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이하 AR) 기반 모바일게임 <포켓몬 GO>가 지난 7일 출시됐습니다. GPS를 기반으로 전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포켓몬스터를 잡는, 그야말로 포켓몬스터가 현실 속에 구현된 게임이죠.
게임은 출시된 지 1주일도 안됐지만, '포켓몬스터' IP의 위력 덕분에 마니아들로부터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개발사 나이언틱 랩스도 서버 유지를 위해 진땀을 빼고 있다고 하네요. 오디오 왜곡이나 게임머니 미지급, 배터리 과다 소모 등 일부 이슈가 생기고는 있지만, 패치 등을 통해 추후 해결되지 않을까 합니다.
<포켓몬 GO>의 이런 인기로 인해, 출시한 나라에서는 벌써부터 다양한 해프닝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재미난 현상도 있지만, 너무 열중한 나머지 다칠 뻔한 아찔한 일도 많네요. 디스이즈게임에서 해프닝을 일부 모아봤습니다. / 디스이즈게임 정진성 기자
#새롭게 생겨난 문화들
<포켓몬 GO>는 GPS를 기반으로 진행하는 게임입니다.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닌 이곳저곳을 돌아다녀야 하죠. 산, 바다, 도시 등 환경에 따라 다른 포켓몬이 등장하기 때문에 많은 유저들이 게임을 즐기기 위해 야외로 나오고 있습니다. 기존에 주목받지 못했던 지역에도 몰리는 긍정적인 작용(?)도 하고 있다고 합니다.
- 지난 주말, 북미 전역 고속도로의 통행량이 5%가량 증가했습니다. 특히 산이나 바다, 그리고 강으로 떠난 인구가 많았다고 합니다.
- 포켓몬을 잡기 위한 열정은 밤낮을 가리지 않습니다. 늦은 밤중에도 사람들이 게임을 하기 위해 거리를 배회하고 있기 때문이죠. <포켓몬 GO> 덕분에 새로운 밤문화(?)가 생겨난 셈입니다. 이미 일부 유저들은 동호회까지 만들어 밤에 나오는 포켓몬을 잡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서 다니고 있다고 합니다.
더 많은 국가에 출시되면 많은 곳에서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을지도?
- 새벽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 아이 때문에 걱정하는 부모들도 생겨나는 모양입니다. 어머니가 아이에게 메시지를 보내자, 아이가 "좋은 포켓몬이 밤에 나오기 때문에 지금은 들어갈 수 없다"라는 문자를 보냈다고 합니다.
- 한 유저는 <포켓몬 GO>를 플레이하기 위해 야심한 밤에 거리로 나섰다가 우연히 다른 유저 2명과 만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늦은 밤 돌아다니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이 이들을 마약 밀매범으로 착각, 체포하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는데요, 이들은 경찰에게 이유를 설명했고 경찰은 오해했다며 풀어줬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경찰들도 함께 <포켓몬 GO>를 플레이했다고 하네요.
#게임을 위해 배움을 선택한 사람들
- 북미의 거리 도량은 '마일(Mile)'이죠. 하지만 <포켓몬 GO>의 거리 도량은 'Km(Kilometer)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북미 유저들은 다른 단위에 헷갈리는 현상이 발생했는데요, 그렇다고 <포켓몬 GO>를 하지 않을 수는 없겠죠? 북미 유저들은 <포켓몬 GO>를 하기 위해기 km 단위를 학습하고 있다고 합니다. 덧붙이자면 1km는 0.62 마일(mile)입니다.
- 트위터의 한 유저 'Martin'은 포켓몬을 잡기 위해 터치 슬라이드로 포켓볼을 던져야 하는데, 플레이 방법을 잘 몰라서 스마트폰을 직접 던졌다고 합니다. 물론 스마트폰이 무사했을 리는 없겠죠?
포켓몬을 잡으려고 스마트폰을 던진 Martin의 트윗(출처: Martin의 트위터)
- <포켓몬 GO>의 플레이 방법을 알려주는 '포켓몬 트레이너 센터'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게임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학습 장소인데요, 스마트폰을 던졌던 Martin 유저에게 꼭 필요한 곳이 아닐까 합니다.
