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개발자는 진짜 맨날 밤을 새우나요?"
"한국에 콘솔 게임 개발하는 회사도 있나요?"
시장규모 10조 원, 종사자수 8만 7,000여명. 게임산업은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을 이끄는 대표적인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부정적 시선과 대치 중이다. 적지 않은 청소년이 게임 개발자를 꿈꿔도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학교와 가정에서 답을 찾기 쉽지 않다.
미래의 게임 인재 발굴과 양성을 위해 경기도가 나섰다. 경기도와 경기콘텐츠진흥원은 23일 판교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제 1회 게임영재캠프'를 개최했다.
총 5주간(주1회) 진행되는 게임영재캠프는 만 12세~16세 학생을 대상으로 게임 관련 진로탐색 및 게임제작 교육과정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이다. 넥슨과 게임인재단의 도움으로 사옥 방문 및 강연/면담을 통해 게임 산업에 대한 이해와 기획/디자인/프로그래머 등 각 직군에 대해 탐색하고, 서울대학교 게임 제작 동아리 'SNU GDC'와 함께 게임 제작도 체험한다.
특히 게임 제작을 제외한 프로그램에는 학부모도 참가해 학생들의 진로탐색에 대해 같이 학습하고 고민할 수 있도록 했다. 정원이 30명으로 제한된 만큼 참가자는 자기소개서와 간단한 포트폴리오를 통해 선별됐다. 주최측에 따르면 이번 1회에는 115명의 지원자가 몰려 3.8: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파주에서 온 한 학부모는 "초등학생 아들이 게임 회사 대표를 꿈꾸고 있는데, 부모로서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막연하기만 했다. 이번 캠프를 통해 아이의 꿈에 대해 같이 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 개발 지원금 내건 오디션부터 인재 육성 캠프까지, 게임 산업 위한 경기도 행보
게임영재캠프는 경기도가 게임 산업 육성을 위해 진행하는 G-NEXT 사업의 일환이다. 경기도는 남경필 전 K-IDEA 협회장의 도지사 취임 이후 게임 산업 육성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지난 2015년부터 게임개발지원금과 입주공간을 제공하는 '게임창조오디션'을 4차례 진행했으며, 올해는 게임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한 '게이미피케이션 아이디어 공모전'을 선보였다. 지난해 열린 제 1회 게임창조오디션 결승에는 남경필 도지사가 직접 참여해 3시간 동안 사회를 맡아 주목을 받았다. 올해 배정된 예산만 40억 원에 달한다.
이 밖에도 게임 산업 인재 육성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계획 중이다. 7월 진로 탐색 및 게임 개발 체험 프로그램 '게임영재캠프'를 시작으로, 오는 9월에는 '게임아카데미'를 창설해 청년들이 게임 개발부터 나아가 창업까지 한번이 배울 수 있는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신용덕 경기도 콘텐츠사업과 주무관은 "G-NEXT 사업의 핵심은 재능 있는 인재들이 게임 산업에서 어려움 없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는 데 있다. 오는 9월에는 G-NEXT 센터를 설립해 더 많은 게임 개발자와 지망생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데 힘쓸 예정이다"고 말했다.
# 학부모와 아이가 함께하는 진로탐색, 게임영재캠프
한편, 게임영재캠프 1주차는 소셜 벤처 '모두다' 박비 대표가 진행하는 '게임 리터러시'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프로그램과 게임 제작을 위한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으로 꾸며졌다. 게임에 대한 학부모들의 부정적 인식을 제거함과 동시에 핵심 과정인 게임 제작 내용을 미리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주최측의 배려다.
학부모와 아이들은 박비 대표와는 보드게임, VR게임, 키넥트 게임 등 다양한 게임을 함께하며 건강한 게임 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더불어 게임으로 인한 세대간 갈등 원인과 올바른 게임 이용을 위한 방법을 배우는 강연도 진행됐다. 게임의 순기능을 강조한 박비 대표는 "아이가 올바르게 게임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부모와 대화를 통해 공감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는 정원 30명과 보호자들이 함께 했다. 일부는 온 가족이 동반해 함께 강연을 듣기도 했다. 판교는 물론 파주, 김포 등 경기도 전 지역에서 모였다.
경기도 콘텐츠사업과 이정화 팀장은 "경기도는 게임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강조하며, "소중한 방학시간을 할애해 지원과 관심을 주시는 학부모님께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1주차는 첫 프로그램은 모두다 박비 대표 진행으로 시작됐다. 가벼운 게임으로 분위기를 전환하면서 게임에 대한 순기능을 직접 체험하게 했다. [관련기사] “게임에는 장애가 없다” 함께하는 즐거움을 위해, 소셜벤처 모두다
아이스 브레이킹을 위해 시작된 첫 게임은 <스트림스>. 진행자가 무작위로 뽑은 숫자를 올림/내림 차순으로 배치해 칸을 채우며 점수를 획득하는 보드게임이다.
함께 게임이 규칙을 논의하고 있는 부자의 모습.
박비 대표는 참가자들에게 다가가 참여를 유도하며 분위기를 전환했다.
첫 게임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응은 긍정적인 편.
우승자에게는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준비한 작은 선물이 주어졌다.
이어진 게임은 같은 그림을 찾아 패를 가져가는 <도블>. 다수가 함께하는 게임인 만큼, 처음 보는 참가자들이 인사를 하고 말을 트는 계기가 됐다.
인기 콘텐츠는 단연 VR게임. 준비된 삼성 기어VR로 낚시게임이나 러닝게임 등 간단한 캐주얼 게임을 체험했다.
다수의 학부모가 VR을 처음 접했다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이런 게임도 있는 지 처음 알았다"며 연신 놀라움을 표했다.
오히려 아이들이 VR에 익숙한 상황. 어머니에게 게임 조작 법을 가르쳐주는 모습이다.
이어진 강연에서는 아이들이 왜 게임에 빠져있는지, 왜 학부모는 이를 이해하지 못했는지 세대간 갈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박비 대표가 강조한 것은 대화. 이를 통한 타협과 규칙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Q&A 시간. 학생과 학부모 모두 '게임 개발자'라는 직업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다. 실제로 야근을 많이 하느냐는 사소한 것부터, 각 직군이 해야하는 일, 준비해야 하는 것들 등이다. 박비 대표는 "게임 개발은 모든 일이 창의적으로 진행되느냐, 아니면 회사가 시키는 게임을 만드느냐"는 질문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서울대 게임제작 동아리 'SNU GDC'가 참가 학생들과 학부모에게 인사를 하는 시간도 가졌다. 'SNU GDC'는 2009년 창설된 동아리로, 일부는 한 학기에 1개씩 게임을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약 3주간 진행되는 게임 제작은 5명의 학생이 한팀이 되어 유니티 엔진을 활용해 진행될 예정이다.
팀 구성은 연령과 특기를 고려했다.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이 고르게 나뉘었고 특히 그림 특기가 있는 학생이 한 팀당 1명씩 배치됐다. 첫 날은 팀명과 프로젝트의 장르 및 콘셉트를 정하고 마쳤다.