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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NDC 16] 모에(M.O.E)한 미소녀를 만드는 법

넥슨 김수철 기획자가 말하는 캐릭터 제작 과정

이승운(리스키) 2016-04-27 18:24:12

 

넥슨의 신작 모바일게임 <M.O.E(Master of Eternity)>는 간단하게 설명해 '미소녀'와 '메카닉'이 등장하는 'SRPG'다. 제목이 나타내듯이 모에(萌え) 코드를 강조한 미소녀 캐릭터들이 잔뜩 등장하는 것으로 화제를 모았다. 지난 CBT 기준으로 이미 16명의 캐릭터가 공개된 바 있다.

 

여성 캐릭터의 캐릭터성을 강조하는 이상, 얼마나 많은 유저의 입맛에 맞출 수 있는가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유저들에겐 다양한 취향이 있고, 하나의 캐릭터로 이를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위에서 '모에 코드'를 강조했다고 한 단어로 함축시켰지만, 그 안에는 누님, 로리, 안경, 거유, 빈유, 차이나드레스, 청순파, 츤데레 등등 다양한 매력 포인트가 포함돼 있다. 이러한 포인트를 어떻게 배치해서 수많은 캐릭터의 개성을 살려내는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IS 기획유닛의 김수철 기획자는 지난 3월에 CBT를 진행하고 현재 출시를 앞두고 있는 <M.O.E>의 캐릭터 제작 과정을 소개하며 캐릭터의 기획 설정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강조했다. 그의 설명과 함께 <M.O.E>의 주요 캐릭터의 제작 과정을 살펴보자. /디스이즈게임 이승운 기자

 

 

■ 캐릭터 사례 1. 맹하지만 순정파, 게임 히로인인 '레아스'

 

 

<M.O.E>의 메인 히로인 캐릭터인 '레아스'는 보통 체격, 금발, 발랄, 귀여움, 덜렁거림, 20대 초반의 외모 등의 이미지를 가진 명랑한 백치미 캐릭터로 기획됐다. 그래서 최초의 디자인은 서브컬쳐 쪽에서 인기 있는 다소 어리고 귀여운 부분에 포커스가 맞춰진 형태로 나왔다.

 

하지만 주연급 히로인에게 필요한 '친근함'이 부족하다고 느껴져 1차 개선이 진행됐다. 초안보다 좀 더 '옆집 소녀'같은 느낌으로 조정해, 다소 차분한 이미지로 새로 디자인됐다. 히로인임을 강조하기 위한 머리장식 등도 이때 추가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캐릭터의 성격인 '백치미'와는 조금 동떨어진 결과물이 나와버렸다. 그래서 2차 개선 단계에서는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다양한 헤어스타일을 시도해 봤다. 긴생머리, 긴생머리에 포인트 장식, 머리띠, 삐져나온 머리 등을 시도해 봤는데, '명랑함'과는 또 거리가 있는 스타일이 나왔다.

 

2차 개선 작업 이후 옆집 소녀 + 백치미 이미지에 더불어 발랄함, 명랑함 + 민폐 캐릭터의 성격을 좀 더 강조하기로 했다. 기존의 가라앉은 머리에서 살짝 붕 뜬 머리로 바뀌고, 머리 위에 포인트가 추가됐다. 머리장식은 유지하되, 묶은 머리에 약간 짧은 헤어스타일로 수정됐다. 그렇게 완성된 것이 현재의 '레아스'의 디자인이다.

 

 

 

 

다음은 완성된 디자인을 3D로 옮기는 작업이었다. 3D 캐릭터는 평균 7천~1만 개의 폴리곤으로 제작됐으며, 레아스의 경우 약 7,500개의 폴리곤이 들어갔다. 게임 내에서 가장 많이 보게 될 모습은 바로 이 3D로 완성된 캐릭터다.

 

 

 

키워드의 조합을 통해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는 설정이 붙으며 완성된다. 예를 들어 살인적인(?) 맛의 요리를 하는 게 취미라든지.