<포켓몬GO>를 가르치기 위한 트레이닝 센터(출처: Ryan Brown의 트위터)
#포켓몬을 잡다 생긴 사고들
- <포켓몬 GO>가 출시 된 지 이틀 뒤인 8일, 북미 소셜 커뮤니티 레딧에는 "<포켓몬 GO> 때문에 의학 드라마를 찍었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작성자는 <포켓몬 GO>를 플레이하던 도중, 앞을 제대로 보지 않고 걸어가다가 도랑 아래로 떨어졌다고 하네요. 그 결과 전치 6~8주라는 진단이 나왔다고 합니다. 게임이 아무리 좋아도 안전은 조심해야 할듯합니다.
- 지난 9일 북미 와이오밍 주 리버튼에 거주하는 샤일라 위긴스(19세)는 <포켓몬 GO>를 플레이하다가 변사체를 발견했습니다. 물 포켓몬을 잡고 싶어 윈드 강을 배회하던 중이었다고 하는데요. 그 와중에 변사체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변사체를 발견한 샤일라 위긴스
- '포켓몬스터'에 '로켓단'을 빼놓을 수 없죠? <포켓몬 GO>에도 예외는 아닙니다. 지난 10일, 북미 미주리 주에서 4인조 10대 무장강도가 잡혔습니다. 이들은 <포켓몬 GO>유저들에게 필요한 소모품들을 무료로 제공해주는 '포켓스탑'에 있다가, 아이템을 얻으러 오는 사람들을 권총으로 위협해 금품을 갈취했다고 합니다.
'포켓스탑'을 이용해 금품을 갈취한 강도들(출처: NewYorkPost의 트위터)
#제발 안에는 들어오지 말아주세요! 포켓스탑 해프닝
'포켓스탑'은 <포켓몬 GO> 내 아이템인 '몬스터볼'이나 '알'을 무료로 제공해주는 장소입니다. '몬스터볼'은 포켓몬을 잡기 위해 사용되는 소모품이고, '알'은 새로운 포켓몬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이죠. 유저들 입장에서는 반드시 들러야 하는 장소입니다.
- 호주 노던주의 다윈 경찰서가 '포켓스탑'으로 지정,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바람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경찰서 측은 페이스북을 통해 "굳이 경찰서 안에 들어오지 않아도, 몬스터볼은 얻을 수 있습니다"라며 방문을 자제하기를 권고했습니다.
- 북미 오하이오 주 콜럼버스에 있는 전국어린이병원도 '포켓스탑'으로 지정되어 문제라고 합니다. 병원을 찾은 <포켓몬 GO> 유저들이 병원의 제한구역까지 침입을 하려 했기 때문인데요, 이에 병원 내부 관계자들은 "유저들이 제발 제한구역을 방황하지 않도록 제지해달라"며 병원 직원들에게 부탁했다고 합니다.
제한구역을 침입당할 뻔 한(?) 콜럼버스의 전국어린이병원.
- 일반 가정집도 예외는 아닙니다. 북미 매사추세츠 주의 한 남성의 집이 포켓몬 체육관으로 지정되어 사람들이 몰려오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이 남성은 "오늘 하루만 15명의 사람들이 찾아왔고, 집 앞에 모르는 차도 3대나 주차돼 있다"며 고민을 토로했습니다.
누군가의 평범한 집도 한 순간에 명소(?)가 될 수 있다(출처: 버즈피드 트위터).
#닌텐도의 주가가 25%나 상승? <포켓몬 GO>로 인한 주가 상승세
- <포켓몬 GO>의 대박행진 때문에 닌텐도의 주가가 급격히 올랐습니다. 출시 당일에는 8.9%, 11일 오전에는 가격제한폭인 25%까지 상승했습니다. 이는 하루 상승률로 보았을 때 지난 1983년 이후 최고치라고 하네요. 또한, 트위터는 조만간 <포켓몬 GO>에게 일간 사용자 수를 따라 잡힐 위기에까지 봉착했다고 합니다.역시 '포켓몬스터'는 명불허전 닌텐도의 효자 IP입니다.
닌텐도의 주가. <포켓몬 GO> 출시 전 후로 주가가 눈에 띄게 변했다.
검색량 또한 급격한 상승을 이뤘다(출처: 구글 트렌드).
- 구글에서 '포켓몬' 키워드의 검색량이 수직 상승했습니다. 포켓몬 특성상 특별한 이슈가 있거나, 새로운 애니메이션 혹은 게임의 출시가 아니라면 이처럼 상승폭을 나타낸 적이 없었다고 하는데요. 이번 <포켓몬 GO>의 출시와 흥행으로 인해, 전대미문의 검색량 증가를 낳았다고 합니다.
