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그리버드> 시리즈가 극장을 습격했습니다. 19일 개봉한 <앵그리버드 더 무비>는 개봉 첫 주말, 국내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죠.
그런데 좋은 기록과는 별개로, 영화 자체에 대한 평은 별로 없습니다. 영알못은 이 성적이 원작 이름값 때문인지, 아니면 영화의 재미 덕분인지 알 수 없죠. 그래서 까놓고 말해 <앵그리버드 더 무비>는 돈값을 하는 영화일까요, 못하는 영화일까요? 원작을 플레이했던 기자가 관람 후 느낀 점을 정리했습니다.
[Good] 1. 센스 있는 원작 캐릭터 재해석
처음 이미지 봤을 땐 어색하기만 했던 팔·다리 달린 앵그리버드들. 그런데 스크린 속에선 전혀 거슬리지 않습니다. 원작 캐릭터를 성격을 그럴싸하게 재해석한 덕이죠.
예를 들어 원작에서 가장 빠른 새였던 '척'은 영화에선 속도광에 촐싹이로 나와 웃음을 주고, 무거운 폭탄새 '밤'은 영화에선 평소엔 둔하지만 화나면 말 그대로 '자폭'하는 민폐 캐릭터로 나왔습니다. 이 캐릭터들은 원작을 미묘하게 뒤튼 설정으로 수시로 팬들의 배꼽을 뺏습니다. 특히 척과 밤 듀오, 그리고 후반의 하얀새 '마틸다'는 신 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내죠.
[Good] 2. 부담 없는 슬랩스틱 코미디
오프닝이 시작되면 주인공 레드의 수난기가 보여집니다. 절벽에 떨어져 머리부터 어깨, 척추, 가랑이까지 만신창이가 되는 레드. 이 몸개그 가득한 오프닝은 <앵그리버드 더 무비>의 개그 코드를 잘 보여주는 신입니다.
원작을 몰라도, 보기만 해도 웃을 수 있는 과장된 상황과 연출을 통한 웃음이요. 유치할 수도 있는 장치지만, 절묘한 완급 덕에 그런 느낌 없이 마음 편히 웃을 수 있었습니다.
중반 '지혜의 호수' 개그 신이 대표적이죠. 여기에선 처음에 뱉은 물을 다시 마신다는 '더러움'이 웃음 코드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 뒤에 더 충격적인(?) 진실을 밝혀 처음의 유치함은 날리고 더 큰 웃음만 남겼죠.
이런 식의 노련한 완급 조절 덕에 영화 내내 정말 고민 없이 웃을 수 있었습니다.
[Bad] 1. 뻔한 권선징악 영웅담
<앵그리버드 더 무비> 스토리를 말하면 이렇습니다. "평소 마을에서 미움 받던 주인공이 악당을 무찌르고 영웅이 된다."
요약하긴 했지만, 정말 이게 전부에요. 아동용로는 군더더기 없는 이야기지만, 머리 굵은 관람객들에겐 많이 심심한 이야기죠.
특히 중반이 심합니다. 갈등·위기가 뻔하니까요. 그래도 초반에는 개성적인 캐릭터가 쏟아져서, 후반은 피그랜드 습격 덕에 눈이라도 즐거운데, 중반은 그런 인상적인 장면도 없죠.
[Bad] 2. 정말 양념에 불과했던 '게임 요소'
원작 팬이라면 그런 것을 기대할 거에요. '캐릭터들의 특이한 울음소리는 구현됐을까? 원작의 몸통박치기 파괴씬은 어떻게 나왔을까?'
간단히 말해 잘 구현되긴 했습니다. 앵그리버드들이 새총으로 몸을 날려 피그들의 도시를 파괴하는 장면은 정말 좋았죠. 이게 전부였다는 것만 빼면요.
방금 얘기한 신은 클라이맥스 부분의 첫 장면이에요. 그리고 이어지는 본방송(?)에선 원작이 없죠. 원작의 캐릭터는 있었을지 몰라도, 원작의 '게임적 특징'은 찾아볼 수 없거든요. 물론 이것이 빠졌다고 클라이맥스가 별로였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나름 캐릭터들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죠.
다만 원작을 즐겼던 유저로서는, 원작의 몸통박치기와 파괴 액션이 인상적으로 연출되길 바랬는데, 에피타이저 수준으로만 나와 조금 아쉬웠을 뿐이죠.
[Total] 잘 만든 가족 영화
<앵그리버드 더 무비>는 잘 만든 가족영화입니다. 팬(혹은 어른)으로서 아쉬움이 없진 않았지만, 이와 별개로 상영 시간 내내 신나게 웃을 수 있었죠. 킬링타임용으론 돈이 아깝지 않은 타이틀이었습니다.
3.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