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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NDC 16] 스퀘어뮤직 “게임 음악, 왜 만들어 놓고 버리는 거죠?”

김준수 대표, 하수민 부사장이 말하는 게임 음악의 미래

송예원(꼼신) 2016-04-26 15:29:51

"왜 비싼 돈 들여 만든 음악을 방치하는 거죠? 돈 벌 수 있어요."

 

게임 음악 제작사 스퀘어뮤직의 하소연이다. 음악은 게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 중 하나다. 많은 개발사들이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자해 음악을 제작한다. 그러나 정작 게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은 게임뿐이다. 게임 내에서 저용량 파일을 추출할 수 있지만, 정식 CD나 음원 사이트에서 게임 음악을 찾기란 쉽지 않다. '돈을 벌기 어렵다'라는 것이 이유다.

 

스퀘어뮤직은 이런 개발사들의 주장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국내 게임 시장에서 게임음악에 대한 수요는 많으며, 실제로 이익 창출도 가능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 대중 가수도 살아남기 힘든 음원 시장에서 게임음악은 어떤 차별점이 있을까? NDC 16 강단에 오른 스퀘어뮤직 김준수 대표와 하수민 부사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디스이즈게임 송예원 기자

 

왼쪽부터 스퀘어뮤직 김준수 대표, 하수민 부사장
 

 

음악은 게임에 감정이입을 도와주는 필수 콘텐츠

  

"게임 음악이 부가 콘텐츠인 시대는 지났어요."

 

게임 음악이 독립적인 상업 콘텐츠로 자리잡을 수 있는 이유는 게임 안에서 유저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높기 때문이라는 게 김준수 대표의 주장이다. 게임의 분위기나 각 캐릭터가 처해진 상황을 음악으로 극대화 할 때 유저의 몰입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음악이 영향을 미치는 곳은 게임 내적인 스토리와 외적인 스토리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내적인 스토리는 말 그대로 게임 스토리 자체를 뜻한다. 리듬액션 게임 <디모>는 과거를 잃은 한 소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매그놀리아'와 '마이오소티스'는 <디모> 시리즈의 스토리를 이어주는 중요한 '떡밥'이다. 

 

첫 시즌 보스곡인 '매그놀리아' 표지의 비석에는 두 번째 시즌 엔딩곡인 '마이오소티스' 가사가 적혀있다. (사실 알아 보기 어렵지만, 제작사는 그렇게 우기고 있다고 한다) 게임의 팬들은 이런 사실을 스스로 찾아내고 분석하며 더욱 게임에 감정이입 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이 때 게임에 대한 애정도 올라감과 동시에 반대로 음악에 대한 팬심도 함께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게임이 재미있고 음악이 좋은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게임의 이야기와 감성이 음악과 잘 융화돼야 한다는 점이에요. 저는 사람들 머릿속에 오래 남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좋은 캐릭터와 스토리에 녹아 든 음악이 그렇다고 생각해요"

 


 

게임 외적인 스토리란 무엇일까? 음악이 가진 스토리, 바로 작곡가와 가수의 이야기다. 김 대표는 누가 만들었으며 누가 불렀는지에 따라 같은 유저가 게임에 몰입할 수 있는 영향력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크루세이더 퀘스트>의 일본 OST 중 하나인 'Knots Way'는 한국의 스타작곡자 M2U와 NiCODE가 작곡하고 일본의 유명한 우타이테(주로 동인에서 활동하는 가수를 지칭하는 말) 하나땅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주목을 받았다.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유저는 물론 국내 유저에게도 높은 기대감을 샀다. 

 

문제는 국내에는 게임 음악으로 활동하는 뮤지션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한스짐머, 칸노요코, 양방언과 같은 세계적인 뮤지션은 게임을 홍보하는 데 큰 도움을 줄만큼 영향력이 높지만, 국내에서 내로라 하는 게임음악 작곡가나 가수는 손에 꼽힌다. 김 대표는 이 같은 문제의 원인이 게임 음악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지금의 게임 시장에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서비스 중인 온라인, 모바일 게임에서도 좋은 곡들이 너무 많아요. 스탭롤에서 제대로 알려주거나, 음악이 제대로 유통된다면 더 많은 스타 뮤지션을 낳을 수 있을 텐데 많이 아쉽습니다."

 




 

 

■ “게임 음악의 상업화, 일단 시도만 해도 수익은 난다”

 

그렇다면 게임 음악은 한국에서 진짜 가능성이 있는 것일까? 단도직입적으로 과연 돈이 되는 사업일까? "무조건 됩니다" 하수민 부사장의 확신에 찬 대답이다. 

 

디지털 음원 등장 이후 국내 음악 시장은 다소 어려워졌다. 오프라인 판매량은 10년 전과 비교해 현저하게 내려갔으며, 음원의 단가는 각종 마켓과 통신사 수수료를 제외하면 턱없이 낮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음악이 수익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제작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중 가수들의 음반은 그 자체가 목적이지만, 게임 음악은 이미 만들어진 콘텐츠다. 따라서 주어진 유통 경로만 활용하면 음악 판매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게 하 부사장의 설명이다. 특히 음악의 상업적 이용 활동은 게임을 알리거나 팬들과 소통하는 마케팅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디모>는 일본 오리콘 데일리 앨범 차트 8위에 오르기도 했다. 

멜론, 지니, 소리바다와 같은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는 신보에 따라 메인 화면이 바뀐다. 스케줄만 적당히 활용한다면, 메인에 노출되는 것도 가능하다. 메인에 노출되지 않더라도 각 사이트별 큐레이팅 시스템을 활용한다면 게임을 몰랐던 수많은 대중들에게 게임을 알리는 기회가 된다. 간단한 경품을 내건 이벤트를 진행한다면 노출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 스트리밍 횟수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음원 수익도 늘어난다. 

 

CD 발매는 팬들과 소통하는 수단으로 특히 적합하다. 음원 위주의 아이돌 시장에서도 여전히 CD를 발매한다. 이 때 포스터나 포토카드가 제공되는 데 이는 수익보다는 팬서비스 차원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하 부사장은 게임 음반 역시 이정도 수준의 팬서비스 요소가 추가된다면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을 만큼 판매량을 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예가 스퀘어뮤직이 제작한 <방구석 인어아가씨> 기획앨범이다. 게임 개발사 테일즈샵과 공동제작한 이 앨범은 단순한 OST앨범이 아닌 캐릭터 성우가 부른 노래를 모은 앨범이다. 모바일게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지지를 받으며 수 천장 전량이 매진됐으며, 추가 생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단순한 라이선스 앨범이었던 <하이파이브>의 OST 앨범 역시 이익을 낼 수 있었다.

 

"이미 출시된 <마기노기>, <테일즈위버> 등 장수게임의 OST 앨범은 여전히 니즈가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구하기 쉽지 않죠. 게임 음악은 이미 제작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투자됐어요. 제대로만 활용한다면 게임 음악은 가장 수익을 많이 낼 수 있는 MD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