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과몰입(일명 게임 중독)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2개로 나뉩니다. 하나는 셧다운제나 중독법처럼 '게임이 중독적이어서 문제'라는 시선. 이들은 게임 시간을 통제하면 게임 과몰입도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죠.
다른 하나는 사람들을 과몰입으로 모는 환경이 문제라는 시선. 이들은 게임은 단순히 도피처 중 하나일 뿐, 진정한 문제는 그 사람 주변에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두 시선 중 어떤 것이 옳을까요? 5월 2일, 이것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우리 애가 공부는 안하고 맨날 게임만 해요. 어떻게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요?"
많은 부모들이 게임에 빠진 아이 때문에 힘들어합니다. 아이가 게임만 그만두면 성적도 좋아질 것 같고
소원해진 관계도 나아질 것 같은데…. 게임 좀 그만하라고 타이르고 화도 내보지만, 아이는 PC·스마트폰 앞에서 미적댈 뿐입니다. 부모로서는 중독적인 게임이 미울 따름이죠.
그런데, 여러분의 아이는 정말 게임에 중독된 것일까요?
5월 2일, 게임 과몰입(게임 중독)에 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연구 결과는 평소 부모들이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달랐죠.
건국대 정의준 교수 팀은 2014년부터 2년 동안 <마인크래프트>, <리그 오브 레전드>를 즐기는 청소년 2천여 명을 추적·연구했습니다. 핵심은 게임에 얼마나 몰입해 있는지를 보여주는 '과몰입 지수'.
그런데 연구 결과, 정작 게임 시간은 과몰입과 별 상관 없었습니다. 게임을 많이 한다고 과몰입 지수가 높아지진 않았죠. 반대로 과몰입 지수가 높아진 아이들의 게임 시간이 특별히 늘어난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게임 규칙이나 문화에 따라 시간이 달라졌죠. (랭크게임 중 게임을 끌 수는 없잖아요)
그렇다면 무엇이 아이를 과몰입으로 몰았을까요?
자기 통제력: 크고 장기적인 목표를 위해 순간적인 욕구를 자제하는 능력.
과몰입 지수가 높아진 아이들 대부분은 자기 통제력이 극도로 약해진 상태였습니다. 자기 통제력이 약했던 아이들도 2년 후 대부분 과몰입 지수가 높아졌고요.
자기 통제력이 약해진 원인은 스트레스였습니다. 특히 부모가 주는 학업 스트레스가 가장 높았죠. 초·중학생은 부모의 과한 간섭에, 고등학생은 부모의 과한 기대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는 자기 통제력 약화로 이어졌고 약해진 자기 통제력은 게임 과몰입으로 나타났죠.
부모들의 과도한 간섭과 기대가 아이를 게임 과몰입으로 몰아 넣은 셈입니다.
그럼 부모는 아이에게 손대지 말라는 것인가요? 아니요. 아주대 장예빛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통제하거나 감시하는 대신 관심을 가져주세요"라고….
초등학생에겐 부모의 합리적인 태도가 중요합니다. 단순히 게임 시간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래야하는지 '이해'시키는 식으로요. 중학생들에겐 부모의 관심이 중요합니다. 아이들과 많이, 자주 대화를 많이 하세요. 적어도 아이가 어떤 게임을 하는진 알고 계셔야죠. 고교생은 부모의 자기 통제력에 영향 받습니다. 자기는 맨날 TV, 스마트폰을 끼고 살면서 아이에게만 공부하라고 타박하진 않으시죠?
언젠가 어른이 될 아이들에게 부모가 해줄 것은 아이를 통제하려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기 통제력을 키우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것을 만드는 것은 부모의 과도한 기대나 간섭이 아닙니다. 이것은 아이들을 과몰입으로 몰아넣을 뿐이죠.
연구 결과는 이야기합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간섭이나 통제가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과 믿음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