 

게임 내에서 메인 히로인 역할을 하는 캐릭터인 만큼, 초반부터 유저가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포인트였다. 밝고 명랑한 캐릭터의 특징이 잘 드러나다 보니, 커뮤니티 등에서 레아스를 강아지에 비유한 그림도 자주 올라오게 됐다.

 

 

 

 

 

■ 캐릭터 사례 2. 소녀소녀한 망상 문학 소녀 '퓨리스'

 

 

두 번째 캐릭터는 소녀소녀하면서 고데기 머리가 포인트인 캐릭터 '퓨리스'다. 초기 콘셉트는 소녀소녀함, 보호본능, 하늘하늘 드레스, 예쁜 고데기 머리. 성격은 여린 성격, 망상 소녀, 백치미라는 느낌으로 기획됐다.

 

퓨리스의 경우 특징이 명확한 캐릭터여서 초기 스케치에서 많은 부분이 수정되지는 않았다. 의상 역시 초기 콘셉트인 하늘하늘한 드레스 스타일이 그대로 유지됐다.

 

 

 

 

여기에서 캐릭터의 개성을 좀 더 살리기 위해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없는 맹한 표정'이 강조됐다. 말끝이 '요오~' 하는 식으로 늘어지는 설정도 이때 추가됐다. 양처럼 귀여운 외모와 처진 눈, 살짝 늘어진 말투. 여기에 보호 본능을 일으키는 캐릭터로 설정됐다.

 

또한, 디자인 요소 외에 시나리오를 통해 표현할 설정도 붙었다. 주인공의 뒤에서 순진한 얼굴로 이상한 망상과 소설을 쓰는 소녀. 그리고 유저 시점에선 "퓨리스의 이상한 취미를 나만은 이해해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유도하도록 시나리오를 구성했다.

 

 

 

 

■ 캐릭터 사례 3. 파란만장한 변화를 겪은 케이스 '카루'

 

 

세 번째 캐릭터는 제작 과정에서 정말 파란만장한 변화를 겪은 캐릭터 '카루'다. 카루는 작은 체구에 빨간 머리,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타입이며, 얼굴의 반창고가 포인트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며 물불 가리지 않는 성격, 즉, 왈가닥 캐릭터다.

 

초기 디자인은 이 콘셉트를 너무 의식한 나머지 너무 남자아이처럼 나와버렸다. 보이시한 점이 매력 포인트지만 그게 너무 지나쳤다. 그래서 나이대를 살짝 올려봤더니, 이번엔 너무 나이가 들어버렸다. 왈가닥 느낌이 들지 않고, 주먹을 휘두르지 않을 것 같은 인상이 됐다. 다시 조금만 더 어리고 개구지게 고쳐야 했다.

 

 

 

 

그 결과 복장을 좀 더 스포티하게 수정하고 헤어스타일도 거칠어졌다. 기본 자세는 주먹을 쥐고 있는 자세로 변경했다. 눈을 좀 더 또렷하고 개성있게 바꾸고 몸매 라인을 여자아이처럼 바꾼 것이 CBT에서 나온 카루다.

 

김수철 기획자는 이 캐릭터를 설명하면서 "카루는 아직 브러시업이 진행되고 있는 캐릭터로, 이후 출시 때에는 다시 변할 지도 모른다"는 말을 덧붙였다.

 

여기에 '정의와 열혈을 외치는 소녀', '칭찬과 응원에 약하다'는 설정이 붙었다. 시나리오를 통해 활기찬 강아지같은 성격과 칭찬/조언으로 성장하며 주인공과 가까워지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 캐릭터 사례 4. 성격이 캐릭터를 변화시킨 케이스 '율리아'

 

 

네 번째로는 캐릭터 성격이 디자인을 바꿔버린 케이스다. '율리아'는 해군 덕후 바보로 기획된 캐릭터다. 처음에 잡힌 이미지 콘셉트는 전함, 해군, 거대 화기, 군사 마니아. 성격은 머릿속이 전함으로만 가득차 있어 가끔 바보같으며, 군인 말투를 사용한다.

 

콘셉트로 잡힌 키워드가 단순히 '좋아하는 (덕질)장르'였다 보니, 초기 디자인에서는 캐릭터의 성격적인 방향이 조금 다르게 나왔다. 첫 콘셉트는 뭐든지 다 알 것만 같은 능글맞은 표정의 캐릭터로 잡혔으며, 해군 스타일의 복장에 집중해서 디자인이 나왔다.

