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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NDC 16] 게임 업계가 뉴미디어를 활용하는 방법은?

권용필(스라블) 2016-04-29 13:03:19

20세기 후반부터 인터넷 기술의 발전과 스마트 모바일 기기의 보편화가 맞물려, 사회 전반에 급격한 변화의 바람이 몰아쳤다. 특히 미디어의 경우, 아날로그 친화적이었던 기존 미디어 대신 디지털 친화적인 ‘뉴미디어’가 떠오르며 대세가 됐다.

 

현재 뉴미디어는 ‘뉴(New)’라는 단어가 민망할 정도로 우리 일상생활에 스며들어 있고, 그만큼 업체와 매체는 뉴미디어를 제대로 활용해야만 하는 시대가 됐다. 그렇다면 대중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게임 산업은 뉴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국내에서 가장 온라인스러운 저널리즘 활동을 꿈꾼다는 IT 웹진, 아웃스탠딩 최준호 기자의 관점에서 본 ‘뉴미디어와 게임 산업의 접점’을 들어보자./디스이즈게임 권용필 기자

 


 

 

■ 게임 업계가 뉴미디어를 활용하려면 마케팅이 핵심 

 

미디어 전문가 토마스 백달은 소셜 뉴스(페이스북, 트위터 등), 맞춤형 콘텐츠(SNS, 메신저 등), VOD(유튜브, 넷플릭스 등), 게임성 콘텐츠(퍼즐, 퀴즈 등)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 예언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예언대로 흘러가 뉴미디어의 시대가 도래했다.

 


 

그 흐름 속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미디어 기업은 허핑턴포스트, 버즈피드, 트위치 등이다. 이 기업들이 뉴미디어 시대에서 성공한 원인은, 데이터 분석과 마케팅을 잘했기 때문이다. 어떤 독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해야 가장 효율적인지를 파악하고 적용하려면, 데이터 분석과 마케팅은 필수다.

 

이 두 가지 요소를 게임 업계에 적용해 본 최준호 기자는 이렇게 말한다. “사실 데이터 분석은 미디어 업체보다 게임 업체가 훨씬 전문적이에요. 문제는 마케팅이죠.” 게임 업체는 실시간으로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유저 데이터를 파악하고 피드백하는 것이 일상 업무라서, 미디어 업체보다 관련 노하우가 훨씬 많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공감’의 과학이라는 마케팅 없이 데이터 분석만으로는 뉴미디어 시대에 적응할 수 없다. 공감은 ‘마음’의 영역이라며,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는 최준호 기자는 뒤이어 이렇게 말했다.

 

“게임 업계 사람들이 달라져야 합니다”

 


 

 

■ 뉴미디어 마케팅 = 팬 + 신뢰

 

왜 게임 업계 사람들이 달라져야 하는지에 대해 말하기에 앞서, 뉴미디어의 마케팅은 기존 미디어의 마케팅에 비해 어떤 점이 다른지 짚고 넘어가자.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문영미 교수는 ‘디퍼런트’라는 책에서 “앞으로 마케터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며 그 이유는 “앞으로 기업은 추상적인 차원의 소비자 군중이 아니라, 현실에 존재하고 있는 실제의 소비자들과 관계를 형성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뉴욕 시립대 저널리즘 경영대학원의 제프 자비스 교수는 “독자들을 더 이상 똑같은 ‘대중’으로 취급하면 안 되고, 독자들을 각각의 ‘개인’으로 이해하고 관계를 맺어야 한다.”며 “지금까지 미디어가 사람들에게 ‘우리 콘텐츠를 와서 보세요’라고 했다면, 앞으로는 수단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여기 우리 콘텐츠를 보세요’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전문가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는 결국 똑같다. 예전에는 콘텐츠를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줘야 했다면, 지금은 콘텐츠를 각 개인에게 직접 전달해줘야 한다는 것.

 

당연히 그 배경에는 누구나 원클릭으로 매체를 만들 수 있게 된 뉴미디어 시대가 있다, ‘생산-유통-소비’의 고정된 흐름이 무너지며 모든 사람이 생산자이면서 동시에 소비자가 됐고, 자연스레 광고자와 소비자의 관계에서 창작자과 팬의 관계로 바뀌었다. 실제로 대도서관 같은 SNS 셀럽과 구독자의 관계는 ‘생산자/소비자’가 아닌 ‘스타/팬’으로 불린다.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의 정의가 바뀐 것 외에도, 뉴미디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는 ‘신뢰’다. 

