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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NDC 16] AAA급 게임 사운드를 목표로 한 공각기동대 사운드 제작기

네오플 GEEKY 스튜디오 사운드 TF 팀장 김선중

이승운(리스키) 2016-04-29 13:42:45

 

<공각기동대 온라인>의 사운드를 제작하는 일은 한계와의 싸움이었다. 회사에서 지원되는 비용은 매우 적었고, 사람도 부족했다. 이런 상황에 해외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콜 오브 듀티>나 <배틀 필드> 등의 기라성 같은 게임들과 경쟁까지 해야 했다.

 

네오플 GEEKY 스튜디오의 김선중 디렉터는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경쟁력을 찾기 위해 사운드의 리얼함, 현장감을 살리는 데 주목했다. 그의 <공각기동대 온라인> 사운드 개발 과정을 함께 살펴보자. /디스이즈게임 이승운 기자

 

 

■ 사운드 개발이 시작되기까지

 

국산 게임이 북미 시장에서 사운드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일단 사운드에 대한 인식도, 개발 환경도 국내와 해외엔 큰 차이가 있다.

 

네오플에서도 <공각기동대 온라인>의 사운드를 만드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네오플은 <던전앤파이터> 같은 2D 게임을 만들던 회사고, 최초로 만들었던 3D 게임이 <사이퍼즈>였다. 국내 다른 개발사의 개발 환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단적인 예로 <사이퍼즈>의 초창기에는 오디오 예산이 전혀 없어서, <던전앤파이터>의 음성 녹음 현장에 껴서 녹음을 진행해야 했을 정도였다. 고퀄리티 게임 사운드 작업과는 거리가 있는 환경이었다.

 

 

하지만 <공각기동대 온라인>은 해외 게임들과 직접 경쟁을 해야 하는 포지션에 있었다. 때문에 이런 열악한 상황을 타개할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그 요소를 찾기 위해 당시 출시돼 있던 <배틀필드 3>, <크라이시스 2>,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3> 등을 리서치하기 시작했다.

 

이 게임들의 사운드 제작 환경의 특징은 '막대한 예산'과 '인력'이었다. 보통 적게는 5명에서 많게는 12명까지 팀을 구성했었고, <크라이시스 2>의 경우는 아웃소싱 인원까지 합쳐 100여명의 인원이 투입됐다. 개발 기간도 길었고, 다양한 프랜차이즈 등을 통해 노하우도 많이 쌓여 있었다.

 

그래서 리서치를 하면 할 수록 고민만 쌓여갔다. 네오플에서 인력과 예산 없이 고퀄리티의 사운드를 제작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었다.

 



 

해외 게임들을 리서치하면서 배우개 된 것은 게임 사운드의 트렌드 변화였다. 옛날 초창기의 게임 사운드는 단순히 음악이 나오고 음성이 나오는 수준에서 만족했다면, <페이블>이나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2> 쯤으로 넘어가면서 헐리웃 사운드를 표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에 와서는 게임 사운드만으로 유저를 사로잡는 게임이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게임 내에서 사운드를 '어떻게' 표현할 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이런 게임 사운드의 트렌드 변화는 다른 미디어, 특히 영화와의 차이점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영화의 경우 개봉 이후 좀처럼 사운드가 바뀌는 일이 없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은 유저의 행동에 따라 실시간으로 사운드가 달라지게 된다. 그리고 유저가 어떤 행동을 할 지 예측하기도 매우 어렵다. 그래서 좀 더 진화된 시스템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해외에서는 앞서부터 이 시스템에 관련된 여러 키워드들이 거론되어 왔다. GDC에서 최근 몇 년간 오디오 세션의 주요 키워드를 살펴보면 '인터랙티브'(상호작용), '어댑티브'(조정), '이머시브'(유저를 둘러싼), '다이내믹'(역동성) 등이 나온다. 대부분 게임 내에서 사운드를 어떻게 표현할 지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김선중 디렉터도 여기에 집중했다. AAA급 이머시브. 최고의 공간감이었다. 여기에 부수적인 목표로 <공각기동대>의 세계관 재현, 현실감 넘치는 사운드, 해외에서 인정받는 사운드 등을 잡았다.

 



 

 

■ 현실감을 살리기 위한 사운드 개발

 

그렇게 사운드 개발이 시작됐다. 게임 내에서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기반 시스템이 제작됐다. 아래는 그 시스템을 제작하는 과정이다.

