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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NDC 16] '청불' 받으려면 뭘 해야 해요? 게임등급 이야기

12세와 15세 사이의 블랙홀,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가 들려주는 게임등급

장이슬(토망) 2016-04-29 11:37:13

영화감독이 꿈이었던 소년은 <젤다의 전설>을 접한 뒤 미리내소프트에 입사했다. 아케이드, 기능성 게임, 모바일게임까지 15년 가까이 개발을 했다. 그 뒤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이하 'GCRB')에서 10년째 등급분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왕상호 GCRB​ 심의지원팀장이 들려주는 게임등급 이야기. / 디스이즈게임 장이슬 기자 

 

 



 

■ 게임등급? GCRB? 게임위?


게임에 매겨지는 이용표시등급은 4개다. 전체 이용가, 12세 이용가, 15세 이용가, 청소년 이용불가(이하 '청불'). 그리고 게임의 내용을 표시하는 항목은 선정성, 폭력성, 사행성을 포함해  7개 존재한다. 사행성, 선정성 내용이 있으면 전체 이용가를 받을 수 없다. 

 

이 등급은 GCRB에서 전부 매길까? 사실은 한 곳 더 있다. 게임물관리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다. 청불 등급은 여기서 나온다. PC게임, 콘솔게임은 두 곳에서 모두 심사하지만 사행성 이슈가 있는 아케이드는 게관위 전담이다. 모바일게임은 자율적으로 등급을 분류하지만, 원한다면 등급 분류를 진행할 수 있다. 

 

 


 

 

■ 등급은 받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

 

GCRB는 청불 등급을 매길 수가 없다. 어떤 게임이 청불이라는 판단이 들면 게임위로 이관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업무는 15일이 소요된다. 그런데 청불 등급을 받아야 해서 이관되었다? 30일이 걸린다. 반대로 청불을 받을 줄 알았는데 15세가 된다? 업무는 GCRB로 넘어가면서 시간이 소요된다. 어느 쪽이든 발매 일정에는 차질이 온다. 

 

15세가 될지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이 될지 판단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어디에 심사를 넣어야 하는가?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심사에 앞서 자료를 양 기관에 보내 문의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되면서 최종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은 있다. 두 번째. 자신의 판단을 믿고 조금이라도 확률이 높은 곳에 접수한다. 가장 바람직하지만 가장 늦을 수도 있다. 양쪽에 다 접수하는 건 안전하지만 수수료가 많이 든다. 등급이 엇갈리는 일도 아주 없는 일은 아니다.

 

"더 낮은 등급을 드릴 수 있는데 희망 등급을 높게 잡으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향후 업데이트에서 콘텐츠를 창작하는데 제한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등급은 받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겁니다." 

 

같은 소재라도 전혀 다른 콘텐츠가 나올 수 있듯이, 등급에도 정답은 없다. 등급 심사를 신청할 때 사업자는 희망 등급을 같이 적는다. 게임위의 경우 최종 심사 등급과 희망 등급이 80% 일치한다. GCRB는 90%. 사업자의 희망에 맞춰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기획 단계부터 명확한 타겟 연령을 설정하고, 해당 등급에 허용되는 최대한의 표현을 펼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정으로 인한 개발 기간 지연과 제작비를 사전에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에서 퍼블리싱하는 FPS게임이 전체 이용가를 희망했다. 12세 이용가를 받았다. 이것저것 수정해서 다시 왔다. 또 12세 이용가를 받았다. 게임의 구조와 콘셉트가 전체이용가에 부적합했다. "FPS는 1인칭이다보니 등급이 높은 편입니다. 일부 12세, 대부분이 15세입니다. 게임을 개발할 때에는 이런 점까지 감안하셔야 합니다." 

 

등급 분류 거부를 받으면 치명적이다. 수정해서 등급을 받으면 약간의 발매 지연 외에 큰 문제가 없지만, 고쳐도 거부라면 발매를 포기해야 한다. 고스톱이나 포커, 아케이드에서 사행성 문제가 수정되지 않아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일반 게임에서는 드문 일이긴 하나 아주 없는 것은 또 아니다.