 

흔히 뉴미디어 콘텐츠에 대해 ‘짧고, 핫하고, 읽기 쉽고, 재미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지만, 겉으로 보이는 이런 속성들은 정보성/전문성/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수단이 좋아도 내용이 부실한 콘텐츠는 독자의 신뢰를 잃어 외면받는다.

 




 

이렇게 뉴미디어로 넘어오면서 변한 마케팅 요소들에 대해, 최준호 기자는 이렇게 정리했다.

 

“저는 콘텐츠 생산자가 잃어버린 독자를 되찾았다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봅니다. 과거 인쇄물로 유통했을 때는 누가 내 콘텐츠를 좋아하는지 확실한 편이었지만, 이후 인터넷 포털로 유통하게 됐을 때는 누가 내 콘텐츠를 보는지 알 수 없게 변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SNS로 유통하게 되면서 다시 내 콘텐츠를 누가 보는지 알 수 있게 됐죠. 신뢰가 팬으로 연결되는 지금은 콘텐츠 생산자에 있어 축복받은 시대입니다.”

 


 

 

■ 게임 업계 사람들이 달라져야 팬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최준호 기자는 뉴미디어 시대에 왜 게임 업계 사람들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하는 걸까.

 

2015년 7월, 가수 윤종신이 이끄는 미스텍 엔터테인먼트와 아프리카TV가 손잡고 모바일에 특화된 콘텐츠 사업을 시작했다. 공중파 방송처럼 다양한 콘텐츠를 인터넷 방송하겠다는 포부로 시작했지만, 접속자 수가 2자리 밖에 안 된다.

 

인터넷 방송 등이 뉴미디어의 트렌드 중 하나이긴 하지만, 누구에게 무엇을 전달할지 특정하지 않으면 실패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트렌드라고 해서 SNS나 인터넷 방송 등의 수단에 집착하면 실패한다. 그렇다면 게임 업계는 어떻게 뉴미디어를 활용해야 할까?

 


 

앞서 콘텐츠의 신뢰는 팬으로 연결된다고 했지만, 사실 게임처럼 팬이 많은 콘텐츠도 없다. 특히 대한민국 모바일 게임 유저 경우, 하루에도 수만 명씩 좋아하는 게임의 카페에 직접 가서 가입하고 글도 쓸 정도로 열정적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다. 카페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게임 전문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도 모여있다.

 

“여러분의 팬은 바로 옆에 있습니다. 카페의 수많은 회원들이 여러분의 팬이자 고객이죠. 다른 것보다 가장 먼저, 여러분의 게임을 다운받고 즐겨주는 그들에게 가서 진심으로 고맙고 감사하다고 말하세요.”

 

물론 무조건 잘 전달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칭찬만 하는 유저만 있는 게 아니라 욕하는 유저도 많다. 요즘 소비자는 각자가 전문가라 도움이 안 되면 쉽게 떠나고, 냉소적이라 댓글도 잘 안 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하고 확실한 사실은, 그들이 여러분이 만든 게임의 팬이라는 것이다.

 




 

우노 다카시의 책 ‘장사의 신’을 보면 “손님들은 대개 짜증이 나도 잘 표현하지 않고 속으로 ‘다시는 안 와야지’라고 생각하며 돌아간다. 따라서 손님의 클레임이 큰일로 이어지는 가게는, 대처법이 문제가 아니라 평소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한 곳이다.”라고 말한다. 욕을 듣는 것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욕을 안 하면 더 걱정해야 한다.

 

해외 유명 커뮤니티 사이트인 ‘레딧’의 <클래시 오브 클랜> 페이지에서는, 유저들의 질문이 올라오면 <클래시 오브 클랜>의 팀원들이 대답할 수 있는 범위에서 직접 대답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팀원이 직접 대답했을 경우 위험할 수 있다며, 카페 등을 대행사를 통해서 운영하고 있다.

 

“내가 만든 게임의 팬들이 모여있는 그 소중한 공간을, 왜 대행사에 맡기는 거죠? 그 게임을 직접 만든 사람보다 게임을 잘 알고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나요? 욕이나 비난이 무섭겠지만, 소통하다 보면 진심은 전달되고 퍼지게 돼 있습니다. 일단 시작해보세요.”

 




 

또한, 신규 고객을 확보하려면 게임 업계 사람들이 ‘스타’가 되어 바이럴 콘텐츠의 진원지가 될 필요가 있다.