 

 

● Ambience Reverb

 

앰비언스 리버브는 특정 공간에서의 볼륨 조절에 가까운 기능이다. 예를 들어 실내에서 총을 쏘다가 바깥으로 나가는 경우, 뚫려 있는 문을 나서는 순간 잔향이 뚝 끊긴다면 매우 어색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래서 지역 곳곳에 사운드 변화가 일어날 영역을 지정하고 볼륨 조절 트리거를 넣었다. 실내에서 실외로 나갈 때 자연스럽게 바깥 소리가 점점 커지고 안쪽 소리가 작아지도록 했다.

 

 

 

● HRTF CONE

 

HRTF는 소리의 지향성을 느끼게 해주는 기능이다. 상대방이 내 앞에 있을 때, 대각선 앞에 있을 때, 옆에 있을 때, 뒤에 있을 때 각각 총을 쏘면 유저는 소리로 적의 위치를 파악해야 한다. 그런데 어디에서 총을 쏴도 스피커에서 똑같은 소리가 난다면 이상하게 느껴질 것이다.

 

사람의 귀가 소리를 들을 땐 같은 소리가 양 귀에 도달하는 시간차와 볼륨의 차이를 통해 위치를 파악한다. 오른쪽 앞에서 소리가 난다면 오른쪽 귀에 소리가 미세하게 먼저 도달하고, 볼륨에도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똑같은 각도/거리에 앞뒤만 바꿔서 오른쪽 뒤에서 똑같은 소리가 난다면? 여기에선 인간의 귓바퀴에 의해 감쇠되는 소리가 앞뒤 소리를 인식시켜준다. 이런 사람의 귀의 방향 파악을 시스템으로 구현한 것이 HRTF다.

 

 

 

사실 제대로 구현하려면 360도로 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에서 가운데에 마이크를 놓고, 인간의 귀의 형태까지 재현해야 진정한 의미의 입체 사운드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슬프게도 그럴 만한 예산이 없었다. 그래서 FMOD Ex를 통해 작업을 해야 했다.

 

전방 180도 안쪽의 소리는 감쇠되지 않고, 각도가 뒤로 갈수록 소리가 감쇠되도록 세팅했다. 그 결과 상대가 내 앞에서 총을 쏠 때, 옆으로 돌아가서 총을 쏠 때, 뒤에서 총을 쏠 때 '실제로 내 뒤에 있다'는 느낌을 살려낼 수 있었다.

 

또한, 상대의 위치 뿐만 아니라 상대가 총을 쏘는 방향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총을 쏠 때 총구에서 직선으로 뿜어져나오는 소리는 나를 향할 때 더 크게 들리도록 하고 싶었다. 그래서 총구 쪽에도 세팅을 거친 결과, 상대가 나를 향해 쏠 때, 옆을 향해 쏠 때, 반대쪽을 향해 쏠 때 각각 소리가 다르게 들리도록 했다.

 



 

 

● Occlusion

 

이번엔 차폐 기능이다. 상대가 내 앞에서 총을 쏠 때와 벽 뒤에서 총을 쏠 때 똑같은 소리가 들리면 매우 이상할 것이다. 그래서 차폐 시스템을 만들었다. 가로막은 물체가 없을 때는 그대로 소리가 재생되고, 벽이 막고 있을 땐 직접음의 37%만큼 줄인다든가.

 

만약 옆에 벽이 있어서 울려오는 간접음 같은 경우 좀 더 다르게 표현했다. 여기에 실내와 실외의 소리 차이도 신경썼다. 만약 내가 실내에 있다면 실외의 총소리는 약간 감쇠되어 들리는 식이다.

 



 

 

● Weapon Sound

 

총기 사운드는 매우 민감하게 작업한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단발음을 단순히 겹치기만 해서 연사음을 표현하는데, 그 느낌이 굉장히 좋지 않았다. 우선 리얼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어택'과 '테일' 사운드를 분류하고, 각각의 어택이 겹치지 않도록 나열한 뒤 맨 뒤에 테일을 붙이는 식으로 만들어 봤다. 하지만 결과물을 체크해보니 만족스럽지 않았다. 총기 사운드 디자인이 쉽지 않다는 것을 배우기 시작한 순간이다.

 

 

이번엔 총기 사운드 시스템을 좀 더 업그레이드했다. 마우스를 짧게 끊어칠 때엔 단발 사운드가 나고, 일정 기간 누르고 있으면 연사 루프용 사운드가 나고, 손가락을 떼는 순간 단발음이 나오며 끝나도록. 누르고 있을 때의 루프 속도는 실제 총기 속도의 DB를 따라가도록 했다.

