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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NDC 16] 서로 다른 '뇌'를 합체시켜라! 듀랑고 팀이 말하는 '창의적인 개발'

'패스파인더 -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게임 디자인 조직' 강연 정리

김승현(다미롱) 2016-04-27 21:02:33

개발자라면 누구나 창의적인 게임을 꿈꾼다. 하지만 창의적인 게임이 탄생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시장의 위험성, 조직의 구조, 개발자 개개인이 처한 환경…. 이 모든 것이 창의적인 게임의 발목을 잡는다.

 

모바일에서 '개척형 풀스펙 샌드박스 MMORPG'라는 희귀한 도전을 한 <야생의 땅 듀랑고>(이하 듀랑고)팀도 시작할 때 똑같은 고민을 해. 과연 넥슨 왓 스튜디오는 어떤 방법으로 전인미답의 길을 개척했을까? 양승명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패스파인더 -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게임 디자인 조직' 강연을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넥슨 왓 스튜디오 이승명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창의성의 주체는 누구인가?

 

창의적인 게임을 만들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가장 속 편한 방법은 '게임 디자이너'가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는 것이다. 

 

게임 디자이너는 기획부터 시나리오 라이팅, 스크립트 작성, 경제 밸런스 조정 등 개발 직군 중 가장 넓은 영역의 일을 하는 직군이다. '발상'부터 '구체화', '구현'까지 다양한 영역의 일을 하다 보니, 조직 입장에서는 게임 디자이너가 발상도 하고 구체화도 하고 구현까지 하면 편하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엔진의 발달로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기초적인 작업은 할 수 있는 시대. 시나리오 쓴 사람이 퀘스트 조립하고, 레벨 디자인 한 사람이 스테이지를 제작할 수 있는 시대다. 구상한 사람이 직접 만드니 공정도 빠르고, 구상한 결과물이 보이니 동기부여도 확실하다. 실제로 왓 스튜디오도 기본적으론 이 방식으로 작업 한다.

 


 

하지만 이것은 동시에 너무도 명확한 한계를 가진 사람이다. 사람은 '슈퍼맨'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허락된 재능은 한정되어 있고, 부족한 부분은 그대로 족쇄가 되어 발목을 잡는다. 

 

인문학적 재능은 있는데 이과적인 재능이 없는 이에겐 기술적 도구를 익히기엔 너무도 힘든 일이다. 설사 기술적 도구를 익혔다고 하더라도, 그 깊이 때문에 스스로의 발상을 제약하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양승명 디렉터는 게임 디자이너와 프로그래머, 아트 등 서로 다른 직군을 2~3명 규모로 묶어 TF팀을 꾸릴 것을 조언한다. 왓 스튜디오에서 '드리프트'라고 이름 지은 방법이다.

 


 

 

■ 드리프트! 서로의 생각과 기술을 공유하라

 

드리프트의 목적은 간단하다. 서로 각기 다른 전문성을 가진 실무자들을 매칭시켜, 두 사람(혹은 3명) 간 딥 커뮤니케이션으로 서로의 지식와 의도를 이해하고, 이 조직을 기준으로 소규모 과업을 꾸준히 수행하는 것이다.

 

이 방법의 장점은 이질적인 전문성 간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먼저 그룹 규모가 2~3명으로 작기 때문에 구성원 간 의사소통이 쉽다. 그리고 이것은 서로 간의 의도, 서로 간의 전문성 공유가 더욱 활발히 일어난다는 의미다.

 


 

왓 스튜디오의 경우, 이 조직을 '발상'이 뛰어난 사람과 '구체화'나 '구현'이 뛰어난 사람을 엮는 식으로 운영한다. 일반적으로 '발상'을 잘하는 사람은 이를 잘 구체화시키지 못하는데, 그와 다른 재능의 사람을 붙여 이를 보강하는 구조다.

 

그리고 TF에게 자율성이 주어지는 순간, 디렉터가 이야기한 목표는 기존에는 상상하기 힘든 다양한 솔루션들이 탄생했다. 일선에서 조직과 프로젝트를 혁신하는 상향식 혁신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실제로 NDC 14를 뜨겁게 달군 <듀랑고>의 '가죽장화를 먹을 수 있는 아이템 디자인'은 이런 TF 시스템 아래서 탄생했다. 

 

또한 이 '드리프트'의 장점은 게임 디자이너가 아닌 직군도 자연스럽게 발상 과정에 참여한다는 점이다. 조직 규모가 작고 자율성이 크기 때문에, TF 구성원이 자연스럽게 팀의 과제를 자기 일처럼 여기기 때문이다. 때로는 이런 '오너십'이 너무 강해 관리자가 TF에 대한 오너십을 프로젝트에 대한 오너십이 되게 유도해야 할 정도다.

 

현재 왓 스튜디오는 조직의 창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듀랑고> 개발 초기부터 전투/생산/사회 분야별로 이런 TF팀들을 운영 중이다.

 


 

 

■ 관리자의 개입은 신중하게

 

단, 이런 자율성 보장된 소규모 TF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선 디렉터, 중간 관리자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와 닿는 것은 '소통'이다. 이런 자율적인 소규모 TF팀을 운영할 경우, TF 구성원 간 너무 긴밀해 TF팀의 방향이나 의도가 다른 조직으로 전파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이런 소규모 TF팀를 운영하려는 관리자는 주기적으로 TF팀 간 업무 공유를 시켜야 모든 TF팀이 자신들의 과업만이 아닌, 프로젝트 목표를 위해 일할 수 있다. 

 

때로는 TF팀의 높은 자율성 때문에, 오히려 디렉터나 중간 관리자가 원했던 것과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런 문제는 디렉터와 중간 관리자가 꾸준히 TF팀을 체크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 때 주의해야 할 것은 갑갑하다고 관리자가 전권을 휘두르는 것이다. 관리자가 세세하게 지시하는 것은 분명 필요한 일이다. 특히나 창의성을 위해 생산속도를 희생시킨 드리프트 특성 상, 급할 땐 관리자가 확실히 개입해야만 원활한 개발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것이 너무 잦아질 경우다. '드리프트'는 구성원들의 창의성과 자율성에 초점을 둔 시스템이다. 또한 그 특성 상 구성원들의 오너십도 강하기 때문에, 관리자가 너무 자주 개입할 경우 구성원들의 오너십도 무너지고 창의성과 자율성도 움츠려 들기 쉽다.

 

때문에 디렉터, 중간 관리자는 평소 TF팀과 자주 소통하며 구성원들과 프로젝트의 방향을 일치시키도록, 설사 중간에 개입을 하더라도 이후 구성원들을 잘 다독여 후유증이 없도록 신경 써야 한다. 특히 중간 관리자의 경우, 디렉터와 일선 TF팀을 잇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적절하게 디렉터나 일선 TF팀의 의도를 반대측에 전해주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