 

뉴미디어 시대라고 해도 TV의 영향력은 여전히 거대하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게임도 TV에 광고하는 것이 익숙해지고 당연해졌다. 2015년 3분기까지 게임 업계가 TV 광고에 투자한 돈은 2,000억 원이나 된다.

 

하지만 TV에는 게임 광고만 나올 뿐, ‘스타’로서 게임 업계 사람이 나오는 일은 거의 없다. 셰프, 영화감독, 벤처기업 사장부터 시작해서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는 PD까지 출현해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유독 게임 업계 사람은 보기 힘들다.

 

게임 업계에는 재능있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장점이 있다. 그림을 잘 그리거나 기획을 잘하는 사람 등이 넘쳐나는데, 이런 재능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원하는 곳은 TV 외에도 많다.

 

“저는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솔직히 화가 납니다. 한국에 2,500만 명이 게임을 즐기고 있는데, 왜 TV에 나와서 대중적으로 스타가 된 게임 업계 사람은 없는 거죠?”

 




 

게임 업계 사람뿐만 아니라, 게임의 매력적인 캐릭터도 최대한 여러 방면으로 활용해야 한다.

 

LINE에서 만든 캐릭터들은 이제 겨우 5년이 됐을 뿐이지만, 현재 LINE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들은 쏟아지고 있다. 게임이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정말 많은데, SNS 이용자나 다른 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재가공해서 퍼뜨려야 한다. 물론 게임사가 게임 캐릭터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으므로, 외부에 의뢰해서 재가공하기보다는 직접 만드는 게 좋다.

 


 

 

■ 팬과 신뢰를 얻었다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자

 

앞서 말한 방법들로 소통의 채널이 뚫렸다면, 사람들을 위해 새로운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야 한다. 카페에 가서 하루종일 고맙다고 하거나, TV에 24시간 출연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게임 업계가 만들 수 있는 콘텐츠의 성격을 정보형, 꿀팁형, 유머형, 공감형의 4가지로 나눠 설명해보겠다.

 


 

먼저 정보형 콘텐츠는 보는 사람들의 수준을 고려해서 만들어야 한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게임에 관해 거의 전문가 수준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수박 겉핥기식의 정보보다는 구체적인 게임의 설정 등을 다루는 것이 좋다.

 

꿀팁형 콘텐츠를 만들 때는 의문형으로 마무리하지 말고 결론을 확실히 내주자. 그리고 일차원적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것보다는, 다른 내용과 적절히 엮는 것이 더 좋다. 예를 들어 봄꽃 사진을 올리고 ‘날씨가 좋죠?’보다, ‘봄 날씨에 어울리는 소주 안주는?’ 같은 식이다.

 

유머형 콘텐츠는 자유롭게 만들되, 초기 접근이 쉽고 게임 IP와 연관된 것이 좋다. 그리고 다른 곳에서 무단으로 콘텐츠를 가져오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공감형 콘텐츠는 가장 효과가 좋은 콘텐츠다. 내가 만든 게임을 정말로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

 




 

 

■ 뉴미디어 변화의 중심은 CEO

 

현재 넥슨 그룹 지주회사인 NXC의 김정주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제가 디즈니를 보면서 제일 부러운 점은 아이들을 쥐어짜지 않는다는 겁니다. 넥슨은 아직 멀었어요. 콘텐츠가 재미는 있는데 어떤 이들에게는 불량식품 같은 재미죠.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합니다.”

 

인터뷰에서 언급된 월드 디즈니 컴퍼니는 연 매출이 60조 원에 달하는 종합 미디어 그룹으로, ‘미키마우스’와 ‘겨울왕국’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하다. 2015년 포천이 발표한 ‘전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5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금은 이렇게 잘나가는 디즈니 컴퍼니지만, 물론 침체기도 있었다. 그 침체기를 극복하기 위해 창업자인 월트 디즈니가 선택한 것은 다름 아닌 ‘뉴미디어’였다. 

 

‘디즈니랜드 쇼’라는 TV 프로그램을 만들고 직접 출연해서 자신의 캐릭터와 애니메이션을 소개하는, 당시로써는 새로운 미디어 방식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디즈니 컴퍼니는 침체기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자신이 만든 콘텐츠에 애정과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한다면 진심은 전해지게 돼 있지만, 결국 중요한 점은 CEO가 주체가 되는 것이다. CEO가 확신이 없으면 마케팅을 해도 실패하게 되고, 콘텐츠에 애정을 가진 직원이 마케팅을 해도 인정받을 수 없다. 

 

만일 뉴미디어 마케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실무진뿐만 아니라 CEO도 같이 이해하고 실천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