 

"최근 모바일게임에서 거부된 사례가 있습니다.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하는 게임이죠. 코믹하게 풀어가려 했지만 오히려 범죄 자체를 부추기는 형태가 되어서... 게임을 다 들어내야 재심이 가능한 상황이라 쉽지 않은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버그 있어서 패치했는데, 이것도 신고해야 해요?

 

한 번으로 끝이 아니다. 게임 내용이 변하면 내용수정신고를 해야 한다. 통칭 패치신고라고 한다. 업데이트나 이벤트 등으로 게임에 변화가 오면 24시간 내에 신고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이 제도를 잘 몰라서 6개월치를 한번에 몰아서 내는 업체가 많다.

 

"그러면 담당자가 죽어요. 어떻게 6개월치를 하루만에 해요. 다른 게임 업무도 있는데. 저희는 연간 3,800건의 내용수정신고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서너 명이 업무를 하려면 좀 버거운 상황인데요. 가급적이면 바로 신고를 해주셔야 부담이 줄어듭니다." 

 

어디까지가 게임의 내용인가? 게임산업진흥법에 따르면 '폭력성, 선정성 또는 사행성의 여부 또는 그 정도와 그밖에 게임물의 운영에 관한 정보'로 정의한다. 게임의 업데이트, 패치를 포함해 온라인게임은 홈페이지까지 게임의 일부이므로 무언가 변했다면 신고해야 한다. 

 

 


 

 

■ 외줄 타는 선정성과 등급 분류

 

왕 팀장은 최근 등급 분류에 대해 "외줄타기"라고 표현한다. 처음에는 문제가 없었는데, 내용수정신고 검토를 하면 기존 등급을 바꿔야 할 정도로 선정성이 높아지는 경우가 있다. 최근 들어 이런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가령 12세 이용가에 폭력성 내용표시를 받은 대전액션 게임이 있다. 내용수정신고에서 캐릭터의 노출이 큰 의상이 많아졌다. 이러면 15세 이용가로 조정되면서 내용표시가 바뀐다. 15세 이용가 게임의 평균 수준을 보았을 때 대전액션이 폭력적이진 않으므로, '폭력성'은 떨어지고 '선정성'이 붙는다. 게임의 변화에 따라 등급도 새로 분류되는 셈이다.

 

음악으로 가면 더 복잡해진다. 내용수정신고를 하면 노래 가사까지 검토한다. 단순 애정표현이 나온다고 등급을 상향하지는 않는다. 전체 맥락도 참고하고, 또 청소년 유해매체로 등록된 음악이 아니면 유연하게 조정하기도 한다.

 

또다른 예로 노출과 폭력이 있는 12세 이용가 게임이 있다. 처음 내용수정신고를 받았을 때 노출은 게임 속 캐릭터 이미지 한 장 뿐이고, 정도도 심하지 않아 등급을 유지하기로 했다. 다음 패치에서 캐릭터를 추가했는데, 비슷한 수준의 노출이 반복된다. 이런 식으로 노출 빈도가 늘어나면 재분류를 고려한다. 

 

2006년,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전문으로 다루는 게임위가 출범하면서 소위 '미연시'에 대한 분류가 시작되었다. 적절한 처리를 한다면 등급 분류를 받고 정식 발매하는 것이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니다. 다만 신고 내용과 실제 게임 내용이 달라서는 안 된다. 

 

 



 

■ 폭력성, 모든 맥락을 고려한다

 

한 웹게임이 등급 분류를 요청했다. 12세 이용가를 희망했지만 PVP에서 이용자를 보호하는 제어 장치가 없었다. 18세 이용가를 받을 상황이었다. 그래서 PK존 설정, 초보자 보호, 공격자 알림과 패널티를 부과하는 식으로 시스템을 수정했다. 이 게임은 최종적으로 15세 이용가를 받았다. 

 

이렇듯 등급을 분류할 때는 맥락을 중요하게 본다. 단순히 폭력 장면이 나온다고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받는 것이 아니다. 사실적, 폭력 정도, 신체 훼손 여부, 제어장치, 연출, 시나리오상의 정당성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다. 형평성을 위해 유사 게임을 찾아보고 해외 등급도 참고한다. 

 

 


 

 

■ <니노쿠니>와 <파판13>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

 

실제 돈으로 구입하는 캐시가 아니라 게임 머니로 구입할 수 있다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서는 따로 제한을 두지 않는다. 확률에 대한 현재의 기준은 아이템의 가치와 정보 제공 여부다. 