#우리 가게에 피카츄 있어요!
- 앞서 말한 골머리 앓는 한 남성의 이야기와 달리 이슈를 활용하는 곳도 있습니다. 북미 아칸소주 벤트빌의 한 미술관은 <포켓몬 GO>를 활용하여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미술관은 블로그를 통해 "우리 미술관에 포켓몬이 많다"며 <포켓몬 GO> 홍보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고 합니다.
- '포켓스탑'으로 지정된 음식점들도 "우리 식당에서 포켓스탑을 2곳이나 도달할 수 있습니다"라거나 "레드 팀에게는 50% 할인, 옐로우 팀은 정가, 블루 팀은 가격이 2배"라는 내용, "루어 모듈(포켓몬을 끌어들이는 일종의 항수)을 사용하는 모든 트레이너에게 버드라이트는 1달러, 스무디는 2.99달러에 지급" 등의 문구로 가게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이 음식점 주인은 레드 팀인 것 같다.
-호주의 대형 마트 '울워스'도 매장 곳곳에 나타난 포켓몬을 활용해 "우리 마트의 전기상품 코너에 가면 피카츄를 만날 수 있습니다"라고 라고 홍보했다고 합니다. 피카츄라면 사람들이 엄청 몰리지 않을까요?
울워스의 홍보 전략(출처: Woolworths의 페이스북)
- 틈새시장을 공략해 상품을 판매하는 가게도 있습니다. '포켓스탑'으로 지정된 버지니아의 한 대형마트는 포켓몬 트레이너용 패키지 상품을 기획해 판매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몬스터볼 구입을 위핸 캐시 충전카드, 보조 배터리, 포켓몬을 잡으러 다니는 길에 먹을 육포와 견과류까지 판매하고 있다고 합니다.
틈새시장을 공략한 패키지 상품 판매(출처: BestBuyNews의 트위터)
- 국내에서도 첫날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포켓스탑'으로 '교회'가 많이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해외에서는 이런 포켓스탑으로 지정된 교회들이 "포켓스탑 지정 교회입니다. 밖에서는 아이템을 얻고 안에서는 구원을 얻으세요"라는 팻말을 걸어놓는 독특한(?) 전도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그 외에도, 포켓몬스터 코스프레를 하고 길거리를 다니며 <포켓몬 GO>를 즐긴다거나, 게임을 하다 배터리가 다 소진 되었을 때를 위한 충전소도 마련해놓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안된다고요? '속초마을'이 있습니다!
<포켓몬 GO>가 출시 된 여러 국가가 이미 포켓몬 마스터를 향해 한 발짝 다가가고 있을 때, 우리나라는 출시되지 못해 많은 유저들이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규제상 구글 지도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바로 속초 부근과 울릉도 쪽은 <포켓몬 GO>가 가능하다는 소식이 퍼지고 있습니다. 이는 <포켓몬 GO>가 나이안틱 랩스의 전작 <인그레스>와 같은 지역 구분을 하기 때문입니다. <인그레스>는 전 세계 지도를 '셀'이라는 마름모 형태로 잘라서 구역을 구분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속초와 울릉도 등 일부 지역이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NR15-ALPHA-12은 지역상 우리나라가 아닌 북한에(?) 속해 있다.
따라서 위 범위에 따르면 속초, 고성군, 양양군 일부 등이 플레이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속초는 지금 '포켓몬의 성지'로 불리고 있습니다. '태초마을'이 아닌 '속초마을'인 셈이네요. 트위터에는 자신이 잡은 포켓몬을 인증하는 글부터 어디에서 어떤 포켓몬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트윗 등으로 넘치고 있습니다. 평소와는 다르게 속초행 고속버스 표가 많이 팔리고도 있고요.
출처: 속초시청 페이스북
이제는 강원도청까지 나섰다. 이병선 속초시장도 이런 현상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속초 시청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시청 관계자는 "아침에 일어나니 난리가 나있었다. 속초 시청이 덩달아 홍보가 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관계자는 속초의 무료 Wi-Fi 지도도 함께 첨부했습니다. 속초로 떠나는 포켓몬 트레이너들에게는 유용한 지도가 되겠네요.
이밖에 울릉도에서는 포켓몬 체육관의 '관장'이 탄생했습니다. 관장이 된 '울릉꼬부기'라는 아이디의 유저는 "울릉도민으로서 외부 관광객에게 빼앗기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라는 소감을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