 

 

연사음 시스템까지는 만들었고, 다음은 멀리서 들리는 총소리의 처리였다. 군대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멀리 있는 사격장에서 나는 총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건 단순히 볼륨이 작을 뿐인 총소리가 아니다. 각종 프로그램에서 어떻게 표현해도 원하는 느낌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1인칭과 3인칭의 총소리를 구별해놓고, 3인칭 캐릭터는 Distance를 통해 원거리에 있다는 느낌을 살렸다. 1인칭이나 가까이에 있는 3인칭 등은 단순히 볼륨으로 구별하게 했고, 정조준 시에는 총에 귀를 갖다대는 거니까 좀 더 볼륨이 커지게 했다.

 

그 결과, 멀리서 쏘는 총소리는 정말로 먼 곳의 사격장에서 들려오던 그 소리처럼, 작으면서도 둔탁하게 울리는 소리가 나게 됐다. 마치 뭔가에 막힌 것처럼. 여기에 가까이 올수록 소리가 또렷해진다.

 



 

그렇게 최종적으로 완성된 총기 사운드 시스템은 정말로 다양한 조건을 품기 됐다. 1인칭 기준의 실내, 실외, 소음기, 단사, 연사, 3인칭 기준의 원거리, 근거리, 소음기, 실내, 실외 등등... 이런 시스템을 만들고 나니까, 총기 사운드 라이브러리만으로는 도저히 작업이 힘들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이 시스템을 기반으로 총기 녹음을 기획하게 됐다.

 

 

 

● 사운드 개발 비용

 

여기까지의 작업 비용이다. 예산은 FMOD Ex의 구매 비용으로 천만 원 정도가 들었고, 그 외엔 전혀 들지 않았다.

 

 

 

■ 좀 더 박진감이 넘치도록, 사운드 연출

 

위의 작업으로 어느 정도 현실감을 높이긴 했지만, 아직 뭔가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른 FPS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건데, 주변 환경이나 상황에 상관 없이 기본 폭발음, 발사음 등의 사운드가 뿌려지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게임 내에서 연출을 할 수 있도록 추가 시스템을 만들기 시작했다.

 

 

● DSP Effect System

 

DSP 시스템은 특정 상황에, 내가 원하는 그룹에 원하는 이펙트를 걸 수 있는 기능이다. 이를 위해 따로 DB를 만들었다. 예를 들어 시스템 음성이 나오는 덕킹 같은 경우는 음성이 나오는 순간 배경음의 볼륨이 줄어들고 말이 끝나면 볼륨이 다시 올라간다. 대미지를 입거나 근처에서 폭발이 일어날 경우엔 귀가 먹먹해진다. 이런 식으로 이벤트가 발생할 때 특정 그룹에 특정 이펙트를 걸 수 있도록 제작했다.

 

만약 폭발이 일어나는 경우 음악의 볼륨을 낮추고 로우패스를 준다. 중요 UI 보이스가 나오는 순간에는 음악 볼륨과 폭발 볼륨을 줄인다. 이런 이펙트들은 목표 볼륨값, 지연 시간, 목표 볼륨까지 도달 시간, 유지 시간, 원래의 볼륨으로 돌아오는 시간을 따로 적용했다.

 



 

 

● HDR Audio Mixing

 

HDR은 간단히 말해서 큰 소리를 크게 들리게 해주는 기능이다. 현실에서는 총소리와 다른 소리들 사이의 다이나믹 차이가 엄청나게 큰데, 게임에서는 총소리가 울리는 와중에도 발걸음 소리가 잘 들린다. 그래서 분명 큰 소리여야 할 총소리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 단점이 있었다. 이걸 조절해주는 기능이다.

 

예를 들어 총을 쏘는 순간 앰비언스 볼륨을 줄이면 다른 소리들이 한 번에 줄어들고, 각 소리의 볼륨차가 커지게 된다. DSP와의 차이점은 각각의 사운드가 인위적으로 믹스될 수 있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 Interactive BGM

 

인터랙티브 BGM을 설명하기에 앞서, <공각기동대>의 테마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공각기동대> 원작의 팬이라면 극장판의 카와이 켄지나 TV 시리즈의 칸노 요코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OVA 시리즈에서 코넬리우스가 음악을 맡게 됐다. 즉, 원작에서는 계속해서 새로운 사운드를 찾는 것에 집중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도 새로운 사운드를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우리가 정한 테마는 '하이브리드'다. 이것을 크게 게임 외 콘텐츠와 게임 내 콘텐츠로 나눠 BGM을 제작했다. 게임 외 콘텐츠는 한국의 젊고 감각적인 작곡가들을 섭외해서 제작했고, 이걸 프로모션 영상이나 캐릭터 소개 등에 사용했다.