 

 

 

하지만 검토 과정에서 "해군 덕후가 능글맞을 필요가 있는가" 하는 의문에 부딪혔다. 능글맞은 성격이 오히려 캐릭터의 특징을 죽이는 모양새가 나온 것이다. 차라리 전함밖에 모르는 순진한 캐릭터로 설정하는 쪽이 율리아의 콘셉트에 더 어울렸다.

 

초기 디자인의 능글맞은 표정도 똘망똘망한 눈과 환한 미소로 바뀌었고, 체형도 좀 더 귀엽게, 자세도 당당하게 변경됐다. 여기에 "~하오" 같은 옛날 군인 말투를 쓰는 캐릭터가 됐다. 기존의 밀리터리 캐릭터들이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는 모습을 포인트로 삼았다면, 율리아는 팔불출 같은 모습을 포인트로 잡았다.

 

예를 들면 자신이 좋아하는 주포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고 싶어하는 부분 등이다. 순수하다 못해 바보 같은 성격으로 콘셉트가 정해지고, 시나리오 역시 주인공이 이 순수함을 지켜주고 싶어 하는 쪽으로 진행된다.

 

 

 

 

 

 

■ 기획자가 캐릭터 설정을 잘 잡아야 디자이너가 삽질을 덜 한다

 

위 사례를 보면 디자인을 갈아엎게 된 대부분의 이유는 캐릭터의 상세 설정이 명확하지 않았던 부분에서 기인한다. 주인공 캐릭터 레아스는 설정이 금발 소녀에서 옆집 소녀로 바뀌었고, 율리아는 취미와 성격이 혼동되어 디자인에 혼선이 온 케이스다. 카루는 콘셉트 자체가 세부적으로 정해주지 않으면 디자인하기 어려운 캐릭터이기도 했다.

 

캐릭터의 설정과 디자인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고, 설정에 따라 디자인, 전개 등 많은 부분이 바뀌게 마련이다. 김수철 기획자는 위 4가지 캐릭터의 디자인 과정을 설명하며, "기획자가 캐릭터 설정을 확실하게 잡아줘야 디자이너가 고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강연 후 이어진 질의응답을 정리한 것이다.

 

 

질문 : 캐릭터가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 이들의 차별성을 주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가?

 

김수철 기획자 : 겉을 보면 분명 캐릭터 게임이긴 하다. 하지만 캐릭터간 차별성은 외모보다도 시나리오가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시나리오에서 주인공과 여성 캐릭터가 어떻게 교감하는지에 중점을 뒀다.

 

 

질문 : 16명이나 되는 캐릭터의 포지셔닝을 어떻게 했는가? 이들이 겹치지 않게 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김수철 기획자 : 당연히 어렵다. 일단 기본적으로 16명의 포지셔닝은 우리가 알 수 있는 모에적인 요소와, "이런 캐릭터는 이런 역할을 할 것이다" 하는 부분에서 베이스를 잡았다. 캐릭터의 모습을 기획하면서 어떤 역할을 맡고 어떤 스토리를 진행할 것인지 등 스토리를 가지고 캐릭터 포지셔닝을 했다.

 

 

질문 : 원화가와 의사소통에 어려움은 없었는가?

 

김수철 기획자 : 뒷목도 잡고 멱사도 잡고 많이 싸웠다.(웃음) 캐릭터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건 기획자의 머릿속에 있는 걸 어떻게 구현할 지다. 1차적으로 이미지와 성격을 잡고 난 뒤에는 디자이너에게 많은 부분을 맡긴다. 그러면 디자이너가 여러 가지의 모습을 표현하고, 거기에서 좋은 점을 골라 반영하게 되는 식이다. 16명의 캐릭터는 그렇게 나왔다.

 

 

질문 : 너무 바스트가 강조된 캐릭터밖에 안 보인다. 키가 147cm인데도 나이나 체구에 비해 많이 성숙하다. 개인 취향이 들어간 것인가?

 

김수철 기획자 :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