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 ID/PW 찾기

취재

[NDC 16] 올해는 또 무슨 일이 터질까? 넥슨 3인방이 말하는 2016 게임법령

안정빈(한낮) 2016-04-27 21:53:20

요즘처럼 게임이 ‘법’과 밀접한 시기가 없다. 셧다운제, 확률형 아이템, 표절 등 단어 하나만 달아놔도 댓글 수 십 개는 예약된 주제들이 지난해에만 몇 번씩 쏟아졌으며, 이제는 추억으로 잊혀진 줄 알았던 도메인과 DB를 둘러싼 분쟁까지 다시 시작됐다. 

 

이제는 NDC의 정규코너로 보이는 게임관련법령리뷰에 유난히 많은 청중이 모인 것도 아마 그 때문일거다.

 

넥슨의 게임라이터인 이원 개발자와 IP팀의 김관중 팀장, 이홍우 법무실장이 올해도 게임에 관련된 민감한 법률과 규제들에 대해 확인했다. <오디션>의 끝나지 않은 DB분쟁부터 킹과 아보카도의 이제 시작된 저작권 문제, 아직 시작조차 되지 않은 확률형 아이템 규제까지. 2016년 게임업계를 달굴 법령들과 그 예상도를 NDC 16에서 한 발 먼저 만나보자.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1. 킹과 아보카도의 저작권법 분쟁

 

2014년 9월 18일 킹은 아보카도를 상대로 UI/스테이지구성/레벨디자인의 유사성 등을 이유로 12억 3천만원 이상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건다. 지금까지 이런 표절시비는 저작권침해로 인정된 적이 거의 없지만 킹은 <BnB>대 <봄버맨>의 판례를 역으로 활용했다.

 

<BnB>대 <봄버맨>의 사례에서 법원은 (표절이 성립되려면) ‘게임의 전개방식이나 규칙 그 자체 또는 그러한 것들의 선택과 배열이 무수히 많은 표현형태 중에서 저작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것이어야 한다’며  <BnB>가 표절이 아니라 판단했다.

 

그래서 킹은 이를 반대로 ‘게임의 전개방식이나 선택과 배열에 무한히 많은 표현형태가 있으면 저작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표현을 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사실 이 소송은 킹에게 큰 이익은 없는 소송이었다. 소송이 대법원까지 이어지면 넉넉히 3년 가까이 걸리지만 모바일게임은 대부분 그 전에 수명이 다한다. 상대방이 시간을 끄는 것만으로도 소송이 무의미해지는 것이다. 다만 킹이 소송에서 이긴다면 저작권법에서 말하는 게임에서의 표현의 영역이 조금 더 넓어진다는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1심에서 킹닷컴이 승소한다. 일부 승소지만 내용만 봤을 때는 완승이다. <포레스트>는 게임서비스를 중단하고 1억 6,800만 원을 배상해야 했다. 청구한 배상액의 90%에 해당한다. 

 

하지만 사실을 들여다 보면 게임업계에서 관심을 가졌던 저작권 침해와는 내용이 조금 다르다. 법원에서 인정한 것은 저작권침해가 아닌 ‘부정경쟁행위’기 때문이다. 부정경쟁행위란 타인의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를 무단으로 사용해 이익을 침하는 행위로 2014년 1월 부정경쟁방지법률이 시행됐다. 

 




 

킹과 아보카도의 소송이 시작된 것이 9월인 만큼 새로운 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셈이다. 부정경쟁행위 방지법을 단순한 짝퉁상품 규제법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지적재산권 침해적용 논리를 갖고 있으며 IP에도 적용할 수 있다. 점차 확대해서 적용되는 추세다.

 

예를 들어 지난 2014년 6월 JTBC가 지방선거에서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무단으로 사용해 12억 배상판결을 받은 것이나, 유저들의 참여로 만들어진 리그베다위키(현 엔하위키)의 정보를 엔하위키미러에서 크롤링해서 광고수익을 거뒀다가 2천만 원 지급과 사이트폐쇄 조치를 받은 일 등이 부정경쟁방지법의 적용사례에 해당한다.

 

물론 이조차 1심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후 판결이 어떻게 달라질 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앞으로 저작권 관련 소송에서 부정경쟁방지법이 원고 주장에 반드시 포함될 것임은 예상해 볼 수 있다.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려볼 만한 이유다.

 






 

 

2. 라인메신저 도메인 분쟁사건

 

2015년 1월 라인은 인터넷주소분쟁조정위원회에 도메인말소분쟁조정신청을 제출한다. 차선도색협회가 보유하고 있는 line.co.kr의 도메인을 말소해달라는 신청이다. 2015년 4월 라인의 신청은 받아들여졌지만 차선도색협회는 도메인을 말소할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서울중앙지법에 민사소송을 낸다.

 

얼핏 봤을 때 이 사건은 개인이 등록한 도메인을 거대기업이 상표권을 앞세워 조정을 요구한 ‘갑질사건’이다. 차선도색협회가 이 도메인을 등록한 것은 네이버에서 라인 서비스를 시작한 것보다 1년 2개월 이상 빠른 2010년 4월이다. 게다가 차선도색협회라는 이름은 line이라는 도메인과 직접 관련이 있고, line은 보통명사로서 상표식별력도 떨어진다.

