ 마치며


블빠 특히 진상 <와우>빠라면 블리즈컨은 성지순례입니다. 개막식은 성스런 의식의 시간이며, 교주는 마이크 모하임, 행동대장은 크리스 멧젠정도?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외에 <하스스톤> <히어로즈오브더스톰> <오버워치>까지 추가되어 더욱 풍성해진 블리즈컨, 언젠간 취재가 아니라 순수한 팬으로 꼭 다시 가고 말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