 

게임 내 테마는 음악 커뮤니티 등에 글을 올려 30여명의 작곡가들을 컨택했다. 그 중 김종연 작곡가와 만나 제작에 들어갔다.

 



 

 

이제 인터랙티브 BGM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최근 게임에선 상황따라 음악이 달라지는 인터랙티브 BGM을 많이들 사용한다. <공각기동대 온라인>에서는 점령전에서 4가지 상황에 맞게 음악이 달라지도록 했다. 점령전이 시작될 때, 점령지가 활성화될 때, 해킹을 시도할 때, 마지막 점령지가 활성화될 때. 이렇게 4가지 상황에 맞춰 다른 BGM이 나오도록 했다.

 

사실 장르가 FPS라서 인게임에 BGM이 들어가는 것에 대해 초반에는 굉장히 반대가 많았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게임에 적용된 뒤에는 다른 곳에도 추가해달라는 요청이 오게 됐다.

 

 

 

● 사운드 연출 비용

 

여기까지의 작업 비용이다. BGM의 경우 해외 유명 작곡가인 칸노 요코를 기준으로 했을 때 약 1/50 정도의 비용이 들었다. 정말 감사하게도 참여해준 작곡가들이 국내의 일반적인 BGM 아웃소싱 비용으로 참여해 주셨다.

 

또 한 가지 다행스러웠던 점은 해외에서 "왜 칸노 요코가 아니냐", "왜 카와이 켄지가 아니냐" 하는 의견이 많을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그런 의견이 없었다는 점이다. 오히려 새로운 테마가 굉장히 좋다는 의견이 많아 힘이 됐다.

 

 

 

■ '진짜' 소리를 찾아, 사운드 리소스

 

 

설명에 앞서 이 사진을 먼저 보자. 이건 한 남자를 놓고 여러 명의 사진 작가가 각각 다른 관점으로 찍은 사진이다. 이 사진은 사운드 디자인과 굉장히 닮아있다. 예를 들어 똑같은 총소리라도 어디에 포인트를 주고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물이 나오는 식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운드의 키워드를 이렇게 정했다. 근미래의 사운드, 인체가 아닌 의체의 사운드, 화약을 기반으로 한 리얼한 사운드, 그리고 우리만의 고유한 소리다. 각 사운드 리소스는 그걸 기반으로 제작됐다.

 

 

 

● FOLEY

 

폴리 사운드, 즉, 발걸음 소리나 덜그럭거리는 소리 등이다. <공각기동대 온라인>의 폴리 사운드는 100% 새로 녹음해서 작업했다. 총기의 재장전 사운드도 유저에게 실제 총을 들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실제 총으로 녹음하는 식으로 사운드를 제작했다.

 

 

 

● WEAPON

 

이번엔 총기 사운드 녹음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공각기동대 온라인>의 사운드는 예산과 인력 없이 시작됐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었다. FPS 게임이니까. 게다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라이브러리만으로 작업을 하기엔 굉장히 어려웠다. 그래서 회사의 '엄청난' 반대가 있었음에도 이거 하나만큼은 어떻게든 우겨서 진행했다.

 

녹음을 하면서 포인트를 둔 건 강력한 울림의 총기 사운드와, 멀리서부터 울려오는 테일 사운드, 연사를 할 때 뿜어져 나오는 느낌이었다. 원거리 사운드의 경우 총에서 굉장히 멀리 떨어진 곳에 마이크를 세팅해서 녹음하기도 했다.

 

하나의 총소리를 수십개의 마이크로 녹음하고, 그 소리를 각각 들어보면서 어떤 마이크에서 어떻게 강조할 것인지를 결정했다. 여기에 탄피가 튀는 쇳소리를 같이 표현하고 싶어서 추가로 사운드를 섞기도 하고. 최종적으로 사운드를 모아 완성본을 제작했다.