 




 

문제는 차선도색협회의 이후 행동이었다. 인터넷 도메인은 어디까지나 공공의 자원으로서 소유자는 일정한 기간 동안 이를 빌려서 사용하는 것이 불과하다. 그래서 도메인을 통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것 역시 엄격하게 금지돼있다.

 

하지만 차선도색협회는 네이버에 도메인을 돌려주는 대가로 10만 달러를 요구했다. 이를 들어주지 않자 2014년 12월에는 다음카카오 홈페이지로 line.co.kr 도메인을 연결시키기도 했다. 이는 엄연한 라인의 경쟁서비스로 영업방해, 부정사용행위로 간주된다.

 

만약 부정한 목적으로 보이는 행위만 아니더라도 차선도색협회는 지금과 다른 결과를 맺었고, 적당한 위로금도 받았을 수 있었을 거라는 게 그들의 이야기다.

 




 

참고로 도메인은 앞서 말했듯 (준)공공재로 권리라는 표현을 쓰기 어렵다. 대신 법이 보장하는 상표권을 통해 도메인 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상표권은 자신의 상품과 서비스를 식별받기 위한 권리로 국제상품분류인 니스분류에 따라 종류가 나뉘어 있다. 예를 들어 게임은 9류(인터넷 다운로드 서비스)와 41류(온라인 게임 서비스)에 해당한다.

 

모바일게임은 31류(통신업, 방송업)에 해당하며 종이, 문구, 의류, 게임기 등의 파생상품 역시 일일이 상표권을 등록해줘야 한다. 상표권은 국가별로 등록이 필요하며 본국에서 등록 후 국제출원신청으로 국제상표로 일괄 등록할 수도 있다. 

 






 


3. 19대 국회 종료, 20대 국회 출범 - 정부의 게임규제와 대응

 

19대 국회가 곧 종료된다. 그리고 처리되지 못한 법안은 자동으로 폐기된다. 

 

19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 한 게임관련 법안 중 규제법안은 현재 게임업체로부터 매출 1%를 징수해 게임중독치유센터를 설립하는 손인춘법, 게임을 중독물질로 규정하는 신의진법, 콘텐츠 유통매출의 5%를 기업부담금으로 징수해 영세기업을 지원하는 상상콘텐츠기금, 초중등학교 스마트폰 이용금지, 게임아이템 상속법 등이 있다.

 

반면 웹보드게임 규제 완화안과 게임등급자율심의제 온라인확대안, 비영리게임의 등급분류 면제, 모바일게임 셧다운제 영구제외, 게임을 예술의 영역으로 규정하는 등의 법안도 있었다.

 




 

19대 국회가 지나면서 남은 모든 법안은 자동으로 폐기될 예정이지만 20대에 재선된 국회의원들이 있는 만큼 기존 법안이 꾸준하게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미래의 위험인 만큼 당장은 현재의 규제를 따져볼 때다.

 

현재 시행 중인 게임산업규제는 크게 두 가지다. 여성가족부에서 진행 중인 강제적 셧다운제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진행 중인 선택적 셧다운제다. 그 중에서 더 큰 문제는 강제적 셧다운제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12시부터 6시까지 인터넷게임 제공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시 2년 이하 징역 1천만 원 이하 벌금을 받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기본권 침해에 대한 비판에 끊임없이 시달렸다.

 

결국 헌법재판소까지 갔지만 헌법재판소에서는 장장 2년 3개월 동안 선고를 미뤘고, 이후에도 7:2로 셧다운제가 기본권 침해가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굴하지 않고 현재 게임업계에서는 셧다운제에 대한 변화와 개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실질적인 단속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모바일게임 셧다운제의 유예기간을 2017년 5월로 연장했으며, 부모 요청 시 셧다운제 적용을 배제하는 셧다운제 완화안을 2016년 상반기 안으로 작성할 예정이다. 게임사 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김병관 전 웹젠 의장 역시 셧다운제 폐지를 내세우고 있다.

 

그럼에도 주목할 새로운 규제도 있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안이다. 모든 아이템이 나올 확률을 표기해야 하는 법안인데, 게임업계와 게이머, 정부 등 이해당사자마다 반응이 제각각이다. 게임업계에서는 영업비밀을 침해한다며 우려를 보내고 있고, 게이머는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로 찬성하고 있다. 정부 역시 사행성과 과소비를 이유로 당연하게 바라보는 중이다.

 

다만 이 법안은 의원회 심사단계에서 폐기됐다. 근데도 왜 이 법안이 주목을 받느냐 하면 이를 발안한 의원이 재선이 성공했고, 꼭 한 두 명의 국회의원을 빼더라도 확률형 아이템의 사행성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탓이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법안은 사실 바다이야기 시절의 규제조항과 동일하다. 심각한 사태를 막고 싶다는 뜻으로 입법의도를 어필한 것인 만큼 게임업계에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자율규제인데… 이 역시 반응이 제각각이다.