 

전체 이용가의 경우 확률형 아이템의 가치가 낮지 않고, 확률 정보를 제공하면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둘 중 하나가 아니라면 12세 이용가로 올라간다. 아무런 아이템도 얻을 수 없는 '꽝'이나 '잡템'이라 불리는 낮은 가치의 아이템이 확률에 포함되어 있으면 12세 이용가부터 시작한다. 

 

그렇다면 캐시 손실이 없는 콘솔게임은 어떨까? <니노쿠니>는 게임 속에서 현실과 근접한 슬롯머신이 등장했다는 이유로 청불을 받았다. 게임 속에서 카지노 마을에 방문할 수 있고, 사실적인 배팅 체험이 가능한 콘텐츠가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똑같은 슬롯머신이 등장한 <파이널 판타지 13>은 15세 이용가를 받았다. 이 사이에 무엇이 달라졌던 걸까?

 

"등록 기준에 변화가 있었습니다. <니노쿠니>를 두고 말이 많았죠. 실제 돈을 배팅하는 사행성 게임처럼 운영될 가능성이 없는 콘솔게임을 같은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실제 자원이 소모되는 것이 아니면 사실성과 관계없이 분류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 가장 쉽게 청불을 받는 방법?


셧다운제가 도입되었을 때, 비용과 기술의 문제로 청불 등급을 요청하는 게임이 많았다. 지금도 업데이트 등을 고려해 높은 등급을 희망하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청불을 쉽게 받을 수 있을까? "제가 여기서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고... 어떤 숫자를 자주, 많이 언급하면 됩니다."

 

그렇다면 돌려 표현하는 것은 어떨까? 겉보기엔 욕이 아니지만, 듣는 사람에게는 어차피 욕이다. 욕에 준하는 비하 표현으로 보고 등급 분류에 반영한다. 어떤 게임은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피하려고 각종 창의적인 수사를 동원해 상대를 비난하는 대사를 넣었다. 욕도 욕이지만, 고스톱 게임이라 어차피 청불이었다. 

 

 


 

 

■ 왜 해외등급과 차이가 나죠?


해외와 국내 등급에 차이가 나기도 한다. 유통사가 자발적으로 필터링을 해 분류를 요청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 십대(Teen), 7세 등급처럼 해외기관 간에도 상이한 등급을 내는 등 판단이 갈릴 때가 많다. 

 

최대한 해외 동향을 참고하지만, 사행성의 경우 특히나 국내 기준이 엄격하기에 판단이 매우 어렵다. 국제통용성도 중요하지만 국가별 문화 차이와 특성을 고려한 자국민의 보편적 사고방식을 따르고 있다.

 

 


 

 

■ 등급 분류를 한다는 것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가 사회를 흔들었다. 사행성 게임을 심의하기 위해 게임위가 출범했다. 이후 등급 분류 업무가 민간에 이양되면서 GCRB가 꾸려졌다. 하지만 <바다이야기>는 사라지지 않고 모바일 버전으로 나왔다. 아직도 사행성 게임이 수많은 사람의 발목을 잡는다. 

 

원하는 등급이 나오지 않거나 거부당했다고 기관에 와 위협을 하거나 분뇨를 투척하는 사행성 게임 업체도 있었다. 한 게임의 등급 분류 자체에도 굉장히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기관 업무 뿐 아니라 경찰 단속 등에도 협력해야 하는 등 스트레스가 많은 일이다. 

 

왕 팀장은 어떤 부모와 대화에서 깊은 인상을 받은 적이 있다. "우리 아이는 공부도 안 하고 하루에도 몇 시간씩 게임을 해요." 무슨 게임을 하는지 물어봤다. "뭐 총 쏘는 것 같은데 내용은 잘 모르겠고." 그럼 몇 세용 게임을 하던가요, 다시 물으니 대답을 못 했다. 자녀 교육은 1차적으로 보호자에게 책임에 있다. 그런데 보호자는 물론이고 게임 유저도 등급분류 제도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아직도 제도에 대한 인식이 미비합니다. 건전한 게임 문화 정착을 위해선 홍보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물론 기관도 균형감 있는 등급 분류를 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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