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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카드뉴스] 게임 개발자가 언제 죽는지 아세요?

어느 모바일게임사가 유저에게 보내는 편지

송예원(꼼신) 2016-03-17 16:04:07

유저들과의 진한 소통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게임이 있습니다. <블랙 서바이벌>을 개발한 아크베어즈가 그 주인공입니다. 아크베어즈는 약 10명 규모의 소규모 개발사로, 디스이즈게임에서는 2년 전 힘내라 게임인상 대상 수상 인터뷰로 소개해 드린 바 있죠. [관련기사] “새로운 장르의 대세를 만들고 싶다” 아크베어즈

 

게임은 지난 2015년 11월 론칭돼 서비스되고 있습니다. 아직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진 못했지만, 팬덤이 형성되면서 점차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죠. 워낙 소규모 개발사여서 직접적인 소통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최근에는 GM이 올린 장문의 편지(?)로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이야기일까요?

  


 

게임 개발자가 언제 죽는 줄 아세요?

  

게임에 버그가 생겼을 때? 아니

안티팬이 늘었을 때? 아니

구글 평점 1점을 받았을 때? 아니

 

그건 바로 아무도 욕조차 해주지 않았을 때에요.

저희는 알아요. 몇 번 해봤거든요.

 

우리도 넥슨과 퍼블리싱 계약을 맺은 적이 있어요.

최선을 다해 마케팅해준 덕분에 수많은 유저를 모았지만

재미없단 욕 말고 다른 욕은 들어본 적이 없었죠.

 

사실 그 전에 만들었던 게임은

내부 개발자들도 재미없어 해서 

아예 완성도 못했었어요.

 

이런 실패 속에서 깨달은 교훈은

좋은 게임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거에요.

 

하지만 우리는 단번에 대작을 만들만한

인력도, 예산도 없는 상황이죠.

 

그래서 생각했어요. 

"승리하기 위해 지불하라"(Pay to win)

큰 회사의 방식을 따라가지 말자고요.

 

덕분에 계속 적자는 나고 있지만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지금의 적자는 전략적인 투자일 뿐이니까요.

 

우리의 전략, 새로운 장르의 게임을 작게 시작해

오랜 시간을 들여서 대작으로 만들어가는 거죠.

 

바로 유저 여러분들과 함께 말이에요. 

 

이는 대기업이 가장 따라 하기 힘든 전략이에요.

 

매년 실적 평가를 해야 하는 그들에게

유저들과 함께 ‘오랜 기간 천천히’는 

시도하기 쉽지 않거든요.

 

새로운 시도는 당연히 적자에요. 당장은요.

 

하지만 비용과 수익의 차이가

‘0’이 되는 그 날은 언젠간 올 거에요. 

 

테마곡 하나를 만드는 것도 당장은 비용이지만,

이런 좋은 콘텐츠들이 모여 10년 동안 사랑 받으면

10년 후엔 수익이 날 테니 말이에요.

 

물론 착한 게임을 만든다고 해서

개발사에게 ‘까임방지권’은 있을 수 없어요.

비판 받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독재뿐이죠.

 

게임 제작자가 언제 죽는다고요?

바로 아무도 욕조차 해주지 않을 때.

 

비판해주시고, 채찍질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우리 게임에 대해 애정이 없다면 

비판할 시간에 그냥 떠나셨을 거란 거 알아요.

 

저희를 야단쳐주실 때 하시는 말씀이 있죠.

‘너희 겜알못’ 아니냐고요.

 

맞아요. 저는, 그리고 우리는 겜알못입니다.

 

겜알못들 주제에 게임 밸런스를 결정하는 건

저희가 여러분보다 게임을 잘 알아서가 아니에요.

게임에 대해 무한책임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당장에는 좀 부족하더라도

저희가 여러분보다 잘 할 수 있는 건 딱 하나에요.

 

포기하는 일 없이 계속 최선을 다하는 것.

 

그래서 말인데요, 하나만 부탁 드릴게요.

저희 진짜 ‘겜알못’이니까

비판은 조금만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조금 더 생각해보고 

조금 더 빨리 바른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 날이 올 때까지

혼낼 거 잘 혼내시면서

함께 키워주세요  

 

이 편지는 <블랙 서바이벌>의 개발사

아크베어즈가 공식 카페에 올린

GM개발일지를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블랙 서비이벌>은 과거 <배틀로얄> 방식의

생존 전략게임입니다. 

 

부분유료화을 택했지만 과금모델은 최소화하고

캐릭터 스킨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고 있죠. 

 

이런 과금 모델 덕에

회사는 아직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데

 

게임의 팬들은 오히려 

왜 과금 요소를 넣지 않냐며

회사의 자금난을 걱정했습니다. 

 

그런 유저들에게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며

걱정대신 꾸지람을 해달라고 답하는 개발사

 

이들에게 ‘그날’은 올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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