 

게임업계는 비난받을 여지를 줄이겠다며 나섰지만, 정부에서는 불신을 보내고 있고, 게이머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 와중에 시행된 것이 2015년 6월 25일의 랜덤박스 확률 공개다. 

 

50% 이상을 모두 높음으로, 1% 이하는 모두 매우 낮음 등으로 표시하는 자율규제가 어떤 의미가 있겠느냐 반문할 지 모르겠지만, 게임업계에서 이 정도로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이 문제를 회피하더라도 결국은 다시 찾아올 문제라는 점만큼은 확실히 인식했다고 볼 수 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만큼 자율규제에 동참하는 개발사와 사례가 늘어나며 기준이 점점 구체화될 것을 기대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게임업계와 게이머가 확률형 아이템을 놓고 다투는 사이에 보건복지부는 새로운 규제를 준비했다. 정신건강종합대책 발표를 통해 게임중독에 질병코드를 부여하고 이를 기금 모으기의 밑작업으로 활용하는 것.

 

게임업계와 게이머를 서로 대립하게 만드는 전략은 그 동안은 직접적인 규제와 달린 포인트를 잘 잡은 공격과 규제로 평가된다. 게임업계에서도 무조건적인 거부보다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할 때다.

 






 

4. 게임 DB와 저작권 ​- T3엔터테인먼트 VS YD온라인

 

개발사와 퍼블리셔가 틀어지는 가장 큰 문제는 유저 DB다. 게임을 완전히 종료하는 게 아니라면 어느 한 쪽이 유저 데이터를 가져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DB의 권리는 퍼블리셔에 있다. 계약서만 잘 썼다면 말이다. 그런데 이 부분이 여전히 모호한 계약서가 많다. 

 

문제의 게임 <오디션>을 보자. T3엔터테인먼트는 2005년 <오디션>을 개발했고 이를 띄우며 자금력을 축적했다. 그리고 2008년 한빛소프트를 인수했다. YD온라인은 10년 동안 <오디션>과 <프리스톤테일> 등의 글로벌 서비스를 맡은 회사다.

 

서로 <오디션>을 잘 개발했고 잘 운영했다. 여기까지는 괜찮다. 언제나 처음은 괜찮다. 나중이 문제지. 

 




 

계약종료 시기가 다가오자 T3엔터테인먼트는 YD온라인에 계약연장 의사가 없다고 통보했다. 그리고 유저 DB를 이관해줄 것을 요청했다. YD온라인은 이의를 제기했다. 일방적인 계약종료와 DB 이관 요구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대신 DB를 원하면 계속 서비스를 하게 해주거나 DB를 유상으로 이전 받으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계약서에는 어떻게 나와있었을까? 문제는 DB가 둘의 공동소유로 나와있다는 거다. 공동소유는 계약서에서 복잡한 문제만을 야기하는 단어다. 무엇이든 공유자 전원의 동의가 없으면 진행이 안 된다.

 




 

결국 양쪽이 내놓은 모든 방법들은 기각됐다. 그러다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국면이 전환됐는데… 중국의 나인유가 나섰다. 나인유는 T3엔터테인먼트에게 퍼블리싱 권한을 구입했고, YD온라인과는 100억 원으로 추정되는 가격으로 DB를 유상 이전했다.

 

DB를 유상으로 판매했으니 YD온라인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분쟁이 해결된 건 맞지만, 법적인 또는 양측의 합의가 아닌 중국 업체 덕분에 사건이 일단락된 셈이다.

 

근데 여기서 잠깐. 유저의 정보가 담긴 DB를 이렇게 사고 팔아도 될까? DB는 창작물도 아닌데? 사실 DB는 창작물이 아니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법에서는 DB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거래의 대상이자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처분이 가능한 사적자치의 대상이기도 하다. 

 




 

결국 이렇게 <오디션>의 DB사건은 종료됐다. 하지만 이야기가 여기서 끝나진 않았는데… T3엔터테인먼트는 분쟁 이후 입금되지 않은 서비스 로열티를 주장했으며, 대만에서 <오디션>을 서비스하던 인스리아라는 퍼블리셔는 <오디션>의 서비스를 유지하고 싶다는 말을 건넸다.

 

T3엔터테인먼트에서는 이미 2014년 8월에 계약이 종료됐다고 밝혔으나 알고 보니 YD온라인에서 인스리아와의 퍼블리싱 이야기가 유지되고 있었던 것. 결국 T3엔터테인먼트는 16억 4천만 원의 정산금 청구소송을 진행했고, 이후로도 소송이 진행 중이다. DB가 사라진 이후에도 소송은 계속되는 셈이다.

 

모바일게임은 퍼블리셔와 개발사의 모델이 더 강하게 고착된 만큼 향후 게임의 수명이 길어질 경우 DB관련 문제가 더 많이 벌어질 수도 있다. 결국 이후의 기나긴 분쟁과 앙금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계약서는 깔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