 







 

 

사운드를 디자인하면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있는데, 만약 포토샵에서 사람의 다리 길이를 늘이거나 하면 뒤 배경이 덩달아 왜곡되거나 해서 이상하게 보이는 경우가 있지 않나. 그것과 마찬가지로 녹음된 소리를 잘못 건드리면 현실감이 떨어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현실감과 고증을 최대한 잡는 것에 집중했다. 소리가 완성되고 나면 아까의 사운드 효과 등으로 과감하게 배치하는 식이다.

 

다음은 플라이 바이 사운드, 즉, 탄환이나 로켓 등이 옆을 스치고 지나가는 소리다. 혹시 강연을 듣는 분들 중에 총알이 귀 옆을 스치는 소리를 들어본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웃음) 실제 녹음을 해보니 그렇게 무서운 소리가 나지는 않았다. 그래서 총알 구경을 계속 늘려가면서 녹음을 했다. 결국은 20mm 그레네이드 런처까지 쏴보고... 그런 소리를 최종적으로 게임에 적용시켰다.

 

총알이 바닥이나 벽에 튕기고 박히는 임팩트 사운드는 실제로 나무에 총을 쏘거나, 자갈밭에 쏘거나, 금속판에 쏘는 식으로 녹음했다. 이건 처음엔 전혀 기대하지 않고 녹음을 진행했는데, 막상 해보니 굉장히 좋은 소스들이 나왔다.

 

마지막으로 폭탄 소리다. 라이브러리에 있는 소리로는 폭발의 거리감을 표현하는 게 굉장히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래서 폭파 녹음도 따로 진행했다. 폭탄을 만들라고 하니까 스태프들이 굉장히 즐거워하더라.(웃음) 폭탄의 세기와 거리의 위치에 맞춰 마이크를 배치하고, 멀리서 스나이퍼건으로 쏴서 터뜨리는 식으로 녹음을 진행했다. 살짝 놀라운 사실인데, 폭탄은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았다.

 















 

 

● VOICE OVER

 

다음은 보이스 녹음이다. <공각기동대 온라인>의 보이스 녹음은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는 것에 포인트를 줬다.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대사 제작부터 번역, 녹음 과정까지 직접 참여해서 만들었다. 아래는 그렇게 적용된 <공각기동대 온라인>의 북미판 인트로 컷씬 영상이다.

 

(영상 출처 : YouTube 'SmoresTiger' 채널)

 

 

● 사운드 리소스 비용

 

여기까지 적용된 리소스의 개발 비용이다. 폴리 녹음은 천안에 있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스튜디오에서 진행했다. 하루에 10만원 안쪽으로 대여할 수 있어서 예산을 많이 절약할 수 있었다. 총기 녹음의 경우 우리가 가진 예산의 80%를 여기에 다 쏟아부었다. 이것만큼은 양보를 할 수 없었다.

 

그 외 폭탄이나 플라이 바이 사운드 등은 예산이 거의 들지 않았다. 보이스 오버 부분은 국내 예산 기준으로 약 2배 정도의 예산이 들었다.

 

 

 

■ 디테일한 퀄리티 업

 

누차 강조하지만(웃음) 막대한 예산을 들인 프로젝트가 아니다보니 유저들에게 사운드로 어필할 부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디테일한 부분에서 조금씩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 Field Recording

 

처음은 데브리스와 우쉬 사운드다. 어느날 우리 팀원이 회의 시간에 이런 이야기를 했다. "폭탄이 터진 후에 잔해가 떨어지는 소리가 나면 좀 더 리얼하지 않겠나". 그래서 돌덩이를 부수거나 하는 식으로 데브리스 녹음을 진행했다.

 

우쉬 사운드의 경우 "로켓이 지나갔을 때 좀 더 살벌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래서 통 안에서 연료를 태우기도 하고, 쥐불놀이(...)를 하기도 했다. 굉장히 열악한 환경에서 작업을 진행하긴 했는데, 그래도 좋은 결과물이 나와서 만족한 부분이다.

 



 

 

● In-Door Sound

 

다음은 실내/실외의 총격전에 대한 부분이다. 기존의 작업물에선 실내에서 실외로 나갈 때 원하던 그 느낌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이것도 제주도에 있는 실내사격장에서 녹음을 진행했다.

 



 

싱글샷은 어떻게든 표현을 했는데, 이렇게 녹음된 소스로 영상을 표현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렇게 고민하던 어느날 팀원이 회의 시간에 영상을 하나 보여줬다. 헐리웃에서 <고질라> 사운드를 제작할 때, 도심에서 소리를 지르는 장면의 소리를 만드는 과정이었다. 스피커를 잔뜩 쌓아놓고, 거기에서 나오는 소리를 다시 녹음하는 식이었다.

 

여기에서 모티브를 얻어, 회사 지하에서 앞서 녹음했던 실외 소리를 대형 스피커로 재생시키고 그걸 다시 녹음해 봤다. 마치 텅빈 지하실에서 소리가 마구 울리는(실제로도 그랬고) 그 느낌이 나왔다. 단, 이 소리는 아직 개발 중이라서 게임에 적용되지는 않았다.

 


 

 

● Optimization

 

마지막은 최적화다. 여기까지의 강연 내용을 보면 오디오 리소스를 엄청나게 사용하지 않을까 싶을 것이다. 그래서 다양한 사운드 포맷별로 파일을 만들어보고 결과를 리서치했다. 예를 들어 Wav와 MP3만 쓰다가 여기에 ADPCM을 섞으면 토탈 사이즈도 줄고 램도 줄어들지만 CPU 사용량이 늘어난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이런 식으로 모든 상황을 리서치한 후에 선택하기로 했다.

 

최종적으로 <공각기동대 온라인>의 리소스 사용량은 500mb 정도의 리소스 사이즈와 램 사용량 200mb, 10% 이하의 CPU 사용량에 맞춰졌다. 이런 식으로 리서치를 해서 최적화를 진행하는 건 다른 모바일 프로젝트 등을 진행할 때에도 굉장히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 퀄리티 업 비용

 

여기까지 사용된 개발 비용이다. 벽돌이나 깡통 등은 고물상에서 샀는데... 비용 처리가 안 되더라.(웃음) 인도어 피스톨 녹음은 실내사격장 비용 15만원이 들었고, 나머지는 돈이 들지 않았다.

 

 

 

■ 막대한 예산, 인력, 개발 환경만이 AAA급 사운드를 위한 유일한 길이 아니다

 

사운드를 개발하면서 느낀 점은, 일반적으로 쓰는 프로그램 외에 개발해야 할 부분이 굉장히 많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사운드 전문가가 먼저 제안을 해야 효율이 좋았다.

 

게임 개발 자체에도 미스가 없어야 했다. 바꿔 말하면, 게임 개발 도중 딱 한 번만 삽질을 하게 돼도 사운드 개발의 우선순위가 완전히 뒤로 밀리게 된다. 개발 내용이 많을 수록 후반 작업 비용이 상당히 올라가게 된다는 점도 배웠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데... 국내에서 사운드 개발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더라. 그래서 <사이퍼즈>때부터 <공각기동대 온라인>까지, 개발팀 안에 들어가서 쉬는 시간이든 커피를 마실 때든 밥먹을 때든 끊임 없이 사운드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런 걸 개발하면 어떻겠나, 생각보다 개발 비용이 비싸지 않다 등. 그리고 리드 프로그래머의 바로 옆자리에 앉으면 금상첨화다.(웃음)

 


 

후반 프로세스도 굉장히 중요했다. 사운드 디자인을 하고, 게임에 넣고 모니터링을 한 뒤에 수정해서 다시 넣는 이 과정을 반복하면 할수록 퀄리티가 올라간다. 이런 프로세스가 아웃소싱과의 차이점이기도 하다. 작업을 하면 할수록 후반에 퀄리티를 올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작업해온 결과, 북미 지역에서 얼리억세스를 시작한 이후 지난 4개월간 스팀에서 많은 유저 피드백을 받았다. 2천여 개가 넘는 피드백이 왔는데, 그 중 10% 정도가 사운드 관련이었다. 그리고 그 안쪽에서 84%가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스팀에선 유저가 피드백을 올리면 다른 유저들이 공감하기 버튼을 누를 수 있는데, 긍정적인 피드백에는 평균 3.7929개의 공감이, 부정적인 피드백에는 평균 1/8421개의 공감이 찍혔다. 그리고 각 피드백을 준 사람들의 평균 타이틀 보유량은 긍정적인 쪽이 191.6개, 부정적인 쪽이 162.5개였다. 즉, 굉장히 헤비한 유저들이 남긴 피드백인 것이다.

 

막대한 예산, 인력, 개발 환경만이 AAA급 사운드를 위한 유일한 길은 아니다. 그래서 결정한 길은 IMMERSIVE였다. 게임 안에서 사운드가 어떻게 표현되는가, 얼마나 리얼하게 현장감을 주는가에 포커스를 맞췄다. 덕분에 해외 게임에 비해 굉장히 열악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다행스럽게도 해외 유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